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대기업이 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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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작품등록일 :
2024.07.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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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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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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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주사위.

DUMMY

토요일 아침.

평소 같았으면 출근하여 회사에 있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명우와 현서를 이끌고 백화점에 방문한 것이다.


"도현아. 난 진짜 이런 거 필요 없다."

백화점 1층에 위치한 아올렛.

도현이 옷을 건네자, 이명우가 손사래를 쳤다.

"옷을 필요할 때 사는 게 아니라, 해졌을 때 사는 거에요."

"아니 집에 옷이 얼마나 많은데...."

도현은 그런 이명우의 말을 흘리고 직원을 호출 했다.

"사장 님. 여기 이 분 옷 좀 골라 주세요. 색은 너무 어둡지 않은 회색 컬러로, 신축성 좋은 옷들로요."

"알겠습니다. 아버님, 이 쪽으로 오시죠."

어쩔 수 없다는 듯 끌려 가는 이명우.

도현은 그런 아버지를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아버지의 옷을 장만해 드리는 것.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해주고 싶은 일이었다.

'프로그램 한 건에 200만원이면, 돈이 얼마야..'

도현은 김원식이 제안한 금액을 떠올렸다.


-프로그램 하나에 이백 씩 줄게.


2레벨 회로 기준 성능 100%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시간이다.

물론 집중 스킬을 사용 했을 때 기준이었고, 틈틈히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걸리는 시간은 약 일주일 정도였는데.


'내 월급이 250인데..'

월급의 80%를 일 주일 만에 벌게 된 셈이었다.

'프로그램은 2레벨만 있는 게 아니야.'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업무를 해가면서 NC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것은.

게다가 3레벨, 4레벨 프로그램은 시간이 배로 걸리기도 했으니, 일 주일에 200만원이 꾸준히 나오는 건 아니라고 봐야 했다.

'한 달에 500은 더 벌 수 있다는 거잖아.'

그럼에도 큰 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도현이 조용히 계산기를 두들기는 사이, 이명우가 멋쩍은 표정으로 걸어 왔다.

옷이 날개라고, 이명우는 사람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아니, 참. 필요 없다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명우 역시 옷이 썩 마음에 드는 듯 보였다.

연신 곁눈질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명우 사장 님 어디 갔어요? 이명우 씨!"

"이 자식이...."

도현의 농담에 이명우가 머쓱한 듯 성질을 부렸다.

"아, 여기 계셨구나. 못 알아 볼 뻔 했네."

"오버 하지마라. 그냥 한 번 입어 본 거니까. 사지는 않을 거야."

"사장 님! 여기 비슷한 스타일로 몇 벌만 더 챙겨 주세요."

명우는 그 말에 경기를 일으키며 소리를 질렀다.

언뜻 봤던 가격표에 적힌 숫자가 그의 상상을 초월해 있었기 때문이다.

"니가 돈이 어딨다고 이걸 다 사!"

"..... 인센티브 받았어요."

"..... 인센티브? 그거 얼마 전에 받은 거 아니었어?"

이명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아들이 무슨 일을 하는 지는 몰랐지만, 인센티브가 그리 자주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 아들, 이번에 한 건 했어요."

"지, 진짜야?"

"V엔진 아시죠? 쏘나다랑 크렌져에 들어가는 2000CC엔진."

"아, 알지. 근데 그게 갑자기 왜?"

"V엔진을 만드는 장비를 제가 개선 시켰어요. 그게 어떤 시스템이냐면.."


이후에 이어진 것은 꽤나 전문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비전공자인 이명우가 알아듣기엔 난이도가 있는 내용.

도현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쉽게 풀어서 설명하지 않았다.


'아버지 성격에 따지려고 들거야.'

갑자기 큰 돈을 벌었다고 하면, 분명 의심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확률이 높았다.


"그, 그렇구나."

예상대로.

명우는 아들의 입에서 나온 전문적인 단어들에 무척이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아들, 대단하네."

곧 명우의 두 눈에는 의심이 사라지고, 뿌듯함이 그 자리를 메웠다.

괜히 헛 기침을 하며 혼자 말로 '인센티브.' '천만 원.' 같은 소리를 남발하는 걸 보아선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도현은 그런 명우의 모습이 웃기기도 했지만, 동시에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동네 삼촌 같았는데..'

