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대기업이 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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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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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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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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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5. 이자까지 쳐서.

DUMMY

"이 대리. 몸은 좀 괜찮아?"

춘식이 걱정스럽다는 듯 물어 왔다.

"괜찮습니다."

"휴... 몸 좀 사리면서 해. 평생 월차 한 번 안 써본 사람이 얼마나 몸이 안 좋으면..."

춘식의 말대로였다.

도현은 20세기 테크에 입사한 이래, 단 한 번도 월차를 쓴 적이 없었다.

전 사수였던 임광혁이 눈치를 줘서 그런 것도 있었고, 돈 때문에 쉬지 못한 것도 있었다.

사용하지 않은 잔여 연월차는 연말에 돈으로 환산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진짜 위험했어.'

도현은 지난 일주일을 떠올렸다.

일 평균 수면 시간 5시간.

깨어 있는 동안에는 단 한 순간도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심지어 체력을 2배로 소모하는 [집중] 스킬 까지 사용 했으니, 5년만 나이를 더 먹었어도 응급실에 실려 갔을 것이다.

"안 그래도 윤 차장이 널 찾더라고."

"그래요?"

"응. 출근 하자마자 부리나케 뛰어 오더라. 널 갈굴 생각에 신이라도 났나 봐."

춘식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여간 싸이코 같은 양반.."

도현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윤창호. 확실히 보통 인간은 아니었다. 일적으로도, 성격적으로도.

"하하. 윤 차장 들으면 어떡하려고요."

".... 들으면 뭐, 어쩔 건데? 나 김춘식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윤 차장 앞에만 서면 고양이 앞의 생쥐가 된다는 건 사무실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춘식 뿐만 아니라 전기 부서의 모든 사람들이 윤 차장을 무서워 했다.

"도현아. 그래서 과제는 좀 했어?"

춘식이 은근한 눈빛으로 물었다.

윤 차장이 맡기고 간 과제는 춘식도 한 번 열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5분도 안 되어서 파일을 닫아 버렸다. 성능 개선은 커녕 해독 조차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NC 쪽 전문가들도 고개를 젓던데..'

그만큼 어려운 프로그램이었다.

도현의 레벨에서는 절대 풀 수 없는 수준.

하지만, 지난 일주일 간 도현이 보여준 모습이 웬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분명 프로그램을 짰잖아.'

똑똑히 봤던 것이다.

신들린 듯 NC 프로그램을 짜내려가던 도현의 모습을.

"다는 못 했어요."

"그 말은... 성능 개선을 하긴 했다는 거네?"

"네."

간결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어떻게?"

시스템 창이 알려 줬습니다-

차마 이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매뉴얼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그건 도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답이었다.

".......그래. 무슨 대답을 기대 하겠냐."

춘식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공용 네트워크에 접속 했다.

어제는 업무가 바빠서 확인하지 못한, 도현의 과제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딸깍-!

큰 기대는 없었다. PLC도 아니고 NC프로그램, 그것도 전문가들마저 고개를 저을 난이도 였기에.

그런데.

"...... 어?"

춘식의 두 눈이 커졌다.


- 프로그램 개선 사항.

V엔진 헤드 드릴&엔드밀 프로그램.

[1. 불필요 연산 명령(67개)]

[2. GOTO 명령 중복(3개)]

.

.

[11.(중요)간헐적 Z AXIS FEED 범위 OVER.]


별 생각 없이 클릭한 엑셀 파일에는, 믿을 수 없는 정보들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프로그램 하나에 개선 사항이 11개?"

1-2개도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 개선 사항인데.

"도, 도현아. 이걸 니가 했다고? 어떻게..."

"매뉴얼 위주로 공부 했습니다..."

전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매뉴얼로 바꿨을 뿐...




전현우와 김원식, 그리고 윤창호.

Z엔진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 셋은 V엔진에 방문 했다.


도현이 개선한 NC회로를 실제로 테스트 해보기 위해서였다.


"윤 차장. 진짜 7% 맞아?"


전현우가 아직까지 안 믿긴다는 듯 물었다.

사이클 타임 7% 감소면, 업계의 전문가들이 몇 달은 붙어 있어야 가능한 수치였기 때문이다.

"일단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7%가 맞습니다."

"실제로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네."

