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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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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누군가의 빌런(1)

DUMMY

20세기 테크 사장 실.

전현우와 김원식은 커다란 A2용지 하나를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둘의 표정은 더 없이 심각 했는데.


"Z엔진 리툴링 비용이... 대략 300억 이랍니다."


미래 자동차 측 인맥에게 들은 Z엔진의 리툴링 비용이, 예상을 아득히 초월 했기 때문이었다.


"하... 진짜 미치겠네. 원래 200억 선에서 시마이 되기로 하지 않았어?"

"그게.. 아무래도 20년도 더 된 라인이기도 하고, 스패어 부품들이 대부분 단종 되면서 개조 비용이 추가된 거 같습니다. 그리고 200억 자체가 워낙 7년 전에 나온 견적이기도 하고요."


리툴링.

쉽게 말하면 장비를 새것으로 만든다는 뜻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비용은 미래차에서 지불한다.

공짜로, 그것도 새 거나 다름 없는 장비를 업체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언뜻 미래 차가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니다.


라인을 돌리는데 필요한 조합원 50명을 기약 없이 고용하는 것 보다는, 큰 돈을 들여서 리툴링한 뒤에 업체에게 공짜로 넘기는 게 싸기 때문이다.


업체는 새 장비를 공짜로 받을 수 있어서 좋고, 회사는 고용비를 아낄 수 있어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계약일 뻔 했지만.


"300억이면 라인을 새로 까는 거랑 비용이 비슷 하잖아."

"계획이 완전 틀어 졌습니다. 300억이면, 차라리 리툴링을 안 하고 군부대와 계약이 끝날 때까지 버틸 가능성이 높아요."


리툴링 비용이 300억 을 넘어 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돈을 아끼자고 리툴링은 하는 건데, 생각보다 그 비용이 너무 비쌌던 것이다.

300억이면 배에 기름 낀 조합원들을 데리고도 얼추 7년 정도는 버텨 볼만한 비용이었다.


"제길... 갑자기 자재 값이 이렇게 올라 갈 줄이야."

리툴링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는 간단 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한창이었기 때문. 거기에 사드 배치니 뭐니 하며, 중국 내부에서 대대적인 혐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설마 그게 Z엔진 단산 프로젝트에까지 영향을 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창고에 Z엔진 스패어 부품들을 산더미처럼 쌓아 놨는데, 그걸 다 팔아 버릴 수도 없지 않습니까?"


프로젝트 준비의 일환이었다, Z엔진의 스패어 부품들을 미리 수급하고 있었던 건.


나중에 가서 구하려고 하면, 이미 단종 되고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모터, 엔코더(회전형 위치 , 스케일

김원식은 그 아까운 부품들을 Z엔진 사업부에 제공했다.

적자만 안 보는 수준에서 헐값에.

훗날 리툴링 프로젝트 때를 대비해, 사업부 측 인사들에게 눈 도장을 찍어두기 위해서였는데.


'그게 다 쓸모 없어질 수도 있다니..'


그간 쏟은 노력과 금전이 모두 허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눈 앞이 아찔해 지는 기분이었다.


"... 일단 프로젝트도 접어 두자. Z엔진 스패어 부품 매입 그만 두고, 그쪽으로 흘러 들어 가는 자금도 일단 막아. 우리 선에서 고민해봐야 답이 나올 사이즈가 아니야."


김원식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고래 싸움에 등이 터져서 별세한 새우가 될 수는 없었다. 지금은 몸을 사려야 할 때.

"... 알겠습니다."

"일단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 하자고. 펀더멘탈이 튼튼해야 추후를 도모해볼 수도 있는 거니까."

기존 사업 모델인 수리 대행에 집중하자는 뜻이었다.

전현우도 그 말에 적극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근데, 이 대리 말입니다."

"갑자기 웬 이 대리?"

김원식이 의아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중대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인데, 갑자기 이 대리가 왜 나온단 말인가.

"내부적으로 이 대리에 대해 말이 나오고 있나 봅니다. 터키 쪽 프로그래머에게 업무 대리를 맡기고 있다고."

".... 뭐라고? 어떤 또라이가 그래?"

김원식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도현의 실력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그로서는 그 소문이 얼토당토 않게 느껴졌기 때문.

"그게..... 아마 임 차장이 소문을 퍼트리고 있는 거 같습니다."

"...... 허. 그 새끼는 또 왜 지랄이야!"


쾅-!

김원식은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가뜩이나 머리가 아픈데, 자꾸 말썽을 일으키는 직원들에 대한 분노였다.


"조금 이상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이 대리를 미워 하는 듯한.."

