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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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가면
그림/삽화
은빛가면
작품등록일 :
2024.07.26 18:09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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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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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15. 움직이는 톱니바퀴 (1)

DUMMY

시간은 어느새 6년이나 흘렀다.


그러나 1351년,


그 끔찍했던 여름날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 해, 마물들이 각지에서 몰려들어


세계를 집어삼키기 시작했을 때,


제국의 수백 개의 성채는 무력하게 무너졌고,


넓은 땅덩어리는 순식간에 마물들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물론 마물들의 침공이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막심 제국의 역사 속에는 늘 마물들과의 충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닥친 재앙은


그 어떤 기록에도 없는 처절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마물들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직적이고 치밀했으며,


그들의 공격은 제국 곳곳을 한순간에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제국 역사상 유례없을 만큼 커다랗고 무서웠다.


제국의 웅장했던 방벽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고,


사람들은 그들이 신뢰하던 질서와 안전이


단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자연 재해가 잇따라 제국을 덮쳤다.


1353년, 마지아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은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폐허가 된 땅 위에서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고,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들에게 1354년,


전 세계적으로 퍼진 대기근이 덮쳐왔다.


겨우 명줄을 부여잡고 있던 백성들은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조차 잃어버렸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간신히 남아 있던


제국에 대한 신뢰는 그 마지막 끈마저 끊어지고 말았다.


굶주림과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더 이상 제국의 보호를 기대하지 않았다.


민심은 바닥을 쳤고,


그 빈자리를 분노와 불안이 메우며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곳곳에선 반란의 조짐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백성들의 눈에는 더 이상 제국을 향한 존경이 아닌,


깊은 불신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 모든 혼돈 속에서, 한 청년이 있었다.


이름은 이트라크.


그는 방 한구석에 앉아 조용히 보검을 닦고 있었다.


그의 훤칠한 체격과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는


오랜 세월 전장과 피로 물든 투쟁 속에서


살아남은 자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한쪽 볼을 가로지르는 깊고 날카로운


사선형 흉터가 그가 겪어온 수많은 전투와 고통의 증표였다.


이트라크는 마물들의 추격 끝에 이맘 지방까지 도망쳐 왔고,


지금은 아임라크 투르크단에 몸을 의탁하며


생을 이어가고 있었다.


손에는 비단 천이 들려 있었고,


그 천으로 보검의 날을 닦아내고 있었다.


손길은 조심스럽고 차분했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아프게 자리 잡고 있었다.


고요한 방,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는


이 순간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했다.


이곳에서만큼은 그의 상처도, 그날의 기억도


잠시나마 희미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잊으려 하면 할 수록 계속 떠오르는 일이 있다.


그날 이후로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꺼림직한 의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벌써 7년이나 지났군...


그날 나에게 도데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이트라크의 손은 천천히 멈췄다.


그는 여전히 그날의 미스터리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트라크는 문득 1351년의 그 뜨거운 여름,


한 작은 마을 어귀에 서 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날의 기억은 언제나


그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는 오래된 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그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노인의 말이 그를 그곳으로 이끌었고,


그 순간 무언가가 그의 내면에서 깨어났다.


노인이 가리킨 문 옆에는


작은 새순이 힘겹게 뻗어 있었다.


그 새순은 한낱 연약해 보였지만,


이트라크에게는 그것이 자신의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막심 제국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 머물러 있다면,


자신도 결국은 문 옆의 시든 잎새처럼


빛을 발하지 못한 채 점점 시들어버릴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트라크는 더는 망설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씨앗을 새로운 땅에 뿌리고,


자신의 길을 직접 개척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날의 깨달음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고,


이트라크는 마침내 제국의 틀을 벗어나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날의 사건은 단순한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트라크가 문을 응시하던 그 순간,


갑자기 문의 한 귀퉁이에서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붉은 불길이 치솟아 주변을 휘감았다.


눈부시게 타오르는 불꽃이


순식간에 세상을 붉게 물들였다.


그 강렬한 빛에 눈을 감은 이트라크는


일시적으로 시야를 잃었고, 모든 감각이 빛에 휩싸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빛이 서서히 사그라지며 그의 눈앞이 조금씩 밝아졌다.


눈을 다시 뜬 순간, 그가 본 것은 뜻밖에도 하나의 목걸이였다.


그 목걸이는 공중에 떠오른 채 이트라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앙에는 역삼각형 모양의 루비 같은 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고,


그 보석은 은은한 붉은 빛을 발산하며


마치 이트라크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보석은 매끄러운 붉은 금속 줄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줄은 기묘하게도 빛을 따라 흐르듯 움직였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비로운 기운에 이끌린


이트라크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목걸이를 쥐었다.


