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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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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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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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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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 안 죽었는데요?

DUMMY

이제 합법화 돼버린 낙원의 게시판.

익명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그런데 누가 봐도 정의철이 올린 글이었다.


[의뢰: 셋업 범죄에 당했습니다.]


친한 후배가 저에게 정체모를 약을 먹였습니다.

나체로 흉한 짓을 하는 동영상을 찍었고, 퍼뜨렸습니다.

저는 사회적으로 사망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었지요.


복수를 부탁합니다.



***


0명이던 유영의 연락처에 가장 먼저 추가된 건 소장이었다.

그 뒤에 렉스, 오토, 쵸퍼.

지금은 코치와 정의철의 번호까지 총 6명.


‘연락처가 너무 북적거리는군.’


유영은 정의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유령 자네가 전화를 다 주고.

“의원님.”


-아직 총선도 전인데 의원이라는 호칭은 좀 낯부끄럽네.

“겸손은 그만 떠시고요. 의뢰 삭제 좀 부탁드립니다.”


-왜? 거절인가? 억울한 사연만 있다면 누구든 받아 준다며.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이렇게 티를 내시면 안 되죠. 겉으로는 우리랑 적대해야 하는데.”


-왜 그래야 되는데?

“갑자기 의원님이 말 바꾸면 이상하지 않겠어요?”


-그게 왜?

“낙원을 부숴버릴 듯 구시다가 갑자기 낙원에 의뢰를 하면 그림이 영 이상하잖아요.”


-왜?


정의철이 무슨 네 살배기 어린애도 아니고···.

유영은 갑작스런 인내심 테스트 따위는 싫었다.


“의원님. 저를 열받게 하시려는 건가요?”

-아유! 아니, 아닐세. 미안하네. 왠지 장난기가 동해서 그만.


“장난칠만큼 친한 사이 아니잖아요.”

-그런가? 조금 섭섭하군.


유영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갑자기 치근덕거리는 정의철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그런데 정의철은 진심이었다.

거리를 두는 유령의 태도 때문에 정말로 섭섭했다.


-나는 말이야. 자네 덕에 새로운 삶을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네.

“크게 의미 두지 마십시오. 그저 의원님이 임무에 필요해서 그랬을 뿐입니다.”


-의미라. 내가 이번 임무를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 무엇인 줄 아는가?

“뭔데요?”


-낙원··· 생각보다 좋은 놈들이구나.

“착각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좋은 놈들 아닙니다.”


-제 입으로 착하다고 말하는 놈들은 대부분 위선자야. 낙원은 정확히 그 반대고. 나는 이제 낙원을 적대하지 않으려 하네.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말야.

“...예?”



***


유튜부에 라이브 방송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 정의철, 그 날의 진실]


썸네일에는 민망하게도 폭탄주를 말고 있는 정의철의 알궁둥이가 블러 처리된 채 있었다.

클릭하지 않는 게 더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어그로.


“안녕하십니까. 신속 정확하게 사건 사고를 다루는 렉카반장입니다. 오늘은 대어가 걸렸네요. 정의철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유튜부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국회의원은 아니니 정의철 아저씨라고 불러 주세요.”


“아, 출연하시기까지 매우 많이 고민하셨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출연을 결심하시게 된 계기가 뭔가요?”

“음··· 낙원 때문입니다.”


“아하. 더 이상 낙원의 행보를 두고볼 수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요. 정확히 반대입니다. 사실 전세 사기 사건 주범에게 은닉 재산을 탈취해 온 것도, 그 하수인 역할을 했던 주식회사 금월을 굴복시켜 공짜 노예로 만든 것도 낙원이거든요.”


“...예?”

“9시 뉴스에서는 얼버무렸지만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요. 저 혼자서 그런 일을 했다는 걸 진짜로 믿으셨습니까?”


“저는 믿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낙원이랑 협업을 하셨단 말씀이십니까?”

