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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9:47
최근연재일 :
2024.09.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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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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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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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8월 첫째 주 (2)

DUMMY


[아픈 회복A]

지속시간 동안 입는 피해의 일부를, 지속시간이 끝나거나 기술을 다시 사용하면 회복한다.

회복 : 입은 피해 * 0.3

지속시간 : 4.2초 (레벨*0.1)

소모마나 : 10

대기시간 : 10초

생명 절반 아래에서는 2배를 회복한다.

생명을 100% 회복하고도 저장량이 남았다면 방어막이 된다.

피해를 입을 때마다 지속시간이 0.4초씩 (레벨*0.01) 늘어난다.


[분노 축적A]

지속시간 동안 입는 피해의 일부가 물리 공격력과 물리 방어력으로 바로바로 전환된다.

전환 : 입은 피해 * 0.3

지속시간 : 4.2초 (레벨*0.1)

소모마나 : 10

대기시간 : 10초

지속시간 안에 사용자에게 피해를 입힌 대상을 처치하면, 지속시간이 처음으로 돌아간다.

기술을 다시 사용하면 전방으로 충격파를 방출한다.

범위 : 전방 3.3m (레벨*0.08) 부채꼴


[방패 당구A]

방패를 던진다.

방패는 부딪치면 피해를 입히고 입사각만큼 틀어져 튕긴다.

사정거리 끝까지 날아가거나, 최대 횟수까지 튕기면 튕기지 않는다.

사정거리 : 94m (근력)

최대 횟수 : 4 (레벨*0.1)

공격력 : 56.4 (근력*0.6)

소모마나 : 10

대기시간 : 10초

방패 당구를 두 대 맞은 대상은 1.6초 (근력*0.018) 동안 이동하지 못한다.

방패가 튕길 때마다 공격력 7씩 (레벨*0.18) 더해진다.

방패가 튕길 때마다 대기시간이 1초씩 단축된다.


“이제 가죠. 야, 티아마트.”

“뭐냐, 삼촌?”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던 아기용이 고개를 들었다.

엄마가 인간 남자를 삼촌이라고 불러서, 티아마트도 신소율을 삼촌이라고 부른다.


“하나 하고 러즈 잘 지켜.”

“엄마라면 모를까 내가 러즈 언니를 왜 지키냐!”


아기용은 성질이 나빴다.

드래곤치고 착한 녀석을 못 봤지만.


물론 ‘전 드래곤 로드 신소율’한테는 그저 귀여운 성질머리.


“하루 일당 도시락 10개.”

“엄마가 두 명이라고 생각하겠다!”


아기용을 가볍게 꼬드긴 후 등에 멘 추락 방패와 이빨 방패를 꺼내 양손에 하나씩 들었다.


-왜 방패를 두 개나 들어?

“이빨 방패는 공격용. 추락 방패는 낙하산용이죠.”

-하긴, 어비스 추락하기 딱 좋은 곳이니까.


미궁 어비스는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지금 보이는 던전의 중심인 거대한 구멍 ‘대동공’


“지름 12.8km. 깊이는 256km.”


테이아에서 가장 낮은 던전이다.


그런 대동공을 김밥의 밥처럼 둥글게 감싸고 있는 수백 층의 지하 공간 ‘어비스’


“침입자는 500층으로 이루어진 어비스에서 활동하죠.”


어비스의 위아래에는 바닥과 천장이 있지만 옆구리. 대동공이 위치한 방향은 벽이 없어 활짝 개방됐다.


“그래서 어비스를 내려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성실하게 어비스를 한 층, 한 층 내려가는 길과 대동공에서 단숨에 추락하는 길!”

-천천히 리셋하냐! 빠르게 리셋하냐! 의 차이군요!

-둘 다 리셋인데요?


“대동공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256km에서 번지 점프하는 기분이죠!”

-형님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지 어떻게 알아요?

“해봤으니까요.”

-진짜?!


시청자들은 기겁했다.

말이 번지점프지, 말이 256km지!


거기서 뛰어내리다니 제정신이냐?


-아, 형. 제정신 아니지.

-5차원 사람인 걸 깜빡했네요.

“멀쩡한 미남,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 주시죠.”

-진짜 점프했습니까?

“사다코가 옆에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합니까?”


