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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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3)

DUMMY

장재춘이 치료받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

삐뚤삐뚤한 왼손 글씨로 진정서를 쓰는 것이었다.


감독관이 관리를 소홀하게 하여 어쩌고 저쩌고···.


배은망덕의 표본이었다.

이형호가 빠르게 대처하지 않았더라면 손가락도 다시 붙일 수 없었을 텐데.


··· 그렇다. 장재춘의 손가락은 다시 붙었다.

대한민국 의사들의 수지접합 실력이 너무 좋았던 탓에.




“씨발, 이게 말이 됨까? 장재춘 그 개이셰끼 손가락 다시 붙었담다!”

“잘 됐네요.”


“...예? 왜요?”


유영은 무미건조하게 웃었다.


“또 잘라낼 수 있으니까.”


그야말로 끔찍한 발상의 전환.

몽디는 몸서리를 쳤다.


“와···. 형님은 진짜··· 악마라고 불러도 모자라겠슴다.”

“글쎄요. 당연한 생각 아닌가요?”


대포동이 허허허 웃었다.


“혁명적인 간나 새끼로구만. 장재춘이래 임자를 고조 제대로 만났어.”

“아··· 어르신. 혹시라도 과격한 발언 때문에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불편하기는? 내래 수용소에서 이렇게 웃어보기는 또 처음이구만 기래.”

“그런데 혹시··· 감독관 분들이 피해를 보지는 않으실까요? 장재춘 그 새끼가 또 진정서를 쓰고 있을 텐데.”


“자네는 아주 맑은 영혼을 지니고 있구만. 그런 일 하기에는 영 적성이 맞디를 않아 뵈는데. 아닌가?”


맑은 영혼···?

유영은 또 기시감을 느꼈다.


‘아··· 어디서 들었더라.’


하지만 뭐, 아주 특이한 단어도 아니었던지라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가끔은··· 예.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튼 감독관 걱정은 말라우. 소식 듣자마자 진즉 그물을 쳐 놨으니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안경이 본인 안경을 들어올렸다.


“어르신이 이형호 주임을 좀 아끼시거든요. 진정서에는 진정서로. 어르신께서 역으로 장재춘을 엿먹일 명문을 마련해달라고 하시기에, 제가 펜을 좀 놀려 봤습니다.”


안경은 본인이 미리 작성해 둔 진정서를 건넸다.


“자, 여기요. 유령 님, 몽디 형님. 그대로 보시고 쓰십쇼.”


진정서를 쭉 훑어 본 유영은 감탄했다.


“명문이네요. 일목요연할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호소하고 있어요.”

“그래도 제가 나름 엘리트 아닙니까. 밤새 고심해서 써 봤습니다.”


해당 노역장에 있던 인원들 뿐 아니라, 다른 재소자들까지 합심하여 진정서를 투척했다.


결국 인권위에는 백 장 넘는 편지 폭탄이 투하됐다.


···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된 기관이다.


사실상 법무부의 산하가 아니냐는 의심도 받지만, 그렇지가 않다.

인권은 존엄한 것이니까. 가장 높은 가치니까.

그래서 인권위는 대통령도 어떻게 좌지우지할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인권위가 범죄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옹호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그래도 인권위는 굴하지 않는다.

모든 인권은 평등하니까.


대원칙만을 굳게 믿고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는 곳.

바로 국가인권위원회!



해당 사건에 관한 인권위의 전달 공문은 이러했다.


1. 진정서 138건을 검토한 결과, 감독관이 재소자의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함.

2. 오히려 교도관들의 심적인 충격이 클 것으로 여기는 바, 다음과 같이 권고함.

가. 손가락 절단 현장에 있던 감독관들에게 최대 10일 간 병가 사용을 허가할 것.

나. 해당 병가 일수는 연간 병가 일수에서 차감하지 말 것.


3.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해 익명의 후원금이 들어왔기에 전달하는 바임.

가. 후원금: 500,000,000원. (금 오억 원).

나. 목적: 교도관들의 복리후생 증진.

