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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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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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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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1)

DUMMY

“뭐? 그게 희망교 애들이 벌인 짓이란 말야? 의혹이야 있었지만··· 아무 관련 없다고 결론났던 것 같은데?”

“네. 판결도 그랬고, 보도 역시 그랬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냥 묻어 버린 것이었다.


경찰, 검찰, 언론, 정치···.

희망교의 돈을 먹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니까 무혐의가 떴지.

인형 공장에서 3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집단 자살했는데도 말이다.


그 날의 진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 했다.

워낙 괴이한 사건이라서.


하지만 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현금 흐름을 보면 진범이 드러나는 법.


대포동은 장부를 훔쳐냈다.

누가 돈을 먹었나.


그리고 돈이 밝혀낸 진실은···.


“인형 공장 관련해서 받았던 대출금, 싹 희망교로 흘러들어 갔더라고요.”


현금 흐름이 곧 증거였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물들의 원한 관계는 어떠한지.

피해자들이 남긴 메모는 어떻고 공장의 상황은 어땠고.


그런 것들은 모두 곁가지에 불과하다.

결국 중요한 사실은 하나다.


해당 범죄로 이득을 본 놈이 누구인가?


“너무 이상한 사건이라고 생각하긴 했어. 아무리 사이비 종교랑 관련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서른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자살한다는 게 말이 돼?”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어쩌면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근거는 다소 빈약할지도 모르지만··· 범죄유형 분석을 해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예요.”


“자세히 말해봐.”

“조사해 본 결과, 사이비 종교 관련 집단 자살 사건은 인형 공장 사건 뿐만이 아닙니다. 케냐의 ‘기쁜소식 국제교회’ 사건도 있고, 미국의 ‘인민 사원’ 사건도 있었죠.”


“인민 사원 사건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 그런데 기쁜소식 국제교회···? 그건 뭐야?”

“교주가 사망한 신도들의 장기를 빼내 팔았답니다. 인형 공장 사건과 유사하죠. 교주가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신도들의 목숨을 앗아간 거니까요.”


“하···. 진짜···. 세상에는 왜 이렇게 나쁜 놈들이 많을까···.”


그러게요.

소장님도 언젠간 쉬셔야 할 텐데···.

끝이 없네요.



“반면 ‘인민 사원’ 사건은 질적으로 달라요. 체포될 위기에 처한 교주가 강제로 모든 신도를 죽여버린 사건이거든요.”


엄밀히 말하자면 집단 자살이 아니라 대량 학살이지.

인형 공장이나 기쁜소식 교회 사건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니까··· 희망교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야?”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둘 수도 없어요. 왜냐면 교주 나이가··· 아흔 살이 넘었거든요.”


“순장하려고 들 수도 있다는 말이구나.”

“욕심도 많고 미련도 많은 새끼들의 특징이죠. 진시황도 그랬듯이. 교주 재산이 5000억이랍니다. 그런데 공동 창립자한테는 한 푼도 안 줘서 공동 창립자는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대요. 그렇게 욕심 많은 새끼가 곱게 뒈질까요?”


“이상하네. 진짜 이상해. 곧 죽을 사람이 왜 대통령한테 접근했을까···.”

“그러니까요. 돈도 있을 만큼 있고, 정부 요직에 수족들을 꽂아놓았으니 권력도 있는 놈이 말이죠. 대체 뭐가 아쉬워서···? 뭔가 미친 짓을 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됩니다.”


“그렇게 보는 게 타당하겠어.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지원이 필요하면 뭐든 말해. 교도소를 올스탑시켜서라도 가용자원은 다 지원해 줄게.”

“말씀으로도 든든하네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식 의뢰도 아니고 제가 멋대로 접수하고 조사해서 만든 일이니··· 일단은 저희 팀이 알아서 해 보겠습니다.”


“하긴. 영이 너라면 혼자서도 해낼 수 있겠지. 다만 언제라도 도움 필요하면 얘기해. 뭐든 도울 테니까.”

“늘 감사합니다. 소장님.”