지금은 영락 없는 아저씨의 모습.

이명우는 늙었다.

그의 젊음은 도현과 현서를 위한 거름이 되어 버렸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해.'


도현은 월 500이라는 단어를 머리 속에서 지워 버렸다. 괜히 마음이 붕 떴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이제 곧 60이야.'

'현서도 조금 있으면 초등 학교에 들어 가고.'

'집도 알아 봐야 하는데..'


500은 분명 큰 돈이었지만,

인생을 바꾸기엔 턱 없이 모자란 돈이었다.


문득 도현은 더 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이라면 월 500의 추가 수익만 해도 감지덕지 였겠지만, 이제 달랐다.


시스템 창. 이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더 큰 수익을 노려볼 수 있었다.


"아빠는 옷 안 사?"

현서가 물었다.

"응. 아빠는 안 사도 돼."

"히잉.. 맨날 똑같은 청 바지에 똑같은 티셔츠야."

현서가 그의 바지를 잡아 당겼다. 얼마나 오래 입었는지, 무릎 쪽과 끝단이 하얗게 세어 있었는데.

"아빠는 필요 없어. 집에 옷 많이 있거든."

도현의 대답에 현서와 명우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옷을 필요할 때 사는 게 아니라, 해졌을 때 사는 거라며...."

도현이 방금 이명우에게 했던 말이었다.

"......"

카운터 펀치를 맞은 도현은 결국 5년 만에 처음으로 옷을 살 수 밖에 없었는데.

덜덜덜-

이명우의 옷을 결제 할 때와는 다르게, 카드를 내미는 그의 돈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 대리. 그거 어떻게 한 거야?"


월요일.

회사에 출근한 도현이 처음 들은 질문이었다.


"사이클 타임을 개선 했다고?"

"NC프로그램에서 개선 점을 11개나 찾았다는 건, 진짜 어마 무시한 건데.."

"들어 보니까 윤 차장도 8개 밖에 못 찾았다며?"

"까불더니, 쌤통이다."


이쪽 업계는 그리 넓지 않았다.

그만큼 소문이 빠르다는 뜻.

도현은 처음 겪어 보는 호의적인 시선에 어색한 듯 고개를 숙였다.


"하하. 그냥 매뉴얼 대로 했습니다."


도현의 말에 사람들은 어이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매뉴어얼? 세상 어느 매뉴얼에 그런 내용이 나와 있어?"

"완전 기만이네."

"이거 그거 아니야? 수능 만점자한테 비결을 물어 봤더니, '교과서 위주로 공부 했습니다.'라고 대답한 거."


꽤나 유명한 사건이었다.

일명 '교과서 좌'

예전이었다면 도현 역시 기만이라고 느꼈겠지만, 이제는 이름도 모르는 수능 만점자 학생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냥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구나.'

귀찮은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조치했는지 일일이 설명하는 게.


"다들 뭐 해요? 업무 안 봐요?"


그때, 저 멀리서 윤 차장이 호통을 치며 다가 왔다.

덥수룩한 수염에 슬슬 벗겨지기 시작한 정수리. 매서운 눈빛.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그의 등장에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에이 씨.. 윤 싸이코 왔네."

"지가 뭔데 이래라 저레라야."

"이 대리 보다 일도 못하는 양반이.."


몇몇 직원들이 툴툴 거리며 자리를 피했다.

주로 윤 차장에게 면박을 심하게 당했던 과장 급 인물들이었는데.

윤 차장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도현에게 다가 왔다.


"윤 차장 님, 괜찮으십니까?"

"뭐가요?"

"사람들이 대놓고.."

윤 차장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도현 씨. 하마 콧잔등에 파리 몇 마리 붙어 있다고 해서, 하마가 난리를 치겠습니까?"

"......."

"신경 쓸 가치도 없다는 겁니다. 언제든지 밟아 버릴 수 있으니까요."

텁-

윤 차장이 도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신경 써야 할 건, 나보다 훌륭하거나, 앞으로 그렇게 될 확률이 높은 사람이겠지요."

"윤 차장 님.."

