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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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가면
그림/삽화
은빛가면
작품등록일 :
2024.07.26 18:09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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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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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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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012. 용과 호랑이 (4)

DUMMY

사만다는 셉템 지역 출신으로,


본래 막심 제국의 충성스러운 문관이었다.


30세에 엘로힘의 계시를 받고


성직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그는,


생전 엘로힘 교단 내에서 10주교 중 한 명으로


임명되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종교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빈민 구제에 앞장섰고,


엘로힘 교단이 정치에 과도하게 관여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또한, 죽을 때까지 굽히지 않았던 엘로힘 교가


종교의 본질적인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의 깨끗한 뜻은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존경받았다.


엘로힘 교의 성직자는 결혼할 수 없었다.


이는 단순한 교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엘로힘 교단의 성직자가 발휘하는 성스러운 힘은


순수성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성직자가 결혼하면 영험한 힘을 잃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성직자들은 가정을 이루거나


아이를 가질 수 없었고, 가문을 형성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성직자들을 낮춰 부를 때


'아이 없는 놈'이라는 비하를 받곤 했다.


하지만 엘로힘 교가 부패하면서,


성직자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위해 자녀를 입양하고,


가문을 만드는 것이 유행하게 되었다.


션의 아버지도 사만다의 양자였기 때문에


션은 엘로힘 교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앤써니가 경솔한 발언을 하자,


에릭이 나서서 그를 제지했던 것이다.


"션, 미안하네. 앤써니가 실언을 했네. 부디 이해해 주게."


살짝 낯빛이 변했던 션도 금세 표정을 바꾸며 화답했다.


"하하핫! 무엇이 실언이라 말인가!


앤써니의 말 중 틀린 것이 없거늘.


사과할 필요 없네. 나도 크게 마음에 두지 않으니."


라고 션이 에릭의 사과에 답변했다.


션은 감정을 다루는 데 능했다.


쉽게 화를 내지 않았고,


언제나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션의 처세는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고,


이는 션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였다.


그런 션의 반응을 본 에릭은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앤써니가 말이 많긴 했지만,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은 뜻있는 선비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어.


나 역시 이런 상황에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네.


지금의 어긋난 종교인들은 엘로힘의 말씀보다는


돈과 권력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돈과 권력만을 쫓는 부패한 종교인들이


많아지면서 결국 엘로힘 교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었네.


현 황실은 무능하여 이를 막지 못하고 있지.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네.


션, 자네를 찾아왔으니


자네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네."


션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예전에는 짖궂지만 순수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금기와 같은 황실에 대한


불만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황실을 매도하는 데 서슴지 않다니.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렇게 변해버린


두 친구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션은 답했다.


"예로부터 백성은 덕으로 다스려야 한다 했으니


황제께서 부덕한 종교인들을 물리치고


덕으로 정치를 하실 수 있도록


우리가 더욱 힘써 도모한다면


자네들이 고민하는 바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


션의 대답에 앤써니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어허, 소문에는 자네의 크고 깨끗한 이름과 함께


머리의 영특함도 같이 널리 퍼졌는데,


어찌 그런말을 하는 것인가!


어찌 어진 정치만으로


현재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인가.


백성들이 현 막심 제국의 황실을


믿고 따르는 것은 전국시대를 통일한


막심 제국의 강력한 힘을 믿고 따르는 것이 아닌가.


어찌 자네 같은 사람이 죽은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인가?"


앤써니의 말에 션이 무엇인가 대답하려 하자


에릭이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이었다.


"앤써니가 다소 치우친 의견을 말했으나,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네.


나라의 은혜로 잠시


리오 지방의 한 마을을 관리했는데,


백성들과 부딪히다 보니


새롭게 깨달은 바가 있었지.


지금의 백성들은 덕이나 충의를 따르지 않네.


오히려 그들이 가장 크게 따르는 것은


따뜻하게 입고 배불리 먹는,


그런 단순한 것들이었어.


이런 세상에서는 충의를 지키는 백성들이 그리 많지 않더군."


에릭의 말을 들은 션은 짐짓 화가 난 듯 크게 말하였다.


"어허! 어찌 나라의 은혜를 입고 관직에 나아간 자들이


백성들을 다스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물질적인 것이라 하는가?


백성들을 진심으로 다스리지 않고 물질적인 것만 쥐어준다면,


백성들이 그 관리의 어떤 것을 바라고 따르는 것인가!


또한 물질적인 것이 떨어진다면 과연 그 뒤를 장담할 수 있는가!"


션은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에릭의 대답을 기다렸다.


"션, 자네는 아직도 책에서 읽은 고루한 옛말만 따르는 것인가?


물론 옛말이 모두 틀린 말이라는 것은 아니지.


