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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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진노

DUMMY

“시청자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질문 드리겠습니다. 출연을 결심하신 계기는요?”

“사람들이 중요한 걸 놓치고 있어서요. 하잘것없는 궁금증 따위는 확 치워 버리려고 나왔습니다.”


“중요한 것이라 하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제 외모 빼고 다요. 인권의 의미와 사형 존폐론. 교정직 공무원들의 열악한 환경. 낙원 직원들의 노고.”


“처음부터 굉장히 무거운 주제가 많이 나왔습니다. 어쩐지 오늘 하루 안에 다루기에는 어려울 듯 한데요. 가장 중요한 주제를 꼽는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유성현은 노련했다.

다음 출연을 자연스럽게 유도했으니.


그러나 이수정이 그 뻔한 의도를 모를 리가 없었다.


“제가 직접 그 주제에 대해 사견을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범죄자일 뿐이니까요. 판단은 현명하신 국민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이수정은 벌떡 일어나 카메라를 향해 미소지었다.


“궁금증은 충분히 풀어 드렸다 생각합니다. 범죄자 주제에 이렇게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건방진 일이죠. 그럼 이만 저는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그게 끝이었다.


“자··· 잠시만요! 이수정 소장님!”


유성현 앵커는 치맛자락이라도 붙잡을 기세였다.


하지만 이수정은 휑하니 돌아서 나가 버렸다.

정말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후 뉴스에서는 긴급편성된 주제를 다루었다.

그러나 시청률은 5% 미만으로 떨어져 버렸다.



···



사람들은 티비 혹은 스마트폰을 껐다.

그리고 이수정이 언급했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혼자 소파에 앉아 뉴스를 시청한 게 아니었기 때문.

마침 삼삼오오 모였다 보니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그렇게 됐다.

술도 한 잔 들어갔겠다, 너도나도 목소리를 키웠다.


그래서 범죄자 인권이 중요하다고 보냐.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형은 집행해야지 않냐.

만에 하나라도 억울한 사람이 나오면 어떡하냐.

그래도 사형수들 관리해야 하는 교도관들 입장도 생각해야지 않냐.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정말로 전국민이 진지하게 토론을 하다니.

그것도 그렇게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토론을 하지 않았다.

거의 감정 싸움에 가까운 무의미한 논쟁이라면 몰라도.


그러나 어느새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제는 저마다의 철학을 나누며 진지하게 부딪혔다.


그렇게 된 데에는 이수정의 영향이 컸다.

그간 방송에서 했던 말들은 논란이 있을 법한 말들 뿐이었으니까.


관심 없던 사람들은 이수정 때문에 불편해졌다.

불만 많던 사람들은 이수정 덕분에 속이 시원해졌다.


결국 어쨌거나 여론은 이수정이 쥐고 흔드는 대로 흔들린 셈이었다.



낙원은 시나브로 단순한 범죄 조직 그 이상이 되었다.

일종의 사이비 종교나 마찬가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위험한 집단.

그 수괴가 얼굴을 드러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는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었다.




***


대통령은 얼굴이 검붉은 색이 되어 씩씩거리고 있다.

바닥에는 플라스틱 파편들이 나뒹굴고 두꺼운 유리 재떨이는 박살났다.

커다랗고 비싼 텔레비전은 구멍나고 부숴진 채 깜빡거렸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다들 미쳤어! 정상이 아니라고!”


대통령은 긴급 국무 회의를 소집했다.


···


“이제는 더이상 좌시할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낙원을 소탕해야 할 때예요.”


국무총리를 비롯한 모든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의 시선을 피했다.


“누구라도 말 좀 해 보세요! 그렇게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만 있을 겁니까! 법무부 장관, 고개 들어요!”


불똥은 가장 먼저 법무부 장관에게 튀었다.

낙원 사이트를 합법화한 장본인.

심지어는 대외적으로도 이수정 소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정론만을 이야기하고 정도만을 걷는 법무부장관.

그의 입에서 충격적인 발언이 튀어나왔다.

맞는 말이지만 예상하기 힘들었던 발언이.


“그··· 낙원이 법리적으로 해석했을 때는 불법인 것은 맞지만 사회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논문이 있습니다. 작년 범죄 통계를 보시면 중범죄가 상당히 감소하였고···.”

