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괴물 엔지니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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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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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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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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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어디서 사 오신 겁니까?

DUMMY

Programmable Logic Control.

산업 현장에서 PLC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의 역할은 간단하다.

동작 제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다음 공정으로 이송 시키는 데에 PLC를 사용 하는 것이다.

"Z엔진 리툴링... 프로젝트요?"

사장 실에 불려 간 도현은 두 눈 가득 의문을 담아 물었다.

Z엔진 리툴링.

김원식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생소하게 다가 왔기 때문이다.

"그래. 최근에 유로 5니, 환경 규제니 하면서 얘기 많았던 거 알지? 그거 때문에 디젤 생산을 중단하게 됐어."

김원식은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을 했다.

디젤 엔진 규제에 따라 Z엔진은 단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군용 차량으로 계약이 되어 있어 그러지 못하고 있다.

미래 차 조합원들을 데리고 10년 동안 Z엔진을 생산하려면 손실이 너무 커서, 업체에 넘기기로 했다.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다.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 간단하게 요약 하자면, 조합원들 몸값이 너무 비싸서, 하청을 맡긴다는 거네요?"

"오, 역시 이 부장이야."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도현 역시 이 바닥에 구르던 몸이라 이해가 빠르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모든 의문이 풀린 건 아니었다.

"근데.. UPH가 줄어 들었으면 그만큼 오퍼레이터를 줄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왜 비싼 돈 줘가며 리툴링까지 해서 아웃소싱 하려는 겁니까?"

"음... 임단협이라고, 알지?"

미래 그룹과 미래 차 노조는 매년 협상을 한다.

근무 조건.

기본 급.

성과급 등등.

서로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

사측이 노조 측의 요구를 수락한다면 좋지만, 만약 수틀리면?

노조 측은 파업으로 대응하고, 사측은 정리 해고로 대응한다. 물론 정리 해고의 경우 짤리는 건 미래 차 조합원들이 아니다. 미래 차 내부에서 근무하는 사내 하청들이다.

"거기에 명시 되어 있어. UPH가 몇 대건 간에, 편제 인원은 장비 대수를 기준으로 잡는다고."

"...... 그럼 UPH가 1대라도 인원은 그대로 유지 해야 하는 겁니까?"

"원칙적으로는 그래. 하지만 사측에서 수를 쓰겠지. 상시 주간으로 돌려 버린다던가.. 아니면 주말 특근을 아예 짤라 버린다던가. 그럼 풀 특근 조합원들에 비해 평균 임금이 25% 정도 낮아 지거든."

"......"

알면 알수록 복잡한 노사관계.

도리도리-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을 느낀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웃소싱을 하는 게 돈을 더 아낄 수 있어서-

어찌 되었건 김원식의 말은 그 한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자네가 PLC를 맡아 주면 좋겠어."

"PLC라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직책을?"

"PLC를 쓰는 곳이 얼마나 되겠어? 보전 팀장 말이야."

".......!"

도현은 두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보전 팀장.

그 직책에서 오는 무게감이 사뭇 남다르게 느껴진 탓이다.

'내가 생산 라인의 보전 팀장을 맡게 되다니..'

보전(Maintenance : 유지보수).

지금까지 도현이 해오던 업무도 보전이었다.

미래 차에서 고치기 어려운 고장을 20세기에서 하청을 받아 해결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한 생산라인의 유지보수를 통째로 책임진다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1분 1초 단위에 쫓기면서 장비를 돌려야 하는 직책.

그렇게 하려면 무려 500대가 넘는 장비의 특성을 모두 꿰뚫고 있어야 한다.

"무리한 부탁이라는 거,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김원식 역시 그의 부탁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전보다 더 저자세로 부탁했다.

"기본 연봉 1억 5천. 초과 수익에 대한 인센티브 별도. 거기에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도 따로 챙겨줄 게."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대기업에서도 선뜻 제시하기 힘든 조건들.

"......"

하지만 도현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는데.

'.... 뭐지? 조건이 마음에 안드나?'

김원식은 그런 도현의 태도에 불안감을 느꼈다. 충분히 후한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걸로는 택도 없다는 건가? 하긴 이 부장이면 그럴 만 하지. 근데 이 이상은 나도 무린데 어떡하지? 그런 생각들이 김원식의 머리 속에서 휘몰아쳤다.

