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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9:47
최근연재일 :
2024.09.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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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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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월 첫째 주 (1)

DUMMY

“하암!”

“일찍 일어났네?”


입이 찢어지도록 하품하며 방을 나오는 동생한테, 먼저 아침을 먹은 신성하가 마시던 고삼차를 건넸다.


“벌컥, 쿠엑!”


찬물인 줄 알고 시원하게 들이켰던 신소율은 입안을 때리는 쓴맛에 기겁했다.


“이, 이거 뭐야?”

“고삼차. 몸에 좋아, 좀 쓰지만.”

“좀?!”


얼마나 쓴지 뱉고 나서도 쓴맛이 혓바닥에 남아있다.


신성하가 바닥 닦으라고 수건을 던지며 말했다.


“요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이럴 때일수록 건강 챙겨.”


드라마 촬영이 잡히면서 일정이 빽빽해졌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침부터 벌칙 음료를 권하지 말라고!”

“하나 세수했어!”


마침 화장실에서 예쁘게 세수한 조카가 나왔다.


씨익.

신소율은 후다닥 달려가 조카한테 맛있는 물이라며 고삼차를 건넸다.


“우에에.”


거실이 물바다가 됐네.


     *     *


[던전 온라인 테이아에 접속합니다.]


상쾌한 공기가 코로, 초록색 들판이 눈에 스며든다.


“오랜만이네. 개인 방송 시스템 가동.”


뿅.

허공에 카메라와 티브이가 나타나자 기다렸다는 듯 시청자들이 우수수 입장했다.


-앗싸! 1등!

-일주일 만에 방송 열렸네! 2등!

-형은 반성해라! 반성해라! 3등!

-이 나쁜 남자! 4등!

-오빠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5등!


입장과 동시에 비난을 쏟아내는 시청자들!


드라마 촬영 때문에 오랜만에 방송을 시작했더니, 시청자들의 비난이 참 정겨우면서도 의아했다.


“개인 방송을 너무 오래 쉬어서 삐졌습니까?”

-그것도 있었네! 불성실한 신소율은 반성하라! 반성하라!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정답이 아닌가 보다. 채팅창이 더 격렬해졌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정말 모르겠어?

“음···.”


손을 얹어 봤지만 양심이 없다는 건만 깨닫고 되물었다.


“제가 잘못한 게 한두 개입니까?”

-그건 그렇지.

-그걸 자기 입으로···.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은 정답을 공개했다.


-나쁜 남자! 나비 언니를 차고 다른 여자를 만나다니!

-나비 언니 좋다고 했으면서! 뽀뽀까지 했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쓰레기, 쓰레기.


신소율과 김소혜가 공개 연애를 발표하자, 테이아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신소율, 나비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

-정식으로 사귀는 건 아니지. 공개적으로 말한 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요! 좋아한단 말도 했고, 기차에서 뽀뽀까지 했는데?

-나 참, 요즘 연예계 몰라요? 다 비즈니스지, 비즈니스.

-세상에! 그럼 나비, 신소율이 비즈니스 커플이었어요?


테이아에서 신소율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오며 비공식적인 연인으로 인정받고 있던 나비.


그런데 현실에서 연애설(소문)도 아니고, 신소율이 연애를 인정해 버렸다!


김소혜가 나비인 걸 모르는 시청자들은 충격과 혼란.

그걸 해명해야 할 두 사람이 드라마 촬영으로 접속하지 않자, 별별 소문이 나돌 정도다.


-나비 언니, 충격받았나 봐! 신소율이 연애 공개한 후로 접속하지 않고 있잖아!

-신소율이 나비하고 김소혜한테 양다리 걸치고 있던 거 아니야?

-진짜요?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쓰레기, 쓰레기.


상황을 이해한 신소율은 자비를 구했다.


“일단 해명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피고는 최후의 변론을.

“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변론하는 건 간단하다.

나비가 김소혜인 걸 밝히면 되니까.


‘하지만 소혜가 싫어하겠지.’


연예인이란 직업은 많은 사람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한다.

