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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9:47
최근연재일 :
2024.09.19 07:00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5,789
추천수 :
392
글자수 :
771,977

작성
24.09.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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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8월 셋째 주 (1)

DUMMY

어비스 지하 100층. 거꾸로 느릅나무 안.


아파트 단지만 한 누릅나무 안을 신하나가 걷고 있다.


“꽃, 꽃. 여기다!”


신하나는 플레이어 최초로 6대 미궁 어비스에서 내준 이벤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그 내용은···.


“자, 여기 있는 딸기 파르페를 아슈라이 꽃가게에 전해줘.”

“네!”


심부름!

싸움을 싫어하는 초보자를 배려해 작은 마을마다 준비된 배달 이벤트가 어비스에도 있었다.


점심을 먹고 심심해하는 신하나에게 포장마차 주인이 심부름을 시켰고, 이벤트 보상으로 구리 동전 2개를 줬다.


“돈이다!”


돈을 모아서 아빠, 삼촌 생일 선물을 사자!


테이아에서 심부름(이벤트)을 하면 동전을 준다는 걸 알게 된 신하나는 벌써 구리 동전을 67개나 모았다.


“엄마, 엄마! 밖에 나가자!”


부지런히 심부름하는 착한 아이 등에 아기용이 달라붙었다.


“안 돼요. 엄마는 일해야 해요.”


처음에는 엄마 심부름 도와주던 착한 아기용이 지루해졌는지 보채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가 거들떠보지도 않자, 아이 전용 기술을 사용.


“싫어! 싫어! 싫어! 심부름 싫어! 놀래! 놀래! 바깥에 나가 놀래!”


바닥을 구르며 떼를 쓰는 티아마트를 보고 누가 위대한 드래곤을 떠올릴 수 있을까?


얼마나 신기한지 지나가던 인큐버스와 서큐버스가 마법 사진기로 찰칵, 찰칵.


“디아···.”


하나가 난감해하자 같이 심부름하던 러즈가 말했다.


“아슈라이 언니가 말한 심부름 할까?”

“심부름?”

“응. 꽃가게 언니가 101층으로 심부름을 보내고 싶대. 하지만 멀어서 거절했어.”


101층이라면 심부름도 하고, 도시를 벗어나 디아와 놀아줄 기회!


신하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할래!”


     *     *


[생일 선물]

인큐버스 프로젠에게 생인 선물을 전달하자.

달성 목표 : 사과 파이 0/1, 캐모마일 꽃다발 0/1, 손편지 0/1

제한 시간 : 11 : 59

보상 : 구리 동전 50개

현재 위치 : 어비스 101층


꽃집 주인 서큐버스가 꽃다발을 건넨다.


“그럼 잘 전해줘.”

“네!”


생일 선물을 주머니에 곱게 넣은 신하나는 러즈 언니 손을 잡고 도시를 나왔다.


빙빙.

도시를 벗어나자 신이 났는지 티아마트가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신하나도 밖으로 나와서 발걸음이 동동 가볍다.


“디아, 그쪽이 아니라 저쪽이야.”


러즈는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챙기느라 바쁘다.


나뭇가지 길을 얼마 걷지 않아 폭포에 도착했다.


쏴아아, 쏴아아.

“우아!”


신하나가 만났던 어른 돼지, 니드호그가 수영해도 될 정도로 넓은 폭포다.

물살도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어 신하나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나무도 거꾸로! 물도 거꾸로!”


신기하게 아래 101층에 있는 호수에서 물들이 중력을 무시하며 솟구치고 있었다.

그렇게 올라온 폭포수는 지하 100층 천장에 모여 호수를 이뤘다.

그러니까 거꾸로 천장 호수.


“까르르.”


호숫가에서 하나가 물장구를 치는 동안, 러즈는 꽃가게 서큐버스가 알려준 나뭇가지를 찾았다.


“저기 있다.”


폭포 바로 옆에 있는 아래로 축 처진 두껍고 기다란 나뭇가지.

다가가 살펴보자 가지가 안으로 굽어졌다.


어느새 쪼르르 따라온 신하나가 나무를 보며 말했다.


