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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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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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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2)

DUMMY

전도당하는 일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쉬웠다.


“안녕하세요. 혹시 무료로 심리 테스트 해 보시겠어요?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라는 건데요.”


요즘 유행이라고 하기엔 조금 양심없지 않나?

혈액형별 성격분석의 아성을 무너뜨린지가 오래인 줄로 아는데.


궁금하긴 하다.

다들 난리칠 때에도 나는 해본 적 없으니까.


“재미있겠네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헉··· 혹시 아직도 본인 MBTI를 모르세요?”


뭘 놀래고 자빠졌어?

모든 사람들이 MBTI를 다 알고 있으면 너네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 헛짓거리 아냐?

나같은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라고.


“뭐 어쩌다 보니 바빠서 해볼 시간이 없었네요.”

“아무튼 잘 됐네요! 한국인이라면 자기 혈액형은 몰라도 본인 MBTI정도는 알아야죠. 여기, 3분이면 끝나요.”


전도쟁이는 태블릿을 내밀었다.


상당히 성의없군.

그냥 페이지 즐겨찾기 해 놓은 게 다네.

자체개발 정도는 해야하는 것 아냐?


“다 했습니다.”

“금방 끝났죠? 바로 성격 분석 해드릴게요.”


분석은 무슨.

결과 페이지 읽어주는 거잖아.


“...마지막으로 계획형과 즉흥형 사이에서는 조금 갈등을 하셨네요. 지금은 다소 즉흥형이 강세인 것으로 나오지만요.”

“원래는 계획 세우길 좋아했죠. 요즘은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어서 임기응변에 기대는 일이 많지만요.”


“어머. 그렇군요.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으시구나···. 하지만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계획 아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변화구 오지네.

MBTI를 이렇게 꺾는다고?


“누군가의 계획요?”

“네. 우리 모두를 굽어살피시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그 분’이요.”


“아··· 하나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대화가 굉장히 잘 통하네요! 혹시 교회 다니시나요?”


“다닌 적은 없지만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알아요. 고등학교가 미션스쿨이었거든요.”

“어머, 더없이 훌륭하네요. 벌써 하나님을 만나셨구나. 저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카페에서 차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차는 무슨.

피차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가면 다른 교인 불러서 졸라 오래 설득한다고 들었어.

희망교로 오면 뭐가 좋고, 우리는 사이비가 아니고, 블라블라블라···.


“차도 좋지만 저는 희망교에 관심이 있는데요.”

“네···? 왜요···?”


너 혹시 전도 실적 구리지 않냐?

다른 일 알아 봐라.


호구가 알아서 아가리 속으로 기어 들어가겠다는데.

왜요는 무슨 왜요야.


“왜긴요. 이것 또한 인연이고 하나님의 계획 아니겠습니까?”


내가 즉흥형 인간이라고?


나도 계획 있어.

더러운 사이비를 정화할 계획.


너희들 표현을 빌리자면 이 또한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이겠지.

그러니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저··· 저희는 일반적인 교회는 아니에요. 아주 특별한 교회인데, 만약 예전에 기독교를 접해보신 경험이 있으시다면···.”


말이 많냐.

말이 많으면 뭐다?


“대충은 알아요. 희망교는 흔히 사이비라고 얘기하는 곳 맞죠? 그런데 저는 말이죠. 사이비와 정교를 구분하는 기준은 단지 그 신도 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러세요? 그러시구나···. 참신한 종교관을 가지고 계시네요···?”


웃기는 일이었다.

어째 전도쟁이 쪽이 께름칙해하는 분위기.


일부러 전도당하기도 쉽지가 않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구하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


그냥 순진한 척 당해줄 걸 그랬나?

아냐. 보나마나 그건 너무 오래 걸려.


“개인적인 호기심이랄까. 저는 뭐든 직접 겪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거든요.”

“확실히 MBTI상으로 그러시긴 했어요. 그러니까··· 사이비라는 세간의 오명 따위엔 휘둘리지 않으실 분이죠.”


“그러니까··· 오명이란 말입니까? 사이비라는 평판이?”


야. 전도쟁이가 당당해야지.

왜 눈길을 피해?


“그런데 아무리 궁금하다 하셔도··· 바로 교회 출입이 가능하신 건 아녜요.”

“왜요?”


“말씀방 교육이라고 해서, 6개월 정도는 성경 공부를 하셔야 돼요.”

“말씀드렸듯, 성경 지식이라면 이미 있습니다. 군대에서도 꼬박 개신교랑 천주교 쪽으로 종교행사를 나갔고요.”


“그래도 마찬가지에요. 저희는 저희 나름의 교리가 있거든요.”

“그럼 명문화된 책자가 있을 것 아녜요. 시험 보면 되잖습니까. 아니면 헌금을 하겠습니다. 신앙심을 증명할 정도로 넉넉하게.”


“어··· 얼마요?”

“글쎄요. 한 1억 정도는 가입비로 낼 수도 있는데요.”


