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대기업이 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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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작품등록일 :
2024.07.25 15:07
최근연재일 :
2024.09.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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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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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8. 누군가의 빌런(2)

DUMMY

뿌드득-

임광혁의 어금니가 거칠게 갈려 나갔다.

'이 새끼가...'

도현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자신의 말에 반박을 했기 때문이다.


"17, 18번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에이 설마."

"NC 프로그램을 까보지도 않았는데, 그걸 어떻게.."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사람들의 반응이 그리 달갑지 않다는 쪽이라는 건데.


"이도현 대리."


전현우 이사의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가 좌중의 웅성거림을 가라 앉혔다.

"저는 임광혁 팀장에게 물었습니다만?"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딱딱하게 가라 앉은 표정.

순간 임광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전 이사가 왠일이야?'

평소답지 않게 전 이사가 그를 두둔해준 것이다.

"..... 야, 도현아. 빨리 죄송하다고 해."

춘식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회사의 높으신 분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팀장에게 물은 질문에 도현이 대답한 것은 명벽한 월권 행위 였는데.

"......"

도현은 평소 답지 않게 침묵을 유지했다.

움츠러 들지도, 위축 되지도 않고. 허리를 꼿꼿이 편 채로.

".... 뭐지."

"이 대리 답지 않은데.."

"진짜로 가능 한 건가?"

그리고 그 자그마한 태도의 변화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자아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모자라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달고 다니던 도현이,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당당함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리 맞아?"

"아니, 다른 사람 같은데.."

"그건 그렇고, 진짜 해결할 수 있어서 대답 한거야?"

"에이, 설마."

장내가 슬슬 소란스러워 진다고 느껴질 때 쯤, 도현이 천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흠흠. 괜찮습니다. 다음부턴 주의를 부탁..."

"코드 두 줄만 추가 하면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라서. 저도 모르게 대답한 거 같습니다."

"뭐라고요?"

전현우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 코드 두 줄로 해결할 수 있다고요?"

건 당 수천 만원.

그것도 원청인 미래 차에서 해결하지 못해 내려온 문제를 코드 두 줄로 해결할 수 있다고?

그에 대한 도현의 대답은.

"네. 가능합니다."

늘 그렇듯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단상에 올라 선 도현은 자신의 노트북을 빔 프로젝트에 연결 했다.


M06 T18.

G54 G00 G91 Z=Z_Wait_pos;

M03 S3000

G54 G00 G91 Z=Z_First Cut_Pos;


곧 50명의 직원들이 보고 있는 화면에는 NC 프로그램 하나가 떠올랐는데.

"여기 입니다."

도현은 레이저 포인트로 한 곳을 가리켰다.


M03 S3000.


드릴링 툴을 물고 있는 스핀들을 분당 3000RPM으로 회전 시킨다는 내용의 코드였는데.

도현은 딱 한 줄의 코드를 추가 했다.

"딱 한 줄만 추가하면 됩니다."


G04F2; Tool Broken Wait Delay.

툴 브로큰 웨이트 딜레이.

툴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대기 시간이라는 뜻이었다.


혹시나... 하고 기대하고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이... 말도 안돼."

"저걸로 해결할 수 있을리가."

"미래 차가 빙다리 핫바지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반응이었다.

G04 F2(2초 딜레이.)

NC를 모르는 사람도 아는, 기본적인 코드 한 줄로 뭐가 달라질까 싶었던 것이다.

"아니, 내가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어이가 없어서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그때.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힘을 얻은 임광혁이 입을 열었다.

"고작 2초 딜레이를 넣는다고 툴이 안 부서질 거였으면, 진작에 그렇게 했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임광혁은 고개를 돌려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미래 차 보전 팀이 바보도 아니고."

"이건 임 차장 말이 맞아."

광혁이 과장된 몸짓으로 뒷통수를 벅벅 긁었다.

"이 대리가 무슨 생각으로 저 코드를 넣은 줄은 알겠는데, 저거 의미가 아예 없는 코드에요."

마치 이 말 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말한다는 듯한 액션.

"스핀들이 최대 회전수에 도달하기 전에 드릴 끝 부분이 소재에 닿았고, 그래서 툴이 자꾸 부러진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않습니까? 2초 딜레이는 스핀들이 지령 회전 수에 도달하게 만들기 위한 코드고요."

그건 간단한 드릴링의 원리였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날이 소재의 살을 깎아내며 전진한다-

반대로 말하면 충분히 회전하지 않은 툴은 부러진다는 뜻이었는데.

