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전쟁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금빛가면
그림/삽화
은빛가면
작품등록일 :
2024.07.26 18:09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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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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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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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18. 세 영웅 (1)

DUMMY

두 사람의 전투는 숨을 멎게 할 만큼 치열했다.


이트라크와 수하일이 서로의 칼날을 맞대며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제드도


더 이상 흥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전투에 뛰어들었다.


마치 세 명의 전사들이 전장의 중심에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듯,


그들의 무기는 서로를 겨누며


끊임없이 치고받았다.


격전의 한복판에서 그들은


말보다 무기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본다면,


그들의 칼날이


서로의 목숨을 노리며


치열하게 맞부딪치는 모습은


마치 생사를 건


처절한 싸움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미묘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 미소는 지금의 전투가


단순히 목숨을 빼앗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교감하는 순간에서 오는


내적 만족감을 반영한 것이었다.


밤이 깊어지고,


아침이 찾아온 뒤


다시 밤이 되었지만,


그들의 전투는


여전히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이 치열한 싸움을 지켜보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오직


아임라크 투르크단의


단원들만이 교대로 자리를 지키며,


그들의 전투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구경꾼들이 자리를 떠나고,


오직 투르크단의


단원들만이 남아있을 때,


누르는 조용히 그곳을 찾아와


세 사람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그의 눈에는 감탄이 서려 있었다.


세 명의 젊은 전사들이


펼치는 비무는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누르가 깜짝 놀란


첫 번째 이유는


이트라크의 무예의 깊이였다.


그는 이트라크가


자신에게도 숨겨둔 한 수가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 깊이가 이렇게까지


깊을 줄은 몰랐다.


마치 자식이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마음처럼,


누르는 이트라크의


놀라운 발전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두 번째로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이트라크와 맞붙은


두 전사의 실력이었다.


이트라크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인물이


무려 두 명이나 더 있다는


사실은 누르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트라크의 무예는


이제 자신과 비교하더라도


한두 수 아래일 뿐이라


생각될 정도로 뛰어났다.


그가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이룬 성장은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이트라크를


상대하는 두 전사도


그에 결코 뒤지지 않는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겉보기보다


훨씬 깊은 경지를 이뤄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두 전사는


세월에 닳아버린


늙은이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누르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의 뒤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무함마드냐?"


누르가 묻자, 무함마드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아버지!


정말 대단한 광경입니다..."


누르는 짧게 대꾸했다.


"한 칼도 막지 못했다더군."


무함마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핫핫핫, 방심했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누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 정도라니... 괴물이군..."


무함마드는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정확히는 괴물들이죠.


저도 어디 가서


힘이 모자란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특히 저 호랑이 같은 놈은


겨우 한 합 받아 넘겼는데도,


마치 태산이


눌러오는 것 같았습니다."


누르는 그런 무함마드를 보며


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새 시대의 물결이


옛 시대의 물결을


밀어내는 법이니...


새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구나."


누르가 깊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무함마드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고, 아버지!


저는 그 옛 시대의 물결에서


빼 주십시오!


아버지야 나이가 있으시니


뒷방으로 물러나셔도 되지만,


저는 아직 팔팔한 청춘이라구요.


저 치들과 한참을


부딪쳐야 하는 시기라니까요!"


누르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그래, 네 말이 맞다.


허나 내가 언젠가는


뒷방 늙은이가 되겠지만,


아직은 저 패기 넘치는


놈들이 날뛰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저 앞뒤 가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진정 시켜야겠구나!"


오랜 시간 비무에 몰두한 채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세 젊은 전사를 바라보던


누르는 그들의 싸움이


점점 위험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누르는 전각에서


힘차게 뛰어오르며


강렬한 사자후를 터뜨렸다.


"쩡!"


그의 사자후는 마치 파동처럼


공명파로 변해,


세 전사에게만 직접적으로 전달되었다.


이 공명파는 오직 누르가


겨냥한 대상에게만 집중되었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내공이 없는 자들도


전혀 해를 입지 않았지만,


세 전사의 치열한 싸움을


단번에 멈출 만큼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다.


누르의 사자후가 울려 퍼지자,


이트라크는 즉각 반응했다.


두 상대의 무기를


힘껏 뿌리치며


내공을 급히 끌어올린 그는,


뒤로 물러서면서


입가에 피 맛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급하게 내공을 사용한 탓에


몸 안에서부터


피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었지만,


이를 애써 무시하고 한 걸음 물러났다.