“미끄럼틀이다!”

“이걸 타고 아래로 내려갈 거야.”


나뭇가지 미끄럼틀은 수백 미터 밑. 아래 땅까지 닿았다.

이걸 타면 101층까지 직행!


알브는 비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미끄럼틀을 탈 일이 없다.

이건 비행 기술이 없는 침입자 전용 이동 수단이다.


사실 마법 빗자루가 있는 두 소녀도 굳이 탈 필요는 없지만···.


철퍽.

“언니! 빨리! 빨리!”


벌써 미끄럼틀에 엉덩이를 댄 하나가 러즈를 재촉했다.

타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이다.


힐끗.

수백 미터 아래 땅을 본 러즈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미끄럼틀에 앉았다.

티아마트도 후다닥 날아와 엄마 머리 위에 앉았다.


“간다. 하나, 둘, 셋!”


휘리릭.

나뭇가지 미끄럼틀은 단순하게 생긴 것치고는 무척 빨랐다.

거꾸로 폭포에서 올라오던 물이 튕기며 미끄럼틀로 흘러들었고, 수영장 워터 슬라이드처럼 가속!


“······!”

“······!”


풍덩풍덩!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아이는 아래 땅. 101층에 있는 호수에 빠졌다.


“어푸어푸!”

“엄마, 나 몰래 밥 먹었어? 무거워!”


티아마트가 물에 빠진 두 소녀를 건졌다.


[지하 101층]


탁탁 옷을 턴 러즈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프로젠 씨는 어디 있을까?”


러즈는 동생 손을 잡고 가까운 초록 언덕에 올라갔다.


“풀밭이네.”


초록 풀밭과 언덕이 듬성듬성해서 포근해 보인다.

햇님도 따스해서 기분 좋은 초원.


“언니 졸려.”


신하나가 옷을 잡아당긴다.


러즈가 동생을 보니 눈가가 반쯤 잠겨 있다.

짜릿한 워터 슬라이드를 타고 물놀이를 했더니 몸이 고단하나 보다.

솔직히 졸린 건 러즈도 마찬가지.


“조금만 잘까?”

“응.”


두 아이는 그대로 언덕 위에 누웠다.

티아마트는 한발 먼저 드러누워 두 아이의 베개가 되어줬다.


어비스 한가운데서 낮잠에 취한 아이들.


세상 평화롭다.


     *     *


“인간의 아이네?”


101층에 진입한 침입자와 싸우기 위해 날아온 인큐버스는 고민했다.


“왜 여기서?”


태양도시에 인간 아이와 아기용이 머문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왜 101층까지 내려와 낮잠을 자는지 모르겠다.


깨울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손가락으로 말랑말랑한 러즈의 볼을 콕콕 눌렀다.


부스스한 머리로 눈을 비비며 일어난 러즈가 물었다.


“누구세요?”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언니···?”


마침 눈을 뜬 신하나와 티아마트도 인큐버스를 한 번 보더니···.


“쿨.”


다시 누웠다.


“잠깐만! 도시로 돌아가서 자. 여기서 춤 연습해야 해.”


당황해하는 인큐버스가 안쓰러운지 러즈가 물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아, 아저씨라고?”


인큐버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잠과 꿈의 알브, 인큐버스.

꿈을 다루는 능력보다 보고 있으면 꿈인지 아닌지 모를 외모가 더 유명한 종족이다.


그런 인큐버스에게 아저씨라니!


나이 차를 생각하면 맞는 말이지만, 인큐버스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결코 인정해서 안 된다.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고 불러줘.”

“몇 살인데요? 러즈는 8살이에요.”

“······.”


러즈가 말을 잃은 아저씨에게 물었다.


“프로젠 씨를 알아요? 우리는 프로젠 씨에게 선물을 주러 왔어요.”

“나한테?”

“아저씨가 프로젠 씨에요? 잘됐다! 하나야.”


졸린 와중에도 신하나는 주머니에서 캐모마일 꽃다발, 손편지. 그리고 사과파이를 꺼냈다.


“킁킁.”


