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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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가면
그림/삽화
은빛가면
작품등록일 :
2024.07.26 18:09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88
추천수 :
13
글자수 :
102,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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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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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0. 용과 호랑이 (2)

DUMMY

"안녕하십니까, 저는 1성관의 관문장


션이라고 합니다.


지나가시려는 분의 성함을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사무엘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황제가 임명한 관문장을 때려눕힐 수는 없어,


억지로 분노를 누르며 대답했다.


"무엄하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대 엘로힘의 주교 사무엘이다.


하나님의 물건을 운반 중이다.


감히 네가 그 길을 가로막는구나! 당장 길을 열지 못할까?!"


사무엘의 분노에 찬 질책에도 불구하고,


션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응했다.


"주교님이시군요. 어떤 분이신지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관문을 지키던 병사를 이렇게 만든 것이 주교님이십니까?"


션의 끈질긴 질문에 사무엘의 분노는 더욱 치솟았다.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질문으로 계속 시간을 끄는구나!


하나님의 물건은 한 치의 틀어짐도 없어야 한다.


네 정말 하늘의 무서움을 보아야 정신을 차릴 것이냐!"


션은 사무엘의 위협적인 말에도 차분하게 답했다.


"하늘의 무서움이라...


주교님께서는 법의 무서움을 모르는 듯합니다.


아무리 하나님의 물건이라도,


이 성관을 지나는 모든 물건은


검문을 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법입니다."


주변의 병사들은 숨죽이며 긴장속에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션의 냉정한 대응에 사무엘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차에서 내려


성기사들을 불렀다.


"감히 네가 벌주를 자청하는 구나!


성기사들은 무엇을 하는 것이냐!


어서 길을 내지 못할까?!"


사무엘의 고함에 성기사들이 나서려는 순간,


션도 더는 참지 못하고


사무엘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사무엘! 네가 주교라 하나


국법이 지엄한데 어찌 감히 법을 어기려 하느냐!


나 션, 1성관 관문장은 법을 집행한다!


병사들이여! 법의 지엄함을


나라의 도적들에게 일깨워 주자!"


션의 외침에 병사들은 일제히 화답했다.


"와! 도적 무리를 물리치자!"


사무엘은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성기사들 뒤로 급히 몸을 숨겼다.


그러나 션의 뛰어난 실력과 병사들의 숫자 우위는


곧 성기사들을 압도했다.


전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사무엘의 호위 성기사들은 하나둘 쓰러졌고,


마침내 사무엘은 병사들에게 붙잡혀


줄로 꽁꽁 묶여 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션은 냉정한 눈빛으로


사무엘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주교님, 법을 어기는 자는


누구든 처벌받아야 합니다.


당신이 주교라 하여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무엘은 굴욕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후 마차에서 발견된 노예들은


사무엘이 저지르려 한 참혹한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사무엘은 분노에 찬 고함을 쳤지만,


션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장엄하게 선언했다.


"국가의 관문을 지남에 있어


검문을 피하려 했으니 그 죄의 벌은 참수다.


또한 관문을 지키는 병사를 해하려는 자


역시 황제 폐하의 군사를 해하려 했으니,


반역을 꾀한 것으로 간주하여 그 목이 남아나지 못할 죄이다!


더욱이 국법으로 엄연히 금하고 있는


노예 거래를 몰래 행하려 했으니 이 역시 중죄다."


하고 션은 잠시 뜸을 들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엘로힘의 은혜야 온 세상이 아는 것이니,


이는 교단과는 무관하게


너의 이익을 위해 혼자 꾸민 일이렸다!


이에 네가 저지른 죄는


네 목으로 갚으려 함이니, 국법의 자애로움을 알 것이다!"


션은 그렇게 외치고, 두려움에 떨며 변명을 하려는


사무엘의 말도 듣지 않고 큰 칼을 들어


그의 목을 베려고 했다.


션의 말은 교묘하게 교단과 사무엘을 분리하여


모든 죄를 사무엘에게 덮어씌우는 것이었고,


이는 교단으로부터의 보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사무엘은 울부짖으며 변명하려 했지만,


션은 단호했다.


그러나 션이 사무엘을 참수 하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멈추시오!"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션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엘로힘 교단의 다니엘 성기사단장이 서 있었다.


션은 다니엘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잠시 놀랐지만, 곧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어떤 분이시옵니까? 저는 제1성관의 관문장, 션입니다.


법을 집행하는 중입니다.


어찌 이렇게 외부인이 간섭하십니까?"


한편, 사색이 되어 죽음만 기다리던 사무엘은


다니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기회를 잡은 듯 외쳤다.


"오, 다니엘 기사단장, 제발 나를 구해 주시오!


이 어린 관문장이 내가 교단의 주교임에도


불구하고 내 목숨을 위협하고 있소!"


다니엘은 션과 사무엘 사이에 서며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어찌 그렇게 작은 직책을 가지고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감히 교단의 주교님을 해하려 하다니,


이건 신성 모독일세! 그리고 어째서 나를


이 일과 관계없는 외부인이라 하느냐?


