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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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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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5)

DUMMY

“128. 보안 과장님 면담이다.”


장재춘은 묵묵히 교도관을 따라 보안 과장실로 향했다.


손가락이 뜯어지고 나서는 조금 얌전해진 장재춘.

보안 과장을 보자마자 매달리듯 애원했다.


“과장님. 제발 다른 교도소로 이감시켜 주세요. 누군가 저를 노리고 있다고요! 혹시··· 혹시 낙원의 그 유령이라는 새끼 아닐까요? 아니, 아닌 게 아니지. 그 새끼가 맞아요! 분명하다고요! 대놓고 재소자 간 폭행이 일어나고 있는데 교도소에서는 두고만 볼 겁니까!”


보안 과장의 탈을 쓴 코치.

장재춘 때문에 구역질이 올라오려 했다.


‘씨팔··· 지가 저지른 죄는 반성조차 않으면서 다른 사람한테는 별 걸로 트집을 다 잡는다니까.’


범죄자들의 특징이 그러했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타인의 흠에는 가차없는 점.


하지만 코치는 온화하게 웃었다.


“128. 나도 네 부탁 들어주고 싶어. 그런데 증거가 있어야지.”

“증거가 없긴 왜 없어요! 목공소 CCTV 기록 보면 바로 나올 건데!”


“아··· 그거? 지워졌더라고.”

“예? 그게 말이 돼요? 대놓고 증거 인멸을 한 거에요! 유령 그 새끼가요! 기록이 없어진 일 자체가 증거라고요!”


“그건 증거가 아니라 심증이라고 하는 거야. 어쨌든 불만이나 의혹이 있으면 인권위에 진정서 넣어봐. 아니면 교도소 내 고충처리 전담반에 민원을 넣든지.”

“고충처리 전담반이라면··· 보안과 소속이잖아요. 과장님이 고충반 책임자신데 그게 무슨 소립니까!”


코치는 의자에 몸을 푸욱 기댔다.

그리고 여유롭게 실실거리며 웃었다.


“무슨 소리냐니? 128. 너 양치기 소년 얘기 몰라?”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네가 진정서고 민원이고 너무 남발을 해 놔서, 증거도 없이 네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겠냐는 거지. 왜 말귀를 못 알아 들을까?”

“... 지금 하신 말씀 명백한 폭언이에요. 제가 똑똑히 들었으니까 인권위에···.”


“어이. 128. 함부로 적을 만들지 말라는 말. 살면서 들어본 적 없어?”

“지금 무시하시는 겁니까?”


“묻는 말에나 대답해. 들어본 적 있어, 없어.”

“있어요.”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사회에서조차 그럴진대, 너는 교도소에서 그렇게 적을 많이 만들어서야 쓰겠냐?”


감히 보안과장인 내게 싸가지없이 굴지 말란 말이었다.


장재춘은 말뜻을 알아듣고 꼬리를 삭 내렸다.

강한 자에게 굴종하는 비겁한 새끼니까.


“... 아니요.”

“잘 들어. 나도 보안과장으로서 이런 일이 생기면 아주 곤란해. 하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이감시켜 줄 수도 없는 노릇이야. 그래서 말인데, 은밀한 제안을 하나 하지.”


자기 잇속 챙기기에는 빠삭한 장재춘의 귀가 쫑긋했다.


“뭔데요?”

“치료감호소로 갈 수 있도록 도와 줄게.”


“... 어떻게요?”

“일단 시키는 대로만 해. 우선 운동 시간마다 꼬박 나가라.”


“왜요? 자외선 많이 맞으면 피부암 걸려요.”


코치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씹새끼가 따박따박··· 평생 여기서 썩을 새끼가 피부 신경은 왜 써? 어휴. 참자. 참아.’


“지금 감호소로 이송신청을 해 봤자 안 받아들여지니까 그렇지.”

“왜요? 그게 운동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보통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이상증세를 이송 사유로 꼽는데, 너처럼 운동도 안 하고 징벌방에 만날 처박혀 있는 애들은 안 받아 줘. 햇빛도 쬐고 운동도 하면 우울증 없어질 거라고 하면서. 치료감호소에 빈 자리가 널널하지 않거든.”


코치가 한 말은 그냥 그럴싸한 개소리였다.


