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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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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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2)

DUMMY

가정을 파괴한 벌은 그대로 갚아주기 힘들다.

목표물의 가정을 파괴해버릴 수 없으니까.


낙원의 규율이 그렇다.

목표물 외에는 건드릴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장재춘의 부모를 죽이지 못한다.

장재춘이 의뢰인의 부모님을 살해했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그 죄를 갚아 주어야만 할까.

장재춘 몸뚱아리 하나론 도저히 죗값을 치를 길이 보이질 않는데.



일단 현장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가장 똑똑해 보이는 안경에게 물어볼까?


“장재춘. 여기서 아주 편히 지내고 있다죠?”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여기가 무슨 제 집 안방인 줄 알고, 왕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한다니까요.”


“아무도 제지하지 않나요? 듣기로는 교도관을 폭행하기도 했다는데.”

“더 이상 끌어내릴 곳이 없으니까요. 여기보다 등급이 높은 교도소도 없고, 형기도 늘릴 수 없거든요.”


“독방에 가둔다거나 하는 처벌이 있잖아요.”

“그 놈 있잖아요. 아주 독한 새낍니다. 아니, 정신이 이상하다고 해야 되나? 오히려 독방에 가둬 달라고 한다니까요. 그게 절대 버틸만한 곳이 아닌데도요. 그리고 또 씨발, 인권위에 진정서를 얼마나 쏴대는지 교도관들도 엄청 골치아파해요.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다고요.”


인권위라···.

누구의 인권을 중요시하는 곳일까.


이런 의문이 든다.

범죄자의 인권이 왜 교도관의 인권보다 우선하는가?

인권이란 상호 존중을 기본으로 해야하는 것 아닐까?



몽디에게 물었다.

교도관 입장은 알겠는데, 너희는 왜 이런 새끼를 건드리지 않냐고.


“다른 재소자들은 장재춘을 그냥 냅둡니까?”

“트러블이 생기면 형기가 늘어나잖슴까. 상대는 더 이상 형기가 늘어날 것도 없는 새끼고. 똥이 무서워서 피합니까? 더러워서 피하지.”


“죽었어야 마땅할 놈이 산 사람들을 괴롭힌다라···.”

“좆같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잖슴까. 사형 집행을 안 하는데. 아, 그런데 장재춘 그 셰끼 얼마 전까지는 얌전했슴다.”


“그래요?”

“예. 무기징역 받아보겠다고 반성문도 막 백 장 가까이 쓰고 항소를 하네 마네 개 지랄을 했었슴다. 무기징역은, 말만 무기징역이고 20년 동안 모범수로 살면 가석방 기회를 얻으니까.”


“설마 반성문이 통하진 않았겠죠?”

“판사님이 칼같이 기각 때렸슴다. 간만에 보는 통쾌한 판결이라 다들 속으로는 꼬소하다고 생각했고. 아무튼 그 뒤로 반성문은 커녕 반성하는 기미조차 안 보였슴다. 개셰끼도 그런 개이 셰끼가 따로 없슴다.”


그러네. 개새끼라 하기에는 강아지한테 미안할 정도의 개새끼군.


예전에 소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형기를 줄이려고 하는 사과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냐고.

허울 뿐인 사과는 오히려 피해자한테 비수를 꽂을 뿐이라고.


실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례를 들으니 너무 불쾌한걸.


“아무튼 그래서 ··· 교도소가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단 말이네요?”

“예. 진짜 꼴보기 싫은데 뭐 할 수 있는 일이 없슴다. 그니까 보기만 해도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안 합니까.”


“얼굴 한 번 보고 싶네요. 언제, 어디에서 마주칠 수 있을까요?”





미국 영화에서는 식당에서 싸움이 일어나곤 하던데.

한국 교도소는 그럴 수가 없었다.

방마다 식사를 가져다 주니까.


듣던 거와는 달리 콩밥도 나오지 않았다.

이젠 콩이 쌀보다 킬로그램 당 단가가 높다나.


아무튼 기회는 생각보다는 금방 찾아왔다.



“저기 구석 쪽에 보십쇼. 톱질하고 있는 새끼가 바로 장재춘임다.”


징역의 의미는 잡아다가 일을 시킨다는 뜻이다.

형이 확정된 기결수들은 일을 해야 했다.


노역은 봉투 붙이기, 모내기나 추수하기, 식재료 다듬기 등 종류가 다양하다.