“몸조심하고···. 이번 일 끝나면 제발 좀 쉬어.”

“소장님이 쉬시면 쉴게요.”




***


“세상에··· 이렇게나 희망교 측 인사가 많았단 말인가! 이거 뭐야. 강두홍도 신자였어?”

“처음에는 솔직히 과한 걱정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대통령님 판단이 옳았네요. 경찰, 검찰, 국정원···. 어디에 맡겼어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을 겁니다.”


“고생 많았네. 그리고 고맙네.”

“고생은요. 제가 조사한 것도 아닙니다.”


“응···? 그러면 누가 했단 말인가?”

“얼마 전에 대통령님이 풀어 주신 북한 간첩이요.”


“그렇구만···. 흠··· 서류 정리해 온 것만 봐도 실력은 문제 없어 보이는데··· 혹시···?”

“사상요? 전혀 문제 없습니다. 말만 하면 김정X 모가지도 따다 준다는데요.”


정의철은 웃음을 참으려다 터뜨리는 바람에 콧물이 찔끔 나왔다.


“별 괴상한 농담을···. 어찌됐든 그럼, 성공 보수는 어떻게 할 셈인가?”

“아참. 성공 보수를 받기로 했었죠. 일단 유예하겠습니다. 조만간 또 바빠질 것 같아서요.”


“이번에는 무슨 일을 하려고? 나한테만 살짝 귀띔해줄 수 없겠나?”

“흠···.”


유영은 고민했다.

정의철의 도움을 받을까?


증거라면 있다.

그러니 충분히 교주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명부를 건넸으니, 방해꾼도 없다.

이번에는 분명 유죄가 인정 될텐데···.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야.’


서류 뭉치 하나만 던져주면 끝날 일이었다.

알아서들 조사하고, 알아서들 잡고, 알아서들 벌할 것이다.

쉽고 효율적인 방법.


하지만 그건 너무··· 인도적인 방법이었다.

그런 뜨뜻하고 미지근한 방법으로는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없었다.


교주가 여생을 지붕 있는 집에서 세금 뜯어먹으면서 평화롭게 보낸다?

유영에게는 상상만으로도 이가 갈리는 일이었다.



“큰일날 소리 하지 마시죠. 범죄 계획을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또 범죄를 저지르러 간다는 말이로군. 이번에는 또 무슨 대형 범죄를 저지르려고?”


“아무튼 알려고 하지 마십시오.”

“알겠네. 아쉽지만··· 뭐 어차피 끝나면 다 알게 되겠지.”


“이번에도 뒷수습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어이가 없구만. 뭘 하려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대통령을 무슨 뒤 닦아주는 사람 취급하네?”


“어차피 싫어도 하셔야 될 겁니다. 갑니다.”

“야··· 야! 지 할 말만 하고···!”


유영은 매몰차게 휙 떠나 버렸다.

늘 그랬듯이.



“싸가지없는 놈··· 보리차에는 손도 안 댔네.”


정의철은 눈을 흘기며 유영의 몫을 벌컥벌컥 마셨다.


“보나마나 희망교 털러 가는 거구만. 그럼 나도 내 할 일을 해 보도록 할까.”


와드득, 와드득. 정의철은 얼음을 깨부쉈다.



희망교에게는 희망도 가망도 없을 것이다.


국가원수, 낙원의 유령.

양측에게 동시에 털릴 예정이었으니까.




***


이렇게까지 맨바닥부터 시작해본 건 처음이다.

사건 접수, 팀원 구성, 조사, 계획 수립···.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임무를 진행할 지만 정하면 된다.


사냥을 할 것인가.

잠입을 할 것인가.


쉽지 않다.

지금껏 소장님 역할이 정말 컸구나 싶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됐었는데···.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해내야 한다.

소장님은 그렇지 않아도 바쁘시다.

내가 만든 일이니 내가 끝맺음을 해야겠지.



우선 사냥을 한다고 가정하면··· 빠르고 쉽다.

교주가 기거하는 본당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까.