태평성대에서는 옷과 밥 앞에 덕과 충이 올 수도 있을 게야.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런 좋은 세상이 아니야."


그렇게 이야기하는 에릭의 말에 션은 점점 빠져들어 갔다.


옛 친구의 변모는 관직을 얻어 지방 관리를 지내며


백성들과 몸을 부딪치면서 얻은 것 이리라.


"지금의 세상은 이상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수 없네.


아니,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아서는 안 되네!


골짜기마다 굶주린 유민들이 가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민들은


도적으로 바뀌어 난리를 피우고 있지.


이제는 형태가 없는 덕치 만으로는


백성을 따르게 할 수 없다는 말이야.


세상의 탁함이 통일 전 전국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강한 힘으로 백성들을 안심시키고


넉넉한 마음으로 그들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네."


에릭의 말에 곧이어 앤써니가 맞장구쳤다.


"그렇지! 간사한 종교쟁이들을 모두 처단하고,


막심 제국의 안녕과


불쌍한 민초들을 구해야 하지 않겠어!"


그제서야 션이 두 사람의 말을 막았다.


"알겠네. 내 장난이 지나쳤어.


하지만 지금의 말들이 새어나간다면


어찌 우리가 앞을 도모할 수 있겠나.


자, 두 친구는 이제 그만하고


나의 술잔부터 받으시오."


그제서야 번득 지나쳤음을 깨달은 에릭이 서둘러 대답했다.


"으흠! 술기운에 말이 지나쳤어.


부디 나와 앤써니의 오늘 말을


꾸짖지 말고 마음에만 담아 줬으면 좋겠네."


하고 크게 술을 들이켰다.


션이 문득 질문이 생겨 에릭에게 물음을 던졌다.


"자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직은


어떻게 하고 여기에 온 것이야?"


"이미 조정에 반납하고 오는 길이야.


부친의 건강이 좋지 않아 임종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반납했지."


"아... 이미... 그렇구만 그런 결정을 했구만..."


션의 그 대답을 끝으로 셋은 말 없이 술을 들이키다,


새벽이 되어서야 비로소 헤어졌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떠나는


친구의 등을 바라보며,


션은 구시대적인 탁상공론을 버리고


새롭게 자신을 세우기 위해


다시는 관직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에릭의 굳은 결심을 느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선택한 이 길이 처음부터


잘못된 길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차분하고 조용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에릭, 자네의 결심을 존중하네.


하지만 나는 시간이 가진 큰 힘을 알고 있네.


막심 제국에 대한 백성들의 충성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야.


자네가 제국 밖에서 일을 도모한다면,


나는 막심 제국 안에서 내 뜻을 이룰 것이네!


어디 두고 보자고, 어떤 이의 이름이


세상에 먼저 울려 퍼질지!


나는 결코 막심 제국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네!"


하고 션은 마음속으로 에릭에게도,


자신에게도 다짐을 다시 세겼다.


이날 에릭은 자신의 본거지인


리오 지방으로 돌아갔고, 션은 루에 남았다.


이러한 두 사람의 행보는


추후 두 영웅의 충돌을 예고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말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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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1. 드디어 불어오는 검은 바람 (1) 24.09.09 15 0 9쪽
21 020. 세 영웅 (3) 24.09.05 19 0 11쪽
20 019. 세 영웅 (2) 24.09.02 12 0 9쪽
19 018. 세 영웅 (1) 24.08.29 16 0 9쪽
18 017. 움직이는 톱니바퀴 (3) 24.08.26 19 1 12쪽
17 016. 움직이는 톱니바퀴 (2) 24.08.22 20 2 13쪽
16 015. 움직이는 톱니바퀴 (1) 24.08.19 25 0 10쪽
15 014. 또 한명의 영웅 (2) 24.08.15 21 0 10쪽
14 013. 또 한명의 영웅 (1) 24.08.12 25 0 9쪽
» 012. 용과 호랑이 (4) 24.08.08 23 0 8쪽
12 011. 용과 호랑이 (3) 24.08.05 25 0 8쪽
11 010. 용과 호랑이 (2) 24.08.01 26 0 11쪽
10 009. 용과 호랑이 (1) 24.07.29 32 1 9쪽
9 008. 성장 (3) 24.07.26 30 1 9쪽
8 007. 성장 (2) 24.07.26 25 0 9쪽
7 006. 성장 (1) 24.07.26 2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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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4. 마물 (2) 24.07.26 28 0 10쪽
4 003. 마물 (1) 24.07.26 35 1 9쪽
3 002. 해와달 (2) 24.07.26 54 1 8쪽
2 001. 해와달 (1) 24.07.26 117 2 9쪽
1 000. 프롤로그 - 금서 "어느 동화책" 24.07.26 154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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