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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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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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보복 임무(2)

DUMMY

“자, 일단은 조력자부터 섭외해 보죠.”


예정된 수순대로 401호에 방문했다.

가해자인 301호의 윗집.


“안녕하세요. 낙원에서 왔습니다.”

“어머어머! 진짜요? 진짜 낙원이에요? 그럼 이거 그거에요? 층간소음 보복?”


인터폰 너머로 들뜬 목소리가 들리더니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401호에는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계셨다.


“어서, 어서 들어오세요. 어머머머. 아휴,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인데 커피라도 드릴까?”


오토 형은··· 양심이 없었다.


“저기, 미안한데 어머니는 안 계시니?”


아주머니는 잠깐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가 뒤로 넘어갈 듯 빵 터져버렸다.


“아유! 아유아유! 낙원에서는 무슨 농담도 가르쳐요? 고등학생 애엄만데 무슨 그런 농담도!”

“앗, 죄송합니다. 어머님. 너무 동안이셔서요. 그럼 잠깐 신세 좀 지겠습니다.”


오토 형은 처음 보는 아주머니랑 절친인 것처럼 신발도 대충 벗고 쓰윽 들어갔다.


아주머니는 내가 들어가기도 전에 문을 닫으려 하셨지만 나도 재주껏 들어갔고.

나는··· 그 공간에 없는 사람처럼 편히 관전했다.


아주머니는 커피를 내려던 일도 잊고 오토 형에게 푹 빠져 있었다.


“301호 그 미친 새끼 혼쭐 내주러 온 거 맞죠? 아니, 우리 집도 피해자라니까. 세상에 나는 아랫집에 불이 난 줄 알았지 뭐예요? 진짜 골치아파, 골치가 아파 죽겠어! 화장실 문 닫아놓은 거 보여요? 세상에 환풍기를 타고 담배 연기가 어찌나 들어오는지 방독면도 샀다니까. 힘 한 번 주려면 큰 마음 먹고 들어가야 돼. 21세기에 이게 대체 말이 돼요? 내, 나도 의뢰할래. 진짜 301호 저 새끼 진짜, 요즘 말로는 뭐라더라? 어! ‘참교육’ 좀 해 줘 봐요!”


오우. 7080의 힙합은 이런 식이구나.

속사포 랩 때문에 내 정신은 어질어질한데도 오토 형은 얼쑤 장단을 맞췄다.


“아유, 예. 직접 만나보니까 뭐 자기 몸이 그림판이라고 착각을 한 건지 숭하기도 숭한 그림을 그렇게 그려 놨더라고요? 집이 무슨 너구리굴도 아니고 연기가 매캐하게 뿜어져 나오는데! 아니지, 돼지 굴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아휴, 아가씨. 아니아니, 어머님 참 고생 많으셨겠더라고요! 걱정 마십쇼. 제가 이런 일에는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책임 지고 저 새끼 이사 나가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어머님은 여기 이 카드 받으시고, 호텔 가셔서 호캉스라도 하세요. 임무 끝나면 연락 드릴게요.”


도저히 뭐··· 끼어들 틈이 없어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오토 형은 손발만 빠른 게 아니고 혓바닥도 아주 빠르구나···.


아주머니는 펄쩍 뛰었다.


“아휴! 호캉스 그거 좋기는 한데 실은 우리 집 바깥 양반이 그렇게 벌이가 좋지는 않어. 나는 낙원 팬이니까, 옆에서 지켜 볼게요. 이건 뭐 돈 주고도 못 볼 구경 아닌가? 대신에 내가 잘생긴 총각 용돈은 모자라지 않게 챙겨 줄게. 원래 임영옹 콘서트 갈라고 애껴 뒀는데 뭐, 티켓팅인가 뭐시긴가도 도저히 성공을 못하겠고, 내가 또 임영옹 못지 않게 낙원 팬이거든.”


