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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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가면
그림/삽화
은빛가면
작품등록일 :
2024.07.26 18:09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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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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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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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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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14. 또 한명의 영웅 (2)

DUMMY

리오 대공의 목소리가 홀을 가득 채우자,


숙였던 고개들이 서서히 위를 향했다.


그러나 그들이 기대했던 대공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신 눈부신 황금색의 풀 플레이트 갑옷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리오 대공가의 상징적인 색깔인 황금색을 머금고 있는 갑옷은


마치 세기의 예술가가 빚어낸 걸작처럼


섬세하고 정교한 문양과 색감을 자랑했다.


특히 가슴의 브레스트 플레이트에는


리오 대공가의 상징인 사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고,


그 위로 칠해진 검은색이


그 문양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드러냈다.


어깨를 감싸고 있는 폴드론에는


한눈에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하고 정교한 음각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 문양은 폴드론에만 그치지 않고,


그레이브와 건틀릿, 코우터까지 이어지며


갑옷 전체를 하나의 예술품처럼 연결시켰다.


그 복잡한 패턴들이 맞물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황홀경에 빠진 듯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그 갑옷의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대공자를 처음으로 혈맹 가문들


앞에 선보이는 중요한 자리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풀 플레이트 갑옷에 몸을 감싼 채 나타난 것은,


모인 귀족들에게는 당황스러운 광경이었다.


게다가 헬멧까지 착용하고 그것을 벗지 않는 모습은


오늘의 목적과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었다.


물론, 역사상 최고의 예술가로 이름난


케일라가 만든 작품처럼


대공자가 착용하고 있는 헬멧은 아름다웠지만,


모두가 기대했던 그 헬멧 속


대공자의 얼굴은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낮고도 위압적인 목소리가 홀 전체를 가득 메웠다.


"형제들이여, 반갑소."


그 한 마디는 마치 돌덩이처럼 공기를 짓누르며,


홀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말은 길지 않았으나,


그 안에 담긴 힘은 차원이 달랐다.


"앞으로... 잘 부탁하오."


그 짧은 말이 끝나자,


마치 불씨에 불이 붙은 듯


홀 안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에


묘한 열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짧지만 강렬한 그 말은


홀 안의 모든 사람들을 단숨에 압도했다.


절로 고개를 들게 만드는 목소리,


그 울림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뜨거운 불길을 일으켰다.


"라이언 대공자 만세! 리오가 만세! 리오 대공 만만세!"


차갑게 식어 있던 홀은 순식간에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그 후로는 모든 것이 차례차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집사장의 지휘 아래 홀에 있던 이들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대공과 대공자를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


대공과 대공자는 마치 오랜 기다림조차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지루함 없이 한 사람 한 사람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특히 대공의 뒤에서


묵묵히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대공자의 강렬한 존재감은,


마치 그가 대공가의 미래를


굳건히 지탱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사람들은 그런 대공자를 보며,


대공자가 다스릴 리오 지방의 미래에 대해


안도감이 퍼지는 듯했다.


앞으로 다가올 백 년이,


안전하고 번영할 것만 같은 기대가


모두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헬멧 틈새로 언뜻 보이는 푸른 눈동자 속,


깊숙이 타오르는 뜨거운 불길을 만약 그들이 보았다면,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연 그 불꽃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않다면...


그 불은, 아직 자신의 의지를 감춘 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이다.


이제 아버지의 그림자를 벗어나, 내 길을 걸어갈 때가 왔다.


제국의 안녕을 위해 위정자들을 바로잡고,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나는 리오 대공가의 황금사자! 방만한 세상의 질서를 뒤엎을 것이다.


썩어 빠진 이 나라의 근본부터 내가 바꾸어 놓겠다!’


라이언의 결의는 그 안에서 불처럼 일렁였고,


그 불길은 멈추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줄이 마침내 끝나고,


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오랜만에 열린 대공가의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


흥겨운 음악과 맛있는 음식은


어느새 그들의 머릿속에 새겨졌던


대공자의 그림자를 슬며시 지워내고 있었다.


대공은 흥겨운 파티에 빠져든


귀족들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뒤에서 자리를 옮기는 기척을 느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대공자가


갑자기 몸을 돌려 뒷문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느꼈다.


대공은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라이언은 불이로구나,'


대공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불길이 리오 지방을 집어삼키지 않기를...


엘로힘이시여, 제발 라이언을, 이 땅을,


그리고 막심 제국을 지켜주소서.'


그는 말없이 고개를 들어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엘로힘에게 조용히 기도했다.


그리고 다시 귀족들로 가득 찬 홀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


하지만 마음속 기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철컥, 철컥, 철컥.'


홀을 나와 걸어가고 있던


라이언 대공자의 뒤로 두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대공자님! 홀에서의 일은 모두 끝나셨습니까?"


"우하하하하하! 그 쓰레기 같은 귀족들은


공자님을 보고 어떤 말을 합디까?"


"마크! 대공자님께 말을 할 때는 좀 더 가려서 하지 못하겠나!


자네는 늘 말이 너무 짧군."


"어이고 니콜 할아버지 또 납시셨구만 어쩌구 저쩌구"


"이이이!!"


두 사람이 대공자의 뒤에서 티격태격하자,


대공자가 낮고 단호하게 외쳤다.


