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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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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3. 성공의 비결.

DUMMY

"아까 말씀 드린 대로입니다. 딱 걸음마 수준이에요."


20세기 테크 사장 실.

윤창호 차장은 다리를 꼰 채로 말했다.

그 모습을 김원식 사장은 못 마땅한 시선으로, 전현우는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상관 없어. 애초에 NC 전문가로 키울 생각도 없으니까."

"PLC 전문가라도 기본적인 NC에 대한 이해도는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NC와 PLC는 별개의 프로그램이면서, 상호작용을 주고 받았다.


기동 신호, 데이터 연산, 보정치 전달 등등.

NC에서 하지 못하는 기능을 PLC가 대신 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윤 차장한테 부탁한 거 아니야. 기본, 딱 그 정도 레벨 까지만 키워 달라고."

"..... 흠."

"왜, 어려울 거 같아?"

"못할 건 없죠. 싹수는 있는 거 같으니까요. 근데.."


윤 차장은 꼬아져 있던 다리를 풀었다.

그리곤 허리를 꼿꼿히 피며 천천히 입을 뗐다.


"한 달에 300."

".... 뭐라고?"

"제가 대현 테크에 기술 전수 하는 조건으로 받았던 금액입니다."

"그 말은..."

"제가 일하러 온 거지, 사람 가르치러 온 건 아니지 않습니까? 갑자기 업무가 추가 됐으니, 추가 수당을 받고 싶습니다만..."


가만히 듣고 있던 김원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듣자듣자 하니까 못 하는 말이 없구만! 월 300이면 직원을 한 명 더 채용하고도 남는 돈인데, 고작 기술 전수비로 태우라고?"

"..... 이 대리라는 사람 제대로 키워 보고 싶다면서요? 그리고 월 300을 전부 받겠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걸음마는 할 줄 아는 단계니까... 한 150 정도만 받아도 되겠네요."


윤창호는 한 마디로 지지 않았다.

자로 잰 듯이 논리정연한 대답에, 김원식은 기가 차서 입을 다물었다.


'전현우 보다 더한 놈이잖아..'


기술에 대한 자부심 하나만큼은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게 전현우였다. 근데 저 윤 차장이란 놈은 더 심했다. 자부심을 넘어선, 만용에 가까운 확신.


'그렇다고 마냥 쳐낼 수도 없고..'


김원식은 슬쩍 전현우를 바라 보았다.

무 표정으로 일관 중인 전현우.

순간 김원식은 뒷골이 팍 땡기는 것을 느꼈다. 저런 태도를 보인다는 건 '형님 알아서 하슈'라는 의미란 걸 깨달은 것이다.


"싫으면 교육은 없던 걸로 해도 됩니다. 저도 아쉬울 거 없는 사람입니다."

".....하, 윤 차장. 아무리 그래도 내가 사장인데,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는 게 맞지 않나?"

"그 예의라는 걸 갖추려면 응당한 대우를 해주셔야죠."

응당한 대우라는 건 금전적인 보상을 뜻했다.

김원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양반이...'

애써 가리려고 했지만,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한 이마. 덥수룩한 수염까지. 최소 40줄은 되어 보이는 위인이, 너무 계산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한동안 고민하던 김원식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추가 수당도 맞춰 드릴게요."

"잘 생각 하셨습니다 사장 님. 흔쾌히 허락 하셨으니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휴... 그래요, 윤 차장. 우리 앞으로 한 번 잘 해봅시다. 보니까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거 같은데.. 나중에는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믿고 맡겨 주신 만큼 확실하게 키울 자신 있습니다."

윤창호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 친구만 잘 따라와 준다면요."




5시 50분.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하는 때에, 도현은 두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깼다.

원래도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일어 나는데, 그 시간을 1시간 더 앞당긴 것이다.


'윤차장... 보통 인간이 아니긴 하구나.'


안 그래도 부족한 잠을 줄인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윤 차장.

CNC 전문가로 스카웃 당했다는 그와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 그쪽에서 데이터를 넘기면, 스캔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리지 않습니까?

- 아니 누가 배선 작업을 이렇게 난잡하게 합니까? 마그네트 사이로 전선을 빼면 바로 안전 지적 사항에 걸리는 거 몰라요?

- SDT 카운터를 쓸 때는 State(현재 카운터)칸에 word 단위의 데이터를 넣으셔야죠.


부임 첫 날.

윤 차장은 전기 부서 전체를 쏘다니며 업무 상태를 지적하고 다녔다.

흡사 기강이라도 잡으려는 모습이었는데.


- 윤 차장 님. CNC 쪽으로 특채 되셨으면 그쪽 일이나 잘 보시죠?

당연하게도 전기 부서의 과장 급 인사들의 반발이 있었다.