“비용은 낙원에서 전부 지불합니다. 숙박비, 식비, 교통비, 부대시설 이용료까지. 물론 스파 이용권도 포함이고요. 임무 끝나실 때까지 스위트룸에 머무실 수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내 집이다 생각하고 천천히, 오래오래, 확실히 조져 줘. 잘생긴 총각!”


아주머니는 카드를 빼앗아 들듯이 잽싸게 낚아채 짐조차 챙기지 않은 채 훌쩍 떠나버렸다.


저것이야말로 연륜이구나 싶었다.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붙잡는 지혜.



드디어 집안에는 고요함이 찾아왔다.

어쩐지 나는 벌써부터 기진맥진했다.


“오토 형. 정말이지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윗집 섭외가 아주 수월하게 풀린 편이에요. 딱한 사정을 이용해먹으려 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아··· 그렇겠네요. 그러면 그럴 때는 어떻게 하세요?”

“한 층 더 올라가야죠. 자기가 직접 당해 봐야 괴로운 줄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오토 형이 사악하게 씩 웃었다.

그래도 세 층 이상 올라가본 적은 없다면서.


“그러면 한 번 견적을 볼까요?”


배낭에서 카페트와 구두를 꺼내는 오토 형.


“카페트는 왜요?”

“401호 마룻바닥 상하면 안 되잖아요.”


따가닥 딱딱 딱 따가닥. 뜨그르뜨그르뜨그르 뜩 뜩 뜨그득.


나는 예술에 문외한이라 할 수 있지만 이거 하나는 명확하게 알겠다.

와··· 탭댄스 진짜 더럽게 못 춘다.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뭔가 박자란 건 규칙적이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오토 형의 리듬은 완전히 불규칙해서 그야말로 카오스였다.


“웃으시려면 웃으세요. 유령 님. 즐겁게 해 드리려고 하는 거니까. 그리고 아세요?”

“뭘요?”


“이게 더 효과적으로 아래층을 괴롭히는 방법이에요. 듣기 좋으면 음악이고, 제가 의도한 건 소음이니까요.”

“오, 그러면 일부러 잘 하실 수도 있는 거예요?”


“아뇨. 그러니까 제가 천부적이라는 거죠. 학원 선생님이 그랬어요. 일부러 이렇게 하려고 해도 도저히 못 하겠다고. 생리적으로 거부 반응이 생긴다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놀랍게도 밑에서 쾅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아래층에서 위층으로도 소음이 들리네요?”

“흠. 이 진동과 파장의 세기를 고려하면 고무망치로군요. 예. 층간소음은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아마 저 새끼는 낮잠 시간이라 했으니 곧 올라오지 싶은데요.”


오토 형은 진짜 전문가였다.

층간소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일월보살 급 예지력을 지녔으니.


쾅쾅쾅! 현관문을 발로 세게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다.


“야이 씨팔! 할망구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어! 빨리 튀어 나와 이런 개 씹년아!”


여러모로 놀라웠다.


“와··· 대낮에 저런 상스러운 내용으로 고함까지 치는 놈은 처음 보네요.”

“이 일 하다 보면 일상이에요. 그렇다고 쟤가 정상이란 얘기는 아니지만.”


오토 형은 미소를 장착하고 문을 열었다.


“안녕? 301호 아저씨. 또 만나네.”

“뭐··· 뭐야. 너 201호라고 하지 않았어?”


“보기와는 다르게 기억력이 좋다. 맞아. 그리고 401호로 잠시 이사 왔어.”

“야 이 미친 새끼야! 뒤지고 싶어? 당장 튀어나와. 씨팔 대낮에 무슨 탭댄스라도 추냐?”


“오, 정답. 근데 어쩌지? 나는 싸움을 못 해서 말이야. 나가긴 싫고 경찰 부를 거야. 또 오면 스토킹 혐의로 신고 넣는다? 수고.”


쾅! 오토 형은 문을 닫아 버렸다.


301호는 문짝을 부술 기세로 두들겼다.


“냅둬도 돼요?”