코어 테크니션(핵심 기술자).

도현은 더 이상 일개 엔지니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내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만질 수 있다는 건가?'

한편, 도현은 Z엔진 보전 팀장을 맡은 자신을 상상하며 나래를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사이클 타임 개선도. 릴레이 보드도.

모두 원청의 입맛에 맞춰야만 했다. 품질 하나 하나에 신경을 쓰고, 만에 하나 안전 사항에 위배되는 프로그램은 없나 몇 번이나 확인 과정을 거치고.

Z엔진 보전 팀장을 맡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품질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프로그램을 모두 만져볼 수 있다.

군주(원청)가 정해준 사냥터에서만 사냥하던 입장에서, 도현 본인의 입맛대로 사냥터를 고를 수 있는 입장으로 바뀌는 것이다.

'조건도 나쁘지 않아.'

게다가 김원식이 제시한 조건 역시 어지간한 대기업은 쌈 싸 먹는 수준이었다.

"하겠습니다."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




김춘식, 37세.

그는 요즘 따라 회사에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연봉이 올라서 그런가?"

아마 그것도 큰 이유를 차지 할 것이다. 4천을 겨우 넘겼던 연봉이, 릴레이 보드를 맡으며 거의 1.5배로 뛰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서도,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지나치게 가벼웠다.

심리적인 요인 뿐 아니라, 실제로 몸이 젊어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 여보. 우리 오랜만에 술이나 한 잔 할까?

- 어머. 이 이가 왜 이래!

춘식은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을 상기하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남자가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는 나이, 30대 중반. 어지간한 자극에도 부처와 같은 평정심을 유지하던 그 놈이 요즘따라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그 결과는 곧 부부 관계의 개선으로 이어졌다.

10%.

고작 체력이 10% 증가했을 뿐이지만 춘식의 인생은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여- 뽀꿀람! 좋은 아침!"

"... 김 과장 님 요즘 컨디션이 좋아 보이씸다? 요즘 뭐 보약이라도 따로 챙겨 드심까?"

"허허. 보약은 무슨. 그냥 기분 탓이겠지."

춘식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업무를 보기 시작 했다.

오늘의 업무는 V엔진 크랑크 PLC 회로 작성.

소재의 플렌지(끝 부분) 쪽을 척 클램핑(CHUCK CLAMPING)하는 동작에서 데이터 허용치를 벗어난다는 내용의 고장이었다.

"이 정도는 껌이지."

춘식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PLC 회로를 열었다.

척 클램핑 패드 마모.

이미 원인이 나온 고장이었기 때문에, 간단한 회로 수정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음.. 순조롭네."

타닥 타닥-

춘식의 손놀림에는 거침이 없었다.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FB를 찾고, 관련 FB를 레퍼런스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지 없는 지 확인한다.

전이었다면 한참을 헤맸을 작업이었지만, 오늘 따라 이상하게 일이 잘 풀리는 느낌이었다.

"저, 잠시 창고에 일이 있어서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그때.

부장 석에 앉아 업무를 보던 도현이 입을 열었다.

춘식을 비롯한 팀원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한 마디씩 내뱉었다.

"잘 다녀 오십쇼."

"업무는 저희가 쳐낼 수 있으니까, 마음 놓고 다녀오세요."

"오늘 따라 일이 잘 되네."

아무래도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건 춘식 뿐만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럼 잘 좀 부탁드립니다."

탁-!

도현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음.... 조금만 쉬었다가 할까?"

"커피나 한 잔 하고 하지."

동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 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 했다.

"이 부장이 없으니까 웬지 피곤한 느낌이네."

"그러게."

그들의 표정에는 하나 같이 피로감이 엿보였는데.

들썩들썩-

춘식 역시 잘 풀리던 작업이 갑자기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서 들썩이는 엉덩이!

"뭐, 뭐지..?"

OLED 4K로 보던 화면이 갑자기 FHD로 낮아진 느낌이랄까.

다함께 차차차 스킬의 효과가 해제 되면서, 버프 효과가 반토막으로 줄어든 반작용이었지만 팀원들이 그 사실을 알리 만무했다.

끄응-

방금 전 까지만 해도 혼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이 부장 언제 돌아오지?"

