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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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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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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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의뢰

DUMMY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마시라고요. 그냥 수사 지시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낙원을 필요로 하십니까? 대통령씩이나 되셔가지고.”


정의철은 피곤하다는 듯 두 손가락으로 눈을 비볐다.


“간단한 일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이제는 머리카락까지 뒤로 쓸어 넘기는 정의철.

골치아픈 일이긴 했나 보다.


“희망교, 너무 뿌리가 깊어. 당선되자마자 아예 대놓고 접선해 오더라고.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는가?”

“... 자신 있다는 거겠네요. 뻔뻔히 대통령에게 손을 잡자고 할 정도면. 믿는 구석이 있다, 이런 뜻입니까?”


“그래. 나는 정말로 ‘낙원이 존재할 필요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내가 무슨 뜻을 펼치려면 내 사람들로 내각을 구성해야 하는데, 누가 아군인지 모르는 상황이란 말이지.”


정의철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대통령이 됐다고 끝나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옳았다.



“검경에 기댈 상황이 아냐. 그쪽에도 교인이 있을지 모르니까. 아니, 확실히 희망교가 여기저기 포진해 있다고 봐야겠지. 그러니까 정확히 누가 교인인지 리스트가 필요해.”

“그래서 몰래 잠입해 교인 명단을 빼올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그 임무에는 제가 적임이다. 이렇게 판단하신 겁니까?”


“그렇지. 그러니 낙원 사이트에 글을 쓸 수가 없었어. 비밀리에 진행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유영은 주섬주섬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했다.


“어차피 정식으로 의뢰하셨어도 소용 없었을 겁니다. 의뢰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니까.”


정의철은 어안이 벙벙해 입술이 굳었다.


“뭐··· 뭐? 그게 무슨 말인가! 의뢰를 받지 않겠다는 말이야?”

“당연하죠.”


“왜··· 왜?”

“딱히 억울한 사연도 없으시잖아요. 아니면 희망교 때문에 피해 본 사람이라도 있단 말입니까?”


“당연한 얘기 아닌가? 사이비잖아··· 사이비!”

“사이비와 정교를 가르는 기준이 뭔데요? 제가 보기에는 단지 그 숫자의 차이일 뿐인데요.”


“희망교 새끼들은 범죄 집단이나 마찬가지라고! 분명히 횡령! 성 착취! 사기! 협박! 감금! 폭행! 납치! 살인···!”

“증거 있어요?”


정의철은 황당했다.


“아니··· 뻔하지 않나! 조사해 보면 알 일이지!”

“그러니까 조사 의뢰는 검경에 하시라니까요? 경찰과 검찰을 수족처럼 부리실 수 있는데 왜 굳이 범죄 집단인 낙원을 원하시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아! 국정원도 있잖아요.”


답답함을 넘어 억울한 심정마저 드는 정의철.


“말 했잖아! 검경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국정원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그 의심조차 심증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 교인 명부도 없으시면서.”


“자꾸 말이 빙빙 도는데, 그래서 명부를 빼내와 달라고 자네한테 부탁한 것 아닌가! 부탁! 대통령이 부탁을 하잖나!”

“웃기네요. 저는 법도 우습게 아는 놈인데 대통령이 부탁한다고 콧방귀나 뀌겠습니까?”


“아··· 알겠네. 알겠어. 그러니까 지금 ‘거래’하자는 거지? 내가 눈치가 없었구만 그래. 좋아. 무엇을 원하나? 금전적인 조건이라면 최대한 맞춰 주지.”

“돈은 이미 차고 넘쳐서요.”


“허··· 부럽구만. 그럼 다른 조건은 없나? 대통령만 들어줄 수 있는 조건이라도 좋네.”


순간 유영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팍 스쳐 지나갔다.

씨익 웃는 유영.


“교인 명부만 빼내오면 된다는 거죠?”


정의철은 불안한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네. 자네한테는 어려울 일도 아니지 않는가.”

“갑자기 내려치기를 하려고 하시네···? 어려운 일 아니면 알아서 하시지 그래요?”


“실언이었네. 미안하네.”

“기분 팍 상했습니다. 그런 고로 말이죠. 착수에 대한 보수 따로, 성공에 대한 보수 따로 받도록 할게요.”


착수 보수라니?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일까.


정의철은 억지 웃음을 지었다.


“착수금 또는 착수 비용을 요구하는 거겠지? 성공 보수는 들어봤어도, 착수에 대한 보수라니··· 들어본 적도 없네만.”

“대통령님. 지금 낙원에 의뢰하신 게 아니라 저, 유영에게 개인적으로 의뢰하신 것 아닙니까?”


“음··· 그런 셈이지. 그런데?”

“그러니 착수 보수를 내놓으라고 하면 내놓으셔야죠. 꼬우면 다른 데 알아보시면 되고요.”



눈을 질끈 감는 정의철.


정의철 또한 매우 그러고 싶었다.

대통령씩이나 돼서 어린 놈의 새끼한테 쩔쩔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의심스러운 결과를 받아드느니, 험한 꼴 보더라도 확실한 쪽이 좋았다.

