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 딸이 집착해온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성섬
작품등록일 :
2024.07.28 22:03
최근연재일 :
2024.08.05 06: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42
추천수 :
0
글자수 :
128,958

작성
24.07.28 22:22
조회
10
추천
0
글자
10쪽

EP19:실기시험(1)

DUMMY


약간의 소동이 스쳐지나간 오전.

글로리아 대륙 굴지의 교육시설 헤르네스 아카데미의 필기시험이 치러지는 교실.

응시생으로 가득찬 교실에는 종이에 적혀있는 문제에 집중하여 열심히 글자를 끄적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유로운 웃음을 짓는 사람.

단 20분만에 모든 문제를 풀어내고 교실을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카렌은 그 중 문제에 열심히 집중하는 쪽의 사람이었다.

아니, 사실은 조금 다르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금빛자수가 들어간 흰펜으로 머리를 긁으며 소년이 생각했다.


‘젠장, 하나도 모르겠다.’


제대로 된 교육이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었던 카렌의 입장에서 모험가의 역사니 왕국의 창립연도니 하는 문제들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카샤가 어렸을 적에 몇 번 자녀교육차 공부해 보았던 기억은 있지만 카샤는 영재였다.

기초적인 교육 몇 번을 한 뒤에는 스스로 척척해내던 것 이다.


소년은 생각했다.


‘도대체 이게 뭐야..? 삼각함수? 왕국의 건국연도와 헤르벤왕이 내세운 4칙? 그런 걸 모험가가 알 필요가 왜 있는데!?’


기본적으로 모험가의 세계는 약육강식으로 통용되는 야생의 세계에 가깝다.

적어도 소년이 모험가를 하던 시절에 이런 쓸데없는 잡지식은 모험가에게 있어서 1도 쓸모가 없었다.

필요한 것은 힘과 센스, 그리고 약간의 임기응변 뿐.


결국 문제를 따라가지 못해 머리가 폭발하기 직전의 일 이었다.

문제를 다 풀었다는 의미로 손을 들어내는 카렌.

그에 담당교사가 다가와 시험지를 걷어갔다.


‘호오.. 이렇게 빨리 풀다니.. 응? 백지!?’


당황하는 담당교사를 무시하고 당당하게 뒷문으로 나가는 소년.

그 당당한 뒷모습에 담당교사가 혀를 내둘렀다.


...


“시험은 어땠어? 잘 봤어?”

“한 문제밖에 못 풀었어.”


복도에서 시험을 기다리던 라라의 질문에 한숨을 쉬며 대답하는 소년.

그 한심한 모습에 라라가 물었다.


“왜? 카렌은 똑똑한 거 아니었어?”

“그건 부정하진 않겠다만 공부랑 머리가 좋은 건 별개야.”

“그래? 음.. 잘 모르겠어.”


너랑 비교했을 때 누군들 안 똑똑하겠냐.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또 다시 머리를 물리기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아! 카렌~”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분홍빛 머리에 마녀모자를 쓴 귀여운 인상의 소녀 아리엘이 보여왔다.


“아리엘. 아까 전에 그건 뭐였어?”

“어? 아.. 그건 신경 쓰지마! 그것보다! 시험은 잘 봤어?”


다급히 말을 돌리는 아리엘.

이에 소년이 말려들며 답했다.


“아니.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소년의 말에 아리엘이 웃음지었다.


“에이 거짓말~ 25분만에 풀고 나가는 거 다 봤어! 쉬웠던 거지?”


그런가..아무래도 소년이 겸손을 부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 정말이야. 한 문제 빼고는 전부 백지로 냈어.”

“.. 정말로?”


진심이냐는 표정으로 질문해오는 아리엘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년.

이에 소녀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소년이 물어왔다.


“왜..? 심각한 거야?”


소년의 질문에 아리엘이 곤란한 듯 한참을 고민하더니 솔직하게 말해왔다.


“솔직히.. 필기시험을 망친다고 해서 반드시 떨어질 거라고 장담은 못해. 어쨌든 모험가양성을 목표로 한 곳이기도 하고 전투력을 평가하는 실기시험의 비중이 더 클테니까.”

“그래? 그렇다면!”

“물론 실기시험의 비중이 더 크지만 필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서.. 저 그게..”


아리엘이 손가락을 모으며 곤란한듯 말을 흐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결심한듯 솔직하게 말해오는 소녀.


“그래도 카렌은 강하니까 괜찮을지도! 시험관의 눈에만 든다면!”


아리엘의 설명은 이러했다.

헤르네스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은 필기시험의 비중이 40% 실기시험의 비중이 60%라고 한다.

거기서 점수 분배의 명확한 기준이 있는 필기시험과 달리 실기시험의 점수기준은 전부 아카데미에서 엄선된 시험관의 재량하에 결정된다는 것 이다.

즉-


“시험관 앞에서 필기시험의 점수를 덮을 만큼의 힘을 보여주면 된다는 거지?”


소년의 질문에 아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날렸다.

소년이 해야 할 일이 정해졌다.



---------



아카데미의 부지에 위치한 숲속의 어딘가.

제 7시험장이라는 글귀가 적힌 표지판너머로 열댓명의 소년 소녀들과 깐깐한 인상의 어른 남자 하나가 보여 온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있는 하얀 가면을 쓴 수상한 차림새의 소년.

그 광경을 애써 무시해내며 시험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외쳤다.


“시간이 됐으니 시험을 시작하겠다.”


깐깐한 인상의 시험관이 시험의 시작을 알렸다.