시간이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도현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는 팀원들이었다




학 테크.

미래 차의 하청 업체로서, 20세기 테크와 거의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업체였다.

유지보수, 성능 개선 등등.

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도 있었는데.

"메인터넨스 사업부의 이번 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5% 줄었습니다."

"뭐라고?"

"아무래도 유지보수 업무 자체가 20세기 측으로 많이 넘어간 탓인 거 같습니다."

"... 그 쥐꼬리 만한 회사 때문에 우리 회사 매출이 줄어 들었다고?"

바로 20세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점이었다.

엔진 변속기 측에만 출입하는 20세기 와는 다르게, 학 테크는 울산 공장 전체에 출입 하는 업체였기 때문이다.

학 테크 사장 곽춘배의 표정이 어두워 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1/3 규모도 안되는 20세기 테크 때문에 자사의 매출이 낮아 졌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20세기는 김 차장 나간 뒤로 영 맥을 못 추고 있었지 않았어?"

학 테크의 CTO, 최태원 이사가 대답했다.

"김 차장을 대체할 만한 인재가 등장한 거 같습니다."

"....김 차장을?"

곽춘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김 차장, 그가 누구던가?

송기오, 최원태와 더불어 업계 최고로 꼽히는 기술자 중 한 명이었다. 전반적인 능력치로 보면 김 차장이 원톱이라는 소문마저 들릴 정도.

"물론 '대체' 한다는 거지, 김 차장 급이란 건 아닙니다."

"하긴... 그만한 놈이 갑자기 나타났을리는 없지."

곽춘배의 표정에 안도감이 어렸는데.

잠시 뒤, 그는 최원태를 신뢰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최 이사. Z엔진 리툴링 건, 들었지?"

".... 네.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대규모 부품 공장을 발견 했다고."

미래 차 내부에 백이 있는 건 김원식 뿐만이 아니었다.

20세기보다 몇 배나 덩치가 큰 학 테크 역시 Z엔진 리툴링 소식을 접한 상황이었다.

"리툴링에 필요한 핵심 부품들은 원청에서 모조리 쓸어갈 거야."

"그 말은..."

"구형 버터 플라이 밸브, 구형 I/O 통신 모듈, 구형 소켓 릴레이 같은 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뜻이지. 20년 전 구블 사(社)랑 코마츠 사(社)에서 쓰던 사양 그대로."

곽춘배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20년 전에 쓰이던 부품들.

만약 Z엔진 리툴링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돈을 주고 환경 업체에 수거를 부탁해야 할 골동품들이었다.

하지만 막대한 스패어 부품들이 필요한 리툴링 사업이 진행 된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맹이 보다 못한 부품들이, 금보다 비싼 값어치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최 이사가 직접 다녀 와."

"인도에 말입니까?"

"그래. 최 이사 예전에 Z엔진 사내 하청으로 근무 했었잖아. 어떤 부품이 제일 자주 나가고, 제일 비싼 지는 훤히 꿰뚫고 있지?"

최원태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벌써 15년도 더 된 일이다.

그가 Z엔진 사내 하청에서 근무 했던 건.

하지만 최원태의 머리 속에는 아직도 그 때의 기억들이 생생 했다.

정직원들의 갑질, 그리고 살인적인 근무 스케줄.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바로 그 때였기 때문이다.

'옴론 사 DZ-248 릴레이. SMY 사 VS-2200 솔밸브...'

살아 남기 위해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정말 미친 듯이 공부 했다.

오죽 하면 그때 자주 갈았던 부품들의 품번까지 생생히 떠오를 정도.

"냄새를 맡은 건 우리 쪽 뿐만이 아닐거야. 분명 다른 업체들도 개 떼처럼 달려 들텐데..."

찌라시가 사실이라면, 인도 공장에는 수 만 개의 부품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달콤한 냄새를 맡은 타 업체들도 인도에 모여들 게 분명 했고.

그 중 Z엔진에 필요한 부품들을, 최대한 싼 가격에 매입 해야 했다. Z엔진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기술자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진 상황.

"믿고 맡겨도 되겠지?"

"실망 시켜드릴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최원태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공장이라면 몰라도, Z엔진에 한해서라면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었다.




"여기 있는 부품들이... 다 Z엔진 대비용 부품들이란 말입니까?"