배를 내놓고 자던 티아마트가 맛있는 냄새에 날개를 파다닥.

눈을 감은 상태로 사과파이를 한 입에 꿀꺽 삼켰다.


“······.”

“······.”


사과파이가 티아마트 뱃속으로 사라지는 마술!


러즈와 신하나는 뒤늦게 상황을 이해했다.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아기 돼지가 생일 선물을 먹었어!


“괜찮아.”


프로젠은 오빠처럼 웃었다.

잘못한 건 침울해진 소녀들이 아니라, 저기 왼손으로 배를 벅벅 긁고 있는 아기용이니까.


황당하지만 드래곤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생일 케이크를 뺏어 먹는 건 드래곤치고는 귀여운 장난이니까.


“대신 이제부터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고 불러줘.”


신하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거짓말은 나쁘다고 했어요!”


프로젠의 얼굴이 다시 하얗게 변했다.




사과파이는 없지만 캐모마일 꽃다발과 손편지는 제대로 전했다.


[생일 선물 실패]


이벤트는 실패했지만 신하나는 활짝 웃으며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프로젠 오빠! 생일 축하합니다!”


아저씨를 싫어하는 것 같아 오빠라고 불러주기까지 했다.

친절과 정성으로 모시는 고객 서비스에 감동한 프로젠은, 손편지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상큼한 미소를 보였다.


“고마워. 보답으로 내 춤을 보여 주고 싶은데 괜찮을까?”

“춤?”

“일주일 뒤에 별빛 도시에서 이번 달 아이돌 오디션이 열리거든. 나도 거기에 참가해.”


꿈의 알브. 서큐버스와 인큐버는 외모와 인기. 타인의 시선을 즐긴다.

정기적으로 오디션을 열어 던전 최고의 연예인을 뽑을 정도!


“연예인! 우리 삼촌도 연예인이에요!”


신하나는 폴짝 뛰며 기뻐했다.

삼촌은 사람들을 웃게 하는 연예인이다.


“대단하네! 인간 종족은 인원이 많아 연예인이 되는 건 극소수라고 했는데!”


프로젠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그럼 두 레이디는 춤을 보는 시선이 특별하겠지. 부탁할게! 내 공연을 보고 부족한 게 뭔지 가르쳐줘!”


[아이돌 지망생]

프로젠의 공연을 평가하자.

보상 : 추가 이벤트 ‘아이돌의 매니저’


“좋아요!”


신하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공연은 모르지만 춤은 안다.

어린이집에서 율동과 동요를 배웠고, 집에서는 매일 아침 삼촌이 애벌레 춤을 춘다.


신하나와 러즈가 잔디에 털썩 앉자, 프로젠은 스마트폰을 꺼내 음악 앱을 작동시켰다.

노래가 흘러나왔다.


-쿵, 쿵, 호우, 예아!


신나는 리듬에 맞춰 팔, 다리, 어깨, 무릎을 꺾고 흔드는 프로젠.


“후.”


1분 남짓한 노래가 끝나고 프로젠은 아이들을 봤다.


[아이돌 후보생 프로젠의 무대를 관람했습니다.]

최대 생명 +1%

생명 회복 +1

지속시간 1시간


[박수를 보내면 무대를 보여준 아이돌 후보생의 보상이 늘어납니다.]


“박수를 짝짝?”


신하나는 글자를 읽고 손뼉을 짝짝 쳤다.

그 모습에 프로젠은 기대감을 담아 물었다.


“어땠어?”

“빨랐어요!”

“······.”


멋지다! 화려하다! 하다못해 잘했다! 도 아닌 빠르다!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 프로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


러즈가 프로젠의 다리를 쳐다봤다.


“빨라서 안 보였어요.”

“아! 너희 인간의 아이지?”


프로젠은 실수를 깨달았다.


이래 보여도 1,200레벨이 넘는 인큐버스 보스.

민첩 수치가 높다 보니 다리가 휙휙 이동한다.

아이들 눈에 제대로 보일 리 없지.


“미안, 다시 한번 음악 재생!”

-쿵, 쿵, 호우, 예아!


아까와 같은 음악. 하지만 현저하게 느려진 프로젠의 몸놀림.


