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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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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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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보복 임무(1)

DUMMY

오토 형은 헬리콥터만큼이나 빠르게 우리 집에 도착했다.


“과속하신 거 아니에요?”

“교통 법규 준수하면서 왔어요. 저는 오래오래 살면서 유령 님과 함께해야 하니까요.”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천천히 오셔도 된다고 했잖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어요. 시간이 아까우니 빨리 가죠.”


과하다. 과해.

낙원 사람들은 너무 과하다고.


오토 형은 내게 헬멧을 내밀었다.


“자,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헬기보다 빠르고 스타렉스보다 부드럽게.”


씨발··· 그것은 구라였다.



“제발 천천히 좀 가요!”

“이것보다 천천히 가면 실버 운전자 취급 받아요.”


“교통 법규 준수한다면서요!”

“깜빡이 켰잖아요? 그럼 상위 5퍼센트 아닙니까.”


장점은 딱 하나 뿐이었다.

스릴 만점이라는 것.


그런데 대체 왜 국도에서 스릴을 느껴야만 하는 것인가.


···


“도착했습니다. 유령 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게 이렇게 안심되는 일일 줄이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임무가 끝난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고 말았다.


“진양에서는 이런 식으로 운전하지 않았잖아요?”

“아··· 그 때는 조금 낯을 가릴 때여서 수줍게 운전했죠.”


“우리 지금보다는 조금만 더 거리를 둘까요? 서로 조금은 낯을 가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듯 해서요.”

“예···?”


제발 그런 표정 짓지 마.

장화 신은 고양이 표정 금지!


“에휴···. 돌아갈 때는 조금만 젠틀하게 부탁드려요.”

“나름 특급 서비스였는데···. 위험하게 운전하지는 않았다고요. 하지만 알겠어요. 유령 님의 부탁이라면야.”


오토 형과 나는 위험의 정의가 많이 다른 것 같았다.

코너에서 무릎이 닿을 정도로 오토바이를 꺾는 게 어찌 위험하지 않은 일이란 말인가?


아직까지도 심장이 두근거리는구만···.



그나저나 층간 소음 문제를 겪는 곳이라면 낡은 아파트일 거란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런데 이런 신축 아파트에도 층간소음이 있나요?”

“신축 아파트들이 더해요. 오히려 옛날 복도식 아파트들이 층간소음 문제가 더 적고요.”


“왜요? 요즘 아파트가 훨씬 더 비싼데.”

“저도 들은 얘긴데, 옛날에는 설계할 때 주먹구구식으로 하니까 자재를 많이 때려넣었대요. 안 무너지게 하려고. 그래서 바닥도 벽도 두꺼웠고, 철근도 많이 넣었고.”


“아··· 요즘은 계산을 정확하게 하니까 오히려 최소한의 재료만 넣는다는 얘긴가요?”

“그렇죠. 또 건축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다고 하고요. 옛날에는 기둥식으로 지어서 진동을 기둥이 다 흡수했는데, 요즘은 벽식으로 지어서 온 벽이 다 흔들린다는 거예요.”


“층간소음이 문제라면 지금이라도 기둥식으로 지으면 되지 않나요?”


오토 형은 씁쓸하게 웃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벽식으로 지어도 다 팔리니까. 입주자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으니까.”



··· 결국 이것 또한 ‘그래도 되니까’ 그러는 거였다.


주택이란 사람에게 필수적인 요소다.

집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한 가구 당 적어도 한 채 씩은 무조건 필요하다.


입주민 입장에서 아파트는 하나 뿐인 자기 집이다.

거기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곳.


그러나 건설사 입장에서 아파트는 그저 돈일 뿐이다.

빠르고 저렴하게 최대한 많이 지어야 큰 돈을 번다.

층간소음에 대한 규제가 딱히 없다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신경쓰지 않아야 맞다.

그래야 설계비, 자재비, 시공비 등등을 아낄 수 있으니까.

양심과 도덕을 버려야 당장에는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으니까.


사기업이란 영리를 추구해야 하므로 이건 당연한 얘기다.