도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이 대리, NC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되어 있지 않아요. M FINISH 신호 모릅니까?"

임광혁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머금었다.

M FINISH 신호.

해당 블록의 지령이 완료되기 전에는, 다음 블록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는 내용의 신호였는데.

"맞는 말이지."

"M FINISH 신호가 없으면 진행 자체가 안 되니까."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임광혁은 광대가 씰룩이는 걸 필사적으로 막으며 말을 이었다.

"이 대리가 가정한 그 상황 자체가 나올 수 없다는 거에요. 애초에 M03 S3000 지령이 완료 되었기 때문에 그 다음 블록으로 넘어간 거 아닙니까? 그 자체가 스핀들 RPM이 3000까지 올라 갔다는 증거나 다름 없어요. 애초에 이건 프로그래밍 문제가 아니라 NC 문제라는 뜻입니다."

그의 논리정연한 언변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윗 분들'이라고 불리는 몇몇 간부들까지도.

"임 차장 맞지? Y엔진 결함 잡아 냈다는."

"팀장은 팀장이네. 확실히 달라."

기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깨달은 광혁은 주변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제가 후임을 잘못 가르친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게 결정타였다.

도현의 논리를 완벽히 부정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과까지 하니, 그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부드럽게 풀어졌는데.

반면 도현을 향한 시선은 딱딱하게 굳었다.

"흠... 이 대리 그렇게 안 봤는데."

"자리를 봐 가면서 입을 열어야지."

"원래 나대는 캐릭터였나?"

그때. 도현이 입을 열었다.

"이건 NC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에 자신감을 얻은 임광혁이 도현을 압박했다.

"툴이 부러졌는데 NC문제가 아니라고요?"

"네."

"허 참. 어이가 없네.. 이 대리. 그만 하고 내려 와요. 지금 모습, 상당히 추해요."

도현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예전 같았으면 참고 넘어 갔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추하다라... 지금 누가 추한 건지 모르겠네요."

순간 임 차장의 두 눈에 튀는 불똥.

"이 대리, 지금 뭐라고 했어?"

"추하다고 했습니다 임 차장 님."


싸아-

그 한 마디에 장내의 분위기는 얼음 물을 끼얹은 것처럼 차갑게 식었다.


"이도현 대리, 당신 미쳤어?"

"안 미쳤습니다."


도현은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물었다.


"말씀 하신 M 피니쉬 신호라는 거, 어디서 보내주는 신호인지는 알고 겐세이를 넣으신 겁니까?"

"그거야... 메이커에서 정해 놓은 신호잖아."

흠칫-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임광혁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M 피니쉬 신호가 어디서 오는지는 그도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같았으면 이쯤 꼬리를 내렸을 텐데..'

도현은 그 미세한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PLC에서 보내주는 신호 입니다. 그래서 NC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 드린 겁니다."

"...네? 그게 무슨."

"화면으로 보시는 게 빠르겠군요."

도현은 일일이 설명 하는 대신 PLC 프로그램을 열었다.

타다닥-!

숙련된 손놀림으로 회로를 뒤지던 도현은, 곧 래더 회로 하나를 화면에 띄웠다.

M825.4

(M03 FINISH.)

M825.5

(S Code FINISH.)

각각 M03(스핀들 정회전 지령), S3000(스핀들 회전 속도 지령)이 완료 되었다는 코일이었는데.

"여기 보시면, 두 코일의 조건이 PASS 되어 있습니다."

임광혁의 두 눈이 커졌다.

분명 각각 떨어져 있어야 할 두 코일의 조건이, 병렬로 연결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

윤 차장과 전현우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고, 김춘식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 듯 중얼거렸다.

"누가 회로를 저 따위로...."

래더 회로 상으로는 고작 짝대기 하나가 이어져 있을 뿐이었지만, 그 효과는 절대 작지 않았다.

M03(스핀들 정회전) 신호가 지령 되면, 회전 속도가 얼마인지와는 관계 없이 NC 프로그램이 다음 블록으로 넘어 가도록 동작이 바뀌는 것이다.

"스핀들은 지령 속도에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명백한 변칙 작업.

동시에 도현의 말이 맞다는 증거이기도 했는데.

"왜 회로가 저렇게 되어 있는.."

임광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고.

도현은 그런 그의 두 눈을 직시한 채로 입을 열었다.


"왜 회로가 저렇게 되어 있는지는 저도 모르죠. 중요한 건..."