듣고 있던 사다코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니드호그, 브리트라, 아지다하카, 라합, 파프니르하고 같이 어비스에 왔을 때 뛰어내렸어요.”

-헉!


무려 다섯 드래곤의 이름이 들리자 시청자들은 다른 의미로 놀랐다.


-질문 있습니다! 대동공을 통해 던전의 밑바닥까지 갈 수 있나요? 불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맞아! 대동공은 기류(공기의 흐름)가 불안하고, 절벽에 둥지를 튼 비행 종족이 있어서, 내려가다 리셋한다고 방송에서 그랬어!


신소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죠, 드래곤과는 상관없는 말이지만.”


대동공은 던전 밑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반 플레이어는 목숨이 999개 정도 필요하다.

드래곤은 0개.


“그때의 드래곤 로드도 그렇고요.”


전성기 시절의 신소율은 드래곤보다 강했다.

드래곤들이 주인 눈치 보고 다닐 정도니까.


-진짜 망나니 시절 형을 보고 싶다! 얼마나 사고 치고 다녔을까?

-잠깐만?! 그러고 보니 드래곤을 다섯이나 이끌고 어비스에 왔었다는 거잖아? 그거 던전 싸움 걸려고 온 거 아니야?


의외로 예리한 시청자의 지적에 신소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그랬죠. 하지만 전투 중에 보고 말았습니다. 사다코의 얼굴을!”


우윳빛 살결에 앵두처럼 그윽한 입술. 우수에 찬 눈동자를 본 순간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했다.


너무 예뻐 그 자리에서 당장 고백했고···.


“바로 차였죠! 그 후에 실연의 충격이 너무 커서 훌쩍이며 돌아갔습니다.”


나비가 예리한 눈으로 남자친구를 쳐다본다.


그걸 모르는 신소율은 채팅창을 보면서 신나게 떠들었다.


-사다코 언니가 그렇게 예뻐요?

“장난 아니죠! 찰랑찰랑한 검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아지다하카를 가지고 놀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진짜? 그 정도야?

-그래도 나비 누님만큼은 아니겠지.

“에이! 나비 누나는 사다코에 비하면 예쁜 축에도 못, 끄억!”


옆구리를 화끈하게 꼬집는 손길에 신소율의 무릎이 털썩 바닥에 닿았다.


“흥! 예쁜 축에 못 끼어서 미안하네!”


남자친구 관리에 들어간 나비는 사다코를 봤다.

이참에 물어봐야겠다.


“있잖아, 사다코. 너 소율이 고백 확실하게 찬 거지?”


나비는 궁금했다.

차고, 차였던 사이치고는 두 사람의 사이가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까.


‘소율이야 그런 성격이니까.’


차였다고 엉엉 울 남자가 아니다.

오히려 뻔뻔하게 웃을 인간!


‘하지만 사다코의 반응이 마음에 걸려!’


다른 사람 앞에서는 개미 목소리를 내는 그녀가, 신소율이 있으면 평범하게 말한다.

사다코가 신소율을 편하게 여기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사다코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찬 건 아니에요. 단지 사귀자는 말을 거절했어요.”

“그게 그거잖아?”


신소율의 자존심을 위해 돌려 말했던 사다코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왜 찬 거야? 솔직히 소율이 정도면 괜찮은 남자잖아?”

“예스!”


주먹을 불끈 쥔 신소율은 카메라를 쳐다봤다.


“들었습니까? 들었어요? 들었죠?”

-여기 짜장면 하나랑 탕수육 작은 거로, 응? 형 뭐라고 했어?

-택배 받고 왔습니다. 무슨 일 있었나요?


시청자들은 애써 못 들은 척했다.

환하게 웃는 신소율의 얼굴을 보자··· 죽어도 인정하기 싫었다!


사다코는 작게 웃었다.

나비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드디어 알았다.


“소율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제 얼굴을 좋다고 말했어요. 저는 외모가 아니라 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요.”


나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사다코의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겹치지만 않으면 됐지.


남의 남자 취향을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사다코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맺힌다.


신소율은 재밌고 배려심이 있는 좋은 남자다.

아마 ‘친구’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지만 남자친구로는 좀···.


사다코가 장난스러운 마음을 담아 말했다.


“소율 씨는 제 스타일 아니에요.”

“캑!”


