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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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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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악

DUMMY

낙원과의 전쟁.

대통령은 초강수를 뒀다.


낙원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소장님. 어떡해요?”

“어떡하긴?”


“뭔가··· 계획이 있으시겠죠?”

“없어.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도망치고 싶어?”


“...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 어차피 우리에게 선택지는 딱 하나 뿐이야.”


맞서 싸울 수는 없다.

명분이 없으니까.

낙원은 빼도박도 못하는 범죄 집단이니까.


해외 도피는 부끄러운 짓이다.

도주는 여태 해온 고생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

동정조차 받지 못할 최악의 선택.


어차피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마지막 남은 선택지는 무엇이란 말인가?


“묵묵히 기다리자. 시대가 우릴 버리면 우린 여기서 끝인 거지. 단지 그 뿐.”


운명에 맡기는 것.

낙원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였다.




***


“안녕하십니까. 정의철 의원님.”

“아··· 법무부 장관님.”


고급 요정.

손님은 단 둘 뿐.


“이렇게 갑작스레 비밀 회동을 요청했는데도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정의철은 산해진미와 최고급 술을 두고도 우롱차를 따랐다.


“정말로 술은 끊으셨습니까?”

“그럼요. 국민들과 한 약속인데요.”


“존경스럽습니다.”

“그럴 것 없으십니다. 개인적으로도 술이 웬수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뭐가요?”


“왜 뵙자고 했는지 말씀조차 드리지 않았으니까요.”


정의철은 안경을 고이 접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더없이 선해보였던 인상.

지금은 한 마리 야수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들을 필요가 없죠. 물을 필요도 없고.”


뻔하니까.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것 쯤 안다.

국무위원들 중에도 정의철의 눈과 귀가 있으니까.


아직 장관이 정식으로 사퇴 선언을 발표하기도 전.

대통령은 다급하게 낙원과의 전쟁을 선포해 버렸다.


“강두홍이 보기와는 달리 구린 게 많았는가 보군요.”

“아니··· 어떻게 아셨습니까?”


“궁지에 몰린 쥐새끼처럼 구니까요. 그리고 아마 장관님은··· 아마 선물을 들고 오셨을 겁니다.”



법무부 장관의 등에 소름이 쭈르륵 돋았다.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겉으로는 인상 좋은 아저씨처럼 보이면서, 그 속에는···.’


뭐랄까.

곰 같은 사람이랄까.


푸근하고 친근한 모습이지만, 작정하면 상대를 찢어 죽이는.


“예. 의원님 동영상, 그 배후에는 강두홍이 있었습니다.”

“... 그렇군요. 하지만 그것 가지고는 특검이나 탄핵은 어림도 없다는 거, 아시죠?”


“그럼요. 건덕지는 많아요. 국책사업 예산 횡령, 비선실세, 처가의 주가 조작, 감싸주기. 증거 또한 당연히 가지고 왔습니다.”

“한 번 봅시다.”


정의철은 안경을 다시 끼고 서류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법무부 장관은 연신 물만 들이키며 긴장한 채 앉아 있었다.

분명 좋은 선물을 들고 왔는데도 왜 그리 목이 타는지.


검토를 끝낸 정의철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확실한 정보라고 봐도 좋겠네요. 교차 검증은 해 봐야겠지만. 단, 궁금증은 풀어야겠습니다.”


뜻밖의 행운 따윈 믿지 않는 정의철.


“무슨 이득을 얻으려고 저한테 오셨을까요? 아시다시피 저는 부정한 청탁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설령 제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장관직을 약속하는 일 따위는 없단 말입니다.”


설령···?

정의철 말고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라도 존재한다는 말인가?


‘설령’은 정말 겸손한 단어였다.

오히려 오만해 보일 정도로.



법무부 장관은 사실대로 고하기로 했다.


“아마 말씀드려도 이해하지 못하실 겁니다.”

“판단은 제가 하겠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 엿 먹어 보라고요.”

“예?”


“강두홍 말입니다. 엿을 좀 먹이고 싶어서요.”


지나치게 솔직한 장관의 발언.


정의철은 고민했다.

이거, 웃음을 참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국 정의철은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파하하하하하! 장관님, 이런 사람인 줄 전혀 몰랐네요. 흐하하하하!”

“...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닙니다만, 최근에 좀 변했습니다.”


“왜요? 흐흐흐.”

“평생을 참고만 살았습니다. 또한 이치에 맞지 않으면 행하지 않았죠.”


“그런데요?”

“... 그런 것 따위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있더군요. 당했으면 갚아주고, 자기 멋대로 구는 사람요.”


“이수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기억하실까 모르겠습니다만, 사람들이 낙원의 직원들을 욕했었죠? 상대가 아무리 중범죄자라도 너무 처벌이 잔인하다고요. 그러자 이수정이 방송에 나와서 말했습니다. ‘고생하는 애들 기죽이지 말고 입 닥쳐라’고요.”


법무부 장관은 씁쓸한 표정으로 이마를 쓱쓱 문질렀다.