“우아! 우아!”


그리고 조금 전과 달리 신하나와 러즈의 반응도 좋았다.

거기에 언제 일어났는지 아기용이 날개와 팔다리를 파닥거린다.


짝짝짝!

춤을 멈추자 두 소녀가 박수를 잔뜩 보냈다.


[공연을 끝냈습니다.]

모험 경험 +2,000


프로젠은 글자를 치우고 관객을 봤다.


“장난감 같아요!”

“손이 여기! 팔은 저기!”


감상평이 뭔가 미묘하지만··· 표정을 보니 칭찬인 것 같다.


얼굴이 밝아진 프로젠은 궁금했다.


“연예인이라는 삼촌과 비교하면 어때?”

“삼촌은 신나게 춰요!”


고민도 없이 튀어나온 소녀의 말에 프로젠은 소녀의 삼촌이 궁금해졌다.


“그의 무대를 보고 싶은걸?”


분명 인간 세상에 손꼽히는 춤꾼이겠지.


잠시 생각하던 프로젠이 제안했다.


“괜찮다면 이번 오디션의 내 매니저를 맡아주지 않겠어?”


오디션에 다섯 번째 도전 중인 프로젠.

노력하고 있지만 연예계 입성은 쉽지 않다.


“현역 연예인의 조카인 너희가 매니저를 맡아준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붙을 거야!”


[이벤트가 추가됩니다.]

[아이돌의 매니저]

지망생 프로젠을 아이돌로 데뷔시키자!

달성 목표 : 아이돌 오디션 5등

보상

오디션 1위 : 직업 ‘매니저’

오디션 3위 : 종족 인큐버스의 호감

오디션 5위 : 프로젠의 호감

데뷔를 못 해도 최저 임금인 금 동전 1개는 받습니다.


신하나와 러즈는 매니저가 뭔지는 모르지만, 금 동전 한 개면 떡볶이를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다는 건 안다.


“생일 선물을 살 수 있어!”

“할아버지가 준 하피 알을 찾을 수 있어!”


두 소녀는 동시에 손을 번쩍 들었다.


“할래요!”


     *     *


[지하 98층]


깡, 깡, 깡, 퍽.


“야, 잠깐 타임! 타임!”


팔이 저린 신소율이 간절하게 외쳐보지만, 뱀파이어 권투 선수들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신 뒤쪽에 있던 그라이아이 샤먼이 대답했다.


“물어뜯어라, 호랑이 토템폴.”


툭.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 위에 호랑이를 깎은 나무 조각상이 나타나면서 은빛 원이 주변으로 퍼졌다.


“적당히 해, 인마!”


신소율은 버럭했다.

공격 기술은 아니지만 피해를 주면 출혈을 일으키는 호랑이 토템폴은, 뱀파이어 복서 셋과 근접전을 벌이는 신소율한테는 얄미운 기술이다.


반대로 뱀파이어는 인형사와 마법사를 지키는 인간 방패병을 처리할 기회기에 공격이 한결 격렬해졌고.


픽.

잘 막다가 왼쪽 복서의 주먹이 옆구리를 가볍게 쳤다.


[출혈이 발생합니다.]

1초마다 생명 3 하락

0 : 59


“아까운 피를! 헌혈할 때를 위해 아껴둔 건데!”

-오오! 형이 기특한 소리를 하네.

-설마 적십자 단체 광고를 노리고?

-며칠 후에 티브이 나오는 거 아냐? ‘당신의 피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이러면서?

“그럼요! 헌혈은 좋은 거죠! 피를 뽑고 난 후에 먹는 초코파이와 오렌지 주스 한 잔은 크! 삼겹살과 소주에 못지않습니다!”

-크크크, 어떻게 저런 비유가 나와?

“어퍼컷.”


시청자와 사이좋게 떠드는 게 꼴불견이었는지 뱀파이어가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쳤다.

신소율은 뒤로 물러나면서 오른손에 든 방패를 휘둘러, 목을 찌르는 오른쪽 뱀파이어의 주먹을 떨쳐냈다.


“굴뚝 청소.”


