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대기업이 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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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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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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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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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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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2. 개판이네요, 솔직히.

DUMMY

아침 8시.

도현은 평소처럼, 남들보다 1시간 먼저 회사에 출근 했다.

스윽-

그의 손에 들린 것은 1L 짜리 대형 커피.

카페에서 사온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집에서 직접 제조해 온 수제 아메리카노였다.


"... 스타벅스 커피는 아직 무리지."


인센티브로 받은 천 만원을 몽땅 아버지께 드린 게 바로 어제 저녁이었지만, 500ML에 5천원 씩 하는 커피를 사 먹기에는 담력이 부족했다.


200원 짜리 카X 커피 티백 2장과, 약간의 노력이면 충분히 아메리칸 커피를 즐길 수 있는데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텁-


자리에 앉은 도현은 지체하지 않고 노트북을 열었다.

곧이어 적막한 사무실에는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 했다.

'..... 일이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구나.'

이 전에는 무언가에 쫓기듯 일을 했었다.

딸 아이의 양육비를 대기 위해. 임광혁에게 깨지지 않기 위해. 대리로서 밥 값을 하기 위해.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프로그래밍(LV.3)의 숙련도가 증가 합니다.]

[엔지니어의 눈(LV.2)의 숙련도가 증가 합니다.]

내가 흘린 한 방울의 땀이. 노력이. 모두 성과로 치환되는 삶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도현은 전현우 이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초절전 회로 유지보수, 그냥 시키겠다는 거 아닙니다. 그에 합당한 수당이 지급될 거고, 인사 고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겁니다.

- 수당이라면..

- 사장님께 건의를 해 봐야겠지만, 한 달에 30만원 정도 생각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월 30.

절대 작은 돈이 아니었다.

당장 주말을 반납하고 알바를 뛰어야 겨우 벌 수 있는 돈.

초절전 회로 입찰을 받은 덕분에, 월 30이라는 추가 소득을 얻게 되었다.

연봉으로 치면 360만원.

물론 그만큼 더 일해야 하겠지만, 제대로 된 수당도 못 챙겨 받으며 야근을 하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대우였다.


"레벨을 올리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만약 엔지니어의 눈의 레벨이 1이었다면,

하드웨어 OT 센서가 문제라는 걸 밝힐 수 있었을까?

절레절레-

오히려 쪽이나 안 팔면 다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절전 회로를 작업 하며 숙련도를 올려둔 덕분에 천 만원이라는 돈과 월 30이라는 추가 수당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노력이 돈이 된다. 지금 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김원식과 전현우는 울산 삼산동에 위치한 오마카세 집에 방문 했다.

한정된 인원들만 예약제로 받는 최고급 파인 다이닝.

한 끼에 25만원이나 하는 최고급 일식 집이었지만,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역시 전 이사야. 안목이 살아 있구만. 이도현이라는 원석을 바로 알아보다니.."


한 남자의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발견한, 기분 좋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벌벌 떠시더니..."

"크흠! 내가 언제 떨었다고!"

"제가 다 봤습니다."

"솔직히 두 사람이 초절전 회로를 입찰 받아 올 줄은, 자네도 몰랐지 않은가?"

"..... 그건 그렇습니다."

"이도현이 그 친구가 복덩이야."


김원식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든든한 캐시 카우를 얻은 기분.

테스트 목적으로 보낸 두 사람이 T엔진의 변칙 작업을 잡아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하긴, 입찰 받은 것도 모자라서, T엔진이라는 새로운 거래처 까지 뚫었으니 복덩이는 맞네요."

"거래처를 뚫었다는 건 무슨 소린가?"


김원식이 의아 하다는 듯 물었다.

입찰이야 약점을 잡혀서 울며 겨자 먹기로 넘겨 줬지만, 거래처를 뚫었다니?


"이 대리의 실력을 봤으니, 아마 명 부장이 고장 수리도 맡길 확률이 높습니다.


전현우는 미래 차에 근무할 당시의 명광호를 떠올렸다.


그는 두 발 뛰기(두 사람이 해야 할 작업을 한 명에게 몰아 줌), 올려 치기(앞 공정까지 작업을 끝내 놓고 조기 퇴근) 같은 변칙 작업을 누구보다 싫어 하는 양반이었다.


동시에 UPH(시간 당 생산량)이 저하되는 걸 누구보다 싫어 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은 김원식이 말했다.


"정리하자면 명 부장은 실력이 1번이라는 거네? 그리고 이 대리를 무척 높게 사고 있고?"

"맞습니다. 아마 1시간 이상 라인이 멈추면, 저희 20세기를 찾을 확률이 높습니다."


