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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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가면
그림/삽화
은빛가면
작품등록일 :
2024.07.26 18:09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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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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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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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011. 용과 호랑이 (3)

DUMMY

션이 에릭을 처음 만난 건 오래전 일이었다.


에릭은 북부 리오 지방 출신으로,


그의 선조 대대로 조정에서 총리를 지낸


명문가의 장남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포부와 씩씩한 기개를 보였고,


그의 훤칠한 외모는 귀공자다운 면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짙은 눈썹과 매혹적인 눈망울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는 강인한 턱선과 입술과 대비되어


그의 남성미를 강조했다.


션마저도 에릭을 처음 보았을 때는


남자로서 알 수 없는 패배감에 몸을 떨었다.


에릭은 그런 외모와 가문의 명성을 등에 업고


각지의 명사들을 찾아 배움을 청했다.


단지 지식에만 그치지 않고 무술 배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배움을 그대로 썩히지 않았다.


배움을 하면서도 리오 지방에 마물들이 침공했을 때,


에릭은 빅토리아와 피터를 자신의 상장군으로


삼아 지방 의용군을 모아 마물을 물리쳐 수십 개 마을을 구했다.


에릭을 도와 리오 지방을 구하는데 일조한


빅토리아와 피터는 에릭과 같이 리오 지방 출신의 영걸들로,


이제 막 걷고 말을 배울 때 마을을 위협하는 호랑이가 나타났는데,


이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 이야기로 리오 지방에서는 매우 유명했다.


특히나 나이를 먹고 자람에 그 덩치와 용맹함은


사람 많은 리오 지방에서도 둘째 가면 서러워 했는데,


에릭의 가문은 이들의 특별함을 소문 듣고 가문의 양자로 받아들였으며,


에릭의 좌우에 배치해 에릭을 돕게 하였다.


빅토리아와 피터는 태어날 때 부터 타고난 천부적인 힘과


에릭의 집안의 양자가 된 뒤 가문에서 사사받은 마나 심법을 접목하여


에릭이 마물을 처치하는데 제일 큰 공을 세웠으며,


특히나 그 두 젊은 장수가 지나간 길에는 갈갈이 찢겨 죽은 마물의


사체로 이루어진 강이 형성되었다고 전해질 정도였다.


션은 에릭을 고향땅에서 7살에 처음 만나게 되었다.


당시 션은 할아버지의 큰 이름과 자신의 강력한 무력을 앞세워


마을을 휘젓고 다니는 악동으로 악명이 높았다.


에릭은 여러 도시의 명사들을 찾아다니며 배움을 청하던 와중


크리스 지방의 한나에게 배움을 청하기 위해 왔다가


한나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었던 션을 만나게 된다.


션은 명문의 장남이자 매우 미남인 에릭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가졌고,


에릭 역시 션의 호탕함과 남다른 뜻을 알게 되면서


둘은 어느샌가 호형호제를 하며 친하게 지냈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도 근심하는 바와


기뻐하는 바가 같았고, 이루고자 하는 일이 같았다.


뜻이 비슷하다 보니 더욱 친해졌고,


그렇게 친해진 두 사람은 마을의 유명한 악동으로서


온갖 장난을 함께 도맡아 할 만큼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뒤, 에릭이 고향이 아닌


막심 제국의 수도 루까지 자신을 찾아왔다고 하자,


션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버선발로 친구를 맞이하러 나갔던 것이다.


“에릭, 어서 오시게!


루로 올 일이 있다면 기별이라도 줄 것이지,


어찌하여 나를 이렇게 깜짝 놀라게 하시나!”


션이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맞이하자,


에릭도 반가운 듯 큰소리로 웃으며 답했다.


“아하하핫! 션, 잘 지냈나?


오랜만에 보는데도 자네 그 덩치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구만!”


에릭과 션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


에릭의 등 뒤로 한 인물이 더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에릭의 사촌동생인 앤써니였다.


앤써니는 에릭과 같은 명문가 출신으로,


에릭의 사촌동생이었다.


앤써니는 에릭만큼 인상적인 외모를 지녔지만,


에릭보다 다소 뒤처지는 느낌이 있었다.


눈과 코를 보면 에릭과 매우 비슷한 느낌이 있었지만,


눈 사이의 거리가 더 넓고 입술이 얇아 간사한 인상을 풍겼다.


앤써니는 외모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부족했다.


특히 그는 장황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했으나,


그의 행동은 그 말을 따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션이 특히 앤써니를 좋아하지 않았고,


에릭이 한나에게 배움을 청하러 왔을 때에도


앤써니는 함께 왔지만,


션과 에릭의 사이에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 앤써니였지만 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앤써니를 반갑게 맞이했다.


"앤써니, 어서 오시게! 반가워.


그동안 어찌 지냈나?


아니, 이렇게 서서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올라가세.


내 자리 잡아둔 방이 있으니


같이 가서 밤새 마셔 보세나."


"반갑네, 션. 으흠... 오랜만에 봐도


그 덩치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군."


셋은 션과 알렉산더가 같이 술을 마시던 방으로 올라갔다.


