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온라인 테이아

8월 둘째 주 (3)

“거꾸로 나무까지 갔어?”

“응! 나무가 거꾸로 서 있어! 사과도 거꾸로! 귤도 거꾸로!”

가상방을 나와 조카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

신소율은 재잘거리는 조카의 이야기를 들었다.

“언니랑 큰 귤에 누워 코 잤어! 디아는 침대 먹었다고 여관 아저씨한테 혼났어!”

“디아는 누굴 닮아서 그렇게 먹성이 좋냐?”

태양도시 여관은 귤 침대를 쓴다. 냄새도 좋고 맛도 괜찮다.

“삼촌이 100층까지 내려가려면 하루, 이틀··· 그래, 이틀 밤은 자야 하는데 기다려 줄 수 있어?”

“넵!”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카가 씩씩하게 경례로 대답했다.

일반 플레이어가 100층까지 내려가려면 평균 일주일이 걸리지만, 신소율은 이틀 만에 완주할 생각이다.

알브가 아이들을 공격하지 않기에 안전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식비 거덜나기 전에 도착해야지.”

티아마트의 하루 식비는 적게 잡아도 은 동전 5개.

러즈가 쫄쫄 굶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앗!”

동전 얘기에 걸음을 멈춘 신하나는 삼촌을 올려다보며 볼에 바람을 넣었다.

화났다는 표정이다.

“집 비싸! 지갑은 싼 대!”

러즈 언니한테 들었다.

삼촌 생일 선물인 집을 사려면 구리 동전이 산더미만큼 있어야 한다고.

조카의 귀여운 얼굴에 신소율은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집 사려고?”

“응!”

“헐···.”

작년에 조카가 준 생일 선물을 볼 때, ‘이번에도 색종이로 집을 접거나, 그림으로 그리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집을 사준다니! 배포가 코끼리 수준이네!”

“하나, 티브이에서 코끼리 봤어! 코끼리 똥 엄청 커!”

“코끼리 똥 크지.”

조카와 똥 얘기를 하던 신소율은 지나가듯 말했다.

“생각해 보니 삼촌은 하나랑 같이 사니까 집 없어도 되겠네. 대신 코끼리 똥 갖고 싶어.”

조카가 생일 선물을 준비할 수 있게 비싼 집을 빼고 값싼(?) 똥을 넣었다.

그런데 조카가 발끈한다.

“코끼리 똥은 하나 꺼야!”

“···집에는 가져오지 마?”

　　　　　*　　　　　*

새하얀 해변에 인접한 4시 나라의 바닷가 마을.

이 근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특색 없는 작은 해안가였지만, 한 던전이 등장하면서 이곳만의 매력이 생겼다.

“와, 너무 예쁘다!”

“그치? 요새 연인들 핫 플레이스로 인기가 얼마나 좋은데!”

해안가 왼편에 광활하게 펼쳐진 새하얀 사막.

눈처럼 하얀색도 특이하지만, 모래바람이 혀에 닿으면 더 특별한 맛이 느껴진다.

“짜!”

사막을 가득 채운 이 하얀 모래가 전부 소금이다.

그것도 모래처럼 작고 부드러워 감촉도 보들보들하고.

“신소율이 지나간 자리는 하나 같이 대박이네!”

“그렇다니까! 설마 무스펠헤임 때문에 여기가 소금사막이 될지 누가 알았겠어?”

Y등급 던전 무스펠헤임.

이 소금사막은 예전 불의 궁전이 위치했던 해안이다.

원래는 나무가 자라고 바위와 모래가 있는 평범한 바닷가.

그런데 무스펠헤임의 지독한 열기로 반경 수 km가 사막화되었고, 심지어 바닷물까지 증발하면서 해안가 일부가 소금사막으로 변했다.

“아이스크림, 팥빙수, 슬러시 팝니다!”

“군옥수수, 통닭, 비빔국수를 잘하는 집이 여기 있어요!”