다. 기타: 보고서 및 정산서 제출할 필요 없음. 끝.


···


청성 교도소장은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말이 권고지, 마냥 무시했다간 좋은 꼴 보진 못 할 테니까.

게다가 사용처를 묻지 않는 돈을 5억 원이나 받았지 않은가.


꿀꺽해도 되겠지만 이상한 소문이 들렸다.

후원금은 유령이 깽값으로 낸 돈이라는 소문이.


마냥 뜬소문은 아닌 듯했다.

얼마 전 수지접합 수술병원에서도 예산을 반환해 오지 않았겠는가.


‘익명의 후원금으로 수술비를 충당했기에 국가 예산은 반납하겠습니다. 세금이 아깝다는 얘길 전달해 달라던데요.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두 가지 명확한 실마리를 갖고도 똥볼을 찬다면 3급 자격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청성 교도소장은 5억을 뿌렸다.

직원 500명에게 모조리.


뒷말 나오지 않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적절히 분배했다.

소장과 부소장은 후원금을 단 한 푼도 받지 않았고.




“유령 님. 돈은 모두 전달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안경 씨.”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저는 이게 편해요.”


“그나저나···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횡령범한테 돈을 맡기시다니.”

“고마우실 일은 아녜요. 큰 의미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금 뜬금 없는 얘기지만 저··· 제가 횡령한 거 잘못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었습니다.”

“예전에 들었던 듯 하네요. 뭐, 피해 사실은 없으니까요.”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유령 님 덕분에 어느 정도 깨달았습니다.”

“뭘요?”


“제가 저지른 죄는 금전적인 피해 여부와는 무관하게, 신뢰를 저버린 죄였구나··· 하고요.”


몽디가 안경의 뒤통수를 팍 갈겼다.


“에라이 이 빙신 새끼야. 그걸 이제 알았냐고. 하, 공부를 백날 천날 하면 뭐 해. 일자무식 건달들도 다 아는 사실 하나를 모르는데.”


대포동은 몽디를 나무랐다.


“겨 묻은 개 나무라지 말라. 이 똥 묻은 개새끼야.”

“제가 똥 묻은 개란 말임까?”


“기럼 또 누가 있어? 자기 잘못을 반성하려는 아새끼를 왜 때리고 지랄이니?”

“... 잘못했슴다. 점마 말하는 게 너무 간지러워서 저도 모르게 그만 그랬슴다.”


몽디는 멋쩍은 얼굴로 안경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안경, 미안하다.”

“진심이세요?”


“그래. 진심이지.”

“그럼, 낙원 식으로 해결하죠.”


“뭐라꼬?”

“저도 형님 뒤통수 한 대만 때려 봅시다. 그럼 여태까지 맞은 거 다 잊을게요.”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 했던가.

안경은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몽디로서는 거절할 명분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유령이 지켜보고 있으니 무슨 낙원 식이냐고 지랄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아예 무시하고 한 대 더 때릴 수도 없고.


“마, 그래라.”

“진짜요? 아니, 뭐··· 내키지 않으시면 말고요.”


“때리라! 함 때려 보라꼬.”

“아이··· 됐어요. 그냥 하는 소리였네.”


“아이다! 한 대로 퉁칠 수 있음 남는 장사 아이가!”

“그럼··· 갑니다?”


몽디는 뒤통수를 대고 눈을 감았다.


안경은 펄쩍 뛰어올라 젖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뒤통수를 갈겼다.

빠악! 하고 둔탁하고 묵직한 소리가 났다.


몽디는··· 보기완 달리 맷집이 매우 약했다.

살면서 맞아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눈물이 핑 돌고 본능적으로 분노가 치솟았다.


하지만 참았다.

유령이 앞에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었기에.


“크흡··· 안경, 그동안 많이 아팠겠구나. 다시 한 번 미안하다.”

“아, 이제 속이 다 시원하네요. 뒤끝 없는 겁니다.”


“당연하지!”

“형님 역시 호쾌하십니다. 남자 중 남자.”