도현의 표정에 미미하게 금이 갔다.

'내가 그 정도인가..'

칭찬을 잘 받아보지 못한 사람이 극찬을 받았을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는데.

윤창호는 또 한번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 대리는 자신의 가치를 잘 모르는 거 같네요. 저라면 어제 김원식 사장이 200을 불렀을 때, 미래 차에서 제시 받은 금액이 얼마인지 부터 물어 봤을 겁니다."

"....."

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래 차에서 제시 받은 금액...?'

평생을 누군가의 밑에서 일해 왔다.

시키는 대로 하고, 정해진 월급을 받고.

돈에 관해서 사업주와 협상을 하는 모습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럼, 200 이상을 받을 수도 있었다는 건가?'

그건 모른다.

김원식이 정말 양심 껏 제안 했을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거 하나는, 지금 윤 차장이 한 말을 새겨 들어야 할 거 같다는 점이었다.

"뭐, 차차 나아지겠죠. 그건 그렇고.."

생각이 많아진 그때.

윤 차장이 갑자기 팬과 노트를 꺼냈다.

'헬로 키티?'

어울리지 않게, 헬로 키티가 그러진 노트와 팬이었는데.

"저번에 물어 봤던 V엔진 성능 개선 점. 오늘 배울 수 있겠습니까?"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부터 왜 찾아 왔나 했더니..'

찾지 못한 개선 사항을 물어보러 온 것이었다.

"물론입니다. 마침 저도 롤링 회로에 대해 물어 보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하하. 좋네요."

그때. 도현이 공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따님이 사주셨나 보네요. 저희 딸도 헬로 키티 좋아 하는데.."

헬로 키티를 보니, 딸 아이가 생각이 났던 것.

바로 어제 백화점 헬로 키티 샾에 방문 했기에 더더욱 관심이 가서 물어본 거였는데.

"아니요. 제가 산 겁니다."

"......네?"

돌아온 답변은 제법 충격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좀 좋아 해서요. 그리고, 저 미혼입니다."

미혼.

그 한 마디에 풀어져 있던 도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아, 죄송합니다. 그, 근데 실례지만 나이가?"

"쥐띠 입니다."

순간 도현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송공송공 맺히기 시작 했다.


"아하하. 쥐띠 시구나.."


도현은 차마 몇년 생인지는 물어 보지 못 했다.

'저 얼굴이... 나하고 2살 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돌이킬 수 없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몰랐다.




임광혁.

그는 사람들이 수근 거리는 내용을 들으며 이를 악 물었다.


"이번에 이 대리 소식 들었어?"

"초절전 회로 입찰 따냈다는 거? 당연히 들었지. T엔진 가공 과장을 박살 내버렸다며?"

"그것 뿐만이 아니야. V엔진 사이클 타임도 수정 했다던데?"

"공용 네트워크에 올라온 자료 보니까 장난 아니더라. 감전 사고 당한 이후로 다른 사람이 된 거 같아."


이도현. 이 대리. 이도현 대리.

회사 내에 어디를 가도 온통 이도현에 관한 이야기 뿐이었다. 그 사실이 그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Y엔진 결함 발견.

사내에서 그의 입지를 급속도로 끌어 올려 준 성과였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그 성과는 사실 이도현의 성과였다.


'그 놈의 입지가 더 커지면 안 돼.'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도현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회로 수정 하나 제대로 못했던 도현이었기에, 성과를 빼앗았음에도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놈의 입지가 커진다면?

사람들이 놈의 말을 신뢰하게 될지도 몰랐다. Y엔진 결함을 발견한 게 도현이라는 말에 힘이 실릴 지도 몰랐다.


'제길. 신 과장을 무슨 낯으로 보냐고.'


무엇보다, 그에겐 도현을 찍어 눌러 놓아야 할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Y엔진 신 과장과의 밀약.

도현의 입을 다물게 하는 조건으로, 미래 차 입사에 가산점을 받기로 했던 것이다.


'대책이 필요 해.'


그는 이런 쥐꼬리만한 중소 기업에서 썩을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연봉 1억이 눈 앞에 있는데!

순간, 그의 외침이 닿기라도 한 것일까.