"그렇죠. 성능 개선을 위해 삭제한 블록이, 사실 엄청 중요한 블록이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대답과는 다르게 윤 차장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마치 무조건 될 거라고 확신하는 듯한 태도.

'.... 까보기 전에는 몰라.'

전현우는 윤창호의 허세를 전부 믿지는 않았지만,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적어도.

NC에 한해서라면 그가 훨씬 전문가니까.


"사이클 타임 개선이 가능 하다고요?"


V엔진 가공 과장은 의심 어린 시선으로 세 사람을 바라 보았다.

마치 '진짜 가능 하겠어?'라고 묻는 듯한 눈빛.

전현우는 그 답지 않게 확신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확답은 못 드리는데, 일단 테스트 정도는.."

그때, 윤창호가 끼어들었다.

"확실합니다."

"... 이쪽은 누구?"

"20세기 CNC 차장 윤창호 입니다. 미래 위아에서 A/S맨으로 10년 근무 했습니다."

가공 과장의 눈에 신뢰가 차올랐다.

"위아 출신 이셨군요. 그럼 믿을만 하죠."

미래 위아.

공작 기계 쪽 종사자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대기업이었다.

가공 과장은 그제야 제대로 대화를 마음이 생긴 표정이었다.

"정말 사이클 타임을 줄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테스트하셔도 상관 없죠. 근데.... 혹시 얼마나 개선 가능한 겁니까? 0.5%? 0.7%?"

은근한 기대감이 담긴 목소리였다.

사이클 타임을 0.5%만 줄여도 연간 생산량으로 보면 수백 대를 더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0.5%만 해줘도 감지덕지긴 하지."

생산량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뜻.

물론 0.5% 이상의 개선율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미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최적화를 마쳐 놓았기 때문이다.


"단독 개선율 7%. 종합 개선율 3.4%"


순간, 가공 과장의 입이 떡 벌어졌다.


"...... 뭐라고요?"

"너무 놀라실 거 없습니다. V엔진 전체의 사이클 타임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장비 하나의 개선율을 말씀 드린 거니까요."


윤창호의 너스레에도 가공 과장의 입을 다물어 지지 않았는데.


"아,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말이 안되면 여기 찾아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테, 테스트 해보고 싶다고 하셨죠? 바로 가시죠."

라인으로 향하는 길, 가공 과장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7%면 허풍이 심하네.'

단독 개선율 7%면 예상의 14배가 넘는 효율.

솔직히 믿기 힘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일부러 쿠세를 좀 넣었나 보다'

7%를 입에 담았으나, 솔직히 2%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생각 했다.

그렇게 도착한 테스트 장소.

"프로그램 서입 하겠습니다."

프로그램이 들어가고.

윤창호는 장비 운행 버튼을 눌렀다.

위이이잉-!

굉음과 함께 돌아가기 시작한 장비.

가공 과장은 두근두근한 심정으로 사이클 타임을 체크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전현우, 그리고 김원식.

확신하는 듯한 표정의 윤창호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긴장 어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One cycle complete!

얼마 뒤, 가공이 완료 됐다는 메세지가 떴고.

"...... 3m 58s"

가공 과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1... 18초가 줄어 들었습니다."

4분 16초였던 기존 사이클 타임이, 무려 18초나 줄어 있었던 것이다.

윤창호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맞다고 했지 않습니까."

정확히 7% 줄어든 수치였다.




가공 과장의 연락을 받은 V엔진 부서장이 헐레벌떡 달려 왔다.


"바, 반갑습니다. V엔진 부서장 성진호 입니다."

"20세기 전현우입니다."

"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사이클 타임을 개선 하셨다고요?"


성진호는 무척이나 다급한 표정이었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모습.

전현우는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단독 개선율 7%. 종합 개선율 3.4%입니다."


단독 개선율은 장비 자체의 사이클 타임이 얼마나 줄어 들었냐 였고, 종합 개선율은 소재의 이송 시간을 포함한 개선율을 뜻했다.


전현우의 말을 들은 성진호는 두 눈을 부릎 떴다.


"7... 7%요?"

"네. 가공 과장이 확인하긴 했는데, 부장 님도 한 번 보시겠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잠시 뒤. 윤창호가 프로그램을 돌렸고.


"..... 이게 진짜라니."


성진호 부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가공 과장과 똑같은 반응이었다.


"일단 Q.C(품질 확인) 팀에 소재를 맡겨 봐야 할 거 같습니다."