“예. 낙원 측에서는 그걸 비밀로 해 달라더군요. 하지만 저는 거짓말 하기 싫습니다. 저 정의철이니까요.”


렉카반장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동시접속자 수 5만!


아직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자신의 최고기록이었던 1만 명을 아득히 넘어섰다.


‘와··· 낙원이 진짜 치트키는 치트키구나. 거기다 정의철에 낙원 조합이라니. 씨발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니, 정의철 의원님, 낙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렉카반장은 터져나오려는 흡족한 미소를 애써 감추며 침착하게 멘트를 쳤다.


“어떤 경위로 낙원과 협업을 하시게 되셨는지···?”

“제 자택에 유령이 불법 침입을 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솜씨더군요. 보안 장치도 많고 경비원도 있었는데 말이죠.”


“저런··· 어디 다치진 않으셨습니까?”

“유령이 저를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저는 오늘 방송에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제 누명을 벗겨주려 온 거였더라고요. 그 ‘폭탄주 동영상’은 낙원이 업로드한 게 아닙니다.”


렉카반장의 눈알은 자꾸만 튀어나오려 했다.

그 정도로 충격적인 얘기만 자꾸 하니까.


라이브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이게 무슨 소리여?]

[와··· 낙원이 정의철도 세뇌시킨 거야? 진짜 무서운 새끼들이다.]

[정의철 맛탱이 갔네. 그 말을 믿냐?]

[얘들아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정의철이 그 말을 믿겠냐? 유령이 집까지 찾아왔다잖아!]

[유령 죽었다는데 눈치를 왜 봐. 바보냐?]


정의철이 채팅창을 슥 훑어보며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아, 세뇌당한 것 아니고요. 이따 증거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유령 걔, 안 죽었는데요? 그 죽음도 전세 사기 사건 임무를 하기 위해서 위장한, 일종의 쇼였습니다. 제가 차근차근 말씀드릴게요.”


정의철의 가벼운 발언으로, 사회적으로 사망했던 유령은 3일만에 간단히 부활했다.


동시접속자 수 10만.

유령이 살아있다는 소식은 곧장 투위터와 인수타 등을 통해 무한히 재공유되었다.

렉카반장의 라이브 링크 좌표가 찍혀 사람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결국 렉카반장은 참지 못하고 흡족한 미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어? 저 새끼 웃는데요?]

[그만큼 동접자 수가 달달하셨던 거지.]


렉카반장은 급히 만면의 미소를 지우고 사무적으로 물었다.


“예. 하나하나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우선 ‘그 동영상’이 낙원이 업로드한 게 아니라면 누가 업로드했단 말씀이십니까? 혹시 라이벌 정당에서 그랬나요?”

“그럼 억울하지도 않지요. 같은 정당 소속이었고, 제가 제일 아끼던 후배가 그랬습니다. 동영상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날 같이 합석을 했던 사람요.”


[헐···.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그 의원 어쩐지 관상이 쎄하더라.]

[정의철 나가리 되자마자 당대표 된 그 사람 말하는 거 맞지?]

[잠깐만 중립기어 박아 봐. 낙원에서 거짓 정보 흘렸을 가능성도 있잖아.]


“의원님. 무슨 증거 자료라도 있으실까요?”


정의철은 두툼한 파일 두 개를 내려놓았다.


“이쪽은 낙원에서 건네받은 자료이고, 다른 쪽은 제가 개인적으로 이곳저곳 조사를 의뢰해서 그 결과를 취합한 파일입니다.”


[정의철 아조씨, 세 줄 요약해 줘.]


“네. 요약해 전달해 드리자면 영상의 출처는 낙원이 아닌, 제 후배였습니다. 제 후배는 추적을 막기 위해 피씨방에서 해외 아이피로 우회하여 업로드했습니다. 하지만 업로드 당시의 CCTV 영상과 피씨방 측에서 제공한 로그 파일이 있습니다.”


동시접속자 수 15만.