주머니 속에 그 목걸이를 조용히 넣은 그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뒤를 돌아 동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그 목걸이가 이끄는 길을 따라가야만 한다는 운명처럼,


이트라크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이맘 지방까지의 여정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이트라크는 그 거리가 어느 정도일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고,


그 먼 길을 무려 6개월 동안 걸어야 했다.


매일같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며,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과 맞서 싸워야 했다.


악명 높은 이케아 습지에서는


끝없는 진흙과 독성 마물들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숲 속에는 마물들의 매복이 있었다.


그 중에는 그의 목숨을 위협할 만큼


강력한 적들도 있었지만, 이트라크는 살아남았다.


이트라크를 지탱해 준 것은


그가 몸에 지니고 있던 붉은 목걸이였다.


그 목걸이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었다.


마나를 다룰 때마다 목걸이에서 붉은 기운이 미세하게 흐르며


그의 단전으로 마나를 몰아넣어 주었고,


덕분에 그는 마나 심법을 기존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었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마다 목걸이가 그를 살렸고,


그 덕에 그는 극한의 위험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밤이면 이트라크는 신비한 꿈을 꾸곤 했다.


꿈속에서 그는 익혀본 적도 없는


검법과 보법을 자유자재로 휘둘렀고,


은신술과 같은 기술들을 익혔다.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기술이


그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마치 꿈에서 보고 배운 것들이


실제로 그의 몸에 새겨진 듯한 느낌이었다.


이트라크는 멈추지 않고 그 기술들을 연습했고,


그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졌다.


드디어 이맘 지방에 도착했을 때,


이트라크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전사가 되어 있었다.


특히 그가 얻게 된 '불'이라는 새로운 마나 속성은


그의 검술과 완벽하게 융합되어 있었다.


이 마나 속성 덕분에 이트라크는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트라크는 이맘 지방에 도착한 후,


한 달 동안 깊은 상처와 피로에 지친 몸을


회복시키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의 몸은 혹독한 여정 속에서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정신 역시 끊임없는 전투로 지쳐 있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이트라크는 그동안 탐색하며 알아본


여러 투르크단 중 하나의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선택은 아임라크 투르크단이었다.


이트라크가 아임라크 투르크단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그들은 단순히 전투에만 능한 군대가 아니었다.


전투가 끝난 후에도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엄격한 규율을 지키는 군대였다.


그들의 철저한 원칙과 정의로운 행보는


이트라크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들에게 몸을 의탁하고자 하는 결심을 굳히게 했다.


그렇게 이트라크는 아임라크 투르크단의 문을 두드렸고,


결국 그들의 일원이 되었다.


이트라크는 첫 전투에서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치열한 싸움 속에서


그는 남다른 용맹과 지혜를 발휘했고,


그 결과 단번에 백인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그는 매번 전장에서


뛰어난 전략과 강력한 전투력을


보여주며 명성을 쌓아갔다.


이트라크의 용맹함과 냉철한 판단력은


그를 단순한 전사 이상의 인물로 만들었고,


그의 이름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트라크는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지혜로운 어린 사자'라는 명예로운 별칭을 얻게 되었다.


그는 단순한 전사가 아닌,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특히 작년, 악명 높은 이케아 습지에서


그는 키우 도적단을 무찌르며 큰 공을 세웠고,


그 공로로 돌격단의 단장으로 승진하게 되었다.


이트라크는 이제 더 이상 젊은 전사가 아닌,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지도자로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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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1. 드디어 불어오는 검은 바람 (1) 24.09.09 15 0 9쪽
21 020. 세 영웅 (3) 24.09.05 18 0 11쪽
20 019. 세 영웅 (2) 24.09.02 12 0 9쪽
19 018. 세 영웅 (1) 24.08.29 16 0 9쪽
18 017. 움직이는 톱니바퀴 (3) 24.08.26 19 1 12쪽
17 016. 움직이는 톱니바퀴 (2) 24.08.22 20 2 13쪽
» 015. 움직이는 톱니바퀴 (1) 24.08.19 25 0 10쪽
15 014. 또 한명의 영웅 (2) 24.08.15 21 0 10쪽
14 013. 또 한명의 영웅 (1) 24.08.12 24 0 9쪽
13 012. 용과 호랑이 (4) 24.08.08 22 0 8쪽
12 011. 용과 호랑이 (3) 24.08.05 24 0 8쪽
11 010. 용과 호랑이 (2) 24.08.01 25 0 11쪽
10 009. 용과 호랑이 (1) 24.07.29 31 1 9쪽
9 008. 성장 (3) 24.07.26 29 1 9쪽
8 007. 성장 (2) 24.07.26 25 0 9쪽
7 006. 성장 (1) 24.07.26 26 0 10쪽
6 005. 선택 24.07.26 2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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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03. 마물 (1) 24.07.26 3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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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1. 해와달 (1) 24.07.26 117 2 9쪽
1 000. 프롤로그 - 금서 "어느 동화책" 24.07.26 152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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