하얀 사막의 예쁜 풍경은 관광객을 불러들였고, 돈을 벌기 위해 상인과 장사꾼.

또 주민이 모이면서 마을이 생겼다.

“신소율은 가는 곳마다 발자국을 남기네!”

“대충 지나가도 마을이 생기는 클래스!”

신소율이 이 해안가를 들렸기에 수르트가 따라왔고, 덕분에 소금사막과 마을이 생겼다.

보통 사람은 일부러 하려고 해도 못 하는걸, 도망가면서 저지르는 수준!

덜덜덜.

“지진인가?”

하얀 사막이, 소금 모래가 흔들린다.

갑작스러운 진동에 하얀 모래 위를 걸어가던 연인, 장사하던 상인의 고개가 한 곳으로 돌아갔다.

“저, 저게 뭐야?!”

웅성웅성.

거대한 배가 다가온다.

규모를 보아 C등급 해상 던전.

선박 자체는 바다에서 쉽게 볼 법한 던전이지만, 문제는 장소다.

“배가 왜 땅을 굴러다녀!”

“수륙양용이다!”

“뭐야, 저거?!”

선박 옆구리에 마차 바퀴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푸른 바퀴가 달려있고, 바퀴가 돌아갈 때마다 배가 움직였다.

알 수 없는 현상에 사람들이 놀라 도망가는데, 문득 맑은 목소리가 사막으로 퍼졌다.

“영차! 영차! 모두 힘을 내요!”

“클, 클라라! 죽을 것 같아!”

“100m만 더 이동하면 내가 해파리 상인과 데이트를 잡아줄게요!”

“우와아!”

힘차게 소리친 오징어 해적 백 명이 뱃머리와 연결된 밧줄을 끌고 있다.

해적들이 전진하면 바퀴도 한 바퀴 데굴. 배도 앞으로 주르륵.

“여기가 사막이라는 지형인가 봐!”

“사막은 새하얗구나!”

오징어 해적 앞에는 육지. 그것도 소금사막에서는 보기 힘든 인어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설마!”

인어를 본 플레이어들은 눈을 크게 떴다.

저 사람, 아니, 저 인어들은 방송에 자주 출연한 유명한 네레이드와 세이렌이다.

“확인해 보자!”

“위험하지 않을까?”

“그럴 리가 없잖아!”

C등급 던전은 ‘아차!’하면 리셋이지만, 저 던전에 한해서는 위험이 없다.

왜냐면 저 배의 던전 주인은 시청자와 팬에게 한없이 나약한 남자니까!

[미남 해적선]

등급 C

주인 신소율

공략 조건 4개

탐험 : 던전 탐색 50%

발자취 : 객실 33호 도착

보스 : 던전 보스

점령 : 10분 안에 뱃머리 점령

공략 횟수 189,876

제일 먼저 배에 접근해 던전 정보를 확인한 남자가 뒤에다 소리쳤다.

“신소율 떴다!”

　　　　　*　　　　　*

“에취!”

핑.

“억!”

재채기한 순간 료스알프 석궁병이 쏜 화살이 이마에 명중.

인체의 급소인 머리를 공격당해서 생명이 3,000이나 날아갔다.

“아이고, 나 죽네!”

신소율은 엄살을 부리면서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휙.

또 다른 료스알프 창병 둘이 찌른 창날이 몇 가닥 없는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신소율이 겨우겨우 생존하고 있을 때, 뒤쪽에 있던 나비가 준비했던 마법을 완성했다.

“내려라! 소나기!”

신소율과 창병의 머리 위로 자동차만 한 먹구름이 생겨나더니, 순식간에 빗물을 쏴아아 쏟아낸다.

[비를 맞는 동안 힘이 빠진다.]

물리 공격력 -120

이동속도 -340cm/s

료스알프만이 아니라 남자친구까지 느려졌지만, 나비는 신경 쓰지 않고 물방울을 만들어, 이번에는 석궁병들을 견제했다.

“실 그림자.”

그사이 사다코가 쫄딱 젖은 창병의 그림자를 잡았다.