"그만!"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죄송합니다!"


"쳇..."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던 두 사람도


대공자의 한마디에 이내 고분고분해졌다.


그들의 태도를 보니,


두 사람이 대공자에게 얼마나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두 사람의 이름은 마크와 니콜이다.


둘 다 현재 대공가 황금사자 기사단 내


10개 단 중 2개 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실력자였다.


보통 황금사자 기사단은


대공가와 혈연관계를 맺은


가문들에서만 인원을 뽑았고,


특히 단장직은 반드시 혈연 가문 출신의


기사들 중에서 선출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마크와 니콜, 이 두 장수는


그 전통을 깨고 단장 자리에 오른,


매우 이례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대공자의 특별한 추천으로


기사단에 발탁되었고,


발탁 후 단 5년 만에


단장직에 오를 정도로 그들의 실력은 대단했다.


두 사람 중 좀 더 예의가 없는 쪽이 마크였는데,


셉템 지방 출신인 그는, 무려 2미터가 넘는 거구로,


그 압도적인 체격에 걸맞게 엄청난 힘을 자랑했다.


그가 태어난 날, 마을로 내려온 멧돼지를


단숨에 쳐 죽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그의 용력은 남달랐다.


특히나 인간보다 월등한 힘을 지닌


유사 인류들이 많은 셉템 지방에서도,


마크는 오로지 주먹 하나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곳에서조차 그의 힘은


비교를 불허할 만큼 강력했고,


사람들은 그를 마치 괴물처럼 두려워했다.


그런 마크의 타고난 자질을 간파한 어느 신비한 인물이


그에게 '무적권'이라 불리는 강력한 권술과


'무적심법'이라는 절대적인 마나 수련법을 전수하자,


그의 두 주먹은 셉템 지방 전역을


흔들며 더욱 거세게 퍼져 나갔다.


그의 무용담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일화가 있다.


수백 마리의 마물이 마을을 습격했을 때였다.


마크는 우연히 그 마을을 지나던 중 사태를 목격하고,


홀로 산 입구를 지키며 무려 열두 시간을 싸웠다.


그는 상처 하나 없이 돌아왔고,


격전의 현장을 본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마물들의 시체는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찢겨져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마크가 한적한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갑작스레 그의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숲이 나타났다.


"감히 미물 주제에 내 앞을 막는 것이냐!"


라고 외치며 크게 주먹을 내지르니,


일대의 숲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의 무장이었다.


마크는 자신의 무위를 확인하기 위해 전세계를 배회하며


무사 수행을 하던 도중 대공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한눈에 서로의 대단함을 알아본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비무를 신청하여


결투를 하게 되었다.


백척 간두에서 삼일 밤낮을 싸운 후


두 사람은 아랫마을로 내려와


크게 웃으며 술을 마시고는


충성 맹세를 했다고 한다.


나머지 예의가 바른쪽이 니콜인데,


그 역시 대공자에게 합류한 배경은


마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니콜은 마지아 지방 출신으로,


대대로 마법사를 배출하던 대가문의 후계자였다.


하지만 그는 가문의 재능과는 상관없이,


마법의 기운 가운데서


무장의 기운을 품고 태어난 무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니콜은 단순히


무력만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마법에도 능통하여 마검사로 유명했다.


니콜의 이름을 듣고 마지아 지방으로


발길을 옮긴 대공자는 니콜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를 귀히 대했다. 그런 대공자에게 서운함을 느낀


마크는 말릴새도 없이 니콜에게 대결을 신청하였다.


무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자신이 있었던 마크와


마법과 검술 모두에 능한 니콜이 결투를 벌였다.


순수 무공만으로는 마크가 압승이었다.


하지만 마법과 무공을 함께 사용하는 니콜은


마크가 삼일 밤낮을 싸워도 승리를 얻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니콜 역시 마크의 무력에 감탄했고,


그런 마크를 아랫사람으로 둔 대공자와


술을 나누면서 대공자의 호방함과 큰 뜻에 반하여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실랑이를 그만두게한 대공자가 말을 이어했다.


"두 사람은 함부로 여력을 낭비하지 말라.


힘을 아끼고 아껴도 부족할 일들이 곧 생길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공자!"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들을 잠시 바라보던 대공자는


몸을 휙 돌리고 두 사람을 이끌고


복도의 한편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는 대공자와 두사람의 그림자만


점차 길어져 복도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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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1. 드디어 불어오는 검은 바람 (1) 24.09.09 16 0 9쪽
21 020. 세 영웅 (3) 24.09.05 19 0 11쪽
20 019. 세 영웅 (2) 24.09.02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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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17. 움직이는 톱니바퀴 (3) 24.08.26 19 1 12쪽
17 016. 움직이는 톱니바퀴 (2) 24.08.22 20 2 13쪽
16 015. 움직이는 톱니바퀴 (1) 24.08.19 25 0 10쪽
» 014. 또 한명의 영웅 (2) 24.08.15 22 0 10쪽
14 013. 또 한명의 영웅 (1) 24.08.12 25 0 9쪽
13 012. 용과 호랑이 (4) 24.08.08 23 0 8쪽
12 011. 용과 호랑이 (3) 24.08.05 2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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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0. 프롤로그 - 금서 "어느 동화책" 24.07.26 155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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