김소혜는 연예인이지만, 나비는 일반인이다.

나비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기에 자유롭고 거침이 없다.


신소율은 그런 여자친구의 모습이 좋다.

언젠가는 정체를 들키겠지만, 그때까지 거침없는 여자친구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럼 지금 상황을 어떻게 넘길까?’


즉석에서 변명을 떠올렸다.


“사실, 저하고 김소혜 씨를 연결해 준 사람이 나비입니다.”

-뭐?

-그게 무슨!

“나비 예쁘잖아요? 그래서인지 연예계에 인맥이 있더라고요. 나비가 김소혜 씨와의 자리를 만들어줬죠.”

-엉? 두 사람 같은 기획사라서 친해진 거 아니었어?

-맞아, 기사에는 그렇게 났던데?

“학교 같은 반, 직장 같은 부서 사람이라고 모두 친합니까?”

-아니요!

“저도 김소혜 씨와는 얼굴만 아는 사이였는데, 나비 덕분에 가까워졌죠.”

-진짜?

-대박이다!

“그러니까 나비도 저와 김소혜 씨의 관계를 알고 있었습니다.”


신소율은 아주 당당했다.


‘거짓말은 안 했어!’


김소혜가 나비니까!


-알고 있는데도 친근하게 지낸 거면, 정말 비즈니스 커플이었나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여자 사람 친구 같은 관계죠.”

-사다코처럼?

“비슷합니다.”


사다코를 떠올리자 시청자들은 금방 받아들였다.


-대박 놀라워!

-그렇구나, 형은 쓰레기가 아니었어!


다행히 많은 시청자가 넘어갔다.


-하지만 커플이 되었다는 걸 용서할 수 없습니다! 우리 솔로 협회는 신소율에게 유죄를 선고합니다!


그렇지 않은 시청자도 있지만.


대충 얼버무린 후 분위기를 환기했다.


“슬슬 마중 올 때가 됐는데.”


때마침 뱀파이어 8명이 등장했다.

아쉽게도 기다리던 사람은 아니다.


도망가려고 몸을 돌렸다가, 초원 저 멀리서 걸어오는 그녀를 발견하고 당당하게 뱀파이어를 마주했다.


“덤벼라! 나는 숨지도 피하지도 않는다!”

“인간, 용기는 가상하지만··· 이런! 뒤를 조심해! 인형사다!”


사다코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몸을 돌리는 뱀파이어들.


신소율은 앞으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앞도 조심해라! 완전 미남이다!”


     *     *


생명  1845/11950

마나  2085/2610

상태 출혈, 갈증, 혼란, 둔화


전투가 끝난 후 신소율은 물약을 마셨다.


“나쁜 박쥐, 내 피를 빨아 먹다니.”


누가 흡혈귀 아니랄까 오른팔, 어깨에 이빨 자국이 생겼다.


나비가 없어서 그런지 전투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대신 얻은 게 있다.


[업적 강자 사냥꾼(300) 달성!]

레벨이 300 이상 높은 대상을 30명 쓰러트렸다.

리셋 점수 +1


-와, 저거 전투 잘하는 사람만 얻는 업적이잖아?

-강자 사냥꾼 100레벨은 봤어도 300은 처음 보네···.


신소율은 대충 업적을 치우고 사과주스를 하나 더 마셨다.


-신소율 씨는 새로운 업적을 받았는데도 기뻐 보이지 않네요?

“제가 그동안 알브한테 두들겨 맞은 건 생각 안 합니까?”

-낄낄낄!

-으하하! 다시 생각해도 정말 속 시원하네!

“아오!”


시청자 덕분에 혈압만 상승!


못된 시청자가 가득한 채팅창을 뒤로하고, 예쁘고, 착하고, 목소리도 고운 사다코와 얘기를 나누었다.


“미안, 많이 늦었지?”

“괜찮아요.”


신소율이 드라마 촬영을 하는 동안, 사다코는 달빛도시에서 노래를 불렀다.

신하나의 손에 이끌려 오디션 무대에 선 이후, 공연 요청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


“소율 씨, 두 아이는···.”