먹구름 아래에서 빗물이 흐르는 와중에도 신소율은 히죽 웃었다.

“너희 못 움직이지?”

“꿀꺽!”

퍽, 퍽퍽.

움직이지 못하는 창병 둘을 신나게 두들겼다.

남은 석궁병 셋이 동료를 구출하려 접근했다가, 오히려 사다코의 실에 잡혀 같이 맞았다.

전투가 끝나자 신소율은 주머니에서 사과주스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사과 주스를 마셨습니다.]

생명 40 회복

1분간 240 회복

“아, 위험했어.”

50층을 넘어가자 덤벼오는 알브의 숫자가 5명으로 늘었다.

레벨도 가장 낮은 녀석이 750.

-살 떨린다! 무슨 싸움 한번 한번이 이렇게 아찔하냐?

-방금 화살 한 방에 형 생명 30% 날아간 거 봤어요?

-크크크, 잘 피하다가 그 타이밍에 재채기는 왜 해?

“제가 하고 싶어서 했습니까?”

-소율 씨! 계속 내려갈 건가요? 너무 위험한 것 같아요!

“위험하지만 안 갈 수도 없잖아요?”

-알브가 애들은 공격 안 한다며? 그럼 러즈, 하나한테 올라오라고 하면 되지 않아?

“무슨 그런 위험한 말씀을!”

-엉?

“돌아오는 길에 꼬맹이 셋이(러즈, 하나, 티아마트) 딴 대로 샌다는데 제 모든 던전을 걸죠!”

가출한 러즈가 순순히 남동생을 만나려 할지도 의문이고.

“놀다가 101층으로 내려가지만 않아도 좋겠는데···.”

아이들이 100층에만 가만히 있어도 더 바랄 게 없다.

“···불가능하겠지?”

마음을 내려놓은 신소율에게 이번 전투로 레벨이 오른 사다코가 다가왔다.

“소율 씨, 이제 가능할 것 같아요.”

“좋았어! 이제 속도 좀 나겠네.”

[그림자 인형극A]

대상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조종한다.

꼭두각시로 만들 확률은 아래의 공식을 따른다.

인형 확률 : 인형사 레벨 - 대상 레벨 - 조종하려는 대상의 현재 생명 비율(100~1%)

소모마나 : 20초마다 인형 레벨

대기시간 : 20초

조종에 실패하면 대기시간 절반이 단축된다.

생명이 절반 아래인 대상은 확률이 오른다.

대상의 생명이 19%면 31%. 26%면 24%. 35%면 15% 오른다.

대상이 보유한 상태이상 1개마다 확률이 5% 오른다.

인형사의 핵심 기술, 그림자 인형극.

기술 설명만 봐도 사기적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의외로 어비스에서는 사용하기 힘들었다.

-알브 레벨 후덜덜하네!

사다코도 876레벨의 인형사지만, 알브의 생명을 줄이지 않으면 인형으로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인형극을 A등급으로 올리면서 추가 효과가 생겼다.

대상이 보유한 상태이상 1개마다 확률이 5% 오른다.

테이아에서 상태이상을 일으키기 가장 좋은 직업은, 저주 전문 직업인 마녀!

그리고 사다코는 이번 삶에서 2차 직업 마녀, 3차 직업 대마녀를 걸쳐, 4차 직업 인형사가 됐다.

“저주로 범벅을 만든 다음에 그림자 인형극을 사용하면, 인형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씀!”

-오! 드디어 그림자 인형극 보는 거야?

-기대된다! 인형이라니!

때마침 좋은 실험 대상이 왔다.

인큐버스와 인간의 혼혈인 캄비온 다섯.

“마검사 둘에 의사 하나. 그리고 암살자가 둘. 나비! 나 도와줄 생각하지 말고 방어에 집중해.”

암살자라면 은밀하고 기습적인 직업.

도발에 능숙한 신소율이라도 캄비온 마검사를 상대하면서, 암살자로부터 나비와 사다코를 지켜주는 건 어렵다.