단순한 몽디가 안경의 칭찬에 빵끗 웃었다.

그렇게 사소한 해프닝은 해피엔딩을 맞았다.



싸움 구경이 재밌긴 했지만, 유영은 낭비할 시간이 없다.


“어쨌든 장재춘이 손가락을 다시 붙였으니 재활 기간 동안에는 노역을 안 할 가능성이 높겠네요?”

“기렇겠디. 기래두 아예 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잖아.”




***


나는 오늘부터 기독교 신자다.

왜냐고?


이번 주말에는 기독교에서 햄버거를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빅데이터에 의하면 장재춘 또한 기독교로 올 가능성이 높다.


군대에서도 그랬지만, 교도소의 종교 또한 상당히 공격적이다.

마치 종교 전쟁을 방불케 하는 물량 공세.

신자들은 교리보다는 부식을 믿었고 외부 초청 인원을 믿었다.


이번 주말에는 어떤 종교가 무슨 부식을 주느냐!

외부에서 어떤 인물이 들어오느냐!


이 두 가지가 신자의 수를 결정지었다.


불교는 그런 점에서 천주교와 기독교를 상대하기 어려웠다.

초코파이가 짱이던 시절엔 괜찮았지만 요즘은 버거랑 콜라가 대세니까.

육식을 금하는 교리가 발목을 잡았다.


그 뿐 아니라 천주교와 기독교에선 여성 찬양팀을 불러댔다.

번뇌를 멀리해야 하는 불교 입장에서는 반칙이나 다름없는 셈.


하지만 불교는 욕심을 버렸다.

신자의 숫자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며 진짜 불전에서 하듯 정통 종교행사를 했으니까.


뭐, 스님마다 목사님마다 신부님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그렇더라고.



아무튼 중요한 건 이번 주 기독교가 칼을 갈고 나왔다는 거다.

버거에 제로콜라 뿐 아니라 연예인 찬양팀까지 온다고 했으니.


어디 있냐, 장재춘.


“행님. 쩌 있슴다. 장재춘이.”

“오. 눈이 진짜 좋으시네요.”


“뭐··· 직업병임다. 패싸움할 때 죄 꺼먼 양복을 입고 있으이 얼굴을 잘 봐야 하거든요.”

“아무튼 그럼, 가보겠습니다.”




목사가 소리높여 경건하고도 열띤 목소리로 설교를 했다.


“예수님께서는 인류의 모든 죄를! 모오든 업보를 짊어지고! 죄 없는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인 그 분께서! 가시 면류관을 쓰고, 징 박힌 채찍질을 당해 가면서! 십자가까지 지고 로마인들의 조롱을 받으며 골고다 언덕을 오르셨습니다.”


장재춘은 손가락이 잘리고도 여전히 개새끼였다.

불경한 소릴 중얼댔으니.


“아···씨팔. 빨리 햄버거나 내 놓지 말이 많아. 걸그룹은 어따 팔아먹었냐?”


목사가 그 말을 듣지 못했고, 설교는 절정에 달해가고 있었다.


“우리 모두 눈 감고 기도하겠습니다. 예수님의 고통을 상상해 봅시다. 십자가형이 왜 고통스러운 줄 아십니까? 손목과 발꿈치에 박는 못이 아파서요? 아닙니다! 십자가에 매달리게 되면 가슴이 눌려 숨이 막힙니다. 몸을 일으키려 하면 손과 발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1000 번을 기절했다 다시 깨어날 정도로 고통스러운, 능지처참에 비할 만큼 괴로운 형벌을, 죄 없는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대신하여 기꺼이 받으셨다는 말씀입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예.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요. 아멘. 십자가형이 얼마나 무서우냐. 그 폭군 네로 황제도 십자가형의 극히 일부일 뿐인 채찍형이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아아아아아악! 교도관! 교도관!”


장재춘은 신앙심에 가득차 소리를 지른 것이 아니었다.


모두들 눈감고 기도하는 사이.

누군가가 의사가 간신히 붙여 놓았던 장재춘의 손가락을··· 뜯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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