걸어 들어가서 구멍 하나 뚫으면 끝.


이 방법의 문제는 너무 쉽다는 데 있다.

고통스럽게 끝나야 되는 역겨운 목숨을 안락하게 끝내주는 셈이니까.


오히려 교주가 고마워할 걸?

스위스 가서 돈 내고 받아야 할 안락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셈이니.



아무래도 잠입이 이번 임무에는 맞겠다.

그래야 천천히 고통스럽게 보낼 수 있으니까.


잠입의 종류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탑-다운 방식이냐, 바텀-업 방식이냐.


탑-다운 방식은 쉽게 말하면 낙하산.

정의철의 소개로 희망교에 들어가는 거다.

교주와 빠르게 친분을 쌓고 망가뜨리는 거지.


이 방법은 역겨워서 싫다.

쓰레기들이랑 하하호호 하고 싶지는 않아.



남은 방법은 바텀-업 방식.

일개 신도로 들어가서 희망교를 바닥부터 무너뜨리는 거다.


어렵고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내 일이 언제 쉬운 적 있었나?


혁명이란 자고로 풀뿌리 혁명이 제맛이지, 암.



그러나 어렵고 비효율적인 방식에는 단점이 있다.

어렵고 비효율적이라는 거다.


뭐가 문제냐.

희망교에 들어가는 방식은 또 두 가지로 나뉜다.

지인 추천, 무작위 전도.


소개받아 들어가는 방법은 버리기로 했다.

그러니 전도당하는 방법이 유일한 입교 수단.


그것부터가 어렵다.

왜냐?



우선 오토 형.

누가 봐도 양아치.

종교는 커녕 사람도 믿지 않게 생겼다.


한 번도 낯선 사람이 말을 걸지 않았단다.

심지어는 길을 물어보는 사람조차 없었다고.

그만큼 불성실해 보인다는 거겠지. 부적합.



다음은 렉스 형.

···말이 필요한가?

여기에 비하면 오토 형은 친근한 관상이다.


조폭같이 생겼던 시절에도 답이 없었는데.

지금은 빡빡이 인민군이잖아.


용감한 형사가 현상수배범이랑 착각해 테이저건을 갈기는 거라면 모를까.

절대 희망교에서 전도할 리가 없다.

걔네도 사람 봐 가면서 장사하겠지.



코치는 가능성 있을지도?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순하게 생긴 인상이니까.


하지만 코치가 아가리를 열면 상황이 달라질 거다.

참지 못하고 비아냥대면서 사람을 긁을 게 뻔하니까.

사이비라니 딱 좋은 먹잇감 아닌가.

비꼴 점이 백 가지는 넘을 거다.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여기도 기각.



남은 건 나인데···.


긴 말 하지 않겠다.

내가 지하철역을 백날천날 돌아다녀도 내게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을 것이다.


어떡하냐.



“뭘 어렵게 생각하십니까. 그래도 유령 님이 제일 가능성 높지 않아요?”

“왜요?”


“저한테 존재감 훈련 받으셨잖아요. 찐따 수준으로 존재감을 유지하시면 되지 않겠어요? 아, 유령 님이 찐따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하하하.”

“맞는 말인데··· 묘하게 열받네요.”


이거 봐라.

코치는 안 보내는 게 여러모로 낫지.

전도쟁이랑 말싸움하는 거 보는 재미야 있겠지만.


“일단 가 보시죠. 밑질 거 있습니까? 끽해봐야 다리 좀 아프고 마는 거죠. 좀 쪽팔리고, 시간 낭비도 하고, 자괴감 들고.”


진짜··· 딱 한 대만 때릴까?


“형님, 파이팅입니다!”

“유령 님이라면 뭐든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에휴··· 착한 형들을 봐서라도 내가 참아야지.


그나저나 일부러 전도당하는 머저리는 나밖에 없을 거다.

고작 전도당하러 가는 건데 이렇게까지 응원을 받을 일인가 싶기도 하고.


참아야지. 참아야 하느니라.