실력보다 인맥. 인맥 보다는 핏줄이 우선 시 되는 바닥이다.

하지만 '진또배기' 실력자는 어딜 가서도 대접 받는다. YM 송기오, 학 테크의 최원식, 20세기의 김 차장 처럼 말이다.


문득 김원식이 불안한 듯 중얼거렸다.


"이 대리, 갑자기 이직 한다 거나 하지는 않겠지?"

"인센도 빵빵하게 넣어 줬고, 추가 수당도 달아 줬으니 당분간은 조용할 겁니다."

"당분간은? 그럼 앞으로는 모른다는 거야?"

"이 대리는 최소 YM 송기오 만큼은 성장 할 인재입니다. 그때가 되면 1장도 안 되는 연봉으로는 잡아 두기 힘들겠지요."


김원식은 인상을 찌푸리며 회를 한 점 집어 먹었다.


"돈 들어올 구석은 빤한데, 나갈 곳은 계속 늘어나는 느낌이네."

"사람만 확실하게 구하면, 돈을 알아서 따라 오는 겁니다. 프로젝트만 성공 시키면..."

"흠흠. 말이야 쉽지."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술을 한 잔 들이켰다.

크하-

따스한 사케가 목줄기를 적시고 난 뒤.

전현우가 먼저 운을 뗐다.


"프로젝트 말입니다. 이제 슬슬 준비 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 그 말은?"

"동기한테 들은 이야긴데.. 윗 선에서 Z엔진 단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답니다. 정부의 디젤 엔진 규제가 심해져서, 더 이상 들고 있기는 힘들다고."


Z엔진은 미래 차에서 생산 중인 3000CC V6(6기통 디젤) 엔진이다.

흑주철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치고 나가는 힘만 보면 미래 차 엔진 중에 손에 꼽히는 놈.


그래서 문제였다.

너무 힘이 좋고 튼튼한 덕분에, 군용 엔진으로 발탁된 것이다.


"제길... 하필 군대랑 얽혀서."


군용 보트, 군용 지휘 차량, 두돈 반 수송트럭. 군용 핵심 차량 중에 Z엔진이 안들어가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군용 차량은 환경규제에서도 자유로웠는데.


미래 자동차 입장에서는 팔리지도 않는 엔진을, 국방부와의 계약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 중인 상황이었다.


"그 덕에 저희가 기회를 본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역설적으로 두 사람은 거기서 기회를 봤다.

미래 차를 대신 하여 Z엔진을 생산 하는 사업을 계획 했던 것.

'기술만 있다면, 든든한 캐쉬카우를 얻는 것이나 다름 없어.'

미래 차 입장에선 돈도 안되는 Z엔진 라인에 연봉 1억이 넘는 노동 조합원을 최소 오십 명을 할당 해야 한다.


거기에 노조 대의원들이 없는 특근 만들어 내라고 압박을 넣는 건 기본이고, TPM이니 안전 교육이니 하는 명목으로 생산을 빼 먹는다.


Z엔진 판매 수익으로는 조합원 월급 주는 것도 힘들다는 뜻.


하지만 그걸 20세기에서 맡는다면?


김원식은 연봉 3천 짜리 작업자 열 명이면 충분히 생산량을 뽑아낼 자신이 있었다.


물론 시니어 엔지니어 몇몇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들의 연봉을 감안해도 연에 수십 억의 순이익을 남겨 먹는 건 일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남들이 쉬쉬 하는 사양 산업에서 기회를 본 것이었다.


"이 대리가 PLC 쪽은 확실히 재능이 있습니다."

"그 말은 PLC 쪽은 신경 꺼도 된다는 거야?"

"제 레벨 까지 올라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프로젝트에 참가 시키기엔 문제가 없습니다."

"...... 허. 자네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진또배기는 맞나보군."


쭈욱-

전현우가 사케 한 잔을 들이켰다.


"다만... PLC만 뛰어나고, 나머지는 볼품 없습니다."

"그 나머지도 한 번 가르쳐 보면 안 되나? 혹시 모르잖아. 둘다 재능이 있을지도.."


전현우의 두 눈이 냉철하게 빛났다.


"제발 욕심 좀 버리십시오. 제대로 된 PLC 기술자 하나 만드는 것도 벅찬데, NC 프로그래밍이랑 시퀀스 쪽까지 떠넘기려 하시다뇨?"

".... 아니 나는 그냥 물어 본 거지."

"안됩니다.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리고 막말로 PLC NC 시퀀스 다 되는 인재가 왜 우리 밑에서 월급 쟁이 합니까? 지가 기업을 하나 차리고 말지."


김원식은 그 한 마디에 쭈굴쭈굴 해졌다.