하지만 부장은 달라도 뭔가 달랐다.

당황하기만 했던 과장과는 다르게, 성능 상 다른 하자가 없는지부터 확인했던 것이다.


"Q.C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부하치 좀 확인 하겠습니다."


V엔진 보전 반장까지 출동 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장비를 돌린 뒤, 몇 가지 체크 사항들을 확인했다.


축 부하율이 얼만지. 툴 깨짐 현상은 없는지.

트레이싱(부하치 진원도 테스트)까지 마친 보전 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 없습니다. 아니... 제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보다 부하치가 줄어든 거 같기도 합니다."

"..... 뭐라고요?"


성 부장은 화들짝 놀랐다.

시간을 빡빡하게 했으면 오히려 문제가 생겨야 정상인데, 성능이 더 좋아졌다?

"Q.C 결과 도착 했습니다."

놀랄 틈도 없이 Q.C 팀장이 도착했다.

"Q.C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내경, 깊이 정상입니다. 밀링 툴 채터링 현상도 사라졌습니다."

어김 없이 OK 사인이 나왔다.




"3.4%라니.."

성 부장이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중얼거렸다. 말로만 들었다면 허풍이니 하고 넘어 갔겠지만, 실제 두 눈으로 확인하고 오는 길이었다.


종합 개선률 3.4%

일반인이 느끼기 미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숫자였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도 그 숫자를 작다고 느끼지 않았다.


'최소 3만 4천 대야.'


연간 엔진 생산량만 100만 대에 이르는 게 미래 자동차다.

3.4%를 개선 한다면, 1년에 3만4천 대의 엔진을 추가로 생산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러프하게 엔진 한 대에 300만원만 잡아도..'


1000억.

엔진 공장 전체의 사이클 타임을 3.4% 개선한다고 했을 때 얻을 수 있을 매출 증대 효과였다.


"다른 장비들도 똑같이 개선이 가능 한 겁니까?"

성진호 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 보면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었다.

3.4%라는 사기적인 개선율을 다른 장비에도 똑같이 적용 가능한가-


만약 가능하다면 눈 앞의 남자들은 절대 놓쳐선 안 될 귀인이라는 뜻이었고.

불가능하다면 큰 매리트가 없는 쭉정이라고 봐도 무방 했다.


"확인을 해 봐야..."

전현우는 아직 모른다고 대답하려고 했다.

당사자인 도현에게 물어 봐야 하기 때문.

"가능합니다."

하지만 윤창호가 한 발짝 빠르게 대답 했다.


"윤 차장. 너.. "

만약 안 되면, 어떻게 감당 할건데?-

차마 그 말을 입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바로 앞에 성부장이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창호가 속삭였다.


"쉿, 여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차장 주제에 이사에게 덤벼들다니.

크게 혼을 내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전현우는 이상하게 윤창호가 밉지 않았다.

'.... 옛날부터 협상 하나는 기가 막히게 했던 놈이니까.'

협상의 귀재.

윤창호가 다리를 꼬았다.

그리곤 일부러 여유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술 영업팀과 상의 하시죠."

"흠흠. 윤창호 차장이라고 하셨죠? 혹시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 윤 차장 님이십니까?"

"아닙니다."

"그럼, 누굽니까? 사이클 타임을 7%나 줄인 사람이."


윤창호는 잠시 뜸을 들였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성진호 부장의 궁금증이 극대화 될 때까지.


"그건 다음 번에 다시 방문 했을 때, 부장 님이 보이는 성의를 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 허."

성진호 부장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다음에 올 때까지 만족할 만한 단가를 생각해 놓으라는 의도를 알아 챈 것이다.

성진호 부장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차장 급 밖에 안 되는데... 꽤 하네?'

중소 기업 차장.

솔직히 어느 정도 깔보고 있는 게 사실이었는데, 눈 앞의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사이클 타임 개선이 가지는 가치와, 그 파급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

"알겠습니다. 다음에 보시죠."

아쉽지만 지금은 고개를 숙여야 할 때였다.




20세기 테크 사장실.

도현은 잔뜩 진이 빠진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 대리.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전현우, 김원식, 윤창호.

20세기 테크의 실세들이나 다름 없는 세 사람이 쉴 새 없이 도현에게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사이클 타임을 어떻게 줄였냐.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냐.