[현재 가장 짧은 불행(상태이상) 두 개가 사라집니다.]

보유한 상태이상이 두 개 아래라면, 남은 효과 한 개마다 생명을 222 (레벨) 회복한다.

제거한 상태이상은 22.2초 (레벨*0.1) 동안 면역이 된다.


생명은 아직 절반 이상이지만,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 미리 굴뚝 청소를 사용해 출혈을 없앴다.


신소율의 최대 생명은 9천. 물리 방어력은 270.

단단해서 쉽게 안 죽을 것 같지만, 상대하고 있는 뱀파이어 레벨은 798이다.


그런 798레벨의 권투 선수 셋과 샤먼 하나. 불 마법사 한 명에 암살자와 궁수가 둘씩. 총 아홉 명.


사다코의 인형이 다섯 명을 상대하고 있어 버티는 거지, 맷집 좋은 방패병이라도 알브 아홉 명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가는 그 순간 리셋이다.


“이게 가장의 무게인가!”


신소율은 리셋을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지만, 자기가 리셋하면 뒤에서 그림자 인형을 조종하는 사다코와 물 마법을 난사하는 나비도 강제 리셋이기에, 이 악물고 버티고 있다.


“잽, 잽, 스트레이트, 훅.”


백발을 흩날리며 뱀파이어가 빈틈을 노렸지만 신소율은 방어로만 대응.


공격할 필요는 없다.

이대로 권투 선수들을 잡고만 있어도 유리하니까.


“좋아! 다 처리했다! 소율아!”

“음치인 나비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나비와 사다코가 다섯 알브를 처리하고 도와주러 왔다.


“사다코! 쟤 놔두고 그냥 가자!”

“잘못했어!”


나비가 진짜 사다코의 손목을 잡고 가버리자, 신소율은 권투 선수들을 피하면서 양손으로 싹싹 빌었다.

다행히 죽기 전에 돌아와 줬다.




전투가 끝나자 신소율은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 싫다. 내가 왜 방패병을 해서.”


마법사로 취업했다면 편하게 보호받았을 텐데!


-저 투덜이 또 시작이네.

-놔둬요, 전투마다 저러는데.

-솔직히 투덜댈 만하지. 두 시간 만에 98층까지 뚫었잖아?


사다코가 그림자 인형극을 활용하면서 전투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760레벨 캄비온 마검사

765레벨 료스알프 궁수

    :

785레벨 드베르그 투사

798레벨 뱀파이어 권투 선수


인형사에 붙잡힌 알브 인형만 여덟!


고레벨 동료가 여덟 명이나 늘어났다.

가속도가 안 붙는 게 이상하지.


유일한 단점이라면 사다코의 마나가 빠르게 소모되고 있어 서둘러야 하는 정도.


“소율아, 다 쉬었으면 가자.”

“나 고작 5분 쉬었다. 학교 수업도 쉬는 시간이 10분인데, 그 절반이라니! 이 얼마나 악독한 대우야!”

“그럼 또 전투 치르고 내려갈까?”

“···가겠습니다.”


어슬렁어슬렁 일어났다.

전투를 치르면 자기가 제일 고생이니까.


     *     *


알브는 머리가 좋다.


“인형사를 노려!”


사다코가 치명적 일격을 당하거나, 그림자 실이 끊기거나, 마나가 바닥나면 인형이 풀린다.


인형에서 해방된 알브는 적으로!


그렇게 되면 아군 -1, 적은 +1명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니 알브의 공격 1순위는 당연히 사다코.

방패병인 신소율은 팀의 핵심인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모든 공격을 혼자 막아야 했다.


-솔직히 고생하는 건 맞아.

-이건 인정. 누나만 셋인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네.

-누나만 셋이라니! 끔찍하네!


시청자들이 동정할 정도로 알브한테 시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근무 조건이 너무 열악해! 이건 바뀌어야 해! 좋아, 나 파업한다!”


지하 99층의 전투가 끝나자 신소율은 주머니에서 하얀 천을 꺼내 머리에 둘렀다.