“알았어!”

“앞에나 봐!”

캄비온 암살자 둘이 한 명은 신소율. 한 명은 나비를 향해 단검을 던지며 옆으로 달렸다.

동시에 마검사 둘이 검에 화염 화살을 합성하고 신소율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화르르화르르!

“생명 줄어드는 거 보소!”

화염검은 막았지만 열기로 인해 생명이 줄줄 새어 나가고 있다.

휙.

오른발로 은근슬쩍 오른쪽에 있는 마검사의 배를 노려봤지만, 캄비온은 노련하게 물러서며 오히려 신소율의 허벅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휘청.

급하게 발을 빼다가 균형이 흐트러졌다.

다행이라면 방패를 꽉 잡고 있어 왼쪽 마검사가 찌르는 검을 막을 수 있었다.

“소율 씨.”

사다코의 경고에 본능적으로 어깨를 왼쪽으로 휙 돌리며 오른발로 마검사의 검에 옆차기를 날렸다.

[화상을 입었습니다.]

물리 방어 -30

4 : 59

발바닥으로 검을 차서 화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뒤통수를 찔러오는 암살자의 단검은 피했다.

대신 억지로 움직이는 바람에 앞으로 털썩 넘어졌다.

휙!

등 뒤로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기술을 사용했다.

“아픈 회복, 분노 축적.”

입는 피해로 회복하는 아픈 회복과 피해를 공격력으로 전환하는 분노 축적.

“흡!”

방패병의 기술을 알고 있던 캄비온들은 급하게 팔을 움직여 인간 대신 땅바닥에 검을 꽂았다.

신소율은 바닥에 닿은 방패로 땅을 쳐 반동으로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기가 땅에 꽂힌 바람에 어영부영한 자세가 된 캄비온 셋이 흠칫.

암살자는 단검을 놓고 즉시 물러났지만, 두 마검사는 왼손으로 화염 화살을 만들어 오히려 공격에 나섰다.

“화염 화살은 몸으로 때워 줄게, 대신!”

퍽!

화염 화살 두 개가 머리에 꽂혀 생명이 5,800이나 날아갔지만,

신소율도 미식축구 선수처럼 왼쪽에 있는 마검사를 냅다 들이박았다.

뻥!

탁구공처럼 날아간 마검사는 데굴데굴 굴러서 사다코의 근처까지 배달 성공.

“사다코. 내 선물 마음에 들어?”

“그림자 인형극.”

휘리릭.

순식간이다.

사다코가 미리 주변에 퍼트려 놓은 외모 비하, 고도비만, 음치 인증, 입냄새를 포함한 14개의 저주가 마검사를 무는 것과 동시에,

사다코의 그림자가 퍼지며 마검사의 그림자를 집어삼켰다.

[캄비온 이런]

직업 : 마검사 750레벨

기술 : 마방진A, 불꽃반동A

상태 : 인형

사다코가 손가락을 까닥하자 마검사의 그림자가 일어나는 자세를 취한다.

동시에 마검사도 자기 그림자를 따라 바닥에서 일어났다.

사다코의 집게손가락이 신소율과 전투 중인 마검사로 향하자···.

화르르!

마검사 인형이 불꽃 화살을 날리며 2초 전까지 동료였던 캄비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

캄비온 셋을 상대로도 버티던 신소율이다.

3대 1에서 2대 2가 되자 여유가 생겼고, 아까부터 나비만 노리던 다른 암살자 캄비온에게 방패를 던지는 여유까지 보였다.

“너 잘 걸렸다! 물벼락! 소나기! 소용돌이! 미끄럼틀!”

남자친구가 던진 방패에 암살자가 등을 얻어맞고 휘청인 순간, 나비는 그 위로 물 마법을 난사했다.

“쿨럭! 쿨럭!”

위, 아래에서 쏟아지는 물살에 물을 잔뜩 먹은 암살자에게 글자가 나타났다.

[그림자가 조종답합니다.]