사다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신소율은 서글프게 웃었다.


“알아, 내려갔다며.”


조카한테 들었다.


프로젠이라는 망나니와 함께 300층. 흡혈귀가 세운 밤의 도시에서 동요를 부른 후,

400층에 있는 별빛도시에 들러 춤을 추고,

어제는 자기처럼 키가 작은 아저씨들.

드베르그와 코볼트가 가득한 500층의 대지도시에서 율동을 배웠다고 한다.


-뭐야? 진짜? 리얼?

-500층이라니! 어린이집 로드가 어비스 최초 공략하나요!

-히잉! 지켜보고 싶어요! 하나가 공략하는 거 보고 싶어요!

-신소율 씨! 뭐 하고 있습니까! 빨리 달려요! 500층으로 고! 고!


미궁 어비스의 최초 공략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DR 방송사의 애쉴리입니다! 신하나 양의 공략 영상을 저희 방송사에서 꼭 내보내고 싶습니다!

-AC 방송사 PD입니다. 신하나 양과 인터뷰를 잡고 싶습니다.


개인 방송을 시청하던 방송사 관계자들도 흥분해서 달려들 정도!


신소율도 처음 조카한테 들었을 때는 엉엉 울고 싶을 정도로 충격받았다.


이대로 500층까지 내려가게 생겨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의욕을 찾았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다코, 이건 내 평생의 부탁인데···.”


신소율이 진지한 얼굴을 하자 사다코는 긴장했다.

저 표정··· 지난번에 나비가 노래할 때 시청자한테 사과한 이후로 처음이다.


“프로젠이라는 망나니, 내가 데려가도 될까? 소중히 아껴 줄게!”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인큐버스 보스 프로젠!


죽이는 거로는 용서가 안 된다!

던전 부하로 만들어서 죽을 때까지 괴롭혀야지!


“후후.”


아이 같은 부탁에 사다코는 고개를 저었다.


“사다코 누나!”


거절당한 신소율이 기분 나쁘게 질척이는데도, 사다코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러즈가 좋아해요.”

“뭐, 누구를? 설마 그 망나니를?”

“네.”

“······.”


말문이 막힌 신소율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상하다. 구름 한 점 없는데 어디서 비가 내리네.


“소율아! 사다코!”


마침 나비가 접속했다.

그녀가 등장하자 술렁이는 채팅창.


-나비 언니다.

-나비가 접속했어.


현재 테이아의 가장 뜨거운 화제. 실연의 나비가 등장했다.


-근데 언니 표정 되게 밝다?

-그러게? 진짜 김소혜와 아는 사이 아니야?


실연당한 비련의 여주인공답지 않게 밝은 표정과 씩씩한 목소리다.


“사다코,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아, 소율아! 들었어? 클라라가 여기 왔대!”

“뭔 소리래?”


바다에서 미남 해적선 관리하고 있을 얘가 여기서 왜 나와?


“대박이라니까! 미남 해적선을 아예 끌고 왔어!”


신소율은 여친 이마에 손을 댔다.


“열은 없는데?”


해상 던전이자 선박인 미남 해적선이 어떻게 육지로 온단 말인가?


하지만 진짜나 보다.


-뭐야? 형 몰랐어? 형 배에 바퀴 달렸어!

-땅도 굴러다니고, 강도 건너고, 진정한 수륙 양용!

-멋있습니다! 전차 같아요!


시청자들이 흥분한 걸 보니 진짜나 보다.


“그러고 보니.”


신소율은 시스템에 들어가서 예전에 본 알림을 하나 찾았다.


[던전 ‘미남 해적선’에 ‘바닷물의 바퀴’가 장착됐습니다.]


“이 바퀴가 그 바퀴인가?”


그때는 클라라가 참 잘 논다고 생각했는데.


“소율아, 마중 나가자!”

“걔네 쓸모없어.”


C등급 미남 해적선은 부려 먹기 좋아서 평소라면 당장 부르겠지만, 장소가 장소다.