개인 카메라를 보며 잘난 척하던 신소율의 무릎이 또다시 풀썩 꺾였다.


-들었습니까? 들었어요? 들었죠?

-아주 잘 들렸습니다! 소율 씨는 제 스타일 아니에요!

-한 마디로 네 얼굴 별로야!


채팅창에 축제가 벌어졌다.


     *     *


신소율은 느릅나무 앞에 섰다.


“삼촌, 나무가 커!”


성인 남성 10명이 팔을 잡아야 감쌀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 나무.


삼촌 손잡고 느릅나무를 한 바퀴 돌아보던 신하나는, 나무 기둥 사이에 공간이 있는 걸 발견했다.


“저기는 땅속이야?”

“딩동! 저기로 들어가면 땅으로 갈 수 있어.”

“개미처럼?”

“정답입니다! 우리도 개미처럼 땅속으로 들어갈 거야.”


이 느릅나무가 던전 어비스로 들어가는 현관문 중 하나다.


신소율은 잡고 있던 작은 손을 러즈에게 건넸다.


“땅속은 넓어서 길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러즈 언니 손 꼭 잡고 있어?”

“응!”

“러즈 누나도 과자 준다고 모르는 아저씨 따라가지 말고.”

“···소율이 미워.”


러즈가 화냈다.

신소율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다코한테 받은 ‘내 스타일 아니야.’ 충격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다.


느릅나무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 안이지만 위에서 연한 빛이 들어와 어둡지는 않다.


2분 정도 걷자,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면서 부드러운 잡초가 밟혔다.

동시에 눈 앞에 펼쳐진 풀과 바람의 초원.


[지하 1층]


“······!”


전혀 생각지 못한 환경에 러즈의 눈동자가 세 배로 커졌다.


“언니, 언니! 햇님이 있어!”


고개를 들자 더 믿을 수 없는 게 보인다.


“하늘이야!”


분명 나무를 통해서 땅속으로 들어왔는데 푸른 하늘과 둥근 태양이 보인다.


신하나는 삼촌을 쳐다봤다.


“삼촌! 땅속에 햇님이 있어!”


신소율은 잠깐 고민했다.


어비스는 하늘과 태양이 있고 날씨도 변한다.

비는 물론, 추운 겨울에는 눈이 내려서 던전이 하얗게 변하기도 하고.


던전 권한의 기상 변화를 매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잠깐 고민하다 말했다.


“그러게. 햇님이 하나 보고 싶어서 왔나 보네.”


어려운 설명 대신 조카의 동심을 지켜줬다.

절대 설명이 복잡해서 피한 게 아니다.


“햇님! 고맙습니다!”


하늘을 보면 팔을 붕붕 흔드는 조카의 치명적인 귀여움에 헤벌쭉 웃던 신소율은, 방패를 머리까지 들어 올렸다.


팅.

이마를 노리고 날아온 날카로운 화살이 방패에 튕겨 풀 위에 떨어졌다.


화살이 또 날아오기 전에, 서쪽에 있는 은행나무를 향해 삿대질했다.


“야! 여덟 걸음도 안 걸었어! 집으로 따지면 초인종 누르지도 않았는데 문 여는 거랑 똑같다고! 침입자에 대한 배려도 없냐!”

“······.”


은행나무 뒤에 숨어 있던 료스알프 청년은 황당했다.

어비스에 들어온 인간치고 이렇게 당당한 침입자는 처음이다.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하던 청년은 은행나무 앞으로 나왔다.


금발 머리카락. 에메랄드 같은 눈동자와 살아있는 턱선.

신소율이 무심코 뒷걸음질을 칠 정도의 미남이다.


낮의 알브 중 활엽수림에서 살아가는 료스알프다.


-꺅! 꽃미남이다!

-료스알프 오빠! 사랑해요!


채팅창에 여성 시청자들 댓글이 1초에 40, 50개씩 달렸다.


모델 부럽지 않은 몸매와 아기 피부를 지닌 종족이 말했다.


“인간, 공격 시기에 배려가 없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당신들이라면 막아낼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진실이다.

기습을 가할 생각이었다면 기술을 사용했겠지.

지금 날린 화살은 ‘어비스에 온 걸 환영합니다.’라는 수준의 인사용이다.


“료스알프 진짜 싫다!”


