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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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가면
그림/삽화
은빛가면
작품등록일 :
2024.07.26 18:09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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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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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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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19. 세 영웅 (2)

DUMMY

수하일은 마치


거대한 산에 짓눌린 듯,


몸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힘을 다해 벗어나려 했지만,


누르의 압도적인


기세 앞에서는


아무런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거대한 압박감 속에서


그는 무력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무력감 속에서,


누르가 천천히 수하일에게


다가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사막의 푸른 사자께


미천한 자가 감히


청을 올리옵니다.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낮고 차분한 음성이


공기 속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에는


깊은 존경과 함께


스스로를 낮추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트라크였다.


누르는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겸손하게 나오는지


대강 짐작했지만,


모르는 척하며 천천히 응답했다.


"내 사랑하는 아들, 이트라크여.


허락하노라. 말해 보아라."


“감사합니다, 아버님.


저 두 사람이 오늘


일반 백성들을 놀라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행히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투르크단의 두 단장님께


상처를 입힌 것은


분명 꾸짖음을 받아야


할 일입니다만,


그 상처 또한 비겁하지 않은


정정당당한 결투에서


발생한 것이니,


그들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들의 싸움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은 분명하니,


그들은 자신의 재산으로


이를 변상하도록 하여


그 죄를 씻도록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버님께서 그들을


용서해 주실 수는


없으시겠습니까?”


이트라크의 마음은 절박했다.


마제드와 수하일,


두 사람과의 전투에서


그들과의 유대감을 느끼며


검을 통해 그들과 교감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누르가 직접 나서서


일을 정리하려는 상황에서,


투르크단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선


두 사람의 처벌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 뻔했다.


다급함에 휩싸인


이트라크의 명석한 두뇌는


잠시 멈추고 말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마제드와 수하일,


두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 절박한 마음에


장난기 가득한


누르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오직 간절함만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누르는 그런 이트라크의


간절한 청을 들으며


속으로는 기뻐하며


크게 웃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엄숙한 표정을


지우지 않고 물었다.


"네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누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싸움에서 크게 다친 자도 없고,


내 아이들이 다친 것도


그들이 패배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감히 내 땅에 들어와


이토록 소란을 피우고도


죄를 묻지 않는다면,


우리 투르크단의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겠느냐?


나는 마땅히


그들의 목을 베어


우리의 이름을 지켜낼 것이다!"


누르가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딛자,


이트라크의 마음은


더욱 다급해졌다.


그의 눈에는


마제드와 수하일이


긴장한 채 무기를


움켜쥔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의 표정에는


조급함과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일이 틀어질 경우를 대비하듯,


두 사람은 이미


전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트라크는 그런 그들을 보며


절박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누르에게 간청했다.


"아버님! 만약 이들에게


죄가 있다면,


저 역시 같은 죄를


지은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더 큰 죄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큰 소란을


직접 일으켰으며,


아버님께서 오시기까지


잠재우지 못한 것은


제 잘못이니,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


그러나 두 사람의


잘못만은 용서해 주시옵소서."


이트라크의 목소리는


절실함으로 가득했다.


"제가 세상에 대한


견문이 부족해


많은 영웅들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 두 사람은 분명


세상에 비견할 바 없는


진정한 영웅들입니다.


하늘이 맺어준


이 인연을 부디


헛되이 여기지


말아 주시옵소서."


그는 바닥에


머리를 깊이 숙이며


간절히 청했다.


이트라크의 진심이 담긴 간청은


누르의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누르는 잠시 이트라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하늘을 향해


우렁찬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핫!


내 사랑하는 아들이


언제나 나를 높이만 부르더니,


오늘은 투르크단에 입단하고


처음으로 나를


'아버지'라 부르는구나!


평생 듣고 싶었던 말을


오늘에서야 듣게 되다니,


이 어찌 기쁘지 않겠느냐.


오늘의 작은 일로


사람을 꾸짖을 수는 없겠구나.


오히려 오늘 밤 성에서


잔치를 열고,


세 젊은 영웅들과 함께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벌을 대신하겠다!"