신체의 통제권을 빼앗깁니다.

나비가 미끄럼틀 마법으로 배달한 암살자를, 사다코가 인형으로 만든 것이다.

흠칫! 흠칫!

마검사에 이어 암살자까지.

5 대 3에서, 3 대 5가 된 캄비온들은 서로를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캄비온들!

손님을 빈손으로 보내기 미안했는지 신소율이 소리쳤다.

“그냥 가면 섭섭하지! 커피 한잔 마시고 가! 방패 당구.”

[방패 당구A]

방패를 던진다.

방패는 부딪치면 피해를 입히고 입사각만큼 틀어져 튕긴다.

사정거리 끝까지 날아가거나, 최대 횟수까지 튕기면 튕기지 않는다.

[이빨 방패]

물리 공격력 378 (레벨*2)

물리 방어력 113.4 (레벨*0.6)

내구도 23,000/23,000

버튼을 누르면 방패 테두리에 189cm (레벨) 칼날 8개가 솟아난다.

깡!

신소율이 던진 이빨 방패를 검으로 튕겨낸 마검사의 표정이 경악으로 변한다.

방패 당구의 효과로, 검에 튕긴 이빨 방패가 가장 가까운 암살자의 등으로 직행.

인간이 아닌 동료 방향에서 날아온 방패에 암살자가 무방비하게 얻어맞고 철퍼덕 넘어졌다.

암살자와 부딪힌 이빨 방패는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경악한 표정의 마검사에게 다시 날아갔다.

깡!

마검사는 이번에도 무심코 검을 들어 막았는데, 튕긴 방패가 겨우 일어선 암살자의 옆구리를 다시 가격했다.

털썩.

-확인사살!

지푸라기처럼 쓰러진 동료를 보고 마검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전투는 끝.

멀리 있어서 거리가 있던 캄비온 의사를 제외하고 모두 잡았다.

새로운 동료가 4명이나 생겼다.

캄비온 마검사 둘과 암살자 둘!

신소율은 새로운 동료의 어깨를 두들겼다.

“잘 부탁해, 친구들!”

　　　　　*　　　　　*

유행에 민감한 업종 중 하나가 방송사다.

지금 전 세계를 강타한 유행은 가상현실이고, 가상현실에서 최고로 꼽히는 게임은 던전 온라인 테이아.

그 관심과 인기를 증명하듯, 대부분의 방송사는 테이아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하루에 5개 이상 편성하고 있다.

“그림자 인형극 정리했어?”

“대충은요!”

HT 방송사 관계자들은 신소율의 개인 방송을 보면서 인형사에 대한 정보를 메모했다.

전직하기 어려운 4차 직업.

테이아가 시작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지하 여왕 말고는 전직한 사람이 없다.

“한 마디로 시청자들이 환장할 만한 화제!”

“PD님! 신소율 씨, 개인 방송 종료했습니다! 저녁 먹고 온답니다.”

“그럼 편집 끝낸 부분부터 내보내!”

이 시간대는 지친 몸으로 퇴근하면서 개인 방송을 보거나, 식사하면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영상을 가장 많이 보는 시간대다.

당연히 방송사가 가장 바쁜 시간이기도 했다.

“PD님! 예고편으로 내보낼 영상. 신소율 재채기 화살과 사다코의 인형극. 두 개로 추렸는데 뭘 쓸까요?”

“인형극! 이번 메인은 사다코로 가!”

저녁도 못 먹고 작업에 몰두하는 방송사 관계자들.

신소율 때문에 쫄쫄 굶고 있지만, 원망은 없고 오히려 기대가 가득했다.

“오늘 안으로 100층까지 돌파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요! 아무리 인형극이 사기여도 그건 말이 안 되죠!”

어지간한 화제는 수백 번을 본 방송 관계자들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신소율의 개인 방송!

그들이 이럴 정도니, 시청자들이 얼마나 방송에 빠져들지 말할 것도 없다.

PD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신소율은 산타야.”