마제드와 수하일도


사자후의 위력에 놀랐지만,


이트라크 덕분에 무리하게


내공을 운용하지는 않았기에


큰 손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격렬했던 전투를


단 한 번의 외침으로


순식간에 멈출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두 사람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강력한 힘을 가진


인물이 누군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전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검황 정도나 될까,


막연히 추측할 뿐이었다.


이트라크는 사자후의


여운 속에서


아버지의 존재를 깨달았다.


그 순간, 자신의


경솔함에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님이시군...


내가 너무 몰두했구나.


내가 나서서도


이 상황을 정리하지 못하다니,


면목이 없다.


하지만 오늘, 나는


시대를 이끌 영웅들을 만났다.


이들이 아버지께


실례를 범하기 전에


내가 먼저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이트라크는 마음을 다잡으며,


결연한 의지로 상황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이트라크는 곧장 누르의 앞으로 나아가


한쪽 무릎을 꿇고, 깊은 목소리로 외쳤다.


"위대하신 사막의


푸른 사자를 경배합니다!"


그제야 두 사람도


자신들을 저지해준 인물이


누구인지를 알아차렸다.


마제드는 순간 자신이


얼마나 좁은 세계에


갇혀 있었는지를 깨닫고,


마음속 깊이 자책했다.


'나는 그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구나.


저 분이 바로 투르크왕 누르였구나.


투르크 왕이라 불린다고


속으로 비웃으며,


'겨우 투르크단의 단장을


이토록 과대평가 하다니'


라며 업신여겼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마제드야, 너는 아직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아이에 불과하구나.'


마제드는 그런 생각을 정리하며,


누르 앞으로 나아가


깊이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감사의 예를 표했다.


"리오의 마제드라 하옵니다.


어리석은 제가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감히 귀한 분들 앞에서


경거망동을 저질렀습니다.


짧은 재주로


제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


그 부끄러움에 어찌 감히


고개를 들어 은인을


뵐 수 있겠습니까.


비록 늦었지만,


저를 구해주신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제드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의 동작은 절도 있었고,


예법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러나 나머지 한 사람,


수하일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전투의 황홀경에서,


강력한 힘에 의해


갑작스럽게 깨어난 수하일은


여전히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후의 수하일이라 하오."


짧은 인사를 남기고


수하일은 냉랭하게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 순간,


누르의 목소리가


그의 등을 향해


깊고 단호하게 울려 퍼졌다.


"어린놈이 아직 세상의


높고 낮음을 모르고 날뛰는구나.


네가 감히 내가 다스리는


땅에 와서 내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고,


내 사랑하는 자식들까지


다치게 했으니,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누르의 기세가 순식간에


폭발하듯 부풀어 올라,


수하일을 전신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산이


그의 몸을 눌러오는 듯,


수하일은 그 엄청난


기세 앞에 전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공포가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런 수하일을 향해


누르는 천천히,


그러나 위압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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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1. 드디어 불어오는 검은 바람 (1) 24.09.09 15 0 9쪽
21 020. 세 영웅 (3) 24.09.05 19 0 11쪽
20 019. 세 영웅 (2) 24.09.02 13 0 9쪽
» 018. 세 영웅 (1) 24.08.29 17 0 9쪽
18 017. 움직이는 톱니바퀴 (3) 24.08.26 19 1 12쪽
17 016. 움직이는 톱니바퀴 (2) 24.08.22 20 2 13쪽
16 015. 움직이는 톱니바퀴 (1) 24.08.19 25 0 10쪽
15 014. 또 한명의 영웅 (2) 24.08.15 21 0 10쪽
14 013. 또 한명의 영웅 (1) 24.08.12 25 0 9쪽
13 012. 용과 호랑이 (4) 24.08.08 23 0 8쪽
12 011. 용과 호랑이 (3) 24.08.05 25 0 8쪽
11 010. 용과 호랑이 (2) 24.08.01 26 0 11쪽
10 009. 용과 호랑이 (1) 24.07.29 32 1 9쪽
9 008. 성장 (3) 24.07.26 30 1 9쪽
8 007. 성장 (2) 24.07.26 26 0 9쪽
7 006. 성장 (1) 24.07.26 2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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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1. 해와달 (1) 24.07.26 117 2 9쪽
1 000. 프롤로그 - 금서 "어느 동화책" 24.07.26 155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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