"....."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학 테크와 YM에 빼앗길 뻔 했다는 거 아닙니까? 누군가의 섣부른 판단 때문에 말입니다."


광혁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이 자리에 도현이 말한 '누군가'가 임광혁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사실이 임광혁의 자존심을 더욱 잔인하게 짓밟아 버렸다.




이후에도 여러 안건이 오갔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오롯이 도현에게 향해 있었다.

"..... 우리가 알던 이 대리 맞아?"

"M 코드 따라가는 방법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소문이 사실이 아닐지도..."


이 대리가 해외 프로그래머에게 업무 대리를 맡겼다-


알게 모르게 직원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고 있던 소문이었다.

실제로 그 소문을 믿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오히려 이 대리가 터키 프로그래머보다 잘하는 거 같은데.."

지금 그 소문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증명한 것이다.

최상급 난이도의 고장을 순식간에 해결 함으로써.


"그럼 임 차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그렇게 밖에는 설명이 안 되지."

"평소에 이 대리 뒷담화를 깔 때 알아 봤어야 하는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실력 있는 놈이 갑인 업계다.

그리고 철저하게 '을'의 입장이었던 도현은 오늘을 계기로 '갑'이 되었다. 이 자리에 모인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이상으로 3분기 기술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말을 마친 전현우.

그는 단상에서 내려가지 않고 천천히 장내를 둘러 보았다.

사람들은 곧 의아한 표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뭐지?"

"더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전 이사 답지 않게.."

전현우가 미래 차 출신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김원식이 웃돈을 주고 스카웃 해온, 실세 중의 실세라는 것도.

그래서 더 불안 했다. 그의 입김 한 번에 부서 평가와 인센티브가 달라진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으니까.

묘한 불안감, 그리고 기대감이 장내에 퍼져나갈 때 쯤.

"원래는 공문으로 전달 하려고 했으나, 모두 모인 김에 전달 사항만 전파하고 가겠습니다."

전현우가 입을 뗐다.

"말씀 드릴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사내 특별 인사 관련 소식이고, 또 하나는 징계 위원회 관련 소식입니다."

순간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특별 인사.

징계 위원회.

둘 다 일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대박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특별 인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도현 대리. 과장으로 특진 시키겠습니다."

순간 장내에는 정적이 흘렀다.

대리 2년차.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운 오리 새끼 취급 받던 이 대리가 과장이라고?

그런 사람들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전현우가 못을 박았다.

"전에도 그랬지만, 20세기 테크는 철저한 실적 위주의 인사 규정을 견지할 겁니다."

"....."

"초절전 회로 입찰. 사이클 타임 개선. 그리고 방금 툴 파손 문제 해결 까지. 이 대리의 실력은 누가 봐도 과장 급 그 이상이라고 생각 됩니다. 이의 있으신 분이 있다면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그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전현우가 무섭기도 했지만, 방금 보여준 도현의 모습이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 누가 추하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 누군가의 섣부른 판단 때문에 입찰을 놓친 뻔 했네요.


실력도, 성격도.

도현은 철저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사실이 사람들의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이견은 없는 거 같군요. 그럼 사내 징계 위원회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징계 위원회.

사람들의 두 눈에 또 한 번 공포가 어렸다. 딱히 징계를 받을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서 더더욱 그러 했다.

- 설마 나는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어진 전현우의 말은 사람들의 불안감을 여지없이 해소해 주었다.


"최근 사내에 사실무근인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 소문?"

"이도현 대리가 해외에 업무를 아우소싱 한다는 내용의 소문입니다."


그 말에 몇몇 사람들이 몸을 떨었다.

흠칫-

주로 임 차장과, 그와 친하게 지내는 인물들이었다.


"사내에서 파벌이 갈리고, 라인이 생기는 것 정도는 저희도 충분히 인지하고 또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카르텔 화가 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 합니다."


춘식을 비롯한 몇몇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쯤은 임차장의 혓바닥에 놀아난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에 저희 이사진은 강경하게 대응 하기로 했습니다. 까딱하면 잘못된 사내 정치가 작업 도중의 안전사고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판단 했기 때문입니다."

"......."

"이 자리에서 징계 당사자가 누구인지 굳이 밝히진 않겠습니다."


전현우는 그 말을 함과 동시에 슬쩍 시선을 돌렸다.

".......!"

임광혁이 있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임광혁에게 향할 수 밖에 없었는데.