누르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이어진 이 말에,


이트라크는 그제서야


누르가 자신을


장난스럽게 놀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마제드와 수하일도


그런 누르의


호쾌한 기개에 압도당하며,


자신들이 저지른


어리석음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생전 처음 만난


이트라크가 자신들을 대신해


죄를 빌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비로소


구원받았음을 실감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감동이 일었고,


그 감정은 그들의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이트라크는 누르의 고약한 장난에


살짝 분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의 깊은 뜻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누르에게


공손히 감사의 인사를 드린 뒤,


비로소 뒤에 서 있던


두 사람을 향해 몸을 돌렸다.


여러 생각에 잠겨


멍하니 서 있던


마제드와 수하일도


이트라크의 움직임을 보고


급히 누르에게 예를 갖춘 후,


이트라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트라크는 그들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두 영웅께서는


이제 무기를 거두시고,


저에게 큰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의 말은


따뜻하고 여유로웠으며,


그 안에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


오히려 그 질문에


먼저 반응한 것은


마제드가 아닌 수하일이었다.


"나는 셉템 지방의


수하일이라 하오.


정말 대단한 무공을


지니고 있던데,


도대체 어디서 배운 것이오?"


수하일은 단순한 사람이었다.


화가 났을 때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성격이지만,


일단 화가 풀리면


금세 마음이 풀어졌다.


마음이 풀어지고 나니


그는 자신과 대등하게


겨룰 만큼


뛰어난 무공을 지닌


이트라크에게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더구나, 자신이 저지른


크나큰 죄를


무시무시한 누르의


손아귀에서 구해준


이트라크에게,


수하일은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수하일의 말을 듣자,


이트라크는


장난기 어린 웃음을


슬며시 흘리며 답했다.


"하하핫, 저의 작은 무공을


어찌 그렇게 크다 말씀하시겠습니까?


아직 나이도 어리고,


배움도 부족한데...


아버님께서 주신 은혜를


채 일할도 익히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저를


너무 높이 보지 마십시오."


이트라크는 겸손하게 말하며


누르를 높였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수하일은


놀란 눈으로


이트라크를 바라보았다.


"일할··· 일할이라니!


그렇게 대단한 무공이 있다고?!


저분이 그런 무공의 주인이라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잠깐만, 나에게 시간을 좀 주시오!


정말 잠시면 되오!"


수하일은 이트라크에게


말을 하자마자


누르를 향해 뛰어갔다.


그의 행동은


누구보다도 즉흥적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더욱 가관이었다.


"나도! 아니, 저에게도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를 드러내며


적대심을 품던 수하일이,


이젠 누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절을 하며


진지하게 배움을


청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그의 마음이


얼마나 순수한지


그대로 드러났다.


누르는 커다란 사내가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와


연신 큰절을 하자,


어쩔 수 없이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러면서도 그는 힐끗


이트라크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트라크는


그 장면을 보며


웃음을 참느라


애쓰고 있었다.


누르는 이트라크를 보며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 녀석, 내가 속여


아비라 부르게 했더니,


이렇게 나를 놀려먹는구나!


허허허.'


그는 속으로


너털웃음을 흘리며,


자신에게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애원하는


수하일을 뒤로한 채


성으로 휙 돌아섰다.


그러자 수하일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대인! 저에게도 부디


무술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 거대한 몸이


누르의 뒤를 쫓아가는데,


마치 어미닭을 따르는


병아리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트라크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마제드가


이트라크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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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1. 드디어 불어오는 검은 바람 (1) 24.09.09 15 0 9쪽
21 020. 세 영웅 (3) 24.09.05 19 0 11쪽
» 019. 세 영웅 (2) 24.09.02 13 0 9쪽
19 018. 세 영웅 (1) 24.08.29 16 0 9쪽
18 017. 움직이는 톱니바퀴 (3) 24.08.26 19 1 12쪽
17 016. 움직이는 톱니바퀴 (2) 24.08.22 20 2 13쪽
16 015. 움직이는 톱니바퀴 (1) 24.08.19 25 0 10쪽
15 014. 또 한명의 영웅 (2) 24.08.15 21 0 10쪽
14 013. 또 한명의 영웅 (1) 24.08.12 25 0 9쪽
13 012. 용과 호랑이 (4) 24.08.08 23 0 8쪽
12 011. 용과 호랑이 (3) 24.08.05 2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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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1. 해와달 (1) 24.07.26 117 2 9쪽
1 000. 프롤로그 - 금서 "어느 동화책" 24.07.26 154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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