- 그쪽 일이란 걸 잘 보려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시퀀스 회로를 개판으로 짜 놓으면, CNC가 돌아 가겠습니까?

- 뭐라고요? 당신 말 다했어?

- 작업실에 만들어 놓은 릴레이 보드, Y1050번 릴레이부터 동작이 똑바로 안 되죠?

- 아, 아니 그걸 당신이 어떻게..

- 오는 길에 잠깐 봤습니다. 부장 님께 여쭤 보니 그거 해결이 안 되서 골 머리를 싸 안고 있다면서요?


그 말에 시퀀스 과장 하원식은 입을 다물었다.

약점부터 파고 드는 화법에 할 말을 잃고 만 것이다.


- ..... 그 문제, 윤 차장이 해결해 줄 거야? 그런 거 아니면 남의 잘못 지적하는 거 아니....

- 제가 해결 했습니다.

- 뭐라고?

- Y1000부터 Y104F 까지는 24V를 쓰고, Y1050부터 Y107F까지는 110V를 쓰는 거 아시죠?

- 아, 아니 전부다 24V 아니었어요?

- 그 공정, 솔 밸브 출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110V로 교체한 지 꽤 됐습니다. 시퀀스 과장이라는 사람이 그것도 모릅니까?


110V 전원에 24V용 릴레이를 꼽으니 터질 수 밖에 없었다. 얼굴이 새빨개 진 시퀀스 과장 하원식은 도망치 듯 전기 작업실로 피신했는데.


그런 식으로 타 부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한 원 차장은 드디어 도현의 자리 앞으로 왔다.


잔뜩 긴장해서 몸을 웅크린 도현이었지만, 예상 외로 윤창호는 그 어떤 지적도 하지 않았다.


- 내일부터 이도현 씨는 CNC 부서 일을 배우게 될 겁니다.


대신,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윤차장은 USB 하나를 건네 주었다.


- 지금 CNC 부서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입니다.

- ......네?

- 프로그램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니까,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주 안에 모두 해결 해 오세요.


슬쩍 열어 본 파일에는 NC 프로그램 3개가 들어 있었는데.

춘식이 소리를 질렀다.


- 미친 거 아니야? NC 프로그램 하나 분석하는데도 몇 주가 걸리는데, 파일 세 개를 일주일 만에 하라고?


춘식의 말대로,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적어도 그를 포함한 대다수의 업계인들 레벨에서는.


하지만 도현은 이상하게도 인정하기가 싫었다.


보란 듯이 사람들을 깔보고 다니는 윤 차장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해오겠습니다.


일부러 당당하게 답했다.

어차피 못 할걸 알고 있다는 듯이 그를 내려다 보는 윤차장. 그에게 굴복하기 싫어서.


'실력 하나는 확실해.'

문제를 지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욕 먹을 수 있는 깡만 있다면.

하지만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윤창호 차장은 부임 첫날에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지만.'

사람 자체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았다.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과할 뿐.

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서 남을 깔볼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도현은 순순히 밟혀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적막한 사무실.

도현은 곧바로 USB를 꼽고, NC 프로그램을 열었다.


[V엔진 헤드 드릴링&엔드밀링 공정 CNC.]

[프로그램 종류 : 화낙]

[소프트웨어 레벨 : 2.]

[프로그램 성능 : 57%]

[현재 에러 : 확인 불가능.(OFFLINE)]


[T엔진 블록 OIL HOLE 드릴&보링 공정 CNC.]

[프로그램 종류 : 지멘스]

[소프트웨어 레벨 : 4]

[프로그램 성능 : 확인 불가능.]

[현재 에러 : 확인 불가능.(OFFLINE)]


[T엔진 크랑크 PIN 롤링 공정 CNC.]

[프로그램 종류 : 지멘스]

[소프트웨어 레벨 : 5.]

[프로그램 성능 : 확인 불가능.]

[현재 에러 : 확인 불가능.(OFFLINE)]


윤 차장이 보낸 파일은 총 3개였다.

각각 3, 4, 5 레벨의 NC 파일.

도현은 문득 막막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3레벨은 어떻게 분석 한다고 쳐도, 4 5 레벨은..'


윤 차장이 그에게 지시한 것은 프로그램 성능 개선이다.


불 필요한 명령어를 삭제하고, 조금 더 빠르게 스캔이 가능하도록 STRING 자체의 개수를 줄이는 것.


문제는 이 성능 개선이라는 게 엄청나게 시간을 잡아 먹는 다는 점이었다.


춘식의 말대로 프로그램 하나를 만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4주.


[프로그램 성능 개선 사항을 보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능력이 있으니 4주 까지는 안 걸리겠지만, 성능 개선 사항을 볼 수 없는 4, 5레벨 프로그램은 건드릴 수 조차 없을 게 분명 했다.