"뭐야. 임 차장이 그런 거야?"

"그런 소문이 났었어?"

"와 임 차장 그렇게 안 봤는데.."


덕분에 그 소문이란게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까지 알게 되었다.

임광혁이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는 사실을.

말로 밝히지 않았다 뿐이지, 공공연하게 광혁에게 쪽을 준 것이나 다름 없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공문으로 전파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전현우는 그제야 단상에서 내려왔다.




다음 날.

전현우가 예고 했던대로 사내 게시판에는 두 개의 공문이 걸렸다.


[특별 인사 조치.]

- 자동화 프로그래밍 부서 이도현 대리.

- 위의 직원은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당사의 발전에 기여 하였으로 1계급 특별 승진 조치함..


[징계 위원회 회부 결과.]

- 자동화 프로그래밍 부서 임광혁 차장.

- 사내 정치 및 따돌림.

- 직책 해제 및 직위 강등. 3개월 감봉.


한 가지 예상을 벗어난 점이 있다면, 예상에 없던 한 공문이 추가 되었다는 점이었는데.


-정기 인사 결과


CNC 팀.

[윤창호 차장]

차장 → 부장.

팀장 → 전기 총괄 부서장.


윤창호 차장은 전기 팀을 총괄하는 부서장이 되었고.


시퀀스 팀.

[하원식 과장.]

부팀장 → 팀원.

[김민혁 대리.]

팀원 → 부팀장.


시퀀스 팀 역시 크나큰 변혁을 맞았다.

징계위에 회부된 인원 몇몇의 직책이 강등된 것이다.

공석이 된 빈 자리는, 상부에서 눈여겨 보고 있던 몇몇 대리, 과장 급 인사들이 메웠는데.


"하... 씨X. 회사 그만 두던가 해야지."

"뒷담 좀 깠다고 직책을 강등시키는 게 말이 되냐?"

"윤 차장은 입사한 지 한 달 도 안됐는데 부장 달고."

"X 같은 회사."


몇몇 직원들은 대놓고 정기 인사 결과를 비난했다.

주로 징계위에 회부된, 속된 말로 사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던 인물들이었다.


".... 이, 이건."


하지만 그들보다 훨씬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는데.


자동화 프로그래밍 팀.

[이도현 과장.]

팀원 → 팀장.

[김춘식 과장.]

팀원 → 부 팀장.

[임광혁 과장.]

팀장 → 팀원.


정기 인사 결과를 확인한 임광혁은 소리를 꽥 지르고 말았다.


"이건 말이 안되잖아!"


어제 까지만 해도 부서장 다음가는 직책, 그리고 직위에 있었다.

거기에 암묵적으로 차기 부서장으로 꼽히는 실세 중의 실세 였는데.

"나보고 이도현 시다바리나 하라고?"

하루아침에 도현의 부하 직원이 되어 버린 것이다.

"뭐가 말이 안됩니까?"

그때. 누군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 헉!"

"말이 안되는 게 가능한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고, 그보다 더 말이 안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20세기 테크라고 말한 건 임 과장 아닙니까?"

"..... 너... 이 새끼..."

도현이었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싸움 난 거 같은데?"

"임 과장하고 이 과장하고 붙었어."


난데 없는 고성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도현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이상하다 느낄 정도로 덤덤했다. 그게 시스템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성격 자체가 바뀌어서 인지는 몰랐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거인처럼 커 보였던 임광혁이 한 없이 작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지금 새끼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이 자식이라고 했다. 뭐 어쩔건데?"

임광혁은 배짱을 부렸고, 도현 역시 피하지 않고 한 발짝 앞으로 발을 디뎠다.

"......!"

예상치 못한 행동에 광혁이 흠칫 몸을 떠는 사이, 도현이 천천히 입을 뗐다.


"여긴 회사고 난 김 과장 상사입니다. 아무리 중소기업에, 위계질서가 헐렁 하다지만, 지킬 건 지켜야지!"

"...지금 뭐라고!"

"...라고 하셨던 거 기억 나십니까? 김춘식 과장님한테?"

"........아, 아니."

임광혁은 그 답지 않게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예상치 못한 커브 볼에 한 방 먹은 듯한 표정이었는데.

"기억 안 나세요? 그럼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난 임 과장 상사고, 여긴 회사입니다. 팀원이라면 팀장에게 예의를 갖추세요. 아니면 안 그래도 말아 먹은 하반기 인사 고과에 상당한 불이익이 있을 겁니다."