비용을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회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가치 아닌가?


그러니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면 사람들이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건 아주 당연한 일.

그러나 당연한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이제 가죠, 유령 님. 저는 법이니 양심이니 하는 건 잘 모르겠고요, 피해자 분이 매우 고통스러우시대요. 먼저 한 번 만나 보시죠.”


···


의뢰인은 아주 처참한 몰골이었다.

줄곧 울었는지 새빨갛게 퉁퉁 부은 눈가.

눈 밑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는 수면 부족을 의미했다.


그녀가 들고 있는 조그만 아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작고 여리고 부서지기 쉬워 보이는 존재가 끔찍하게 처절하게 울고 있었다.


“제대로 못 자서 그래요···. 새벽에는 우퍼 스피커인지 뭔지를 틀어 놔서 귀신 소리가 들리니까···.”


아. 이건 비단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고 예의 바르게 말씀드렸었어요. 백화점 상품권과 함께요. 곧 아기가 태어나니 자정 이후에는 조금만 조용히 해 주십사···.”


일 주일 간은 조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일부러 자정이 넘은 시간에 쿵쿵거렸단다.


다시 한 번 찾아가 정중히 부탁했단다.

그러나 빈 손인 걸 알고 난 뒤로는 더 심해졌다고.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또 백화점 상품권을 바쳤지만, 유효 기간은 또 일 주일.

더 이상 휘둘릴 수만은 없어 참아봤지만 갈수록 정도가 심해졌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마다 스피커를 달아 놨다나.


“법적인 처벌을 할 수 있을까 알아보기도 했어요.”

“압니다. 증거 수집도 어려운데, 신고해봤자 경범죄로 분류돼서 최고 10만 원의 벌금이죠.”


나는 깜짝 놀랐다.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는데··· 벌금 겨우 10만 원?


오토 형이 이를 꽉 깨물자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았다.

하지만 오토 형은 프로답게 의뢰인 앞에서는 화를 내지 않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정말로요. 이번 임무는 조금 오래 걸릴 듯 하네요. 여기 이 카드 받으시고, 임무 끝날 때까지 호텔 스위트룸에서 편히 쉬세요.”

“저··· 죄송하지만 그럴만한 여유는 없어요. 대출 껴서 집을 사느라···. 출산하면서 제가 직장을 그만두기도 했고요···.”


“그러세요? 잠시만요.”


오토 형은 스마트폰을 툭툭 두들겼다.

뒤에서 보니 아무 어플이나 켜서 아무 곳이나 터치했는데,


“와! 축하드립니다!”

“...네?”


“층간소음 보복 임무 100번 째 고객님이시네요! 낙원이 경비는 전부 부담하겠습니다. 식비, 세탁비, 숙박비, 아 그냥 다요. 기저귀나 분유 같은 필수품은 물론이고 아기 옷 사셔도 돼요.”


의뢰인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정말요···?”

“이 아기가 복덩이인가 보네요. 참, 제가 소개해 드리는 호텔은 스위트룸 직원들이 아기를 그렇게나 잘 봐요. 믿고 맡기셔도 됩니다. 어머님은 마사지라도 좀 받으시고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아휴, 아기 예쁘게 키우시면 얘가 나라에 보탬이 되겠죠. 저한테 감사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게 다 낙원의 이수정 소장님 덕이라고 생각하시고요, 빨리 떠나세요. 돌아오실 때는 아마 윗 집이 이사간 뒤일 겁니다.”


“아니, 저···. 음료수라도···.”

“아! 저 바쁜 사람입니다. 빨리 짐 싸서 떠나시라고요. 참, 그 카드 대중교통은 안 되니까 필히 택시만 타셔야 돼요!”


의뢰인은 어딘가 마음 불편한 듯 후련한 듯 복잡한 표정으로 캐리어 하나 들고 떠났다.



“오토 형. 그렇게 하시면··· 손해 아니에요?”

“무슨 말씀이세요. 낙원에서 이벤트하는 건데.”


“아닌 거 알아요.”

“이야, 역시 유령 님은 못 속이겠어요. 에호··· 좀 부끄럽네요.”