[와··· 이젠 정의철까지 낙원 밀어준다 이거임? 낙원 견제는 이제 누가 하냐.]

[팩트: 그래도 정의철이 그런 더러운 짓 한건 바뀌지 않음.]


“예. 시청자 여러분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저는 그 전에도 그 이후로도 유흥주점에 간 일이 없습니다. 그 날에도 접대부가 나오는 곳은 가지 말자고 했었어요. 후배가 따라주는 술을 마신 뒤로는 정신을 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 있었던 줄도 몰랐습니다.”


[캬, 또 나왔죠? 정치인 원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병신아,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이거 완전히 셋업 범죄잖아.]

[이게 정의철 잘못이라는 놈들은 누가 네 팔에 마약 꽂고 가도 필히 자기 탓이라고 해라.]


“저는 변명을 하러 나온 게 아닙니다. 그저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으니 사실을 말씀드리러 나온 거죠. 낙원은 저의 성추문 동영상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동영상을 촬영해서 유포한 건 제가 가장 믿던 후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고요. 다만 제가 추잡한 짓을 저지른 건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후회하고 있고 부끄러운 심정입니다. 다시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겠습니다. 이건 국민들께 드리는 약속이에요.”


[솔직히 정의철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까.]

[전세 사기 피해자인데요··· 정의철 의원님 과오도 있지만 공이 훨씬 더 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현직 알콜 중독자인데요··· 금주한다는 선언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니, 왜 유령 얘기는 묻힘? 나는 그 쪽이 더 궁금한데.]


렉카반장은 넋놓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이거 잘만 하면 20만까지도 빨아볼 수 있겠다.’


“의원님. 낙원과 협업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잘 들었습니다. 혹시 주식회사 금월이나 건설사 조 회장에게서 어떻게 은닉 재산을 환수하셨는지 좀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낙원이 고작 직원 셋으로 1000여 명의 직원을 둔 기업형 폭력조직, 금월을 무력으로 제압한 건부터······.”


···


정의철의 입담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렉카반장의 라이브 방송,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25만 명.


겨우 일 주일 동안 다시보기 조회수 3천만.

90분짜리 동영상이 조회수가 3천만이라니···.


심지어 구독자 수는 120만 명이 증가했다.

고작 일 주일 만에!


렉카반장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줄 아는 놈이었다.

먼저 수익 중 절반을 낙원 교도소 및 범죄 피해자를 돕는 단체에 기부했다.


또한 낙원반장이라는 새로운 채널을 파서 낙원 관련 정보를 다뤘다.

그렇게 낙원은 충성스러운 나팔수를 얻었다.


렉카반장은 매일 이수정 소장을 생각하며 세 번 절했다.

수익의 절반을 떼고도 수도권 아파트 한 채 값이 벌렸으니까.



***


-의원님. 의뢰, 아직도 하실 생각 있습니까?

“아, 이제 그럴 필요 없게 됐네. 복수는 내 손으로 한 셈이니까.”


-생각해보면 굳이 의뢰 게시판에 글을 쓰실 필요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필요가 없긴. 글을 올린 덕에 자네가 내게 연락을 줬잖은가? 흐하하!”


유령은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 버렸다.

정의철은 얼음잔에 보리차를 담아 마시며 웃었다.


“차갑구만.”



***


“오토 형. 바쁘세요?”

“저는 유령 님의 전화를 받으면 항상 바쁘지 않은 상태가 되죠!”


언제나 과잉 충성하는 오토.

지가 무슨 광자(光子)인가.

관측되면 파동에서 입자로 변하게.


하지만 유영은 이제 익숙하다.


“지금 뭐 하시는데요?”

“실은 좀 쉬면서 층간소음 복수 임무 하려고요. 스트레스도 풀 겸 말이죠. 탭댄스 춘 지가 꽤 되기도 했고요.”


쉰다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토종 한국인 오토.


유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놀러가도 돼요?”

“되다마다요! 당장 모시러 갈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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