"NC 쪽이랑 시퀀스 쪽 기술자는 제가 어떻게든 구해 올테니, 걱정 마십쇼."

"..... 진짜? 역시 전 이사 밖에 없어!"

"대신 두당 2장 씩은 주셔야 합니다. 스톡 옵션도 빵빵하게 넣어 주셔야 하고요."

"........ 제길, 알겠어."


두당 2장.

이 바닥에서 제대로 된 엔지니어를 구하려면 필요한 연봉이었다.


골골골-

전현우는 남은 사케를 모두 잔에 채운 뒤 말했다.


"다행히 CNC 쪽 전문가는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어디 출신인데?"

"미래 위아 출신, CNC 쪽만 보자면 업계에서 한 손가락 안에 꼽는 인물입니다."


전현우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김원식은 순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전현우가 누군가를 저렇게까지 칭찬하는 모습은 처음 봤던 것이다.


'전 이사가 저렇게 말 할 정도면...'


연봉 2억에 스톡 옵션을 얹어 주는 게 아깝지 않은 인재가 틀림 없었다.




춘식은 가벼운 발 걸음으로 회사에 출근 했다.


널 사랑해. 세상도 양보한 널~


어찌나 흥겨운지, 콧 노래가 자동으로 나왔는데.

춘식이 이처럼 기분이 좋은 이유는 간단했다.


"설마 그렇게 큰 돈을 입금할 거라고는.."


천 만원.

초절전 회로의 입찰을 따온 대가로, 천 만원이라는 거액을 입금 받은 것이다.


솔직히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내가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PLC 회로, HMI 작업, 심지어는 인센티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OT 센서 불량을 잡아 낸 것 까지.

모두 도현 혼자서 한 거나 다름 없었기 때문.


- 도현아. 니 계좌로 천만 원 보내줄게.


미안한 마음에 받은 인센티브를 도현에게 준다고 말해 보기도 했지만.


- 과장 님이 아니었다면 OT 센서 까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도현은 단호한 표정으로 거절을 표했다.


"진짜 좋은 놈이네."


단순히 일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성격도 착했다.

가끔 일하다가 이유 없이 히죽히죽 웃는다는 점만 빼면. 아니 그걸 감안하고도 최고의 후임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어이- 이 대리? 뭐 하고 있어?"


사무실에 도착한 춘식은 도현에게 다가갔다.

뒷통수만 봤음에도, 웃음이 절로 흘러 나왔다.


"이 대리?"


도현은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의아한 마음에 어깨라도 흔들어 보겠지만, 춘식은 그러지 않았다.


'또 집중하고 있나 보네.'


도현이 프로그램에 깊게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무섭다 무서워.'


실로 부러운 집중력이었다.

자신은 사무실 밖 고양이가 울어 대는 것도 신경 쓰여서 집중을 흐트리는데. 이름을 불러도 못 들을 정도라니.


[집중(LV.1)이 발동 중입니다!]

[효과 : 모든 일의 능률 50% 증가.]

[남은 시간 : 0시간 01분.]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한편, 도현은 집중 스킬의 지속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정신을 차렸다.

'뭔가 아쉽네.'

아쉬웠다. 아직 보고 있던 CNC 프로그램을 모두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V엔진 헤드 드릴링&밀링 공정 CNC.]

[프로그램 종류 : 화낙]

[소프트웨어 레벨 : 3.]

[프로그램 성능 : 66%]

[현재 에러 : 확인 불가능.(OFFLINE)]


CNC는 PLC와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 했다.

프로그래머의 눈(LV.3)이 없었다면 해독조차 어려울 정도.

'이러니까 CNC 전문가들 몸값이 높지.'

CNC 전문가들이 괜히 억대 연봉을 받는 게 아니었다.

'..... 좀 쉬었다가 하자.'

얼마간 더 노트북을 들여다 보던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문득 머리가 아파왔던 것이다.


- 모든 일의 능률이 50% 증가합니다.(체력 소모가 증가합니다. 과로에 유의 하십시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이득에는 대가가 따랐다.

집중 스킬의 경우에는 약간의 현기증이 그 대가였다. 물론 얻은 이익에 비해서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은 대가였지만.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웬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 김 과장 님 오셨습니까?"


그제야 김춘식이 옆 자리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당연히 왔지. 지금 12시가 다 됐는데."

"벌써 12시..."

"그것도 모르고 있었냐? 그러다 뼈 삭아 임마!"


춘식이 도현의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 봤다.


"뭐가 그렇게 재밌길레... 어? NC 프로그램이네?"


NC 프로그램.