하지만 그런 배려가 신소율은 오히려 싫었다.


“잘생긴 것도 짜증 나는데 예의까지 바르다니!”

-이번만은 형 편!

-그래! 잘생긴 놈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크크크, 예의 바르다고 짜증 난대.


신소율이 얼굴을 찌푸리자, 미남 료스알프가 활을 등에 멨다.


“사과의 의미로 10분 후에 다시 공격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람처럼 뛰어서 물러나는 료스알프.


-안 돼! 가지 마!

-힝! 더 보고 싶은데!

-신소율 씨! 쫓아가요!

“무서우니까 진정하시죠. 쫓아갔다가 스토커로 신고받으면 난감하잖아요.”


신소율은 여성 시청자를 진정시키며 초원을 걸었다.




초원을 둘러보던 나비가 물었다.


“소율아, 이렇게 무방비하게 가도 돼? 곧 10분 되는데?”

“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너한테 털끝 하나 손대지 못할 테니까.”

“그건 당연한 거고.”

“그, 그래?”


여자친구가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해서 오히려 신소율이 당황했다.


“소율 씨.”


사다코의 경고에 신소율은 방패를 든 오른팔로 얼굴을 가렸다.


핑.

화살이 풀밭에 떨어진다.


료스알프 미남이 돌아왔다.


“가겠습니다, 인간들.”


핑, 핑!

미남이 왼쪽으로 달리면서 화살을 빠르게 날렸다.


신소율은 제자리에서 방패를 살짝 내렸다.

팅, 팅.

옆구리 살과 허벅지를 노리던 화살 두 대가 방패에 튕긴 후 허무하게 바닥에 꽂혔다.


달려가던 미남이 공중으로 폴짝 뛰면서 화살 세 대를 빠르게 발사.


“이크.”


신소율은 고개를 숙여 몇 가닥 없는 정수리를 노리는 화살을 피해냈다.


-와, 진짜 잘 막는다!

-화살이 쏘아지는 방향이 보이는 것처럼 움직여요!

-설마··· 시야 예측은 3차 직업군 기술인데?


투사체가 날아가는 방향이 점선처럼 보이는 시야 기술들.


시청자가 시야 예측을 떠올릴 정도로 신소율은 벌써 14발의 화살을 가볍게 막아냈다.


공격하던 료스알프도 느꼈는지 잠시 멈춰 섰고, 그 사이 채팅창을 본 신소율은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결해 줬다.


“예측은 예측이죠. 활을 보고 방향을 읽으니까.”

-활?

“저기 키다리 꽃미남이 들고 있는 활이 수평을 향하면 화살이 머리로. 20도 아래로 내려가면 가슴을. 40도 아래는 다리를 노리는 거죠.”


그러니까 대응도 간단하다.

지름 1m 넓이의 둥근 이빨 방패로···.


“머리, 가슴, 다리를 가리면 됩니다. 참 쉽죠?”


듣기에는 정말 쉬워 보였다.


-그럼 궁수가 두 명이면? 활을 두 개나 봐?

“그러다 눈 돌아갑니다. 그때는 도망가세요.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면 방패로 몸을 꽁꽁 감싸고.”

-소율이 형은 조언이 참 현실적이라서 좋아!

-인간미가 넘치네요.


신소율은 웃음을 터트리며 방패를 머리로 들었다.


팅.

빈틈을 노렸던 료스알프는 고개를 저으며 활을 집어넣었다.

화살로는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다.


미남은 허벅지에 달린 칼집에서 손바닥만 한 단검 두 자루를 꺼냈다.


“근접전으로 가겠습니다.”


달려오는 료스알프를 보면서 신소율은 방패를 집어넣었다.

지금까지는 거리가 있어 방어만 했지만, 직접 찾아온다면 아주 쉽게 제압할 수 있으니까.


“실 그림자.”


사다코의 그림자가 국수 면발처럼 뽑혀 나오며, 단숨에 7m 안까지 접근한 료스알프 그림자의 발목을 잡았다.


[그림자를 잡혔습니다.]

그림자가 풀려나기 전까지 이동할 수 없습니다.


한순간에 속박당한 료스알프는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인형사?!”


4차 직업은 하나 같이 대단하지만, 미궁 어비스에서 인형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하 여왕님의 직업을!”