민간 기업에서 제조 공정을 위탁하는 경우도 있고, 교도소 밖으로 나가는 노역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크게 세 가지라고 했다.


재봉, 영농, 목공.


재봉은 말 그대로 미싱을 하는 노역.

여자 교도소에서는 이게 주된 노역이라고 들었다.

몸은 조금 편하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여기서는 대포동 어르신처럼 손재주 있는 일부 기결수들만 한다고.


영농은 온실에서 화초를 가꾸는 노역.

상대적으로 육체 노동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게다가 나름 꽃과 나무를 보며 심신의 안정을 얻는다나.

그래서 돈 많은 범털들이 주로 간다 했다. 안경은 이쪽.


목공은 위험하고 힘든 노역이다.

무거운 자재를 다루고 위험한 공구를 사용하기에 교도관들의 통제도 빡세다.


하지만 가장 많은 기결수들이 목공에 종사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돈도 없고 타고난 손재주도 없으면 몸이 고생하는 수밖에.


그런데 얼마나 다행인가?

장재춘이 손재주도 없고 영치금도 없는 개털이라서.

덕분에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으니 말이야.


또 다행인 점.

장재춘은 한결같았다.

덕분에 죄책감 따위는 갖지 않아도 되겠어.



***


“빨리빨리 하라고. 이 장애인 새끼야. 콱 쑤셔 버릴까 보다.”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죄수의 갈비뼈에 대고 일자 드라이버를 쿡쿡 찌르는 장재춘.


교도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128번. 그만 해라.”


장재춘은 갑자기 눈깔을 까뒤집고 작업대를 쾅쾅쾅쾅 내리쳤다.


“128! 그 놈의 128! 야 이 씨발놈들아! 나도 인간이야! 그렇게 숫자로 부르지 말라고!”

“진정해. 경고 2회다. 또 폭력적으로 행동하면 행형법 제 15조에 의거, 제압할 수밖에 없다.”


“씨발, 해. 해 보라고! 그리고 너는 나이도 어린 새끼가 왜 반말이야! 씨팔, 뒈지고 싶어? 인권위에 강압적인 교도관 때문에 자살하고 싶다고 편지 한 장 써 줄까?”


9급 교도, 검도는 4단.

무도 특채로 뽑힌 서강록은 교도봉을 쫙 뽑아 들었다.

그냥 장재춘 대가리 깨 버리고 감옥 갈까, 수도 없이 고민했었다.


교도관들은 교도소 담장 위에서 줄타기를 한단 말이 있다.

삐끗하면 교도소 담장 안으로 떨어져 범죄자 신세가 된단 뜻이다.


분노가 극에 달한 서강록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가 한다. 이 새끼는 죽어야 돼.’


검도 4단이 휘두르는 묵직한 교도봉 한 방.

단 한 방이면 장재춘의 두개골이 쪼개져 뇌수가 흘러나올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세상에 해악을 끼치지 못 하겠지.


마음을 굳게 먹은 서강록이 저벅저벅 걸어나왔다.


장재춘은 여전히 웃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속마음이 뻔히 보였다.

갓 들어온 신참 교도 주제에 뭘 할 수 있는데?



그 때 7급 교위, 이형호가 황급히 턱턱턱 달려와 서강록의 팔을 붙잡았다.


“서 담당.”


죄수들이 있어 말을 아꼈지만, 이 주임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가족들을 생각해.’


교도관은 불리하다.

잃을 게 많기 때문이다.


감옥이 세상의 전부인 사형수와는 다르다.

교도관들의 세상은 담장 너머에 있으니까.


곧 서강록의 아이가 태어난다.

그러니 장재춘의 머리를 깨부수면, 서강록의 가정도 깨지는 것이다.


서강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이형호에게 귓속말했다.


“죄송합니다. 주임님.”

“참자. 참아. 응?”


이형호는 서강록을 매우 아꼈다.


9급 교도들이 얼마나 의원면직을 많이 하는지···.

8급 교사들 숫자보다 9급 교도들 숫자가 더 적었다.


무술 유단자 특채로 들어 온데다 싹싹하고 똑똑한 서강록.

아주아주 소중할 수밖에.


그러니 고작 장재춘같은 개새끼 때문에 서강록이 그만둬서는 안 됐다.



“182번··· 아니, 재춘아.”


이형호는 푸근한 아저씨 같은 교도관이었다.