이상하네.

왜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가 않지?


너희 다단계라며.

내가 헌금하면 커미션 받는다며.

10%나 받는다고 했던가?


그러니까 표정 펴.

너 지금 천만 원 번 거야.

더 벌 수도 있고.


“그 정도라면··· 네. 목사님께 따로 말씀드려 볼게요. 그나저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유영입니다.”


아차. 가명을 댈 걸 그랬나?

이제는 이름이 좀 알려졌을지도 모르는데.


에이··· 들키면 들키는 대로 또 어떻게든 되겠지.


“아··· 상당히 특이한 이름이네요. 혹시 직업은요?”

“작은 회사 대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종교가 하나 있으면 사업하기 좋잖아요? 그래서 희망교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같이 교회로 가시죠. 목사님께 직접 소개해 드릴게요.”

“이제야 정말로 대화가 잘 통하네요.”


“정말 특별한 신도님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참, 제 이름은 이하은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형제님.”


별말씀을.

내가 잘 부탁드려야겠지.


돈 밝히는 놈들이라 좋네.

돈으로 해결하면 되니까.


그런데 뭐가 이렇게 묘하게 찝찝한 기분이 드냐.

정확히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전도쟁이의 태도가 뭔가 이상한데?



***


“교주님. 큰일입니다.”


교주전(殿).


가발이 삐뚜름하게 벗겨진 교주가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거대한 침대에는 불쌍한 여신도들 여럿.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새끼가 무슨 노망난 짓인지.


“누가 감히 본좌의 단잠을 방해하느냐.”


말투도 아주 좆같았다.

요즘은 진짜로 치매끼가 좀 있긴 한데 원래부터 말투는 그랬다.


좋다는 것만 골라서 처먹은 효험이 있는가.

아흔 살이나 처먹고도 영 하나님 품으로 갈 생각이 없었다.


그뿐인가.

보톡스다 잡티 제거다 쁘띠주사다 온갖 해괴한 지랄들은 빼놓지 않고 다 했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젊은이들 혈청을 뽑아다 수혈까지.

종래에는 동남아 쪽 신생아 태반을 싹쓸이해다 고아 먹는단다.


대체 얼마나 오래 살고 싶어서?

지옥갈까봐 두려워 벌벌 떠는 새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희 쪽 ‘뿌리’가 다 잘려나갔습니다.”

“뭐··· 뭐?”


뿌리란, 정부 요직에 심어둔 신도를 의미하는 은어.

비서는 스마트폰을 켜서 교주에게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 사이비 종교 단체인 ‘희망교’에 대해 아십니까. 지난 16일, 희망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었다고 합니다. 경찰 측은 정부 요직에 대거 숨어 있던 희망교 측 교인 명부를 입수한 것으로부터···.


“이게 무슨 사탄 마귀 들린 소식이야! 너! 너가 하는 일이 뭐야, 이 개새끼야! 이딴 간단한 기름칠 하나를 못 해서 이 사단이 나게 만들어! 너! 너 사탄이야?”


비서 유다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죄송합니다. 교주님. 정의철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접선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되었습니다. 소문대로 청렴하고 대쪽같았습니다.”

“너 미쳤어! 지금 내 앞에서 사탄 마귀를 칭송하는 거야? 어? 능력 있다고 해서 오냐오냐 해 줬더니만 드디어 정신이 나갔구만. 느그 에미 생명줄을 끊어 놔야지만 정신 차리겠어? 당장 병상 빼내라 할까?”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바로잡도록 하겠습니다.”

“명심해. 사탄 마귀 들린 니 에미 용서한 것도, 구해준 것도, 살려두고 있는 것도 나야. 당장 쳐 죽였어도 모자랄 년 목숨 부지 시켜 줬으면 자식인 된 도리로 은혜를 갚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지 않겠어?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게 맞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에라이 이 빌어먹을 사탄 마귀 뱀같은 새끼야! 아침부터 기분 잡치게스리···. 약이나 갖고 와! 그리고 이 일 해결 볼 때까지는 밥 처먹을 생각도 하지 마!”



24시간 중 18시간.

교주가 약에 취해 있는 시간이었다.


아침에는 그나마 정신이 말짱해서 대화를 시도해 본 것이었는데···.

전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기분만 잡쳤을 뿐이었지.


유다훈은 향정신성 약물을 주사기에 넣어 쟁반에 담아 왔다.

화가 치밀었다.

스스로 주사기 꽂을 능력도 없는 주제에···.


매일 꼬박 주사기를 꽂을 때마다 유다훈은 생각했다.

조금만 더 투약량을 늘릴까.

비루한 노인네 목숨 끊어내는 일 따위···.

어린애 손목 비트는 일보다 더 쉬운 일인데.


아주 간단한 일이었지만 그럴 때면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그 긴 세월을 희망교에 몸바쳤지만 가진 것 하나 없어서···.

어머니를 번듯한 병원으로 옮길 수가 없어서···.