쉽고 빠른 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택한 나의 탓이니.



***


임무 착수 직전.

부산의 숲 속 오두막.


“히익! 저··· 저 공산당보다 악랄한 새끼가 또 찾아 왔구만 기래···! 병철아! 나 어디 좀 갔다구 하라!”

“참내. 행님도···. 좀 기꺼이 맞아주면 어디 덧난답니까? 딱 보니까 오늘은 내 손님이구만은. 기다리소.”


똑똑똑. 악마가 문을 두들겼다.


“계십니까?”

“오. 자네 왔는가.”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어르신.”

“보자··· 또 흉악한 물건을 만들어 달라고 왔겠군?”


“아하하···. 제가 너무 필요할 때만 찾아왔나요? 오늘은 왠지 빈손으로 오기 뭣해서 선물도 들고 왔는데.”


유영은 홍삼 세트와 산삼 바구니를 내밀었다.


아무래도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듯 싶었다.

노인의 입꼬리가 씰룩인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투구를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휴! 뭘 이런 걸 다 갖고 왔는가! 자네 부탁이라면 뭐든 공짜로 해 준다니까!”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오고 가면 좋은 거지.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하는 말은 사근사근한데 표정은 더없이 사악해 보였다.


“그래서 부탁할 일은 뭔가?”

“아, 이번에 부탁할 물건은요···.”


유영은 팔을 쫙 벌려가며, 뭔가를 두드리는 듯 시늉까지 해가며 열심히 설명을 했다.


그 요구를 다 들은 노인은 고뇌했다.

번뇌에 가까운 고민이랄까.

생각만으로도 속이 시끄러운 듯했다.


“알겠네. 어렵지는 않지만···. 대체 21세기에 십자가를 만들어서 무엇 하려고?”

“그건 원래 숭고한 희생의 상징이 아니라 처형 도구였지 않습니까. 개발 의도대로 써야겠죠.”


유영이 교도소에 있을 때.

목사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었다.

사이비 말고, 진짜 목사.


십자가 처형이 능지처참보다 더 악독한 형벌이었다지.

다른 부분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것 하나는 똑똑히 기억했다.


‘본인이 재림 예수라고 주장하고 다니니··· 성경 말씀대로 해 줘야겠지. 어디, 사흘 뒤에 부활하나 두고 보자고.’


유영의 생각은 언제나 단순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악독한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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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휴식 24.09.14 8 1 17쪽
60 사이비 종교(7) 24.09.13 8 0 16쪽
59 사이비 종교(6) 24.09.12 9 0 14쪽
58 사이비 종교(5) 24.09.11 8 1 14쪽
57 사이비 종교(4) 24.09.10 10 0 14쪽
56 사이비 종교(3) 24.09.09 10 0 14쪽
55 사이비 종교(2) 24.09.08 11 0 12쪽
» 사이비 종교(1) 24.09.07 10 0 13쪽
53 특별 훈련 24.09.06 11 0 13쪽
52 대통령의 의뢰 24.09.05 10 1 12쪽
51 필요악 24.09.04 11 0 13쪽
50 대통령의 진노 24.09.03 11 0 12쪽
49 호들갑 24.09.02 12 0 12쪽
48 사형수(7) 24.09.01 11 0 13쪽
47 사형수(6) 24.08.31 10 0 11쪽
46 사형수(5) 24.08.30 10 0 11쪽
45 사형수(4) 24.08.29 9 0 11쪽
44 사형수(3) 24.08.28 9 0 11쪽
43 사형수(2) 24.08.27 12 1 11쪽
42 사형수(1) 24.08.26 11 0 11쪽
41 단절과 이어짐 24.08.25 13 0 11쪽
40 유영과 소장의 데이트 24.08.24 13 0 12쪽
39 층간소음 보복 임무(3) 24.08.23 15 0 13쪽
38 층간소음 보복 임무(2) 24.08.22 15 1 10쪽
37 층간소음 보복 임무(1) 24.08.21 18 0 11쪽
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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