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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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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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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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1)

DUMMY

유영이 자수하기 전.

소장실.


“...예? 소장님. 감옥에 가라고요?”

“뭐, 타이밍이 조금 공교롭긴 하네. 그런데 너 아니면 할 사람이 없어.”


“혹시 낙원··· 망한 건가요?”

“무슨 섭섭한 소리야. 망한 거라면 내가 책임을 지겠지. 왜 너를 보내겠니?”


“그러면 대체 왜요?”


소장은 유영의 억울한 표정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아··· 중독되겠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설명을 해줘야 마땅하겠지만 조금 장난기가 동했다.


“영아. 그냥 가라면··· 가겠어?”

“예. 소장님이 가라고 하시면 가겠습니다. 이유 따윈 필요 없어요. 소장님 명령이니까요.”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없더라도 알만했다.

유영의 발언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을.


그 곧고 흔들림 없는 눈빛에 이수정은 가슴이 뛰었다.


“아이··· 조금 더 놀려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하긴, 사안이 사안인데 농담할 때는 아니지.”

“아··· 농담이셨어요? 저질이시네요 진짜.”


“농담은 아냐. 너 진짜로 감옥 가야 돼.”

“... 대체 왜 그러시는데요. 정말 안 알려주실 건가요?”


이수정은 비어 있는 의자를 톡톡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유영은 조금 긴장한 상태로 무릎과 두 손을 모은 채 의자에 앉았다.


“여기 이 파일 좀 읽어 봐.”



유영이 사건 파일을 읽는 동안 이수정은 유영의 어깨를 살살 어루만졌다.


‘··· 당분간 보기 힘들겠네. 벌써부터 그립다.’






[목표물]


장재춘.

대한민국 최연소 사형수.


[범행 동기]


의뢰인과는 연인 관계였었음.

그러나 장재춘이 의뢰인에게 폭력을 휘둘러 전치 6주의 중상을 입힘.


의뢰인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장재춘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함.

이에 장재춘은 앙심을 품게 되었음.


[사형 선고를 받은 이유]


1. 범행의 계획성

미리 흉기 및 증거 인멸 도구를 준비함.

배관공으로 위장하여 의뢰인의 집에 침입하였음.

CCTV에 대사를 외우는 모습이 찍혀 있음.


2. 수법의 잔인성.

의뢰인의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함.

지문 인식을 통해 의뢰인 부모의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했음.

부모님인 척 의뢰인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귀가를 유도함.

그 뒤 부모님의 시신 앞에서 의뢰인을 성폭행했음.


[기타 특이사항]


의뢰인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도망쳤으나 신체적·정신적으로 불가역적인 피해를 입었음.


사형 선고를 받은 장재춘은 교도소에서도 불성실하게 생활하였음.

항소가 기각되고 사형이 확정되자 형기가 늘어나지 않는 점을 악용하여 교도관 및 재소자들을 괴롭힘.


해당 내용은 언론에 보도됨.

의뢰인은 뉴스를 보고 섬망을 동반한 전신 발작 증세를 보임.


보다못한 병원 관계자가 낙원에 의뢰를 하자고 피해자를 설득하였음.





“이게 사람 새낍니까? 대체 이런 새끼가 왜 살아있는 건데요!”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니까.”


유영은 떠오르는 모든 욕들을 주워 삼켰다.

시원하게 내뱉지를 못하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건 소장님이 말리셔도 제가 가야겠습니다.”

“일단 좀 침착하고···.”


“침착하게 생겼어요? 더 기다릴 것도 없어요. 당장 헬기 타고 가서 죽이고 나올게요.”

“효율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말이야. 진정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볼래?”


심호흡을 하려고 애쓰는 유영.

머리에 피가 쏠려 그마저도 어려웠다.


하지만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 보면···.


“생각이 짧았어요. 그렇게까지 대놓고 하면 교도소 쪽에 민폐겠네요.”

“그래. 죄 없는 교정 공무원 분들한테 폐를 끼치지 말자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겠니.”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냥 죽이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요.”

“뭔데?”


“죽음도 이 놈한테는 너무 너그러운 처사라는 거죠.”

“.......”


“참 어렵네요. 소장님도··· 정말 힘드시겠어요. 그럼, 다녀 오겠습니다.”


씁쓸하게 웃는 이수정.


관리직이란, 감정을 죽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자리다.

이수정은 유영이 그런 점을 알아주었으면 했다.


··· 언젠가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를 대비해서.




***


영아. 나는 네가 그 곳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가 있지···.