“자꾸 그 말이 생각났어요. 내심 낙원의 직원들이 조금 부러웠는지도요. 이수정··· 누구랑 많이 비교되지 않습니까?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고 자기 안위만 신경쓰는 강두홍이랑은 정반대잖아요.”

“그러니까··· 장관님의 신념이 대통령의 행태를 용납하지 못했다. 이런 말입니까?”


“예. 더군다나 제 탓을 해대니 더욱요. 아니, 낙원 사이트 합법화한 게 그리 큰 죄입니까? 그보다 유해한 사이트들도 버젓이 접속 가능한데. 그리고 낙원을 검거하지 않은 게 왜 제 탓입니까. 강두홍 탓이지.”

“그러게요···.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결국 강두홍이 제 동영상을 뿌리는 바람에 그 누구도 섣불리 낙원을 건드리지 못하게 된 셈이니까요.”


“그렇네요. 멍청한 사람은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 법이죠.”

“아무튼 장관님의 진심은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궁금함인데 말입니다.”


“말씀하십시오.”

“장관님은 낙원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무부 장관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머뭇거리다 답했다.



“... 필요악이라고 봅니다.”




***


[‘낙원과의 전쟁’ 급제동. 정의철 의원, 강두홍 특검법 발의]

[충격! 24조원 횡령, 주가 조작, 비선실세 의혹까지. 똥 묻은 개 강두홍]

[강두홍 탄핵 청원 일주일 만에 50만 돌파. 탄핵 소추안 발의 움직임]

[“보복성 탄핵 멈춰!” 레임 덕도 아니고 데드 덕(Dead duck)의 처절하고 외로운 외침]

[대통령 지지율 2.8%, 탄핵 동의 여론은? ‘매우 긍정적’ 94%]


정의철의 철퇴는 예나 지금이나 매웠다.

그걸 맞고도 살아남은 건 유일하게 낙원 뿐이었고.


장관이 가져온 건 총알 정도가 아니었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급이었지.


좋은 무기를 들고도 쟁여놓기만 할 정의철이 아니었다.





“... 이럴 거라고 예상하셨습니까, 소장님?”

“내가 무슨 수로? 나는 신도 아니고 무당도 아닌데.”


“정말 인생사 알 수가 없군요.”

“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의철이랑 서로 죽일 듯 싸웠었잖아요.”

“영아. 정의철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그런가요?”

“그럼. 저 사람은 정치인일 뿐이야. 낙원은 신경조차 안 쓸 걸. 본인이 대통령 되려고 저러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슬프네요.”

“슬퍼할 것 없어. 우리는 원래 외로워야만 하는 사람들이니까.”


이수정의 의견은 상식적이었다.

정치인에게 순수한 호의를 기대하면 안 되는 법이니.


게다가 정의철은 어딘가 뒤틀려 있는 놈이었다.

하루아침에 술을 끊은 놈.

그 어떤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는 놈.


훌륭하지만··· 솔직히 평균적이거나 정상적이진 않잖은가?

비범하다는 말 자체가 일반과는 거리가 멀단 말이니까.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결함이 있는 존재이기에.


그러니 정의철도 어딘가 구린 속내가 있다고 봐야 옳았다.

그 속은 본인만이 알 일이지만.



***


강두홍의 탄핵 60여일 뒤 치러진 대선.


“정의철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 가운데, 방금 개표가 종료되었습니다. 최종 득표율 82.3%! 대한민국의 XX대 대통령은 정! 의! 철! 후보입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정의철은 드디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머쥐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띵동. 유영의 저택에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왔다.


-대통령실에서 왔습니다. 동행하시죠.

“예? 어디서 오셨다고요?”


정의철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한 일.

유령을 납치하는 일이었다.



···


“대체 이게 뭡니까?”

“어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눈을 부라리느냐?”


“되도 않는 상황극은 집어치우시고요. 대통령이면 사람 이렇게 막 납치해도 되는 거예요?”

“납치라니 굉장히 섭섭한 단어 선택인걸. 정중히 모셔왔거늘.”


“대체 왜 이러시는데요.”

“낙원, 없애려고. 그래야 맞잖아.”


“아, 그러시려고요? 이제 대통령 됐다 이겁니까? 토사구팽. 눈엣가시는 싹을 자르겠다?”

“어어. 어쩐지 자꾸 섭섭하게 나오네. 우리 사이 신뢰 관계가 이정도밖에 안 됐어?”


“신뢰고 나발이고 저희는 아무 관계 아니잖아요. 그보다 대통령실에 이렇게 막 범죄자를 들여보내도 됩니까?”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가슴을 후벼 파는군. 차근차근 오해를 풀어 볼까.”


정의철은 애꿎은 난초 이파리를 만지작거렸다.


“아무 관계가 아니다···. 그런 일방적인 태도는 인정할 수가 없네.”


유영은 어이도 없고 대꾸할 말도 없었다.


“이런 방식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건 사과하지. 그런데 어쩌겠는가? 연락처 차단은 자네가 먼저 했고, 나는 함부로 대통령실을 비울 수 없는데.”