혹시 다른 공정도 똑같이 할 수 있냐.


궁금한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결국 제일 궁금한 건 마지막 질문이었다.


"다른 장비도 싸이클 타임을 줄일 수 있어?"

"네. 가능은 합니다. 다만, 난이도가 어려운 회로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도현의 대답을 들은 세 사람의 얼굴에는 각각 다른 감정이 떠올랐다.


김원식은 돈 줄 하나 잡았다는 표정이었고 전현우는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이었는데.

"이 대리. 나 뭐 하나만 물어 봐도 돼?"

무슨 이유에서인지.

윤창호는 무척이나 흥분한 표정이었다.

"네."

"이번 V엔진 성능 개선 리스트 중에... 4번, 6번, 11번은 어떻게 찾은 거야? 뭐가 문젠지는 이해 되는데, 역순으로 따라 가려니까 못 찾겠더라고. "

윤창호가 생각한 개선 사항은 총 8가지였다.

하지만 도현은 총 11개의 개선 사항을 찾아냈고, 남은 3가지를 어떻게 찾았는지를 물은 것이었다.

".... 혹시 사무실에 돌아가서 알려 드려도 되겠습니까?"

"고마워. 그리고... 저번 주에는 미안 했다."


그건 평소 윤차장이 보여준 모습과는 180도 상반 되는 모습이었는데.


김원식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대기업 부장 급 앞에서도 당당하던 놈이?'


성 부장 앞에서도 여유를 부리던 윤 차장의 약한 모습이 낯설었던 것이다.


"전 이사. 윤 차장이 저렇게까지 자세를 낮출 일이야?"

"네."

전현우의 대답은 칼에 베일 듯 단호했다.

"형님은 모르시겠지만, 이쪽 업계에선 일 잘하는 놈이 형님이고, 예수님입니다."

"이 대리가 그 정도라고? 윤 차장이 고개를 숙일 레벨?"

"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전현우가 신신당부하듯 말했다.


"형님. 아까 말씀하신 비율, 절대 어기시면 안 됩니다."

"흠.. 대리 급한테 주기엔 너무 과한데.."

"성 부장 표정 못 봤습니까? 당장이라도 스카웃 해갈 기세였지 않습니까."

"... 그건 맞지."


성 부장은 능구렁이 같은 인물이었다.

사이클 타임을 줄일 수 있는 기술자가 따로 있다는 걸 알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갈 게 분명 했다.


"이도현 대리."

결심을 마친 김원식이 도현을 불렀다.

"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볼게요. 프로그램 하나 개선 하는데 얼마나 걸립니까?"

도현은 질문을 곱씹었다.

'성능 100%가 되야 싸이클 타임이 줄어드는 거 같은데.'

성능 100%.

NC 프로그램의 성능 개선 사항들을 모두 해결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상태였다.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2레벨은 40 시간.

3레벨은 80 시간.

4레벨은 160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 되는데.

"프로그램 하나당.. 2주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도현은 일부러 시간을 뻥튀기 해서 말했다.

'일주일에 하나 씩 할 수 있다고 하면, 분명 일을 많이 시킬 거야.'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대우를 받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뿐이란 걸.

가뜩이나 딸 아이와 보낼 시간이 부족한 도현 입장에선 솔직히 하기 싫은 일이었는데...


"200 줄게요."

김원식의 한 마디에, 도현의 뇌가 작동을 멈췄다.

"....... 네?"

"프로그램 하나 당 200만원 씩 주겠다는 뜻입니다. 인센티브 명목으로."


이건 김원식이 제시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미래 자동차로부터 제안 받은 금액이 건당 300만원인데, 70%를 떼어 주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이 대리가 요 몇달 간 보여준 모습 생각해서 특별히 챙겨주는 겁니다."

"......."

"어디 가서 이렇게 받았다고 말하고 다니면 안 돼요."


그 이후로도 김원식의 말은 이어졌지만.

도현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 이백 만원..'

이백 만원.

그 한 단어가 머리 속을 가득 메웠던 것이다.

'아버지.. 현서야...'

문득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아른아른 떠올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 같은 지지를 보내주던 가족들.

전에는 그저 하염 없이 기다려 달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는데.

'이제 행복하게 해줄게.'

이제는 달랐다.

갚아줄 거다.

지금까지 고생한 거 이자까지 쳐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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