이 주임을 싫어하는 죄수들은 없었다.

재소자들 사이에서 별명이 ‘상담사’일 정도로, 따뜻함이 강점이었다.


서강록의 무기는 차갑고 단단한 교도봉.

이형호의 무기는 따뜻하고 온화한 성품이었다.


장재춘도 이형호에게는 함부로 대들지 못했다.


“예. 주임님.”

“일이 힘들면 잠깐 휴식해. 요즘 뭐··· 힘든 일이라도 있나?”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이형호 또한 속이 문드러진 지 오래다.

이딴 새끼도 사람 대접을 해 줘야 된다는 게 가장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어른은 참는다.

잃을 것이 많으면 견뎌야 하는 법이니까.


그러나 장재춘은 참지 않는다.

떠오른 대로 막 지껄였다.


“씨팔··· 지금 나랑 장난치세요? 평생 여기 갇혀 지내야 되는데, 힘든 일 없냐고요?”


이형호는 참는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참아야만 했다.


“미안하다. 화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내가 쓸데없는 말을 했군···. 필요한 만큼 쉬어.”


감독관 재량으로 부여하는 휴게 시간.

장재춘은 이를 악용하고 있었다.


그냥 큰 목소리로 개지랄만 떨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법칙은 감옥 안에서도 적용이 됐다.


다른 재소자들은 이런 상황이 매우 아니꼽다.

장재춘이 내팽개치고 간 할당량은 다른 기결수들이 채워야만 했으니까.


그러나 다른 재소자들도 그저 참을 뿐이었다.

교도관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니까.

같은 범죄자라고 모두 장재춘같지는 않았으니까.



장재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긋 웃으며 장갑을 벗어던졌다.


“그러면 조금만 쉴게요. 피곤해서 예민해졌었나 봐요.”

“그래. 그래라. 작업 복귀하고 싶으면 얘기하고.”


“그럴게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난데없이 장재춘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오른손에서는 피가 철철철철 흘러나왔고 방금까지 실실거리던 얼굴은 고통으로 구겨졌다.


감독관들에겐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몽디가 저 멀리서 말했다.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저 븅신이 테이블쏘를 작동시켰슴다. 그리고 자기 손가락을 썰어 버린 검다.”


이형호는 다급히 외쳤다.


“서 담당! 여기 감독 좀 맡아 줘. 내가 의무실로 데려갈게. 백업 요청할 테니까 현장 관리 잘 하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주임님.”


‘이런 씨발··· 장재춘 이 미친 새끼. 하필이면 내가 감독일 때···.’


이형호에겐 감독을 소홀히 한 죄가 없다.

하지만 장재춘 역시 전원 버튼을 가동시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이런 일이 왜 일어난 것일까.




***


톱날 가동 버튼은 내가 눌렀다.


하지만 이건 장재춘 잘못이 맞아.

자기 손을 썰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더라니까?


그러니까 위험한 공구를 다룰 땐 딴 데 정신팔지 말란 말이야.

백날 안전 수칙을 강조하면 뭐 하냐고.

처 들어먹지를 않는데.


그런데 손가락이 다 잘렸으니 이제 목공 노역은 못 하려나?


뭐, 어디로든 가 봐라.

내가 항상 옆에 서 있을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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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사이비 종교(5) 24.09.11 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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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특별 훈련 24.09.06 11 0 13쪽
52 대통령의 의뢰 24.09.05 10 1 12쪽
51 필요악 24.09.04 11 0 13쪽
50 대통령의 진노 24.09.03 10 0 12쪽
49 호들갑 24.09.02 11 0 12쪽
48 사형수(7) 24.09.01 10 0 13쪽
47 사형수(6) 24.08.31 10 0 11쪽
46 사형수(5) 24.08.30 9 0 11쪽
45 사형수(4) 24.08.29 9 0 11쪽
44 사형수(3) 24.08.28 9 0 11쪽
» 사형수(2) 24.08.27 12 1 11쪽
42 사형수(1) 24.08.26 11 0 11쪽
41 단절과 이어짐 24.08.25 12 0 11쪽
40 유영과 소장의 데이트 24.08.24 13 0 12쪽
39 층간소음 보복 임무(3) 24.08.23 15 0 13쪽
38 층간소음 보복 임무(2) 24.08.22 15 1 10쪽
37 층간소음 보복 임무(1) 24.08.21 18 0 11쪽
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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