그들의 던전 주인이었던 사다코의 직업이 인형사였으니까.


료스알프가 사다코를 본다.

같은 직업에, 늙었지만 생김새가 비슷한데도, 료스알프는 던전 주인을 떠올리지 못했다.


환생을 지니지 않으면 시스템상으로 알아보지 못한다.


“야.”

“······.”


신소율이 부르는데도 멍한 얼굴로 사다코를 응시하는 료스알프.


“멍하니 있으면 활 내가 가져간다?”

“무슨 짓입니까!”


등에 멘 활을 은근슬쩍 훔치려 하자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그러는 너는? 사람이 부르는데도 남의 여자 사람 친구를 노골적인 눈으로 쳐다봐?”

“인간 여성의 직업에 놀란 것뿐입니다.”

“솔직히 말해봐, 첫눈에 반한 거 아냐?”

“그런 거 아닙니다.”


더 놀려주고 싶지만 잘생긴 얼굴을 보자 의욕이 떨어졌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이 근처에 그라이아이 보스 있어?”

“없습니다. 그라이아이 보스분들은 평소 별빛 도시에 머무르니까요. 현재 100층 아래에 있는 그라이아이는, 지하 78층에 머무르는 팀을 상대하고 있는 일곱 명뿐입니다.”

“너 여기 오기 전에 브리핑받았냐?”


간단하게 질문했는데 대답이 전문가 수준이다.


“브리핑받은 적 없습니다.”

“하여간 농담이 안 통해. 내가 그라이아이 보스한테 볼일이 있는데, 불러줄 수 있어?”

“그라이아이 보스분을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지하 400층. 별빛 도시에는 그라이아이 보스가 수백 명은 있다.

물론 신소율은 거기까지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미남을 만나게 될지!”


여성 시청자들에게 그 잘생긴 종족과 비교당할 생각을 하자, 상상만으로도 끔찍해졌다.


그래서 그림자가 사로잡힌 료스알프에게 제안했다.


“풀어줄 테니까 400층에 있는 그라이아이 보스 아무에게나 이 편지 좀 전해 줘.”


침입자의 제안이 던전에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살 기회이기에 미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     *


100가구 남짓한 시골 마을 정류장에 하루에 두 번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멈췄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씩씩하게 인사했다고 버스 아저씨한테 사탕을 받은 신하나는 삼촌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렸다.

편의점과 식당보다 논과 밭이 더 많은 주변.


“할머니, 할아버지 어딨어?”

“지금 시간이면 빵집에 계시겠지.”


신하나는 할머니를 보러 시골에 내려왔다.




딸랑.

가게 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반긴다.


“어서 오세-.”

“할머니!”

“어이쿠!”


갓 만든 단팥빵과 소보로를 진열대에 올려놓던 민사랑이 단숨에 달려와 손녀를 껴안았다.


신소율은 진열대에 놓인 길쭉한 바케트 빵을 발견했다.


“위험한 무기는 미리 치워야지.”


바케트를 집어 안 보이는 진열대 밑으로 숨기고 나서야 신소율은 안심했다.


5년 전.

연예인 하겠다며 도시로 올라간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에게 바게트로 맞은 적이 있다.

그때 후두부를 강타했던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운 바게트의 감촉을 잊지 못한다.


“성하 아빠! 성하 아빠! 하나가 왔어요!”


마침 가게 안쪽에서 바게트 빵을 무기로 쓰는 중년 남성. 신연임이 나왔다.


“다녀왔습니다.”

“할아버지다!”


신소율과 신하나가 동시에 인사했지만, 응답을 받은 건 손녀뿐이다.


“까르르! 빵 냄새나요!”


손녀를 번쩍 들어 올리는 아버지의 정정함에 신소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게트 숨기기 잘했네.”


부모님에게 인사한 후, 신소율은 조카 손을 잡고 빵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집을 찾았다.


대문 앞에 작은 고구마밭이 있고, 마당에는 마른 고추가 널려 있다.

대문을 통해 마당으로 들어가자, 마루에 앉아 상추를 다듬는 노인이 보인다.


“할머니! 할머니!”


고개를 돌린 노인은 자기를 부른 신하나를 뚫어지게 보다 환하게 웃었다.


“우리 지효 왔노!”