“내가 그딴 얘기 들으려고 국무 회의를 소집했는 줄 알아요! 아니, 법무부 장관이라는 인간이 범죄 단체를 옹호해도 되는 겁니까!”


대통령은 길길이 날뛰었으나 법무부장관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른말만 했다.


“무조건적인 옹호가 아니라 통계와 수치를 말씀드리고자 했던 겁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과 국민 정서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지금 낙원과의 전쟁을 선포했다가는 역풍이 상당할 것으로···.”

“법무부 장관님! 지금 미치셨어요? 낙원에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겁니까? 다른 모든 사항은 빼고, 법무부 장관이 좋아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고. 낙원, 범죄 단체 아닙니까? 범법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해선 안 될 문제지만 질문을 하셨으니 답변은 하겠습니다. 범법자는 체포하는 것이 맞겠지만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람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일 수는···.”

“나를 바보 취급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비친고죄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인데 무슨 기소 타령입니까! 기소가 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언제까지 눈가리고 아웅만 할 겁니까!


비친고죄.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할 수 있는 죄를 말한다.


중범죄는 대부분 비친고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낙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범죄를 저질렀다.

그 유형을 모두 열거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로 많은 중범죄를.


중범죄자들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했으니 당연했다.



법무부장관은 막다른 길에 도달했음을 깨달았다.


“그러면 대통령님께서 직접 선포하십시오. 낙원과의 전쟁을 말입니다.”

“... 그게 법무부장관 의견이란 말이지? 진작 잡아들였어야 할 범죄자를 잡아들이지 않아서 생긴 일을 나한테 떠넘기는 거? 토론 나갔다가 참패하고, 불법 사이트를 합법화한 책임은 져야지 않겠습니까?”


눈을 질끈 감고 깊은 한숨을 푸우우우우 내쉬는 법무부 장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였다.

어떤 결심을 한 듯도.


그리고 포기한 자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퇴사를 앞둔 회사원이 최강인 것처럼.


법무부 장관은 피식 웃었다.


“씨발··· 죽어도 자기가 책임지기는 싫은가 보지? 결국 무서워서 나서지도 못 하면서.”

“뭐···? 뭐? 지금 뭐라고 했어요? 진짜로 정신 나간 겁니까?”


“씨발이라 했습니다. 왜요. 책임 지면 될 거 아닙니까. 사퇴하겠습니다. 그럼 충분히 책임이 되겠죠? 지지율 떨어지니까 괜히 남탓 하기는. 구린 게 많아서 나서긴 두렵고 냅두긴 무서운 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아십쇼.”


대통령은 뒷목을 잡았다.

안색은 위험해 보일 정도로 검붉어졌다.


“끄으으으···. 법무부 장관···!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겠어? 그런 망발을 해놓고도 멀쩡할 거라 생각하느냐고!”

“아, 후회는 무슨. 지금 더없이 상쾌한 기분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할게요. 제가 보기엔 이수정 소장이 대통령님보다 훨 남자다운 것 같습니다. 부디 거세하십쇼. 대통령님.”


결국 대통령은 고혈압으로 인해 쓰러져 버렸다.


법무부 장관은 넥타이를 벗어 던지고 유유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 자리에 있던 국무위원들은 이게 지금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똑똑히 들었는데도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다.


늘 정도만 걸어 왔고 옳은 말만 하는 법무부장관.

이번에도 그의 말에는 틀린 점이 하나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저러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이대로 두면 차기 대통령은 보나마나 정의철이었으니까.

본인의 운명을 걸고서 그것만큼은 막고 싶었겠지.


왜냐? 장관이 말했듯, 대통령은 구린 점이 많았다.

만약 정의철 손에 칼이 쥐어진다면 모가지가 뎅겅 썰릴 것이 뻔했으니까.

전 대통령 감옥 가는 건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대통령은 정의철이 대선에 나오는 일을 아예 차단하고자 했다.


‘···간신히 죽여 놨더니만.’


정의철 동영상 유포의 진짜 배후에는 대통령이 있었다.

만약 그 사실이 밝혀진다면···.


대통령은 사활을 걸고 둘 중 하나는 끝장내어야만 했다.