그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죄야.


하지만 살인죄 중에서도 특히 무거운 죄는 바로 가정을 파괴하는 것 아닐까.

가정이란, 단순히 가족 구성원들의 합이나 거주 공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니까.


가정은··· 곧 세상이야.

마음을 놓을 곳.


그걸 파괴한 죄는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어.

어떤 복수를 해도 피해자는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으니까.


···내가 그렇듯이.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무너뜨리는 범죄들이 많아.

솔직히 포기하고 싶어.

모두 놓고 떠나고 싶어.


··· 진심으로 낙원을 폐쇄하고 싶어.


그런데 세상에는 나쁘다는 말로도 모자란···.

벌레라고 하기엔 벌레에게 미안한.

대체 무엇이라 불러야할지조차 감이 안 오는,

쓰레기보다도 가치가 낮고 암보다도 더 큰 피해를 끼치는 것들이 있지.


나는 그것들을 목표물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목표물들이 있는 한.

나는 자수할 수 없고.



***


청성 교도소.

유영은 노란 명찰을 달고 그곳에 갇혔다.


“안녕하세요. 유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자기소개조차 필요 없는 거물 신입.

교도소의 모든 사람들은 유령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방장이 깍듯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심까. 유령 님. 저는 방장이었던 ‘몽디’임다. 몽둥이라는 뜻이고, 특수상해죄로 4년 선고받았슴다.”

“방장이었던··· 이라고요? 그럼 지금 방장님은 누구세요?”


“누구겠슴까. 당연히 유령 님이시죠.”

“저는 조용히 지내겠습니다. 계속 방장님이 방장을 맡아 주십시오.”


“그라믄 최대한 쾌적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애쓰겠슴다.”

“괜찮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애쓰지 마십시오.”


몽디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있슴다. 모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니 부디 편히 계십쇼.”


유영은 예상치 못한 호의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부담이라면 익숙하다.

더 부담스러운 사람도 많이 만나 봤으니까.



이번에는 방장 오른 편에 앉아 있던 안경 쓴 죄수가 벌떡 일어나 깍듯이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안경’입니다. 횡령죄로 7년 선고받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 안경은 말하자면 범털임다. 유령 님만큼 부자는 아닐 낀데, 로비를 잘 함다. 교도관한테 기름칠이 필요하시면 임마한테 말씀하시면 됨다.”



다음은 방장 왼 편의 늙은 노인.


“내래 ‘대포동’이고, 고조 필요한 물건이래 있으믄 말만 하라. 구해다 주든 만들어 주든 할 테니끼니. 아, 죄명이래 국보법 위반. 들어온 지는 40년 돼서.”

“어르신은 탈북자이신데 간첩 혐의로 들어오셨슴다. 이남에 이산가족을 찾으러 오셨다 했는데···.”


“씰데없는 말 하디 말라우.”

“예. 어르신. 아무튼 유령 님, 웬만한 밀반입품은 어르신을 거쳐야 함다.”


유영은 대포동이 묘하게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이내 곧 흔한 기시감이라고 치부했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생각보다 인원이 많지는 않네요?”


“예. 쾌적하지 않슴까? 모범수 방이기도 하고, 안경이 교도관들 뒤를 닦아 주고 혜택을 좀 봤슴다.”

“아이, 형님. 뒤를 닦다뇨. 세무 상담이라고 해 주세요.”


“그게 그거잖아. 임마는 은행원 출신인데 고객들 재산 가지고 코인 도박을 한 미친 씹새낌다.”

“도박이 아니라 투자요. 잠깐 갖다가 쓰고 돌려 놨는데 7년 받았습니다. 싹 들고 튀었으면 오히려 형량이 줄었을 건데.”


“형량은 새끼야, 원금만 뱉고 수익금을 안 뱉어서 그런 거라매. 괘씸하다고.”

“내 실력으로 번 돈인데 왜 돌려줘야 돼요? 누구한테 피해를 입힌 것도 아닌데 7년은 너무하잖아요.”


“하, 이래서 안경 쓴 새끼들은 꼭 먹물 좀 뭇다고 잘난 체를 해요. 눈까리 먹물을 쪽 빨아뻘라.”

“솔직히 까놓고 말해 봅시다, 형님. 빠따로 사람 패서 식물인간 만든 죄가 큽니까, 돈 빌려다 쓰고 되돌려놓은 죄가 큽니까?”