".... 일단 해보는 수 밖에 없겠네."


하지만 결론은 늘 그랬듯이, 맨 땅에 헤딩이었다.


"실패 해도 남는 게 있잖아."


전과는 다르게, 실패 한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그가 흘린 땀과 노력은, 고스란히 숙련도로 치환 될 테니 말이다.

게다가, 희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프로그래밍(Lv.3)]

[현재 숙련도 : 71.4%]


일주일 안에 레벨을 올린다면, 4레벨 프로그램까지는 마무리할 수 있을 거 같았으니까.

다행히 NC 프로그램을 분석하면 PLC를 분석하는 거 보다 숙련도가 빨리 올랐다.

'아마 기본 능력치 자체가 낮았기에 많은 경험치를 주는 게 아닐까.'

도현은 프로그램 개선 사항을 확인했다.

[1. 불필요 연산 명령(67개)]

[2. GOTO 명령 중복(3개)]

.

.

[11.(중요)간헐적 Z AXIS FEED 범위 OVER.]


총 11개의 개선 사항.

그중 몇 개는 (중요)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는데, 저런 것들은 프로그램 성능을 크게 저하 시키고 있는 요인들을 뜻했다.


'저걸 해결 하면 숙련도를 많이 올려 줬었지?'


도현의 눈에는 그저 경험치 덩어리, 혹은 황금 고블린으로 보일 뿐이었지만.


[집중(LV.1)을 발동 하시겠습니까?]

'YES.'

도현은 망설임 없이 YES를 눌렀다.

성능 개선은 프로그램 해독보다 숙련도를 많이 올려 준다.

게다가 익숙치 않은 NC 프로그램이라 그 효과는 체감상 두배에 가까웠는데.


'경험치 이벤트네.'


쉽게 말하면 경험치 2배 이벤트 시간이었다.




춘식은 평소 보다 빠르게 회사에 출근했다.

콧노래까지 불러 가며 출근 했던 어제와는 다르게, 두 눈에는 비장함이 가득 했는데.


'윤 차장..'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윤 차장 때문이었다.


- PLC 한다는 사람이 SFB도 똑바로 못 쓰십니까?

- 아니, SFB는 애초에 쓸 줄 아는 사람이 없는데..

- 없긴 뭐가 없습니까? 그럼 이도현 대리는 사람이 아닙니까?


부임 첫 날부터 전기 부서 전체를 뒤집은 윤 차장.

당연히 춘식도 그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름 열심히 했다고 자부 했는데..'


PLC라면 나름 자신이 있었지만, 문제는 바로 옆에 근무 중인 이도현이었다.

STL은 물론, SFB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는 직속 후임.

윤 차장이 도현을 언급한 순간, 김춘식은 조용히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제길... 나도 나름 과장인데, 이게 뭐야.'


쪽팔렸다.

조금이 아니고 많이.

나름 업력 6년 차에, PLC쪽에 한해서라면 전문가 소리도 듣는데, 2년 차 대리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다니.


'이 대리는 왜 갑자기 실력이 급상승 한거지?'


졸곧 의문으로 남아 있던 점이었다.

동기들 보다 살짝 못하다는 평가를 받던 도현. 그가 갑자기 일취월장 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춘식. 답은 머지 않아 나왔다. 아니,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미친 듯이 노력 했겠지.'


노력.

도현은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서 3시간 늦게 퇴근했다. 따로 수당을 챙겨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도 바뀌어야 해.'


변화.

춘식이 1시간 일찍 회사에 출근한 이유였다.

후임보다 월등히 앞서 나가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뒤쳐지는 건 죽어도 싫었다. 그건 이 업계에서 6년 동안 구르고 구르며 생긴 전기쟁이의 자존심이었다.


'딱 30분만 일찍 출근하자.'


30분 더 하면 도현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춘식이 7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한 이유였다. 도현은 8시에 도착하니, 그보다 30분만 일찍 출근해서 공부를 할 생각이었다.


"...... 어?"


그때.

건물 안에 들어간 춘식은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을 황망한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설마...."


설마가 사람을 잡아 버렸다.

사무실 문을 열자.

"이 대리.....'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도현이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몇 시에 출근한 거야..."


도현은 자신이 온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미 깊게 몰입한 상태. 그럼 최소 30분 전에 도착했다는 뜻인데.

"미친 놈이네."

세상에 이유 없는 성공은 없다더니.

실력이 괜히 빨리 늘었던 게 아니었다.



도현은 밤 늦게까지 NC 프로그램을 분석 했다.

업무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12시간 째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것이었는데.


"도현아, 너 퇴근 안 해?"


저녁 9시. 춘식은 퇴근하기 전 도현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네. 조금만 더 보고 가려고요."