도현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물었다.

김원식이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Z엔진 단산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부품들을 사모으기 시작 했거든. 선견지명이라고 할까?"

전현우가 그런 그를 흘겨 보았다.

"얼마 전에 술자리에선, 싹 다 갖다 버려야 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똥 덩어리들을 돈 주고 샀다고.."

"흠흠. 그땐 술에 많이 취했었나 보지."

티격태격대는 두 사람을 뒤로 하고, 도현은 부품들 위로 덮여 있는 비닐 막을 걷어 냈다.

콜록콜록-

순간 매케한 먼지들이 공장 안을 가득 메웠는데.

"이거.. 얼마나 방치해 둔 겁니까?"

"음.. 한 1년 쯤 됐나?"

"한 번 뜯어 봐도 됩니까?"

"당연하지. 아, 근데 밀봉 되어 있는 것들은 건들지 말고. 공기랑 접촉하면 산화되는 부속이 섞여 있는 부품일 가능성이 있거든."

고개를 끄덕인 도현은, 이내 상자들을 뜯어 보기 시작 했다.

뭔가 큰 의미를 가지고 한 행동은 아니었고, 단순히 호기심에 한 행동이었는데.

"...... 상당히 낡았네요?"

상자 속 내용물을 확인한 도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부품들 사이에 쿨란트 찌꺼기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새 제품도 있고, 중고 품도 섞여 있어. 아무래도 단종된 제품들이다 보니, 외관은 포기해야지."

그 말에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능만 똑바로 한다면야.'

생산 현장은 밀라노 패션 쇼가 아니다.

김원식의 말대로 기능만 똑바로 하면, 외관이야 하등 상관이 없다는 뜻.

'저번에 단종된 센서 하나 교체한다고 라인을 다섯 시간이나 세웠다고 했지.'

불과 1년 전의 일이었다.

센서 하나가 고장나서 교체를 하려는데, 동일 사양의 센서가 단종되고 없었다.

최대한 비슷한 사양의 센서를 찾았는데, NPN 용 센서라서 릴레이를 통해 PNP 용으로 바꿔 줘야만 했었다.

센서 케이블을 새로 포설하고, 출력 전환용 릴레이를 설치하기 위해 전기 판넬 내부에 공간을 만들고.

그렇게 센서 하나 때문에 단독 장비 하나가 다섯 시간을 멈춰 있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천 만원의 로스.

기를 쓰고 단종된 부품을 사 모으는 김원식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이건.. 버터 플라이 밸브네요?"

"응. 고압 워싱 장비에 주로 사용 되는 건데, 자주 불량이 생기는 부품이라 일부러 많이 사 놨어."

자주 불량이 생기는구나-

도현은 별 생각 없이 [품질 확인] 스킬을 켰다.

'불량'이라는 단어에 습관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버터 플라이 밸브.]

- LV : 2

- 완성률 : 100%.

- 품질 : 20%.

- 품질 개선 항목 : 10.

- 품질 이상 : 5.

다음 순간.

도현은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품질이... 20%라고?'

이 정도면 불량품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외관만 썩어 있는 게 아니라, 속까지 썩어 있었던 것이다.

혹시 몰라서 몇 개를 더 확인해 봤지만.

[버터 플라이 밸브.]

- LV : 2

- 완성률 : 100%.

- 품질 : 22%.

- 품질 개선 항목 : 10.

- 품질 이상 : 7.


[버터 플라이 밸브.]

- LV : 2

- 완성률 : 100%.

- 품질 : 40%.

- 품질 개선 항목 : 4.

- 품질 이상 : 2.


품질이 50%를 넘기는 부품이 하나도 없었다.

순간, 도현의 머리 속에 경종이 울렸다.

'만약 이 밸브들을 쓴다면..'

아마 채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또 다시 고장이 날 것이다.

심한 경우엔 밸브 자체가 터져서 70도가 넘는 고압 워싱액이 사방으로 흩뿌려 질 수도 있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이게 대한민국에 마지막 남은 Z엔진용 버터 플라이 밸브라고 하더라고?"

"인도에는 있지 않을까요?"

"모르지. DCT 생산 공장이라잖아. 고압 워싱 장비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뿌듯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원식.

도현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이거, 어디서 사 오신 겁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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