노인은 다듬던 상추도 놓고 힘겹게 일어났고, 그걸 본 신하나가 후다닥 뛰어가 외할머니를 부축했다.


“히히! 할머니! 하나예요!”

“그래, 우리 지효, 지효가 왔네.”

“엄마가 아니라 하나예요!”


신하나의 엄마인 송지효의 할머니. 신하나한테는 증조외할머니다.


박할머니는 증손녀를 토닥거리면서 환하게 웃었다.


“우리 지효, 학교 잘 갔다 왔나? 밥은 먹었고?”

“이만큼 먹었어요!”


팔을 들어 올리며 설명하는 조카의 모습에 신소율은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형수는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둘이 살았다.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의 유일한 가족인 박할머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정했다.

손녀가 사고로 떠나기 전까지는.


손녀를 잃고 나서부터 치매 현상이 일어났고, 지금처럼 증손녀를 손녀와 구분하지 못하는 일도 잦았다.


바로 옆집에 사는 신연임과 민사랑은 매일 사돈어른을 챙겼는데, 며칠 전 손녀(하나 엄마)를 보고 싶다는 말을 듣고 아들에게 전화한 것이다.


신성하는 저녁 늦게서야 퇴근하고 내려올 수 있어, 신소율은 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조카를 데리고 먼저 왔다.


“으응?”


박할머니가 대문에 서 있는 청년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누고?”


이 시골에서 자란 신소율을 모를 리 없건만···.


박할머니의 의아한 표정에 신소율은 가슴을 활짝 펴며 말했다.


“우리 마을의 스타! 마을의 자랑! 신소율입니다!”

“오줌싸개 소율이?”

“······.”

“까르르! 오줌이야! 오줌!”


신하나는 배를 잡으며 웃었다.

외할머니 집으로 오면서 만난 마을 할아버지들도 삼촌을 오줌싸개라고 불렀다.


“초등학교 1년 때 한 번 싼 거 가지고!”


울컥했던 신소율은 흑역사로 가득한 고향의 추억에 결심했다.


“방송에서 절대 고향을 밝히면 안 되겠어!”


시골 마을이 티브이에 출현했다가는, 그날부터 새로운 별명이 생길 게 뻔했다.


마을의 스타! 오줌싸개 신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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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9월 첫째 주 (7) NEW 23시간 전 10 2 15쪽
109 9월 첫째 주 (6) 24.09.18 14 2 13쪽
108 9월 첫째 주 (5) 24.09.18 13 2 12쪽
107 9월 첫째 주 (4) 24.09.17 17 2 14쪽
106 9월 첫째 주 (3) 24.09.17 12 2 14쪽
105 9월 첫째 주 (2) 24.09.17 12 2 15쪽
104 9월 첫째 주 (1) 24.09.17 15 2 12쪽
103 8월 넷째 주 (4) 24.09.17 17 2 18쪽
102 8월 넷째 주 (3) 24.09.17 15 2 14쪽
101 8월 넷째 주 (2) 24.09.16 21 2 16쪽
100 8월 넷째 주 (1) 24.09.16 20 2 14쪽
99 8월 셋째 주 (3) 24.09.16 22 2 16쪽
98 8월 셋째 주 (2) 24.09.16 19 2 12쪽
97 8월 셋째 주 (1) 24.09.16 20 2 19쪽
96 8월 둘째 주 (3) 24.09.15 21 2 20쪽
95 8월 둘째 주 (2) 24.09.15 19 2 17쪽
94 8월 둘째 주 (1) 24.09.14 20 2 14쪽
» 8월 첫째 주 (2) 24.09.14 20 2 20쪽
92 8월 첫째 주 (1) 24.09.13 25 2 16쪽
91 7월 넷째 주 (3) 24.09.13 23 2 13쪽
90 7월 넷째 주 (2) 24.09.12 23 2 19쪽
89 7월 넷째 주 (1) 24.09.12 26 2 14쪽
88 7월 셋째 주 (7) 24.09.11 26 2 16쪽
87 7월 셋째 주 (6) 24.09.11 24 2 14쪽
86 7월 셋째 주 (5) 24.09.10 26 2 17쪽
85 7월 셋째 주 (4) 24.09.10 31 2 15쪽
84 7월 셋째 주 (3) 24.09.09 28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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