정의철, 또는 낙원.


그러나 어느 쪽도 쉬운 상대는 아니다.

의석 수 100개를 넘긴 정당이냐, 사이비 종교에 가까운 낙원이냐.


대통령은 하루하루 10년씩 늙는 느낌이었다.




***


심각한 대통령실 분위기와 정반대로 유영의 대저택에서는 즐거운 파티가 열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님!”

“유령 님, 보고 싶었어요!”

“하하하. 사복 차림이 오히려 어색한데요?”


날씨는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촉촉한 풀내음이 가득한 전원 속 수영장.

전속 셰프인 식칼이 풀사이드에서 바베큐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렉스 형, 오토 형. 아, 당연히 코치는 제외하고요.”

“저는 왜 빼십니까!”


“갇혀 있는 동안에도 지긋지긋하게 봤잖아요. 참, 진짜 보안과장은 어떻게 됐나요?”

“제가 보안과장으로 분장한 채로 자수하고 왔으니 죗값을 치르겠죠. 하지만 뭐, 사실 큰 벌은 받지 않을 겁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 거니까요. 실형은 뜨지 않을 테고, 끽해봤자 감봉 정도 아니겠습니까?”


“흠··· 그런가요?”


렉스가 그런 골치아픈 얘기는 하지 말자는 듯 유영에게 맥주병을 건넸다.


“형님! 오늘은 그런 건 다 잊고 신나게 놀아 봅시다! 1년만의 재회 아닙니까!”


유영은 맥주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싱긋 웃었다.


“그래요.”


복작복작한 맛은 없는 파티였지만 유영은 그래도 좋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더없이 아늑하고 포근했다.


렉스와 오토가 난데없이 수영 대결을 하고, 코치가 배꼽을 잡고 웃는.

그런 잔잔한 익숙함이 좋았다.


“좋네.”


어쩌면 이런 게 자신이 평생 바라왔던 것은 아닐까.

유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 그런데 쵸퍼 씨는 어딜 간 거지?’


라고 생각하자마자 저 멀리서부터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잘 정돈된 잔디를 휘날리며 착륙한 헬기에서 내린 사람은···.


“소장님!”


모두들 환한 미소로 소장을 맞이했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 풀 파티인 줄 알았으면 수영복이라도 챙겨 올 걸.”


다들 탄식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유영은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배달 요청 할까요? 수영복 쯤이야 15분이면 올 겁니다.”


“역시 형님은 천재십니다!”

“유령 님. 어서 요청해 주세요. 정장을 입고 수영장 파티라니, 소장님께서 너무 불편하시겠어요.”

“나는 소장님 칼정장도 좋은데. 하하하. 남사스럽게 무슨 수영복입니까. 그냥 두세요.”


오토와 렉스는 코치를 수영장 한가운데 던져 버렸다.


소장은 기지개를 쭉 폈다.


“영아. 그렇게 해 줄래? 멀뚱히 서있기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만날 책상에 앉아 일만 했더니 몸도 너무 찌뿌둥하고.”

“알겠습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잠잘 시간도 없지만 와야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 출소 축하 파티인데.”


유영은 이 시간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복은 영원할 수 없는 법 아니겠는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벼르고 있는데 너무 태평한 꼴이었다.




***


[강두홍 대통령, ‘낙원과의 전쟁’ 선포]

[수사인력 2,000명. 범죄자와 타협은 절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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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필요악 24.09.04 11 0 13쪽
» 대통령의 진노 24.09.03 11 0 12쪽
49 호들갑 24.09.02 12 0 12쪽
48 사형수(7) 24.09.01 11 0 13쪽
47 사형수(6) 24.08.31 10 0 11쪽
46 사형수(5) 24.08.30 10 0 11쪽
45 사형수(4) 24.08.29 9 0 11쪽
44 사형수(3) 24.08.28 9 0 11쪽
43 사형수(2) 24.08.27 12 1 11쪽
42 사형수(1) 24.08.26 11 0 11쪽
41 단절과 이어짐 24.08.25 13 0 11쪽
40 유영과 소장의 데이트 24.08.24 13 0 12쪽
39 층간소음 보복 임무(3) 24.08.23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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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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