정말이지 그놈의 돈이 족쇄고 원수였다.


유다훈은 너무나도 잘 알았다.

어머니의 목숨을 유지하는 대가가 있다는 사실.

30만 신도들의 고통은 어머니의 목숨 하나 때문에 연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유다훈에게는 30만의 타인보다, 어머니 한 명이 더 소중했다.


조금만 더 버티자.

조금만 더.

어머니 살아계실 때까지만.


그렇게 버텨온 세월이 벌써 15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끝날 때가, 혹은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유다훈은 그런 직감이 들었다.



***


“신기하네요. 교회인데 간판도 없고, 십자가도 없고. 일반 회사 건물 같아요.”

“... 그렇지요?”


“핑곗거리 없습니까?”

“뭐··· 평범한 신도에게는 핑계를 대죠.”


“저는 평범한 신도가 아닙니까?”

“그런 셈이죠. 다 알고 오신 거니까. 다 알고 이용하러 오신 거니까요. 여기가 그래요. 이용하는 사람과 이용당하는 사람. 두 가지 부류밖에 없거든요.”


이하은은 체념한 듯 보였다.


유영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혹시··· 자각이 있으신 거예요?”

“무슨 자각이요. 희망교가 답도 없는 사이비 단체고 교주는 씹어먹을 개새끼라는 거요? 모르는 사람 없어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교주는 인터넷을 선악과라 부르며 멀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도 안 되잖아요. 저희도 알 건 다 알아요.”


“그런데 왜 여기 계세요?”


이하은은 걸음을 멈춰섰다.

그리고 뒤돌아선채 말했다.


“달리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여기가 발 붙일 마지막 장소니까요. 다들 그래요. 좋아서 여기 있는 사람 없어요. 희망교에 빚을 많이 져서, 제 손으로 가족들과 연을 다 끊어내서, 약점을 잡혀서, 가족들이 다 희망교 교인이라서, 학대와 세뇌를 심하게 당해서···. 진짜로 교주 헛소리를 믿어서 여기 있는 사람, 교주밖에 없다고 보셔도 될 거예요.”


이하은은 그런 무거운 내용을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애써 태연한 척하는 느낌이 역력히 났다.

타인의 감정에 둔감한 유영이 보기에도 티가 심하게 났다.


그건 마치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툭 밀면 떨어져 산산조각이 날 것 같은데 억지로 버티고 있는 듯했다.


유영은 모른체할까 하다가··· 툭 밀어 보기로 했다.

크게 다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외줄타기를 끝내는 방법으론 유일하니까.


“힘드시겠지만··· 말씀해 보시겠어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하은은 고개를 돌려 유영을 바라보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사연은 아니었지만···.


고작 이 정도의 용기도 내지 못한다면 자신에게는 더 이상 구원이 없을 것만 같았다.


“여기서는 그렇고··· 차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네. 그러죠.”



***


한적한 커피숍.


이하은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않았다.


유영은 고개를 숙인 채 미간을 부여잡고 있었다.


계획은 방금 대폭 수정되었다.

교주만 잡아 죽인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으니까.


박멸이라는 단어를 거듭 떠올리는 유영.

생각보다 벌레들의 규모가 너무 컸다.


골치가 아팠다.

어떤 방법으로도 죗값을 온전히 치르게 할 길이 없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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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휴가 계획 24.09.15 4 0 15쪽
61 휴식 24.09.14 8 1 17쪽
60 사이비 종교(7) 24.09.13 8 0 16쪽
59 사이비 종교(6) 24.09.12 9 0 14쪽
58 사이비 종교(5) 24.09.11 8 1 14쪽
57 사이비 종교(4) 24.09.10 10 0 14쪽
56 사이비 종교(3) 24.09.09 10 0 14쪽
» 사이비 종교(2) 24.09.08 11 0 12쪽
54 사이비 종교(1) 24.09.07 9 0 13쪽
53 특별 훈련 24.09.06 11 0 13쪽
52 대통령의 의뢰 24.09.05 10 1 12쪽
51 필요악 24.09.04 11 0 13쪽
50 대통령의 진노 24.09.03 10 0 12쪽
49 호들갑 24.09.02 11 0 12쪽
48 사형수(7) 24.09.01 10 0 13쪽
47 사형수(6) 24.08.31 10 0 11쪽
46 사형수(5) 24.08.30 9 0 11쪽
45 사형수(4) 24.08.29 9 0 11쪽
44 사형수(3) 24.08.28 9 0 11쪽
43 사형수(2) 24.08.27 12 1 11쪽
42 사형수(1) 24.08.26 11 0 11쪽
41 단절과 이어짐 24.08.25 12 0 11쪽
40 유영과 소장의 데이트 24.08.24 13 0 12쪽
39 층간소음 보복 임무(3) 24.08.23 15 0 13쪽
38 층간소음 보복 임무(2) 24.08.22 15 1 10쪽
37 층간소음 보복 임무(1) 24.08.21 18 0 11쪽
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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