"그래? 난 못 느꼈는데."

"Y엔진 결함 기억 하시죠? 그 사건 이후로 갈굼이 더 심해진 거 같습니다."


전현우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 일도 못하는 양반이 자존심만 부리고..


김춘식과 이도현을 쥐 잡 듯이 잡고 있던 임광혁.

그가 나서서 중재하지 않았다면,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줬을 게 분명해 보였는데.

임광혁은 누가 봐도 필요 이상으로 두 사람을 미워하고 있었다.


'마치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것처럼..'


전현우의 눈에는 그게 도둑이 제발 저리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는데.


"임 차장 문제는 전 이사 선에서 알아서 마무리 해. 여차하면 날려 버려도 되고."

"네 알겠습니다."

날려 버린다. 다르게 말하면 짤라도 좋다는 뜻이었다.

'나이스!"

전현우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눈엣가시였던 임 차장의 생사 여탈권을 얻은 것이다.


물론 짤라 버릴 생각은 없었다. 그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후회하게 만들어 줘야겠네.'


천천히 말려 죽이는 것.

프로젝트의 핵심 인재인 도현을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 지 똑똑히 보여줄 생각이었다.


"좋은 판단인 거 같습니다."

"아 맞다. 오늘 오후 일정 있다고 했지?"

"네. 오후 2시에 분기 기술 회의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그래, 일단 알겠어."

"저... 형님."

김원식의 두 눈이 반짝였다.

회사에선 어지간하면 형님이라 부르는 일이 없는 그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야, 동생."

"이 대리 말입니다.. 그 친구 잡아 두려면, 연봉을 추가로 제시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프로젝트도 불투명해 진 상황인데, 돈을 더 쓰자고? 허리띠를 졸라 매도 모자란 상황에?"

전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형님이라서 말씀 드리는 겁니다. 이 대리, 잡아야 합니다. 당장 프리로 전향해도 여기서 버는 것 보다 두 배는 더 벌 친구에요."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당장 싸이클 타임 개선만 해도 건당 500씩 불러도 줄을 설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김원식도 함부로 입을 떼지 못했다.

"..... 하.."

"당장 연봉을 2배 3배 올려 주자는 말이 아닙니다.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대우 해주자는 뜻입니다."

"일단 알겠어. 연봉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김원식이 머리가 아픈 듯 손을 휙휙 내져었지만, 결국 전현우의 말대로 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떠나, 기존 업무에서도 도현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

그때, 전현우가 턱을 쓰다듬으며 침음성을 흘렸다.

"스읍.. 당장 이 대리를 잡아 둘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김원식은 솔깃한 표정이 되었다.

"그게 뭔데?"

"그게 말입니다...."

전현우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김원식은 박수를 쳤다.

"당장 진행 시켜. 꿩 먹고 알 먹고, 안 할 이유가 없네."

"감사합니다, 형님."




[엔지니어의 주사위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후하-!

시스템 창이 울리고, 도현은 그제서야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T엔진 크랑크 PIN 롤링 공정 CNC.]

[프로그램 종류 : 지멘스]

[소프트웨어 레벨 : 5.]

[프로그램 성능 : 42%▶77%.]

[현재 에러 : 확인 불가능.(OFFLINE)]


방금까지 도현이 분석하던 프로그램이었다.

이전에는 레벨이 낮아서 상세 내용 조차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이기도 했는데.


'이게 되네.'


집중(LV.2)와 프로그래밍(LV.4). 거기에 엔지니어의 주사위까지 사용하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프로그램 성능 : 42%▶77%.]


하나에 열 시간이 넘게 걸렸던 개선 사항을, 무려 5개나 해결한 것이다. 그것도 5레벨 프로그램을 한 시간 만에.


도현은 한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을 천천히 되짚었다.


'주사위 두개를 굴렸었지.'


시간의 주사위와 기술의 주사위.

문맥상 하나는 능력치에 관련된 거 같았고, 또 하나는 지속 시간에 관련된 거 같았다.

[대박 예감. 2.78%의 확률을 뚫었습니다.]

가장 좋은 숫자인 66이 뜨면 보너스 능력을 주는 것 같았고.

부르르-

66주사위의 뽕맛을 잊지 못한 도현은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히 전율적인 능력이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코드가 사칙연산처럼 쉽게 느껴지는 마법.

게다가, 올라가는 건 능력치 뿐 만이 아니었다.

[체력 회복 속도 50% 증가.]

[해당 시간 동안 체력을 소모 하지 않음.]

미친 듯한 집중력을 소모 했음에도, 도현의 안색은 쌩쌩 그 자체였다.