“아, 그러니까 국정이나 잘 돌보시라고요.”


“그러려고 불렀다니까. 그러니까 자네는 일종의 자문 위원인 셈이지.”

“훨씬 똑똑한 사람 널리고 썰렸는데 제가 무슨 자문 위원이에요. 당장 떠오르는 사람만 해도 전 정권 법무부 장관이랑, 저희 소장님도 계신데. 아니아니, 다 차치하고서라도 이거 비선실세 취급 받기 딱 좋겠는데요.”


“현장직의 의견도 수용해야지. 그리고 이수정은··· 무서워.”

“예?”


“무섭다고.”



유영은 대놓고 정의철을 경멸의 시선으로 깔아보았다.


‘어린애들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 아저씨 대체 왜 이래?’


정의철은 그런 시선마저 즐기고 있었다.

대화의 흐름은 정확히 정의철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비선실세?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오롯이 내가 판단하고, 중요한 결정은 국무회의를 통해 적법한 절차대로 할 테니까.”

“자꾸 이야기가 빙빙 도는데, 진짜로 저를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성질 급하긴.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봐. 그래, 솔직히 말해?”

“아까부터 계속 부탁드렸잖아요. 저 그렇게 여유로운 사람 아닙니다.”


“일단 시원한 보리차 한 잔 하지. 이게, 술을 끊으니 참 좋아. 머리도 맑아지고 체력도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니까. 흐하하. 이것도 다 자네 덕이지 뭐.”


일국의 대통령이 직접 말아주는 얼음 보리차 한 잔.


유영은 그런 영광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받아들었다.


“금주 성공하신 건 축하드립니다만···. 이게 대체 다 뭔가 싶네요.”

“그래.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넘어갈까.”


“제발요.”

“낙원에 대해서는 나도 고민이 많아. 그런데 일전에 법무부 장관이 그러더군.”


“뭐라고 하던가요? 당장 없애야 된다고 그랬겠죠?”

“아니. 필요악이라고.”


의심스런 표정을 짓는 유영.

법과 도덕의 의인화같은, 그 양반이 그랬다고?

옳은 말만 해대는 바른 생활 사나이가?



정의철은 비릿하게 웃었다.


“낙원? 없애야지. 내 공약 중 하나니까. 다만 언제까지 한다고는 안 했어.”


정의롭고 선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정의철은 마치 최종 흑막처럼 사악하게 웃었다.


“내가 자네를 부른 진짜 이유는 말이야···. 아직 세상은 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

“말씀 좀 쉽게쉽게 하세요. 저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서.”


“에이씨··· 한껏 분위기 잡고 있는데···. 쯧. 그래. 의뢰 하나 하려고 불렀다. 아, 진짜! 맛이 전혀 안 살잖아!”

“바쁜 사람 불러다가 뭐 하는 짓이에요! 게시판에다가 띡 쓰면 될 것을 드럽게 비효율적으로 사시네요.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해요?”


“진짜 너는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싸가지다. 대통령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됐고, 용건.”


정의철은 폭발하려는 성질머리를 억누르느라 부들부들 떨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비 종교가 있어. ‘희망교’ 라고 혹시 들어 보았나?”

“그런 건 경찰이나 검찰한테 맡기시죠. 저 갑니다. 시간 낭비만 했네.”


“야 임마! 말 좀 끝까지 들어라! 내가 괜히 낙원에 의뢰를 하겠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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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휴가 계획 24.09.15 4 0 15쪽
61 휴식 24.09.14 8 1 17쪽
60 사이비 종교(7) 24.09.13 8 0 16쪽
59 사이비 종교(6) 24.09.12 9 0 14쪽
58 사이비 종교(5) 24.09.11 8 1 14쪽
57 사이비 종교(4) 24.09.10 10 0 14쪽
56 사이비 종교(3) 24.09.09 10 0 14쪽
55 사이비 종교(2) 24.09.08 10 0 12쪽
54 사이비 종교(1) 24.09.07 9 0 13쪽
53 특별 훈련 24.09.06 10 0 13쪽
52 대통령의 의뢰 24.09.05 9 1 12쪽
» 필요악 24.09.04 11 0 13쪽
50 대통령의 진노 24.09.03 10 0 12쪽
49 호들갑 24.09.02 11 0 12쪽
48 사형수(7) 24.09.01 10 0 13쪽
47 사형수(6) 24.08.31 10 0 11쪽
46 사형수(5) 24.08.30 9 0 11쪽
45 사형수(4) 24.08.29 9 0 11쪽
44 사형수(3) 24.08.28 8 0 11쪽
43 사형수(2) 24.08.27 11 1 11쪽
42 사형수(1) 24.08.26 10 0 11쪽
41 단절과 이어짐 24.08.25 12 0 11쪽
40 유영과 소장의 데이트 24.08.24 13 0 12쪽
39 층간소음 보복 임무(3) 24.08.23 15 0 13쪽
38 층간소음 보복 임무(2) 24.08.22 15 1 10쪽
37 층간소음 보복 임무(1) 24.08.21 17 0 11쪽
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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