하지만 치료감호소에 대한 정보는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장재춘은 보안과장의 말을 믿었다.


‘설마 보안과장이 거짓말을 하겠어? 내가 다른 데 가면 보안과장도 이득인데.’


“알겠어요. 그냥 나가만 있으면 되죠?”

“그래. 적어도 볕이라도 좀 쬐어라. 일 주일 내로 이송신청 해 줄 테니까.”


“과장님만 믿을게요. 약속 어기면 저도 가만히는 안 있어요. 알죠?”

“알았다. 나도 빨리 보내고 싶으니까 걱정 말고.”




***


“저기. 장재춘 나왔슴다.”


몽디는 ‘잃어버린 핸드폰 찾기’ 기능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장재춘을 찾아냈다.


“와··· 저 새끼 운동장 나오는 거 처음 보네요.”


안경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듯 안경을 들어올렸다.


“그럼, 다녀 오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유령은 자취를 감췄다.


대포동은···.


“혁명적인 기술이로구나야. 조선 첩보부에 들어갔으문 대좌 자리까지두 어렵디 않았갔어.”


유령의 능력을 사상이 불온한 방식으로 칭찬했다.




장재춘은 벤치에 앉아서 허송세월을 하고 있었다.


‘씨팔··· 좆같은 대한민국. 교도소가 이렇게 허술해서 되겠어? 대놓고 손가락을 뜯어 가는데도 왜 처벌을 안 해! 치료감호소도 안 보내 주고. 인권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인권은!’


잘린 손가락이 욱신욱신 아팠다.


‘보안과장은 심증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유령인가 뭔가 그 새끼가 뜯어간 게 분명해. 그 씨발새끼, 만나기만 해 봐라. 꼭 그 새끼 손가락도 모두 짓밟아 뭉개 줄 거야.’


“왜. 손가락이 아파? 네 손가락 어디 있는지 알려줄까?”

“끼아아아아아아아악!”


방금 했던 다짐이 무색하게 장재춘은 비명을 질렀다.

담이라고는 좆도 없는 겁쟁이 새끼마냥.


유령과 대면한 장재춘.

손가락을 짓밟아주긴 커녕 너무 놀라서 말조차도 못했다.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호흡은 가빠졌으며 심장은 미친듯이 쿵쿵 뛰었다.


반면 유령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안색은 싸늘했으며 새까만 동공은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과도 같았다.

표정이란 게 없는 듯한 기괴한 얼굴로 유령이 말했다.


“물어봤잖아. 대답해. 두 번 말하게 만들면 이 자리에서 죽인다.”

“아···아··· 아파요. 제··· 제 손가락은 어디에 있어요?”


전형적인,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만 강한 역겨운 새끼.

그게 바로 장재춘이었다.


불쾌함이 역치를 넘어 허무한 감정마저 드는 유영.


‘이런 보잘 것도 없는 새끼가··· 행복한 가정을 파괴해 버렸구나.’


유영은 검지 손가락을 천천히 들어 땅바닥을 향해 가리켰다.


“배수관 어딘가를 떠돌고 있겠지···. 네 손가락. 똥칸에 넣고 물 내려 버렸으니까.”


끔찍하고도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이제 장재춘은 영원히 오른쪽 손가락 없이 살아야 한다.

장재춘은 이런 얘길 듣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장재춘은 입을 꾹 다물었다.

보안과장 앞에서도 시종일관 예의 없게 나불거리던 그 입이 말이다.


장재춘은 압도적인 무력함을 느꼈다.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위압감에 벌벌 떨 뿐이었다.


“장재춘. 재미없게 왜 이래? 반항이라도 좀 해 봐.”

“...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아··· 나한테는 그럴 권한이 없어.”

“제발요. ■■■한테도 사과할게요.”


유령이 일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분노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감히 피해자의 이름을 그 더러운 입에 담다니.

그것도 너무나도 가볍게.

진심조차 없이 면피용으로.


장재춘에게 사형보다 더 끔찍한 형벌을 선고하는 유령.


“예고 하나 할게. 너는 앞으로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다.”



사형보다 더 끔찍한 형벌이란···.


바로 인권 사형.


목숨은 붙여놓되, 인권을 박탈해버리는 형벌.