그리고 한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방패병의 대우가 열악하다! 팀원은 보상으로 볼 뽀뽀를 해주던지, 힘이 나는 응원이라도 들려줘라! 들려줘라!”

“······.”

“······.”


악덕 사장도 아닌데 한순간에 파업한 근로자를 마주한 두 여성은 할 말을 잃음.


-가지가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이라니. 신소율 씨는 무슨 생각일까요?

-생각 없이 말했다에 한 표!

-우리 내기할래? 나비 누님이 노려보면 파업 취소한다는데 전 재산 건다!

-내기가 안 되는데?


움찔.

나비가 고양이 눈을 뜨고 쳐다보자, 슬그머니 내려가는 오른팔.


남자친구가 귀엽게 느껴진 나비는 주머니에서 마이크를 꺼냈다.


[휴대용 마이크]

소리 범위 : +450m

에코 효과 있음

내구도 100/100


얼음도시에서 은 동전 13개 주고 산 마이크다.

입가에 마이크를 댄 나비가 수줍게 웃었다.


“볼 뽀뽀는 채팅창이 폭주할 테니까 안 되고, 대신 노래를 불러줄게.”


도리도리!

신소율은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여자친구의 노래 실력을 알고 있기에 절대 사양이다.


하지만 이미 매력적인 입술로, 듣기 힘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나비!


“잔인한! 여자라! 나를 욕!”

“···욕할 기운도 없다.”

-아, 나비 누님의 노래가 어떤지 잊고 있었어···.

-귀 아파!

“너를 위해! 이별을 택한 거야!”


처음 듣는 사람도, 오랜만에 듣는 사람도 귀를 잡게 만드는 나비의 노래 실력!


“여러분, 제가 무릎 꿇어 사죄합니다.”


일을 이렇게 만든 신소율은 개인 카메라를 보면서 정식으로 사과했다.

그동안 개인 방송을 하면서 가장 진지한 태도다.


“후후.”


사다코는 입술을 가리며 작게 웃었다.




“윽!”


약 300m 떨어진 곳에서 공격할 기회를 잡고 있던 알브들.


“···귀가 아프군! 후퇴한다!”


서큐버스 가수와 인큐버스 아이돌의 듣기 좋은 노래에 익숙해진 섬세한 알브에게, 나비의 노래는 칠판을 긁는 듯한 소음!


“잊지는 마! 내 사랑은! 네 안에 있어!”


“최대한 빨리 떠나자! 귀가 마비되겠어!”


떠나기 전에 알브는 나비의 얼굴을 머릿속에 각인했다.


“최고 등급 위험인물이다! 다음부터 저 여자를 가장 먼저 처리한다!”


가까이 접근했을 때 저런 노래를 듣게 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나비는 다음 습격 때, 알브가 인형사를 제쳐두고 자기만 노리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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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8월 넷째 주 (2) 24.09.16 21 2 16쪽
100 8월 넷째 주 (1) 24.09.16 19 2 14쪽
99 8월 셋째 주 (3) 24.09.16 21 2 16쪽
98 8월 셋째 주 (2) 24.09.16 18 2 12쪽
» 8월 셋째 주 (1) 24.09.16 20 2 19쪽
96 8월 둘째 주 (3) 24.09.15 20 2 20쪽
95 8월 둘째 주 (2) 24.09.15 18 2 17쪽
94 8월 둘째 주 (1) 24.09.14 19 2 14쪽
93 8월 첫째 주 (2) 24.09.14 19 2 20쪽
92 8월 첫째 주 (1) 24.09.13 24 2 16쪽
91 7월 넷째 주 (3) 24.09.13 22 2 13쪽
90 7월 넷째 주 (2) 24.09.12 22 2 19쪽
89 7월 넷째 주 (1) 24.09.12 25 2 14쪽
88 7월 셋째 주 (7) 24.09.11 25 2 16쪽
87 7월 셋째 주 (6) 24.09.11 23 2 14쪽
86 7월 셋째 주 (5) 24.09.10 25 2 17쪽
85 7월 셋째 주 (4) 24.09.10 31 2 15쪽
84 7월 셋째 주 (3) 24.09.09 27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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