머리 속에 묘책이 하나 스쳐갔다.


'소문이 돌고 있다면... 그걸 이용하면 되잖아?'


긍정적인 소문이 돌고 있다면, 살짝 방향만 틀면 된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원래 사람들은 호박 씨 까는 것을 더 좋아 하지 않은가?


"어, 임 차장 왔어?"


때마침 대화를 나누던 일련의 사람들이 그를 발견하고는 아는 체를 해 왔다.

임광혁은 회심의 미소를 머금으며 다가갔다.


"마침 잘 왔네. 임 차장도 이 대리 이야기 들었지?"

"그거 진짜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회로 수정 하나 못해서 빌빌 거렸다고 임 차장이 말했잖아. 몇 달만에 이렇게 되는 게 가능해?"


임광혁은 뜨끔 했지만,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회로는 확인 해봤는데, 잘 짜긴 했더라고요."

인정하기 싫었지만.

몇 달 사이에 도현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치? 비전공자인 내가 봐도 깔쌈하게 만들었더라. 심지어 기능 구현도 잘 된다며."

"T엔진 가 봐서 아는데, 주 과장 성격 장난 아니거든? 그 주 과장의 입을 다물게 했을 정도면... 진짜 실력이 있다는 거야."


칭찬일색.

도현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였다. 임 과장은 가슴 속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 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실력이라.. 맞죠. 베끼는 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니까."


일단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을 던졌다.


"그 말은...?"

"혹시 우리가 모르는 뭔가 있는 거야?"


다행히 사람들은 곧장 미끼를 물었는데.

임광혁이 안색을 살짝 굳혔다.

그는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말지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속삭이듯 말했다.


"여기 계신 분들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아이고 여기서 우리보다 입 무거운 사람이 또 어딨나? 걱정 하지 말고 말해 봐."


기계 수리 팀 직원들이 귀를 기울였다.


"저도 우연히 본 건데 말입니다. 이 대리 노트북에 외국 사람 하고 메일 주고 받은 흔적이 있더라고요."

"외국 사람?"

"네. 대충 인도하고 터키 쪽이었던 거 같은데.."

"터키 하고 인도면, 미래 차 공장이 있는 곳들이잖아."

"걔네들이 단가는 싸고 기술은 기가 막힌다던데.."


듣고 있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서, 설마. 해외 쪽으로 NC 프로그램을 아웃 소싱 한 거야?"

"그거야 저도 모르죠. 근데 확실한 건, 이 대리가 입는 옷이 달라 졌다는 겁니다."

"하긴, 맨날 헐렁한 옷만 입고 다녔었는데.."

"어제 보니까 새 옷 뽑았더만. 신발도 새거 고."


한 직원이 입을 열었다.


"아웃 소싱해서 업무 맡기고, 자기는 중간에서 돈만 챙기는 거네?"

"그럼 이 대리한테 특별 성과급 지급할 거라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와, 이제야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네."

"근데 업무 대리는 징계 아니야?"


업무 아웃소싱은 중징계에 해당했다.

최소 정직 2개월. 보통은 해고를 당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


"아니, 근데 그걸 임 차장이 어떻게 알아? 진짜 대리 작성을 맡겼다면, 기를 쓰고 숨기려 했을텐데."

"요즘 이 대리, 2시간 일찍 출근 하지 않습니까? 마치 숨길 거라고 있는 것처럼.. 저도 아침 일찍 출근 했다가 우연히 봤습니다. 깜빡하고 노트북 화면을 안 닫고 간 거 같더라고요."

"진짜야? 확실 한거지?"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노트북은 커녕, 얼굴 본 지도 일 주일이 넘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지금의 임광혁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어차피 조만간 그만 둘 회사.'


자신은 곧 대기업 직원이 될 사람이었으니까.


"네. 확실합니다. 근데 이거, 꼭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


타닥 타닥-

도현은 어느 날 처럼 프로그램에 깊게 몰입하고 있었다.


[V엔진 크랑크 수직 그라인딩 공정 CNC.]

[프로그램 종류 : 화낙]

[소프트웨어 레벨 : 3.]

[프로그램 성능 : 95%]

[현재 에러 : 확인 불가능.(OFFLINE)]


그가 보고 있는 것은 3레벨 프로그램.