앞으로 장재춘이 영원히 인간답게 살지 못하도록 만들 예정이었다.


‘네가 그토록 가볍게 부르짖던 인권은, 빼앗기고 나서야 그 무거움을 알게 될 거다.’


하지만 자신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먼 훗날 깨닫는다 해도 소용 없을 것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으니까.


낙원은 살인만큼은 절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살인은 인간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죄니까.

기회, 경험, 행복, 감정, 재산, 관계, 명성··· 그 모든 것들을 말이다.


장재춘은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죽였다.

심지어는 가정을 파괴했다.

게다가 반성하지 않았다.


그 죄는 무엇으로도 갚지 못할 것이었다.



유령은 장재춘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푹 찔렀다.


장재춘은 기겁했다.

유령의 주특기라던 송곳에 찔린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살려줘요! 교도관! 살려줘요! 유령! 유령이 나를 죽이려고 해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햇빛도 쬐었고, 운동도 했다.

장재춘은 운동장을 전력질주했으니까.


또한 누가 봐도 정신병자처럼 보였다.

21세기 과학정보 인공지능 시대에 유령이라니 웬 말인가.


충분히 치료감호소로 이송될만도 했다.




***


“128. 치료감호소로 이송.”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살았다! 살았다고! 이히히히히히히!”


···


“에··· 죄수번호 128. 맞습니까?”

“예. 예. 맞습니다.”


“흐음··· 보고서와는 다르게 정신이 멀쩡해 보이는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러니까··· 유령이 보이고, 유령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요?”

“예. 진짜예요.”


“대화가 정상적으로 가능한 것 같은데···?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시죠.”

“에베베베베베! 엡! 에베벱! 에베베베베베베!”


“그렇게 정신병인 척 연기하는 것 자체가 정신에는 이상이 없다는 증거예요.”

“제발요! 선생님! 저 우울하고요! 막 자살하고 싶고요! 두려워서 잠도 못 자고요!”


“다른 재소자들도 다 그래요. 정상이네요.”

“제발! 제발요. 저 좀 살려 주세요. 저 이대로 돌아가면 죽어요!”


“...왜요?”

“사실 그 유령이란 게 귀신이 아니고요, 낙원의 그 유령. 유령 아시죠? 그 자식이 일부러 깜빵에 들어와서는 저를 죽이려고 한다고요!”


“피해망상··· 네. 또 말씀해 보세요.”

“여기. 손가락 보세요. 그 새끼가 나무 자르는 톱으로 잘라 버렸다니까요! 저··· 저저저··· 접합 수술까지 받았는데, 목사님이 설교하는 동안 뜯어가서 변기통에 버렸대요! 그.. 그그 그리고는 막 운동장에 있는데 찾아와서 막 죽이겠다고 하고, 아니.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만들어준다고 했단 말이에요!”


“흐음··· 장재춘 너는 병신 새끼가 맞긴 하네요?”

“...예?”


“쩝··· 일단은 뭐. 가볍게 전통적인 방식의 치료부터 시도해 봅시다.”

“자자자, 자··· 잠깐만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이거, 이것부터 풀어 줘요!”


장재춘은 손목 스트랩과 허리 벨트를 풀어달라고 소리쳤다.


“정신과 치료 시에는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해요. 죄수가 의사를 다치게 하면 크나큰 국가적 손실이니까.”


감호소 의사가 마스크를 벗고 씨익 웃었다.


낙원의 ‘닥터’였다.


“ECT라고··· 쉽게 얘기하면 전기 경련 요법이거든요? 그게 전통적으로도 미친 놈들한테는 꽤나 효과가 있었답니다.”


파직, 파지직. 닥터가 손에 들고 있는 건 누가 봐도 의료용 기구가 아니었다.

자동차 배터리에 집게 달아놓은 게 의료기기일 리는 없잖은가?


“아아아아아아악! 살려줘요! 아무도 없어요? 아아아아아악!”

“안 죽여요. 살려는 드릴 테니까 걱정 마시고, 일단 시끄러우니까 음소거부터 해볼까.”


지지지지지지지직. 단백질 타는 냄새가 났다.


“휴, 이제야 조용해졌네. 잠깐 커피라도 마시고 와야지. 밤새 ‘치료’해야 하니까 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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