쉽게 말하면 자동으로 제품을 가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PLC가 센서, 실린더, 모터를 제어한다면, NC는 고정도(1/1000mm이하)의 서보 모터(Servo Motor : 위치 기억 전동기.)를 제어 한다는 점이 다를 뿐.


"너 NC도 다룰 줄 알았어?"


PLC와 NC가 다른 점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건 범용성이었다.


PLC를 다룰 줄 아는 기술자가 10명이라면, NC는 1명이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워서 코드 해석만 할 줄 알아도 기술자 대우를 받았다.


고작 2년 차인 도현이 NC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니, 춘식으로서는 의아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잘은 못합니다.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춘식은 이어진 도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PLC 실력만 해도 엄청나게 늘어 났는데, NC까지 잘한다는 건 말이 안돼.'


춘식의 시선이 도현의 노트북에 닿았다.


DEF_BOOL_OPT_DUAL_FIX=1

DEF_INT_t_XP=#520

DEF_INT_t_ZP=#521

X_FAINAL CUT_POS=#520+#525

Z_FAINAL CUT_POS=#521+#526


T0100

G50 S1800

G96 S120 M03

G00 X=X_FAINAL CUT_POS Z=Z_FAINAL CUT_POS T0101 M08

G70 P10 Q20 F0.15

X52.

M01


반 틈은 알아볼 수 있고, 반 틈은 알아볼 수 없는 프로그램.


춘식이 의아한 듯 물었다.


"이거 니가 짠 거야?"

"네."

".... 방금 NC는 잘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잘 모릅니다. 그냥 매뉴얼 대로 보고 만들어 본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시스템 창이 알려 준대로 짠 거라는 말을 생략 하긴 했지만 말이다.


"해석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진짜 기초적인 거라서..."

"... 얌마 그냥 잘난 척 해도 돼. 그렇게 말하면 그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내가 뭐가 되냐."

"아...."


도현은 머쓱한 표정을 뒤통수를 긁었다.


'김 과장 님은 유독 NC에 약하셨지..'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NC에 약하다는 건.

이 바닥에 좀 먹고 사는 이들의 90%가 애를 먹는 게 바로 NC 였으니까.


'나도 아직 멀었고.'


도현 역시 자신의 부족함을 크게 느꼈다.

프로그래밍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등에 업고도 해독하지 못하다니.

하지만 동시에 승부욕이 올라오기도 했다.


'NC까지 마스터 한다면.. 연봉이 더 올라갈 지도 몰라.'


PLC 기술은 돈이 된다.

이번 초절전 회로 시연회가 그걸 증명 했다.

그런데 NC를 마스터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PLC 만큼은 돈이 될 게 분명 했다. 어쩌면 꿈에 바라 마지 않던 억대 연봉을 찍을 지도 몰랐다.


'우리 현서. 그리고 아버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야.'


부족한 아들이지만, 모자란 가장이지만.

단 한 순간도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행복하게 만들어 줄 자신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작성 했습니다.]

[프로그래밍(Lv.3)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그에겐 땀과 노력을 성과로 치환 시켜주는, 시스템이란 사기적인 능력이 있었으니까.


"기본은 돼 있네요."


그때였다.

도현이 마음속으로 결심을 다지던 순간, 뒤통수에서 처음 들어 보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춘식이 고함을 질렀다.


"..... 씨X! 깜짝이야!"

"..... 누, 누구..?"


도현과 춘식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 봤는데.


그곳엔 풍성한 턱 수염을 자랑하는, 나이를 알아볼 수 없는 남자 하나가 둘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근데, 딱 기본만 되어 있어요. 나머진... 개판이네요, 솔직히"


개판.

그 한 마디에 춘식의 미간에 내 천자가 새겨졌다.

도현 역시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는데.


".... 아니 당신 누군냐고! 뭔데 보자마자 개판이니 뭐니.."

"어허, 김 과장. 목소리 낮춰."


그때, 저 멀리서 전현우 이사가 천천히 걸어 왔다.


"인사 해. 윤 차장이야."

"유, 윤 차장이요? 갑자기 그게 무슨.."


춘식의 두 눈이 커졌다.

윤 차장? 특별 채용?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번에 CNC 전문가로 특별 채용 했어."


CNC 전문가, 윤창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김춘식 과장 님이라고 하셨죠? 앞으로 재밌겠어요."

"..... 그게 무슨..."

"그리고 이도현 대리. 앞으로 잘 부탁 합니다."


윤 차장이 두툼한 손을 내밀어 도현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 네."

도현은 멍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전 이사랑 비슷한 사람인 거 같네.'

날카로운 말투부터 오만한 표정까지.

웬지 전현우 기술 이사의 향기가 진하게 나는 남자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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