절대 쉽지 않은 난이도였지만, 도현의 손가락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이제 하나만 더 하면..'

개선 사항을 하나만 더 마무리하면 프로그램 성능 100%에 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개선 사항.]

(중요)

7. 그라인더 PIN 마포스 측정 시간 과다.


마포스 측정 시간 과다.

예전이었다면 저게 무슨 뜻인지를 해석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나기야(Nagiya) 그라인더의 마포스 매크로가.."


짧은 시간 동안 NC 프로그램을 자주 분석 하다보니 나름대로 경험치가 쌓인 것이다.

G912.

도현은 기억을 더듬어 찾아낸 코드 번호를 친 뒤 검색 키를 눌렀다.

G04 F70.

그곳에는 어김 없이 비이상적으로 긴 타이머 시간이 적혀 있었는데.

F70▶F7.

70초라는 시간을 7초로 바꾸고 엔터를 누르자.


[프로그램의 중대 성능을 개선 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성능이 100%에 도달 했습니다.]

[전체 스킬의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증가 합니다.]


익숙한, 그럼에도 매번 새로운 알림 창이 뜨며 성능 개선 성공을 알려 왔다.

"이제 세 개 짼가."

도현은 이마에 흥건한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업무 시간 이외에 모든 시간을 프로그램 개선에 쓰고 있었다.

그렇게 3주 동안 2레벨 프로그램 2개, 3레벨 하나를 해치웠는데.

몸은 힘들었지만,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방금도 200만원을 벌었지 않은가?


"꿈만 같네."

아무리 뛰어도. 아무리 노력해도.

남는 것은 '평균 이하'라는 수식어와 인격 모독 뿐이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름에도 멈출 수가 없는 이유였다. 적어도 지금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니까.


[띠링! 품질 확인(LV.1)의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품질 확인(LV.1)의 레벨이 증가합니다!]

[품질 확인(LV.1▶LV.2)]


그 순간.

도현은 어벙벙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올랐다.

지금까지 한 번도 올라간 적 없는 품질 확인의 레벨이.

심지어 품질 관련된 작업을 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NC 프로그램을 봐서 그런가?'

찔끔이긴 하지만 숙련도가 오르긴 했었다.

아마 NC 프로그램을 수정하며, 품질 스펙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서 그런 거 같았는데.


[메인 스킬들의 최소 레벨이 2에 도달 했습니다.]

[직업 레벨이 2에 도달합니다!]

[새로운 스킬이 개방 됩니다!]

다음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직업 레벨? 새로운 스킬?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새로운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엔지니어의 주사위]

- LV : -

- 보유 효과 : 모든 스킬의 효과가 20% 증가 합니다.

- 하루에 한 번, 엔지니어의 주사위를 굴릴 수 있습니다. 주사위의 숫자에 따라 다른 효과가 부여 됩니다.

[사용 하시겠습니까?]

도현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순간, 만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로보트가 등장했다.

'뭐, 뭐지?'

도현은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 보았다. 혹시 다른 사람 눈에도 보일까 싶어서였다.

'나한테만 보이나 보네.'

머쓱한 표정으로 뒷통수를 긁는데, 로봇이 움직이기 시작 했다.

[주사위를 굴립니다.]

휙-

로봇이 집게 모양의 팔에 물린 주사위를 던졌다.

데구르르-

철을 깎아 만든 주사위가 굴러 갔고.

[기술의 주사위 : 6]

[시간의 주사위 : 6]

[대박 예감. 2.78%의 확률을 뚫었습니다.]

곧 결과가 나왔다.

아니, 처음부터 66이 나온다고?

[60분 동안 아래의 능력치가 적용 됩니다.]

[모든 일의 능률 50% 증가.]

[체력 회복 속도 50% 증가.]

[해당 시간 동안 체력을 소모 하지 않음.]

[해당 시간 동안 열람 가능 회로 레벨 + 5]

도현의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지금 껏 본 적 없는 사기 적인 능력치 증가였기 때문이다.

'미, 미쳤다.'

특히, 한 가지 능력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열람 가능 회로 레벨 +5라면..'