체력을 소모하지 않는 걸 넘어서, 되려 회복을 해버렸기 때문!

'이런 걸 매일 할 수 있다니.'

물론 매일 66주사위가 뜨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사기적인 능력을 하나 얻었다는 거였다.


쭈우욱-!


도현은 기지개를 폈다.

몸이 가벼웠다.

잠시 뒤에 있을 분기 기술 회의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고 있지?"


그때였다.

께름칙한,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임 차장님?"


임광혁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 쪽 입꼬리를 비릿하게 말아 올린 채.

순간 도현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한동안 말도 안 걸던 양반이..'

초절전 회로 입찰, 사이클 타임 개선 이후로 코빼기도 안 보이던 임광혁.

그가 갑자기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특별 보너스도 받고... 우리 이 대리 기분 좋아 보이네?"

"......!"

살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특별 보너스를 받았다고 말하고 다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흐흐. 그래, 지금 마음 껏 즐겨 둬."

"그게 무슨..."

"왜 이렇게 궁금증이 많아? 일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으면 진작에 대기업으로 이직 했겠다."

임광혁의 전매특허인 비꼬아서 말하기. 듣는 입장에서는 열불이 치미는 화법이었는데.

"아, 네."

도현은 그런 광혁을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

노트북 화면만 들여다 보고 있어서 몰랐는데.

그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웠다.

전에는 호기심에 가까운 시선이었다면, 지금은 명백한 적대심을 담은 그것이었는데.

'또 헛소문을 퍼트렸구나.'

도현은 안 봐도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임광혁.

그가 주특기인 사내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오후 2시.

출장 나가 있는 인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회의 실에 모였다.


오늘은 3달에 한 번 있는 분기 기술 회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제 3분기 기술 회의를 시작 하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대기업에서 내 놓은 일감을 받을지 말지 회의 하는 자리였다.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지.

할 수 있다면 얼마를 받아야 적당한 지.

누가 수리를 맡은 것인지를 결정하는 자리.


도현과 춘식 역시 분기 기술 회의에 참석한 상태였는데.

"야 도현아. 오늘 따라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챈 춘식이 중얼거렸다.

"분위기가요?"

"뭔가 어수선하고, 뭐랄까. 뭔가 적대적인 분위기가..."

획-!

춘식은 말을 하다 말고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힐끔힐끔 둘을 쳐다보던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이거...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춘식의 말대로였다.

- 이 대리가...

- 그렇게 안 봤는데..

- 그럼 그렇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바뀌니..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짤막짤막하게 들려왔던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 봐."

"어디 가세요? 곧 기술회 시작인데."

"무슨 소문인지가 궁금해서 기술회에 집중이나 하겠냐?"

화장실에 다녀오는 척 하며 수근 거리는 소리를 듣고 온 춘식.

"너가 터키 프로그래머한테 업무 대행을 맡겼다는데?"

그가 어이 없다는 듯 중얼 거렸다.

"하.... 또 임광혁이야?"

"... 김 과장 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도현이 살짝 놀란 듯 물었다.

춘식이 이렇게 단박에 찝어낼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는데.

"그 새끼 얼굴 보고 산지가 4년 째야. 수법이야 뻔하지."

춘식의 중얼거림에 도현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대로였다.

임광혁은 그 만의 악질적인 '괴롭히기 루틴'이 있었다.


- 도현아. 내가 보기 싫은 게 아니라, 윗선에서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린데..


윗 사람들 핑계 대며 위기감 형성하기.


- 야 임마. 회사 생활 원데이 투데이하냐? 나 때는 그거랑 비교도 안 되게 힘들었어. 넌 지금 존나 편한거야, 알아?


가스라이팅 하기.


- 요즘 뒤에서 니 이야기 많이 나오더라. 연차에 비해 실력이 많이 모자란다고.


자기가 헛소문 퍼트려 놓고, 아닌 척 하기 등등.


자신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이 바로 임광혁이었다.

그런 임광혁의 역정을 2년 동안이나 받아 준 게 바로 도현, 본인이었고.


'사람은 안 바뀌는 구나.'


지난 세달 간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회사 내에서 가장 밑이었던 그가 윗 분들의 총애를 받게 되었고.

백화점에서 아버지와 딸 아이의 옷도 사줄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게 시스템 창 덕분이었지만, 정작 성격 같은 알맹이는 그대로라는 생각이 종종 들긴 했다.


'이제 인정 하자.'


잘해주면 바뀔 거야-

언젠가는 내 노력을 알아봐 줄거야-

회사 생활이 원래 다 그런거지-

도현이 임광혁의 만행을 눈 감고 넘어 갈 때마다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핑계에 불과 하다는 것을.