“야 이 개라슥아. 고 씨양넘에 새끼가 먼저 우리 형님을 칼로 푹 담갔다 안 했냐. 칵 진짜 씨발 몽디로 조 패뿔라.”


몽디랑 안경이 아옹다옹하는데 대포동이 나지막이 말했다.


“싸우지들 말라. 손님이래 오셨는데 사나운 꼴 보여야 쓰갔어?”


“죄송함다. 어르신.”

“아··· 죄송합니다.”



노쇠하고 야윈 노인.

낡고 주름진 몸과는 대조적으로 눈빛이 형형했다.


“기런데··· 수용소 안에까지 소문이래 자자한 그 류령이 붙잡혀 왔을 리는 읎구··· 지 발로 온 거이겠디. 왜 이까지 왔어?”


유영은 고민했다.

과연 감방 동료들을 믿어도 될까.


분명 유용해 보이긴 한다.

몽디는 주먹, 안경은 돈과 머리, 대포동은 손재주와 경험 그리고 유통 루트.

손을 잡는다면 홀로 임무를 수행하는 쪽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감옥에서 누군가를 믿어도 될까?

너무 위험 부담이 큰 일이다.

모두 범죄자니까.

나름 사정들은 있어 보이지만, 범죄자란 사실은 변치 않는다.


위험 부담과 이득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던 유영은 결론을 내렸다.


‘배신? 얼마든지 해. 대가를 치르게 하면 그만이니까.’


나약한 자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

위험 부담이 크니까.


강한 자는 사람을 일단 믿는다.

배신자는 처단하면 그만이니.


결국 유영은 사실을 말했다.


“사형을 집행하러 왔습니다.”

“사형이라... 기카믄 보자···.”


대포동은 머리를 톡톡 두들기며 이런저런 가정을 하다가,


“장재춘?”


첫 번째 시도만에 정답을 맞췄다.


한 번 고개를 끄덕이는 유영.



몽디는 화들짝 놀랐다.


“낙원의 임무를 수행하러 오셨단 말씀이심까? 교도소에 갇히면서까지···?”

“이 사실은 비밀로 해 주십시오.”


몽디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거 아님까. 뿐만 아니라 뭐든 말씀만 하십쇼. 형기가 늘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돕겠슴다. 지도 짐승같은 삶을 살았지만서도, 그 벌게이 셰끼는 디져야 마땅함다.”


안경 또한 같은 의견.


“아무래도 교도소가 시끄러워지겠군요. 제가 최대한 커버를 쳐 보겠습니다. 친한 교도관들이 많거든요.”


그렇다면 노인의 생각은 어떨까.


“남조선 수용소래 너무 말랑한 거이 문제라. 고조 그런 쌍노메 새끼래, 애진작 돌빡으루 쳐죽였어야 마땅하디 않았갔어?”



그렇게 사형집행 팀이 꾸려졌다.



유영은 팀장으로서 첫 번째 목표를 공유했다.


“대한민국 교도소가 얼마나 안락하고 안전한 공간이었는지부터 깨닫게 해 주려고요.”


사형은 아주 천천히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었다.

감전 처형이나 교수형은 아주 인도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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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사이비 종교(5) 24.09.11 8 1 14쪽
57 사이비 종교(4) 24.09.10 10 0 14쪽
56 사이비 종교(3) 24.09.09 10 0 14쪽
55 사이비 종교(2) 24.09.08 10 0 12쪽
54 사이비 종교(1) 24.09.07 9 0 13쪽
53 특별 훈련 24.09.06 11 0 13쪽
52 대통령의 의뢰 24.09.05 10 1 12쪽
51 필요악 24.09.04 11 0 13쪽
50 대통령의 진노 24.09.03 10 0 12쪽
49 호들갑 24.09.02 11 0 12쪽
48 사형수(7) 24.09.01 10 0 13쪽
47 사형수(6) 24.08.31 10 0 11쪽
46 사형수(5) 24.08.30 9 0 11쪽
45 사형수(4) 24.08.29 9 0 11쪽
44 사형수(3) 24.08.28 9 0 11쪽
43 사형수(2) 24.08.27 11 1 11쪽
» 사형수(1) 24.08.26 11 0 11쪽
41 단절과 이어짐 24.08.25 12 0 11쪽
40 유영과 소장의 데이트 24.08.24 13 0 12쪽
39 층간소음 보복 임무(3) 24.08.23 15 0 13쪽
38 층간소음 보복 임무(2) 24.08.22 15 1 10쪽
37 층간소음 보복 임무(1) 24.08.21 18 0 11쪽
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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