“뭐가요?”

“마음 약한 모습 보여드리기 싫었는데.”


“아뇨. 그래서 오토 형이 멋진 거에요.”


오토 형은 픽 웃었다.


“손해는 아니에요. 사람들한테 ‘진짜 웃음’을 줬잖아요.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것.”

“그렇긴 하네요.”


“그리고 취미라니까요. 쉬러, 놀러 나온거지 돈 벌러 나온 거 아녜요. 유령 님만큼은 아니지만 저 돈 잘 벌어요. 재테크도 이것저것 하고, 가만히 있어도 돈이 벌린다고요.”

“와··· 진짜요? 저는 그런 쪽은 전혀 몰라서 그냥 옷장에 쑤셔넣어 놓는데. 가끔은 그냥 보수를 안 받을까 싶을 때도 있어요. 공간만 차지해서.”


오토 형은 아까워 죽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할 말은 많지만 나중에 하죠. 지금은 급한 일이 따로 있으니까.”

“그러죠. 그나저나 오토 형, 거짓말도 참 잘하시더라고요? 대중교통 결제가 안 된다니.”


“사기꾼들한테 사기쳐먹은 솜씨죠 뭐. 결국 이게 다 유령 님 덕분 아니겠어요? 좋은 경험 했으면 써먹어야 인지상정이니까.”


···


오토 형은 301호의 초인종을 띵동 눌렀다.

의뢰인이 살고 있는 201호의 윗 집.


“오토 형, 401호로 가야되는 것 아니에요? 윗집의 윗집에 가서 복수를 한다고 하셨던 것 같아서요.”

“맞아요. 그런데 그 전에 한 번 면상이나 보게요. 사람인가 아닌가.”


참 너그럽기도 하지.

나 같으면 기회를 주지 않았을 텐데.


오토 형에게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다.


“이게, 의뢰인 사연이 아무리 절절해도 팩트 체크는 해 봐야 하거든요. 사람마다 입장이 다른 거라서.”


역시. 몇 살 많지만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란 무시 못 하는 법인가 보다.

따라오길 잘했다. 렉스 형도 그렇고, 오토 형도 그렇고.

형들한테는 정말 배울 점이 많다니까.

아··· 그런데 연륜이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좀 적은가?


그런데 301호 아저씨가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나는 알았다.

딱히 반전은 없겠구나.


“아, 씨발. 낮잠 자는데 누가 귀찮게 초인종을 눌러.”


지겹다. 지겨워! 또 문신돼지충이란 말인가!

아니, 이 새끼들은 무슨 고유한 종(種)이라도 된단 말인가?

왜! 왜! 항상 좆같은 일에는 너희들이 끼어 있는 거냐고!


301호는 눈부신 형광 숏팬츠만 입고 나왔다.

그 외의 부위에 대해서는··· 역겨우니 묘사하지 않도록 하겠다.


놀랍게도 진짜로 낮잠을 자던 중이었는지 몰골이 꽤 추했다.

집 안에서는 담배 연기가 스멀스멀 기어나왔고 술냄새가 진동했다.


오토 형은 프로답게 사무적인 어조로 예의 바르게 말을 건넸다.


“아, 저는 201호 지인인데요. 혹시, 좀 조용히 해 주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좆까. 씨발, 그리고 너. 이런 식으로 초인종 누르면 스토킹 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것 알아? 나 지금 매우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어!”


“알죠. 매우 잘 알죠. 하지만 반복적이지도 않고 지속적이지도 않으면 스토킹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찾아오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층간 소음을 유발하는 행위, 그만 둘 생각 없으신가요?”

“뭐래 이 씹병신이. 뒤지기 싫으면 다신 찾아오지 마라.”


쾅! 면전에서 문이 세게 닫혔는데도 오토 형은 프로페셔널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유령 님. 301호가 사람 새끼가 아니어서요. 마음 놓고 신나게 놀아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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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형수(2) 24.08.27 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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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단절과 이어짐 24.08.25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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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층간소음 보복 임무(1) 24.08.21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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