“냅둬도 돼요. 저거 방화문이라 겁나 튼튼하고, 들어오기 전에 사진 찍어 뒀어요. 손상된 부분은 확실히 청구할 테니까. 근데 아마 방화문이 저 돼지새끼 손발보다는 훨씬 강하지 싶은데요?”


오토 형은 또 미래를 맞췄다. 이것이 경험이고 통계인가!

301호는 욕설을 내뱉으며 문을 두들기다 제 풀에 지쳤는지 내려갔다.



“유령 님. 소음의 정의가 뭔지 아세요?”

“시끄러운 소리?”


“맞죠. 하지만 조건이 붙어요. ‘원하지 않는 소리’ 혹은 ‘예측 불가능한 소리’여야 해요. 공항에서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지만, 듣기평가 할 때 비행기 날아가면 터뜨려 버리고 싶은 것 처럼요.”

“오··· 오토 형은 공부 열심히 하셨나 보네요?”


“열심히는 했죠. 잘 하지는 못 했지만.”


오토 형은 내게도 탭댄스용 구두를 하나 내밀었다.


“270, 맞죠?”

“어떻게 제 신발 사이즈를 아셨어요?”


“찍었어요. 학창 시절에도 찍는 건 잘 했거든요.”


찍은 거··· 맞겠지?



나와 오토 형은 잘 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탭댄스를 췄다.

복수를 위해서라기보다 무아지경에 빠져들어 땀을 뻘뻘 흘리며 신나게 춤을 추던 와중.

어떤 씹새가 흥을 다 깨놓았다.


쾅쾅쾅쾅쾅쾅쾅!


“야! 이 씨발럼아, 빨리 튀어 나와! 문짝 부숴버리기 전에!”


인터폰 수화기를 들어 바깥을 살펴 보니 문신돼지충들이 우글우글했다.

으··· 저 놈들은 진짜 어째 매번 수법까지 똑같냐.

몰려 다니는 거 말고 다른 참신한 방법 없어?


“유령 님. 이제 분기점입니다. 보통 저는 경찰에 신고합니다만, 오늘은 마침 유령 님이 계시네요.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무력감을 맛보게 해 줄까요. 공권력, 아니면 폭력?”

“어떤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아무래도 쟤네의 룰을 따르는 게 더 효과적이죠. 법보다 주먹이 빠르다는 걸 알려 주면 어떨까요. 쟤네는 그걸 악용해 왔지만, 이번엔 역으로 당하게 만들어 보자고요.”

“뭐, 그래요. 저도 견학 비용은 지불해야 되니까. 그런데 제가 나가서 다 정리하면 영문도 모르고 기절할 테니까 교육이 안 되잖아요?”


“아··· 그렇겠네요. 그럼 경찰에 신고할게요.”

“잠깐만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재밌는 일 하나 해 봅시다. 먹히면 좋고, 아니면 말고.”


나는 상상하던 일을 실현할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났다.


그런데 오토 형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또 무슨··· 끔찍한 짓을 하시려고요?”

“끔찍하다뇨?”


“유령 님이 웃으실 때마다 비인간적인 일을 하시잖아요.”

“사람 아닌 것들을 상대하려면 응당 그래야죠. 그런데 이번에는 아쉽게도 사악한 짓은 아니에요.”


“그럼요?”

“이건 제가 예전부터 상상만 해오던 건데요, 이제 우리도 꽤 손발이 잘 맞으니까 시도는 해볼 수 있겠네요.”


···


오토 형은 문을 활짝 열었다.


“아이 뭘 또 이렇게 친구들을 잔뜩 데려 왔어.”

“혼자냐?”


“보면 몰라?”

“용감하네.”


“용감한 건 너희들이고.”


오토 형은 작전대로 아주 멋진 포즈를 취했다.

사마귀같기도 하고 전갈 같기도 한데 무술 고수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아닌가?

새끼들이 오토 형을 막 비웃네.


살육머신 오토를 몰라 보고 말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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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형수(2) 24.08.27 1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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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층간소음 보복 임무(1) 24.08.21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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