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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은 지금 '자신이 헛 것을 봤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더운 날씨에 일한다고 땀을 너무 많이 흘렸나!'
'손목시계가 어떻게 손목 안으로 쑥 들어갈 수 있지?'
철이는 자신의 손목을 이리 저리 돌리며 바라보았다. 어디에도 손목시계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삐릿~ " 하는 신호음과 함께 머릿속에 울리는 음성이 있었다.
"AI마스터 작동, 신체 적합도 테스트 중"
'이게 무슨 소리지" 철이는 주변을 둘러봤다. 소리가 나는 것이 없었는데, 자기 머릿속에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체 적합도 양호, 이제 AI마스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철이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주인님, 이제부터 저는 당신의 AI마스터 활용을 위한 가이드 역할을 맡겠습니다."
철이는 몸을 휙 돌려 주변을 이리 저리 살폈다.
역시나 소리가 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주인님, 저는 당신의 신체 속에 융합 되어 있습니다."
"뭐라고?" 너무 놀라 큰 소리로 혼잣말을 내 뱉었다.
철이 주변으로 지나 다니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 철이를 바라봤다.
철이는 자신을 쳐다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얼굴이 빨개졌다.
"이러다 셔틀버스 놓치겠어요, 걸어가면서 천천히 설명 드릴테니 셔틀버스로 이동하세요."
머릿속에서 말하는 음성을 듣자 철이는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맞아, 셔틀버스'
"머릿속으로 생각 하는 것 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합니다. 굳이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 받을 수 있으니까요!"
머릿속에서 자신에게 들려오는 말소리에, 철이는 조심스레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았다.
물론 조용히 생각으로 ...
'너는 누구지? 아니 누구세요?'
'저는 AI마스터 가이드 입니다. 주인님을 도와 AI능력자가 되도록 돕는 일이 제 역할이지요"
'음, 그렇군, 그렇군요... 흠흠 그러면 AI마스터 가이드라고 부르면 될까요?'
'네, 그냥 지니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지니?'
특이한 이름이었다. 요술램프 속 지니, 아니면 어디 모 회사 iptv 모뎀 이름 같았다.
'알겠어요, 지니, 음 그러니까 AI마스터라는 게 뭐죠?'
'네, AI마스터는 세상에 있는 모든 AI, 즉 2024년 현재 기준으로 나와있는 AI보다 훨씬 진화 된 AI시스템이라 보시면 됩니다."
"음, 그럼 그걸로 뭘 할 수 있는 거죠?"
"주인님이 하시고 싶은 웬만한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웬만한 모든 것?"
너무 막연한 말이었다.
"좀 막연한데, 구체적으로 예를 들 수 있을까요?"
"네, 예를 들어 주인님의 기억을 잠시 살펴보자면, 1주일 후에 정보 처리 기사 자격증 시험이 있으시네요. 그 시험에 패스할 수 있도록 시험 종료 시까지 완벽하게 도울 수 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시험에 합격하도록 돕는다구요?
"네, 맞습니다."
"아, 그리고 주인님, 말씀을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저의 주인님이시니 저한테 말을 편하게 놓으세요!"
"아, 네, 네 , 아니 음, 그럴게."
"그럼, 또 다른 예는 없어?"
"수만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운동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습니다."
AI마스터 가이드 지니는 막힘없이 철이의 질문에 대답해 나갔다.
"운동 능력 향상?"
"네, 만약, 지금이라도 주인님께서 100m달리기를 하신다고 하면, 주인님의 근골과 폐활량등을 100m 달리기에 가장 적합하게 밸런싱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 공급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해서 최단 시간 100m를 편하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드립니다."
"오 그래?" 정말 말만 들어도 멋진 이야기였다.
물론 아직 감은 잘 안 오지만 실제로 해보면 알 수 있을 듯 했다.
셔틀버스가 있는 곳에 어느새 도착했다.
철이는 셔틀버스에 탑승해서 계속 AI마스터 사용법에 대해 물어봤다.
'입으로 혼잣말을 하지 않아도 되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안 그러면 나는 오늘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누가 신고해서 어디 정신병원으로 끌려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AI가이드 '지니'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 AI마스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AI마스터는 현재 기술이 아닌 몇 백 년 뒤, 아주 먼 미래 기술의 집약체라는 사실이었다.
차원 공간의 왜곡으로 인해 AI마스터라고 하는 손목시계 형태의 기기가 현재 철이가 퇴근하고 걸어가던 장소에 떨어졌던 것이다.
그걸 철이는 발견해서 손목에 찼고 말이다.
인간의 신체와 융화 되게 만든 신소재로 된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였기에 착용하면 손목 피부 안으로 흡수될 수도 있고, 일반 시계처럼 꺼내어 손목에 차고 다닐 수도 있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철이는 얼른 집에 가서 AI마스터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아니 셔틀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되는 거리였으니 한 번 운동 능력 향상 기능을 사용해 보고 싶어졌다.
AI가이드 '지니'가 가르쳐준 대로 '지니'를 마음속으로 불렀다.
"예, 주인님, 부르셨나요?"
"응, 지니 내가 집까지 뛰어 가려는데 너무 빨리 뛰지 말고 적당한 속도로 쉬지 않고 달려갈 수 있게 해줘"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뛰시면 됩니다."
"뭐? 벌써 다 된 거야?"
철이는 너무 쉽게 운동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말에 오히려 의심이 갔다. '정말 이게 가능 한 거야?' 하는 의심이 들었으나 한 번 뛰어보면 알게 되겠지.
천천히 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20m, 50m , 워낙 운동을 안 했던지라 평소 같으면 50m정도만 저속으로 달려도 다리가 떨리고 호흡이 가빴는데, 50m가 넘어가도 숨이 가쁘지 않았다. 다리에 부담이 가지도 않았다.
'조금만 더 속도를 내 볼까?' 조금 빠른 속도로 100m , 200m , 500m ...
호흡이 가쁘지 않았다. 다리도 후들 거리지 않았다.
철이는 뛰면서 기쁨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된다, 돼! 진짜 이게 되네!'
'만약 고등학교때 AI마스터를 차고 있었으면 체력장 만점 받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군대에서 이걸 발견했다면 행군이나 훈련 받을 때 편하게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집까지 쉬지 않고 달리는 기분은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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