사무엘 주교님은 엘로힘 교단의 10 주교 중 한 분이시며,


그분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아니면 누가 대신해야 한단 말이냐!


주교님께서 어떤 잘못을 하셨기에


감히 주교님을 욕보이려 하느냐?"


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그의 눈빛은 단호했고,


마음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니엘 기사단장님,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합니다.


교단의 주교라고 해서 예외는 될 수 없습니다.


이곳은 막심 제국의 영토이며,


여기서는 제국의 법이 최우선입니다.


사무엘 주교님께서 불법적으로 노예를 운반하고,


병사를 폭행한 죄는 명백합니다."


다니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법을 논하기 전에,


그 법이 정의로운지를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주교님께서는 하나님을 섬기시는 분이시다.


그의 행동은 신의 뜻을 따른 것일 수도 있다."


션은 다니엘의 말을 단호히 잘랐다.


"신의 뜻이라 하여도,


이 땅에서는 황제 폐하의 법이 먼저입니다.


만약 교단의 주교님께서 법을 어기셨다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다니엘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주교라 하더라도,


사형을 면하기 어려운 죄가 너무 많았다.


지금은 엘로힘 교단이 득세하는 시대였기에


이제껏 그 누구도 문제를 삼지 않았지만,


조목조목 따져보면


모두 참수형을 받을 수 있는 엄청난 범죄였다.


다니엘은 잠시 동안 션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무엘 주교를 버릴 수 없었던


그는 다급하게 션에게 말했다.


"너의 말이 틀린 것은 없다.


그러나 사무엘 주교님은 엘로힘 교단에


일생을 바친 인물이며,


황제 폐하께도 큰 힘이 되는 존재다.


그런 그를 이 자리에서 잃을 수는 없다."


다니엘의 말에 션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빛은 깊은 사색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는 마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국법이 지엄하나, 구멍 뚫린 어망이로구나..."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숨겨진 분노와 실망이 서려 있었다.


그는 다시 다니엘을 바라보며 결심한 듯 말했다.


"다니엘 기사단장님, 당신의 말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합니다.


사무엘 주교님가 저지른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에 즉결 처분권을 가진 저는 사무엘 주교에게


태형 10대를 선고하고 집행하겠습니다.


이는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법의 집행이며,


이마저 저지하려 하신다면 1성관 전원이


법의 집행을 위해 목숨을 걸 것입니다!"


태형 10대는 늙고 쇠약해진 사무엘에게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중한 처벌이었다.


하지만 죄가 죄인지라 다니엘도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비켜설 수밖에 없었다.


션은 결국 사무엘에게 태형 10대를 집행한 후 그를 풀어주었다.


이 사건은 조정에까지 널리 알려졌고,


션의 깨끗한 명성을 더욱 빛나게 했다.


션의 행동은 법과 정의에 충실했으며,


현실의 복잡함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션의 마음속에는 회한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심 제국을 다시금 일으키는 큰 기둥이 되고,


제국을 좀먹는 엘로힘 교단의


부패를 도려내겠다는 큰 뜻을 품고 있었다.


그는 고향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동안 모은 큰 돈을 들여 관직을 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꿈꾸던 이상은 희미해져만 갔다.


기성의 권위가 낡고 부패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지식 계층이다.


이들은 배움을 통해 기성 권위의 현 상황을 깨닫고,


그 붕괴를 예측하며 앞날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인식을 가진


지식인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기성 권위를 옹호하며


그 회복에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부류로,


충신과 열사로 대표되는 지식인들이다.


둘째는 기성 권위에서 벗어나


자신의 야심을 키우며,


기존 체제에 도전하고


낡은 권위를 타파하는 데 앞장서는 혁명가들이다.


이들은 기성 권위의 부패를 지적하며,


자신들의 새로운 권위를 주장한다.


이들이 바로 혁명가 또는 반역자로 불리는 식자층이다.


이런 혁명가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재능과 열정으로 무장하여


미래의 새로운 길과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빛나는 미래를 보여주며,


재능 있는 혁명가들을 끌어모아 길을 닦아나간다.


션 또한 이러한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었다.


션은 기성 권위의 낡고 힘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여태껏 행해온 일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나 13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막심 왕조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이


백성들에게 깊이 뿌리내려,


백성들은 막심 제국에 무한한 사랑으로 답했다.


션 역시 막심 제국의 백성 중 한 사람으로서,


제국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가득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아직 진정한 지도자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시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션 형님! 어서 나와 보세요! 밖에 에릭님이 오셨습니다!"


사촌 동생 조던의 목소리에,


머릿속이 복잡했던 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오! 에릭이! 에릭이 여기 왔다고?


기쁜 일이구나! 어디에 있지?"


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던 션은


그렇게 외치며 버선발로 기루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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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1. 드디어 불어오는 검은 바람 (1) 24.09.09 1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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