"... 그래, 널 누가 말리냐. 윤 차장이 맡긴 과제가 어렵긴 한가 봐?"

"솔직히 쉽진 않습니다."

"으휴. 싸이코 같은.... 흠흠. 빡빡한 양반.. 아니 분?"

춘식은 욕을 하려다가, 혹시 윤 차장이 듣고 있을까 말을 정정했다.

"어쨌든 이거 좀 먹고 해. 너무 늦게 퇴근하면 딸 래미가 미워한다?"

"하하, 알겠습니다."

도현은 춘식이 건넨 커피를 받아 들었다.

언감생심 쳐다만 보던 스타벅스 커피였다.

'김 과장님... 좋은 사람이야.'

기본적으로 성정이 착한 사람이었다. 선임이라고 텃세를 부리지도 않았고.

딸칵-

도현은 스타벅스 커피를 땄다. 그리곤 벌컥벌컥 들이켰다. 성공, 그리고 자유의 맛이 알싸하게 입안에 멤돌았다.


'나도 언젠간 스타벅스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사 먹는 날이 오겠지.'


물론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몸에 베인 가난의 향기는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도현은 눈 앞에 떠 있는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V엔진 헤드 드릴링&엔드밀링 공정 CNC.]

[프로그램 종류 : 화낙]

[소프트웨어 레벨 : 2.]

[프로그램 성능 : 97%]

[현재 에러 : 확인 불가능.(OFFLINE)]


58%였던 성능을 97%까지 끌어 올렸다.


이틀 만에, 밤을 세다 시피 해서 이뤄 낸 쾌거.


"이제 마지막 개선 사항이네."


도현은 마지막 남은 개선 사항을 뚫어져라 노려 보았다.

[11.(중요)간헐적 Z AXIS FEED 범위 OVER.]

방금까지 총 다섯 시간을 매달린 개선 사항이었다.

'시스템도 만능이 아니네.'

시스템은 밥을 입에 떠 먹여 주지 않았다. 숟가락을 드는 법부터, 밥을 뜨고 입에 넣는 과정을 도와 주는 게 바로 시스템이었다.

'하자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이를 악 물고 참아 냈다.

프로그램 성능 100%.

한 번도 달성해 보지 못한 업적을 달성하면, 어떤 보상이 나올지 궁금했던 것.


그렇게 미친 듯이 파고든 결과.

결국 도현은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G1 G9 Z=(215.28*tpv-tfvz) F1200

M08 T120.


"피드가 너무 빠르잖아..."


프로그램의 성능을 저하 하던 요인을 드디어 찾아낸 것이다.


F1200


다른 블록에는 Z축의 최대 이송 속도가 120인데, 저 블록만 1200이었다.

명백한 프로그래밍 실수.

MD(머신 데이터)상의 MAX FEED(최대 이송속도)를 확인 해보니 1000mm/S였다. F1200이면 상한치를 200mm/S나 초과한 지령.


120번 툴에서만 FEED 과다 알람이 떴다는 게 비로소 이해가 갔다.


타타다닥-!

F1200 ▶ F120.

그렇게 1200을 120으로 고치고, 세미클론(; : 해당 블록을 마무리 하겠다는 로컬 언어.)을 붙이니.


[프로그램의 중대 성능을 개선 했습니다.]

[프로그래밍(LV.3)의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엔지니어의 눈(LV.2)의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품질 관리(LV.1)의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시스템 알림이 폭발적으로 떠올랐다.


".... 미친."


괜히 중대 성능 개선이라고 이름이 붙은 게 아니었다.

세 스킬의 숙련도가 동시에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보상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초 업적! 프로그램의 성능이 100%에 도달 했습니다.]

[전체 스킬의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증가 합니다.]

[프로그래밍(LV.3)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LV.3▶LV.4]


도현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토록 바라던 프로그래밍 레벨이 4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T엔진 블록 OIL HOLE 드릴&보링 공정 CNC.]

[프로그램 종류 : 지멘스]

[소프트웨어 레벨 : 4]

[프로그램 성능 : 47%]

[현재 에러 : 확인 불가능.(OFFLINE)]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프로그램 성능 란에 [47%]라는 숫자가 생성되었다.

프로그래밍 레벨이 4가 되면서, 4레벨 회로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로그래밍]

- LV : 4

- 프로그래밍 속도가 80% 증가합니다.


프로그래밍 속도 증가율이 80%로 변했다.

꽈악-

도현은 순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해보자."

막막했던 과제가, 조금 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 했다.

"할 수 있어."

여전히 5레벨 회로는 엄두도 못 내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여전히 촉박 했지만.

적어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맨 땅에 헤딩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면 충분 했다.

딸깍-

도현은 4레벨 프로그램을 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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