“어비스에 C던전이 있다고 달라질 건 없으니까. 괜히 접근했다가 던전 싸움이라도 성립하면···.”


Y등급인 미궁과 던전 싸움?

아무리 신소율이라고 해도 저 정도 체급 차이는 못 메꾼다.


-던전 부하들만 데리고 오면?


신소율은 고개를 저었다.

미남 해적선의 해산물들을 부르기도 애매하다.


“어비스는 침입자의 숫자에 따라 마중 나오는 알브가 늘어난다는 걸 잊어버린 건 아니죠?”


남자친구가 거절하자 나비가 이번엔 사다코를 설득했다.


“사다코, 구경 가자! 바퀴 달린 배야! 이런 거 본 적 없잖아?”


사다코는 잠깐 고민하더니 신소율을 봤다.


“소율 씨, 머리를 식힐 겸 올라가는 게 어떨까요?”

“가는 건 좋은데 다시 내려올 생각을 하면 으으··· 끔찍하네!”

“돌아올 필요가 있을까요?”

“안 돌아오면 막둥이들은 누가 챙겨? 아! 얘들이 나오는구나?!”


[어비스]

공략 조건 7개

발자취 : 지하 512층

선물 : 알브한테 선물 받기

공략 횟수 0


두 아이는 현재 지하 500층 대지도시에 있고,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어비스의 최심부이자 최하층. 512층까지 놀러 갈 가능성이 높다.


“그게 아니라도 하나한테 말해서 프로틴인가, 프로데터란 놈한테 선물 졸라도 되고.”


그럼 공략 조건 선물 달성!


어느 쪽이든 미궁을 공략하고 던전 밖으로 나온 아이들과 재회하면 된다.


신소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허무하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왜 나는 아등바등 내려가려 했는지···.”

“그러면 그렇지, 가자!”


나비 손에 질질 이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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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9월 둘째 주 (1) NEW 6시간 전 5 1 14쪽
111 9월 첫째 주 (8) NEW 20시간 전 10 2 24쪽
110 9월 첫째 주 (7) NEW 23시간 전 10 2 15쪽
109 9월 첫째 주 (6) 24.09.18 14 2 13쪽
108 9월 첫째 주 (5) 24.09.18 13 2 12쪽
107 9월 첫째 주 (4) 24.09.17 17 2 14쪽
106 9월 첫째 주 (3) 24.09.17 12 2 14쪽
105 9월 첫째 주 (2) 24.09.17 12 2 15쪽
» 9월 첫째 주 (1) 24.09.17 15 2 12쪽
103 8월 넷째 주 (4) 24.09.17 16 2 18쪽
102 8월 넷째 주 (3) 24.09.17 15 2 14쪽
101 8월 넷째 주 (2) 24.09.16 21 2 16쪽
100 8월 넷째 주 (1) 24.09.16 19 2 14쪽
99 8월 셋째 주 (3) 24.09.16 21 2 16쪽
98 8월 셋째 주 (2) 24.09.16 18 2 12쪽
97 8월 셋째 주 (1) 24.09.16 20 2 19쪽
96 8월 둘째 주 (3) 24.09.15 20 2 20쪽
95 8월 둘째 주 (2) 24.09.15 19 2 17쪽
94 8월 둘째 주 (1) 24.09.14 20 2 14쪽
93 8월 첫째 주 (2) 24.09.14 19 2 20쪽
92 8월 첫째 주 (1) 24.09.13 24 2 16쪽
91 7월 넷째 주 (3) 24.09.13 22 2 13쪽
90 7월 넷째 주 (2) 24.09.12 22 2 19쪽
89 7월 넷째 주 (1) 24.09.12 25 2 14쪽
88 7월 셋째 주 (7) 24.09.11 25 2 16쪽
87 7월 셋째 주 (6) 24.09.11 23 2 14쪽
86 7월 셋째 주 (5) 24.09.10 25 2 17쪽
85 7월 셋째 주 (4) 24.09.10 31 2 15쪽
84 7월 셋째 주 (3) 24.09.09 27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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