“하긴, 매번 일거리를 한가득 선물하죠.”

“주는 게 어디야. 나쁜 아이는 선물도 못 받는다는데.”

테이아에 유명인은 많다.

100명밖에 없는 B랭크 공략자와 C등급 던전 주인은, 방송사가 자주 프로그램 섭외 요청을 한다.

그들은 테이아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고레벨.

“A랭킹 공략자들은 방송을 안 하니까.”

던전 온라인 테이아의 최상위 플레이어.

그들은 가끔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충격적인 능력으로 테이아를 놀라게 한다.

“신소율처럼 개성적인 성격과 뛰어난 능력을 지닌 그들이 나선다면 화제성은 기본인데···.”

공개적으로 활동한다면 신소율 못지않은 화제성과 인기. 조회수와 시청률은 확실했다.

그 조회수와 시청률을 얻기 위해서 각 방송사는 섭외 전화를 수천 통은 걸었다.

가장 많은 연락을 받은 건 역시 그녀다.

공략자의 정점에 선 A랭킹 1위, 손을 내미는 잔느.

앳된 외모와 천진난만한 목소리. 그러면서 워낙 엉뚱해 예측할 수 없는 행동까지!

신소율의 개인 방송을 통해 처음 등장한 후, 잔느의 매력에 풍덩 빠진 사람들이 호수를 메울 정도다.

잔느는 자신을 찾아온 방송사 관계자들한테 이렇게 말했다.

“난 신소율처럼 못 웃겨!”

“아무 말도 안 해도 괜찮습니다! 따라다닐 수만 있게 해주세요!”

“응! 마음대로 해!”

그러고는 정말 방송사는 신경도 안 쓰고 란슬롯과 둘이서 돌아다녔다.

4차 직업인 두 사람을 쫓아가다 길 잃기를 여러 번.

위험한 던전에 들어갔다가 아나운서, 카메라맨, 경호 팀이 단체로 열일곱 번이나 리셋한 후에야 방송사는 잔느 촬영을 포기했다.

잔느 외에 B던전 주인인 초우 시아한테도 접촉해 봤다.

“꺼져.”

상어 밥만 될 뻔하고 도주!

“그나마 활동하던 유레카도 리셋 이후로는 잠잠하고.”

신화학자로 전직하고 4차 직업의 매력을 보이며 명성을 쌓아가던 유레카.

그는 푸른 하늘 전쟁에 참가했다가 드래곤과 동급의 비행체한테 걸려 리셋했다.

그밖에 다른 A랭킹 공략자들은 알려진 게 없어 연락도 못 하고.

이런 상황에서 신소율은 개인 방송을 활발히 하고, 또 기획사로 섭외 전화를 걸면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시간만 맞으면 무조건 출연!

방송국 입장에서는 정말 아낌없이 주는 산타클로스다.

“PD님! 4시 나라에서 신규 소식이 들어왔어요!”

테이아 커뮤니티에서 신규 소식이 없나 구경하던 막내 작가가 갑자기 소리쳤다.

“4시? 거기는 뭐 없잖아?”

“일단 보세요! 영상 띄울게요.”

화면에 눈에 익은 배가 보인다.

그런데 특이하게 파란 바다가 아니라 하얀 바다 위에 배가 떠 있다.

“미남 해적선이잖아? 그 전에 테이아에 저렇게 하얀 바다가 있었나?”

“자세히 보세요! 바다가 아니라 사막이라고요!”

“뭣?!”

진짜다. 바닷물인 줄 알았는데 하얀 모래다.

거기다 배가 뜬 게 아니라 굴러가고 있었다.

선박 옆에 달린 파란색 바퀴로!

PD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리쳤다.

“아나운서들한테 연락해! 당장 4시 나라로 파견 가라고!”

“네!”

“다른 방송사보다 늦으면 안 돼!”

한바탕 소리치고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린 PD는 바퀴 달린 배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어비스에 있으면서 저런 건 또 언제 만들었지?”

소율 산타 할아버지! 진짜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