눈 앞에 있는 미친놈은 실력 하나는 확실했으니까.


실력도 실력이지만, 얼마나 미친 새끼인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돈에 현혹되지 않는 보기 드문 새끼다.

대통령 앞에서도 만무방처럼 굴고 있으니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새끼고.


희망교가 어떤 놈들이든 무슨 수를 쓰든 이 미친 새끼는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마트 가듯 쑤욱 들어가서 두부 한 모 사들고 나오듯 명부를 들고 나올 것이다.


그러니 참아야만 했다.

참는 것은 자신 있었고.


“전혀 꼽지 않네. 조건을 말해 보게.”

“우선 착수 보수는요, 특별 사면.”


“특별 사면이라는 게 말이야··· 그렇게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네만. 광복절도 지났고.”

“핑계야 대면 그만 아닙니까? 광복절 지났으면 개천절 특사라고 하시면 되죠. 아니면 성탄절 특사, 신년 특사. 갖다붙이기 나름이구만.”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건 대통령님 사정이죠. 아니,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십니까?”


정의철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불태우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그만큼 믿을만한 사람으로 내각을 구성하는 일이 중요했다.


만약 내각 구성에 실패하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허수아비밖에 안 되니까.

와신상담하는 심정으로 꾸욱 참았다.


고통을 감내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

정의철의 특기였으니까.


“그래. 알겠네. 누구를 사면시키면 되는데?”




***


“대포동 어르신! 신문 보셨슴까?”

“내래 뭐이가 궁금해서 신문을 보갔어? 보라미 방송이면 충분하디.”


보라미 방송이란, 교도소 내에서만 송출되는 방송을 말한다.

그만큼 사회에는 관심이 없단 소리.

어차피 나갈 생각조차 없는데 관심을 두어서 무엇 하겠는가?


그러나 이번만큼은 관심을 가질만 했다.


“어르신께서 특별 사면 대상자에 포함되셨단 말임다!”

“광복절 지난 지가 언젠데···. 간나 새끼, 농도 그딴 질 낮은 농을 지껄이네?”


“억울해 디지겠네. 보십쇼! 누가 이런 걸로 농담을 함까?”


[정의철 “과오를 지워나가야 할 때.” 이념 갈등에 희생된 억울한 피해자부터 사면키로]


대포동은 자기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이거이 꿈이간? 어이, 몽디 동무. 내 뺨아리 좀 쳐 보라.”


쨕! 어른 말씀을 지나치게 잘 듣는 몽디가 잽싸게 싸대기를 갈겼다.


“간나 새끼··· 찰지기도 하구나야. 기카믄 이거이 꿈이 아니다 이 말이야?”


안경은 부러움에 가득찬 눈빛으로 대포동을 바라봤다.


“저희 중에 어르신이 가장 빨리 출소하시겠네요.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디랄. 내래 세상으루 나갈 준비가 전혀 안 되었어! 특사 이거 거절은 못 하네?”



···


대포동은 홀로 세상에 내던져졌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얼렁뚱땅 출소해 버린 대포동의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낯설게만 느껴지는 사회가 무서웠다.


들어왔을 때는 포장조차 안 돼 있던 논두렁길.

지금은 여기저기 아스팔트가 깔려 있었다.


무려 40년을 살았다.

교도소는 대포동의 집이었고, 담장 안이 대포동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집에서 내쫓겼다.

막막했고 허무했다.

갈 곳도 없고 뭘 해야 할 지도 몰랐다.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나왔으니···.



주차된 승합차에서 덩치 큰 빡빡이가 내려 대포동에게 다가왔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양복이 왠지 불길해 보인다.

회사원이 아니라 조직폭력배 같아서.


“이웅철 어르신. 맞으십니까?”

“내래 이웅철이 맞소만···. 뉘시오?”


“저는 유령 형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같이 가시죠.”

“류령이?”


“예. 그리고 여기. 출소 선물입니다.”


드르륵, 털컥.

빡빡이는 승합차의 옆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오는 사람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대포동은 의아하기만 하다.

이 갑옷 인간이 선물?

불안감은 점점 더 커졌다.


쩔컥, 쩔컥, 쩔컥···.

갑옷 입은 사람의 발걸음은 심상찮았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슬픔이 묻어나오는 무거운 발걸음.

흐느낌인지 웃음인지 모를 진동이 어깨를 통해 발산됐다.


갑옷 인간은 대포동 앞에 우뚝 서서 투구 뚜껑을 열어젖혔다.


“행님아··· 웅철이 행님아···!”


대포동의 얼굴은 잠시 굳었다가 물음표로 채워졌다.


그러나 곧, 온갖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그 짧은 순간에도 기쁨, 놀람, 슬픔, 고통, 안도···.

그야말로 복합적인 감정들이 얼굴에 스쳐지나갔다.


대포동은 갑옷 인간을 꽉 껴안았다.


“병철아···! 병철아아아아아! 흐으으으으으···.”