4레벨인 지금, 9레벨까지 회로를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엄두도 못내던 회로들까지 성능 개선이 가능 해진 것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9

  • 작성자
    Lv.28 재밋니
    작성일
    24.08.24 21:50
    No. 1

    재밋습니다 다만 딸바보가 딸을 잘키우기위해 야근만 죽도록하면 과연 딸을 잘키우는걸까요 금방 크는 아이를 저리 방치하는고 돈만 쫒는건 아니란 생각이 뭐 작가님이 더 잘아시고 쓰시겟지만 그냥 제 의견이엿습니다 작가님 파이팅

    찬성: 20 | 반대: 1

  • 작성자
    Lv.96 tower
    작성일
    24.08.24 22:27
    No. 2

    좀 좋은곳으로 이직해서 딸과의 추억을 만들어보는게 어떨까싶네요
    어린딸과의 추억도없이 지나가는게 아쉬움이

    찬성: 8 | 반대: 0

  • 작성자
    Lv.99 나의적은나
    작성일
    24.08.25 12:37
    No. 3

    억지 어그로도 정도껏

    찬성: 10 | 반대: 0

  • 작성자
    Lv.99 스수무부
    작성일
    24.08.25 20:53
    No. 4

    몇년도인데 대리월급이 저리 박봉이지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54 잠.자.비
    작성일
    24.08.28 08:55
    No. 5

    코더랑 머가 다른지도 모르겠고

    찬성: 6 | 반대: 0

  • 작성자
    Lv.99 as*****
    작성일
    24.08.30 17:02
    No. 6

    잘 보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87 꿈의궁전
    작성일
    24.09.01 17:06
    No. 7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새도우
    작성일
    24.09.03 07:42
    No. 8

    저레라야 는 저래라야 로
    팬 은 펜 으로
    건필하기를........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4.09.03 11:04
    No. 9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51 혁쓰1
    작성일
    24.09.04 00:14
    No. 10

    년 1000억 이득쪽으로 개선시켰는데 월500?
    연봉 10억줘도 안아깝겠구만 기술습득만 시키고 이직을 하든 사업을 차리든 해야겠네요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91 ba****
    작성일
    24.09.04 21:08
    No. 11

    너무 단가가 싸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55 굿짬
    작성일
    24.09.08 21:54
    No. 12

    코드 잘 짜면 씨티 단축 가능하지......근데 소설 내용은 기초 가지고 단축하고 있냐? 누가 저따위로 nc를 짜고 라인을 돌려??? 저 회사는 머저리가 nc를 짜?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화마시
    작성일
    24.09.10 14:34
    No. 13

    글쓴이가 좋소 사장님인가?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41 난하임
    작성일
    24.09.13 18:18
    No. 14

    누가 저렇게 장애인같이 코딩해놓고 업체에서 씀? 내가 공장프로그램쪽은 잘모르는데 단순수치오류로 이지랄쌈뽕 떨정도면 , 이 세계의 백종원은 국물이 싱거워서 손님이 없는 곰탕집가서 테이블에 소금놔주고 1억원씩받아가고있을듯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24.09.14 02:02
    No. 1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나무로와요
    작성일
    24.09.14 07:45
    No. 16

    현업 하는 입장에서 NC를 저렇게 짠다는건 말이 안되고 저런건 생기가 수정하지 외주가 하지 않습니다...글은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악지유
    작성일
    24.09.14 17:56
    No. 17

    임 양아치 같은 놈이 활약을 하면 글 읽는
    재미가 팍팍 떨어짐. 말이 되는 중상모략을
    해야지 저 따위 헛소리가 먹혀들다니...ㅉㅉㅉ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블랙템플러
    작성일
    24.09.16 04:54
    No. 18

    쥔공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앉은자리서 미친놈처럼 컴만보고 일하는데 보는분이 몇갠데 저런 음해가 통한다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dimmu
    작성일
    24.09.16 11:32
    No. 19

    외국에 인재 다 뺏길듯.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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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YM 송기오. +18 24.09.02 24,576 523 16쪽
24 24. 다함께 차차차.(일부 수정) +26 24.09.01 25,334 527 19쪽
23 23. 리더의 자질. +37 24.08.31 25,359 55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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