도현은 일부러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임광혁이 느낄 수치심이 최대한 극대화 되도록.

"상사에 대한 태도도 인사 고과에 포함된다는 거 아시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2

  • 작성자
    Lv.4 li*****
    작성일
    24.08.27 00:52
    No. 1

    아 정말 찌릿짜릿!
    내가 도현쓰면 매일 실실 웃으면서 잠들듯^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하우저
    작성일
    24.08.27 01:04
    No. 2

    ㅋㅋㅋㅋㅋ 잘보고 갑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72 쪼사장
    작성일
    24.08.27 01:07
    No. 3

    저러면 그만 둬야지 어떻게 같이 일해

    찬성: 9 | 반대: 0

  • 작성자
    Lv.31 꾸물이두리
    작성일
    24.08.27 06:35
    No. 4

    ㅋㅋㅋ 시원한 사이다 잘보고갑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6 tower
    작성일
    24.08.27 14:54
    No. 5

    사이다맛입니다
    잘 보고갑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56 알콜중.독
    작성일
    24.08.27 15:29
    No. 6

    근데 내용이 다른분꺼 비슷 한듯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99 미르호야
    작성일
    24.08.27 15:43
    No. 7

    잘보고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i*****
    작성일
    24.08.28 13:37
    No. 8

    임차장 보다 주변인물들 인성이 빌런이듯.
    증거없이 그대로 믿고 미워하고 퍼뜨리고 ㅋ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i*****
    작성일
    24.08.28 13:42
    No. 9

    마누라 떠나고 딸 키우는 컨셉 + 코딩갓 컨셉 등 중간히트작급 설정을 합쳐서 아주 잘 만드셨네요.
    프로그램 레벨업 하여 성장하는 것도 안비슷하게
    잘 하신듯.
    고구마는 막장인데 욕하며 보는 소설류에 영향을 받으싡듯.
    히트했던 작품들 분석잘하셔서 고심하며 쓰신 글이라는것 인정합니다. 대신 욕하며 보기 싫어요.

    임차장 빌런 해결과 주변인물들에게 인정 이란 사이다 빌드업을 위해 너무 피곤함의 부담을 독자에게 주신듯 해요.
    중간 중간 성장이란 작은 사이다와 위선의 가능성 인정을 사이다로 주셨지만 사막에 사이다 500ml 붇기 였으니 독자들이 목이 먹혀 힘들었지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as*****
    작성일
    24.08.30 17:17
    No. 10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제이슨준리
    작성일
    24.09.01 17:02
    No. 11

    3/47 왠일이야 ㅡ 웬일이야. 오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꿈의궁전
    작성일
    24.09.01 17:23
    No. 12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이이장님
    작성일
    24.09.02 22:25
    No. 13

    직원들이 뇌가 없는듯 나이 삼사십처먹고 말 한마디한마디에 저렇게 줏대없이 흔들리는게 현실적이지가않네요

    찬성: 6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4.09.03 11:28
    No. 14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철혈오랑
    작성일
    24.09.09 02:01
    No. 15

    회의중에 겐세이 ㅋㅋㅋ 미쳤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56 해질녁즈음
    작성일
    24.09.11 21:47
    No. 16

    저러면 관둬야지 어떻게 같이 일하냐고 말하는건 책임회피지 그동안 지가해온건 생각안하고 겨우 이정도로 그만둔다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치킨생맥
    작성일
    24.09.12 17:44
    No. 17

    아니 진짜 회사 안다녀보셨나...
    회사 사람들 부화뇌동하는거 하루이틀이 아니긴 한데 저렇게 팔랑거리지 않음.

    판타지 소설에 병풍으로 깔아놓은 npc에게 너무 많은걸 기대한다고 하겠지만 사회생활하는 어른이 저렇게 여기서 한마디한다고 우르르 갔다가 다른데서 한마디 한다고 우르르 가지 않는다니까..;;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31 ch******..
    작성일
    24.09.12 18:47
    No. 18

    아 드디어 밀려오는 사이다의 쓰나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6 라코
    작성일
    24.09.13 06:16
    No. 19

    아 역겨워서 나같으면 진작 때려침. 슈퍼 개발자 소설인데 정작 슈퍼 개발자 입지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는 소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ls*****
    작성일
    24.09.13 16:49
    No. 20

    갈등구조가 너무 저급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24.09.14 02:08
    No. 21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24.09.14 18:44
    No. 22

    잘하는거 같은데 __>
    잘할거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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