40년의 세월도 피로 이어진 형제를 갈라놓을 수 없었다.

이념 갈등도, 전쟁도, 높은 담장도 가족이란 이름 앞에 무너져 내렸다.


온통 잿빛이었던 대포동의 세상은, 이제 다시 그 색깔을 찾았다.





“류령. 고맙네. 고마워··· 이 은혜는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을 거이야. 내래 자네가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목숨을 바쳐서라두 돕갔어.”

“송곳. 자네가 앞으로 무엇을 원하든 만들어 주지. 탱크를 만들어 달래도 공짜로 만들어 주겠어.”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워.

그나마 담백했던 갑옷 노인과의 관계도 이렇게 부담스러워지다니.


“크게 의미 두지 마십시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이거이 아주 큰 의미가 아니면 무어가 큰 의미겠네? 내래 류령이 원한다면은 별도 따다 주갔어. 아니, 김정X 모가지라도 따다 주갔어!”


느닷없는 사상증명.

저항 없이 터지고 말았다.


“아니··· 조국을 배신하지 못하셨다고 그랬지 않았습니까? 고문을 당하면서도 절대 정보를 불지 않았다고.”

“기건 40년 전의 조국이고. 내래 모시던 수령님은 진즉에 돌아가신 지 오래잖네? 그 뒤로도 수령이 두 번은 바뀌었어! 기러니 이제는 남조선이 조국 아니간? 내래 남조선 쌀밥을 40년이나 축냈으문 그 값은 해야디.”


대포동 어르신은 참 긍정적이시네.

40년 옥살이를 쌀밥 먹었다고 표현을 하시다니.


“고사 지낼 것도 아니고··· 돼지 머리는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 기술 좀 알려주십시오.”

“내래 뭐든 돕겠다고 했디만은... 자네가 배움이 필요한가? 내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두 자네가 나을 텐데 말이디.”


“아··· 저도 물론 배움이 필요하겠지요. 배움이 필요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르신께 기술을 배울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기럼 누군데?”


“제 동료들이요.”

“동료···? 자네도 동무가 있었어?”


뭐지? 조금 기분 나쁜데.


“이 험한 세상 어떻게 혼자 살겠습니까. 당연히 믿을만한 동료가 있어야죠.”



이번 임무를 혼자 할 생각은 없다.

나도 꿀 좀 빨아 보자.


우선 폭력과 위화감 담당.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최낙수입니다.”

“아, 그 운전수로구나야. 근골이 장대한 거이 유사시에 뛰어난 타격대가 되갔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몸을 쓸 수 있는 기술 몇 가지만 배우면 일당백도 하겠구만 기래.”


허세와 사기, 신속기동 담당.


“오도현이에요. 한 수 가르쳐 주십쇼.”

“얄쌍하고 입술이 얇은 거이 기만 전술에 능하겠구만. 내래 공화국의 선동 기술과 교란 작전을 알려주갔어.”


다음은, 개새끼(코치).


“고지훈입니다. 하하.”

“선해 보이는 눈빛 속에 매서움이 있구만. 무슨 정보든 캐낼 수 있는 고문 기술을 배워 보갔어?”



대포동 어르신은 흡족하게 웃으셨다.


“이 셋에, 류령까지 한 조를 짠다문 말이디. 진짜루 김정X 모가지도 딸 수 있갔어. 기대하라우. 내래 무적의 특작부대로 훈련시켜 주갔어!”


왜 자꾸 거기에 집착하시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완전히 한국 사람 다 되셨다는 건 알겠다.

적어도 사상에는 문제가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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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사이비 종교(5) 24.09.11 8 1 14쪽
57 사이비 종교(4) 24.09.10 10 0 14쪽
56 사이비 종교(3) 24.09.09 10 0 14쪽
55 사이비 종교(2) 24.09.08 10 0 12쪽
54 사이비 종교(1) 24.09.07 9 0 13쪽
53 특별 훈련 24.09.06 10 0 13쪽
» 대통령의 의뢰 24.09.05 10 1 12쪽
51 필요악 24.09.04 11 0 13쪽
50 대통령의 진노 24.09.03 10 0 12쪽
49 호들갑 24.09.02 11 0 12쪽
48 사형수(7) 24.09.01 10 0 13쪽
47 사형수(6) 24.08.31 10 0 11쪽
46 사형수(5) 24.08.30 9 0 11쪽
45 사형수(4) 24.08.29 9 0 11쪽
44 사형수(3) 24.08.28 9 0 11쪽
43 사형수(2) 24.08.27 11 1 11쪽
42 사형수(1) 24.08.26 10 0 11쪽
41 단절과 이어짐 24.08.25 12 0 11쪽
40 유영과 소장의 데이트 24.08.24 13 0 12쪽
39 층간소음 보복 임무(3) 24.08.23 15 0 13쪽
38 층간소음 보복 임무(2) 24.08.22 15 1 10쪽
37 층간소음 보복 임무(1) 24.08.21 18 0 11쪽
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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