션은 자리를 정하는 것에 있어서


명문가 장남인 에릭이 상석에 앉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양보했지만,


에릭은 계속해서 그 제안을 거절했다.


결국 션은 웃으며 상석을 없애고,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서너번 술잔이 돌자 술기운이 차기 시작했다.


에릭이 조용히 션에게 말을 건넸다.


"션! 멀리 리오 지방에서도


자네의 무서운 1성관 성문장 이름을 들었네.


정말 대단하더군.


특히 간악한 엘로힘 교의 주교에게도


굽히지 않고 그 죄에 맞는 벌을 내렸다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네.


나와 여기 앤써니도 그 울림에 크게 흔들렸지."


"고맙네. 하지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어.


그저 말단 관직에 있다가 큰 죄를 발견하고도


지엄한 국법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일일 뿐이네.


어디에 깨끗함이 있고 크나큰 이름이 있겠나...


자네가 내 얼굴에 너무 금칠을 하는군."


션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때 에릭과 션의 말을


그저 듣고만 있던 앤써니가 화를 내며 말을했다.


"아니오, 션! 정말 잘했네! 저 간악한 종교놈들이


감히 위대한 엘로힘의 이름을 빌려


나쁜 짓을 저지른 지 벌써 몇백 년이 지났네.


조정에도 점점 깨끗한 물은 희미해지고,


검은 물만 가득하니 제국의 이름이 썩어가고 있어!


나는 정말 미칠 것 같네.


아니, 미치지 않고서는 이 상황에 몸과 마음이


불에 타들어가는 기분일세.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나!


큰 뜻을 품은 자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몸과 마음이 편할 리 없지 않겠는가?


자네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앤써니의 말은 시대를 아쉬워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발언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나서서


앤써니의 가벼운 발언을 꾸짖었을 에릭이


이번에는 조용히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에릭의 모습을 본 션은,


어릴 적 가장 친했던 친구의 변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앤써니, 그게 어찌 엘로힘만의 문제겠나.


자, 우리 술이나 한잔 더 합시다.


밤은 아직 길니 천천히 이야기하면 되지 않겠어?"


에릭이 말리지 않으면 자신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 션이 급히 화제를 돌리려 하자,


앤써니는 더욱 화가 나서 말을 이었다.


"어허, 1성관 성문장의 큰 이름이 울겠네, 션!


어찌 대장부가 그깟 아이 없는 놈들이 무서워


말을 가린단 말인가! 저것들이 감히 우리를 어쩔 수 있을까 봐?"


앤써니가 화가 나서 크게 소리치자,


그제야 그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


에릭이 조용히 그를 제지했다.


"앤써니, 넌 항상 말이 가볍구나.


큰 뜻은 큰 마음에 담아야 이룰 수 있는 법인데,


가벼운 입에 담는 것을 삼가라.


그 가벼운 입 때문에 곤혹을 치를 것이다.


엘로힘 교단의 종교인들 중


어찌 사무엘 같은 자들만 있겠는가?


저기 옛날에는 미셸 주교가 있었고,


또 가까운 시대에는 사만다 주교님도 있지 않느냐.


그만 그 날아갈 것 같이 가벼운 말을 줄이지 못하겠느냐!"


점잖게 말리는 에릭의 말에 앤써니는 속으로는 마땅찮았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에릭이 언급한 인물 중 사만다는


바로 션의 돌아가신 할아버지였다.


앤써니는 션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하고 싶은 말만 계속 쏟아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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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1. 드디어 불어오는 검은 바람 (1) 24.09.09 15 0 9쪽
21 020. 세 영웅 (3) 24.09.05 18 0 11쪽
20 019. 세 영웅 (2) 24.09.02 12 0 9쪽
19 018. 세 영웅 (1) 24.08.29 16 0 9쪽
18 017. 움직이는 톱니바퀴 (3) 24.08.26 19 1 12쪽
17 016. 움직이는 톱니바퀴 (2) 24.08.22 20 2 13쪽
16 015. 움직이는 톱니바퀴 (1) 24.08.19 25 0 10쪽
15 014. 또 한명의 영웅 (2) 24.08.15 21 0 10쪽
14 013. 또 한명의 영웅 (1) 24.08.12 25 0 9쪽
13 012. 용과 호랑이 (4) 24.08.08 22 0 8쪽
» 011. 용과 호랑이 (3) 24.08.05 25 0 8쪽
11 010. 용과 호랑이 (2) 24.08.01 26 0 11쪽
10 009. 용과 호랑이 (1) 24.07.29 32 1 9쪽
9 008. 성장 (3) 24.07.26 29 1 9쪽
8 007. 성장 (2) 24.07.26 25 0 9쪽
7 006. 성장 (1) 24.07.26 26 0 10쪽
6 005. 선택 24.07.26 27 0 13쪽
5 004. 마물 (2) 24.07.26 28 0 10쪽
4 003. 마물 (1) 24.07.26 35 1 9쪽
3 002. 해와달 (2) 24.07.26 53 1 8쪽
2 001. 해와달 (1) 24.07.26 117 2 9쪽
1 000. 프롤로그 - 금서 "어느 동화책" 24.07.26 153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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