도현은 자신보다 일도 잘하고, 인맥도 좋은 임광혁과 척을 지기 무서웠을 뿐이었다.


-이도현 씨는 본인의 가치를 너무 모르고 있는 거 같습니다.

문득 윤 차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고.

-이쪽 업계는 생각보다 더 더럽고 추잡합니다. 이 대리는 사람이 너무 물렁물렁해요. 언젠간 도현씨 본인 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는 날이 올 겁니다.

전현우 이사가 했던 말이 머리 속에 아른거렸다.


맞는 말이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면 숙일수록, 임광혁은 더한 복종을 원했다. 나중에는 성과를 뺏어가 놓고 되려 그를 욕심 많은 머저리 취급해버렸다.


'나도 바뀌어야 해.'


도현은 이제 인정하기로 했다.

세상은 원래 더러운 곳이라고.

먼저 시비를 걸어 온다면 참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아무리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해도, 결국 누군가에게는 빌런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공개 입찰로 나온 안건 리스트 입니다."

도현이 속으로 결심을 다잡던 그 때.

회의 진행자인 전현우가 안건 리스트들을 띄웠다.


[3분기 입찰 리스트.]


1. Z엔진 헤드 밸브 가이드 압착 모터 케이블 교체.

2. V엔진 130번 장비 스핀들 교체(KAG-24)

.

.

17. Y엔진 블록, 18번 냉각수 홀 가공시 툴 파손 문제.

18. T엔진 크랑크 1, 4, 5 저널 진분 이상.


총 열 여덞 개의 안건들.

안건 리스트들을 확인한 20세기 직원들의 표정에 안도감이 어렸다.

"대부분 간단한 것들이네."

미래 차에서 내놓은 공개 입찰 건은, 대체로 그리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는데.

그런 고장들을 정직원들에게 시키지 않고 외주를 맡기는 이유는 간단했다.

"1, 2번 같은 건 왜 외주를 맡기는 지 이해가 안 가네."

"야야. 다른 곳도 아니고, 미래 차 조합원들이잖아. 몸에 기름 떼 묻는 고장은 안 하는 거 몰라?"

조합원의 파워가 너무 강하기 때문.

쉽고 편한 작업은 미래 차 조합원들이 하고, 더럽고 하기 싫어 하는 작업은 하청으로 넘어 오게 되는 것이다.

괜히 공돌이들이 미래 차에 입사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었다.


"다들 안건은 다 확인 하셨으리라 생각 합니다."


그때.

사람들이 웅성 거리는 것을 확인한 전현우가 입을 열었다.


"1번, 3번, 7번, 14번은 시퀀스 팀 소관 작업인데.. 공 차장, 작업 가능 합니까?"

시퀀스 팀 차장 공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이사 님."

"좋습니다. 그럼 입찰 넣도록 하겠습니다. 2번, 5번, 12번은 CNC팀하고 시퀀스 팀.."

기술 회의는 특별한 이변 없이 진행 되었다.

케이블 교체, 모터 교체 같은 간단한 고장은 빠르게 분배가 끝났고.

"그럼... 17번 18번만 남았군요."

사람들이 제일 꺼려 하는 문제 두 개가 남았다.

툴 파손(드릴링 팁 파손) 과 진분 이상(원통 형상 변형).

전현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이건... 무리겠군.'


고장에도 레벨이란 게 있다.

초급자도 배우면 바로 할 수 있는 고장부터, 전문가들도 어려워 하는 모호한 고장까지.

17번과 18번은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속하는 고장이었다.

20세기에서 맡기엔 무리가 있다는 뜻.

아마 저 두 고장은 YM과 학 테크에서 입찰을 받아갈 확률이 높았는데.

"두 고장은, 프로그래밍 팀에서 봐야 할 거 같은데.. 임광혁 차장, 가능하겠어요?"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이도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괴물이 있었기 때문.

마음 같아선 도현에게 다이렉트로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아무리 못났다고 해도 명목상 팀장은 임광혁이었으니까.

"하라면 하겠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네요."

프로그래밍 팀장, 임광혁의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1-2 주로 힘든 고장이라는 건 이사 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할 수는 있지만,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임광혁은 '할 수는 있지만.'이라는 부분을 강조해서 말했다.

능력은 되지만 상황상 맡기가 어렵다는 뉘앙스를 주기 위해서였는데.

"가능합니다."

그때.

조용히 앉아 있던 도현이 입을 열었다.

"17번, 18번 안건. 해결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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