지금부터 순서대로 약 3분간 나와 대련을 하여 전투력을 측정하겠다. 먼저 1번 수험생 나오도록.”


남자의 부름과 동시에 재빨리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는 한 소년.

딱히 특이점은 보이지 않는 평범한 소년으로 무기는 장검으로 보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소년이 파이팅 넘치는 인사를 해왔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무색하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남자.

그러더니 곧 담담하게 말해왔다.


“카운트가 끝나면 시작한다. 전력으로 덤비도록. 셋..둘..”



남자의 담담한 목소리에 소년이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두 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꽉 쥐어냈다.

그에 시험관인 남자 또한 허리춤에 차고있던 레이피어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그에 긴장이 되는지 팔을 벌벌 떨기 시작하는 소년.

그럼에도 자세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에 카렌이 높은 평가를 하고있던 때였다.


“하나.”


시험의 개시를 알리는 마지막 카운트.

그에 반응해 소년이 힘찬 기합과 함께 남자에게로 달려든 순간이었다.


“하아압-!!”


채앵-!


한 합이었다.

단 한 합만에 소년의 검이 공중을 날아 바닥으로 날아가 꽂혀버리고 말았다.


“쓰레기. 다음.”


남자의 신랄한 평가에 소년이 울상을 지었다.

아무래도 결과가 예상되는 듯 울상을 지으며 아카데미의 건물 쪽으로 사라져가는 소년.

이에 카렌이 당황했다.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전의 움직임 실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잖아?’


방금 전의 평범한 소년과 시험관을 맡고 있는 남자사이의 역량의 차이는 명확했다.

그 사실을 시험관인 저 남자가 모를 리가 없을 테고 그렇다면 시험관으로써 상대의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 힘조절을 하는 것은 당연할 터.

하지만 방금 전의 남자의 움직임은 명백히 이상했다.

그것은 상대의 역량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신속하게 제압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것 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때였다.


“쓰래기,다음.”

‘벌써!?’


카렌이 남자의 시험관으로써의 역량을 의심할 새도 없이 또 한 명의 응시생이 남자의 신랄한 말과 함께 아카데미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다음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는 상대의 실력을 측정할 생각은 없이 단 한합만에 시험을 끝내버리고 있었다.

이에 소년의 어안이 벙벙해진 순간이었다.


“큰일이구만. 하필 마리우스 카르디에고라니 운도 없내.”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곧 금발 머리에 여유로워 보이는 인상의 미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아 반가워. 내 이름은 기슈 에드몽. 너의 바로 앞차례야.”


에드몽..귀족인가.

아니 중요한 것은 소년의 정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방금 전에 그가 흘린 말이었다.


“저 시험관. 아는 사람이야?”


카렌의 질문에 자신의 이름을 기슈라고 밝힌 소년이 말해왔다.


“응. 아카데미에서나 사교계에서나 꽤 유명한 사람이야. 마리우스 카르디에고. 카르디에고 가문의 차남이고 아카데미를 수석졸업하고 기사단에 들어가 대활약. 연합의 추천으로 아카데미의 교사가 된 엘리트야. 그리고...”


의미심장하게 말을 덧 붙혀 오는 기슈.


“아카데미내에서도 유명한 귀족파벌의 교사야. 즉 서민들을 엄청 싫어한다는 거지.”


...대충 알았다.

12년전에도 있었다.

아니 무척 많았다.

정치에 서민이 끼어들면 안 된다니, 우리는 선택을 받았니 뭐니, 서민들의 품격이 어떻니저렇니 궁시렁궁시렁 떠들어대던 어중이 떠중이들.


...

사태파악이 끝낸 소년이 물어왔다.


“그런데 기슈라고 했나? 그걸 나한테 왜 알려주는 거야?”


그런 너무나도 당연한 의문에 기슈가 답했다.


“너한테 흥미가 있어서. 그 가면은 왜 쓰고 있는 거야? 귀족인 걸 숨기고 있다던가?”

“설마. 그냥 개인적인 사정이야. 묻지는 말아줘.”


흐음 과연..이라고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이는 금발머리의 소년.

그때였다.


“다음. 18번 수험생 기슈 애드몽.”

“네~”


순식간에 17명의 응시생을 보내버린 남자가 기슈의 이름을 불러냈다.

그에 반응하여 카렌을 향해 씩- 웃더니 여유롭게 남자의 앞으로 걸어나가는 소년.

그렇게 남자가 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


당연하게도 기슈의 결과는 합격이었다.

저렇게까지 노골적일 수 있다니...

17명의 수험생을 한 명도 빠짐없이 단 한합으로 보내버려 놓고 저 녀석에게만 3분이라는 시간을 쓰다니...

17명에게 쓴 시간보다 저 녀석 한명에게 쓴 시간이 훨씬 많은 듯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그런 복잡한 소년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윙크를 날려오는 기슈....

한 대 때릴까.

그렇게 여유로웠던 이유도 자신이라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랬던 걸까.

다만 기슈의 실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약간의 여유를 부릴 정도는 되는 실력이라는 게 카렌의 평가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던 때 였다.


“다음 19번 응시생. 나오도록.”


19번.

카렌의 시험번호.

번호를 불린 가면을 쓴 소년이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 익숙한 빙검을 생성해내며 생각했다.


좋다. 그럼 여기서 선택하자.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 아슬아슬하게 이긴다.

두 번째 처참할 만큼 압도적으로 짓밟는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장단점이 있었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저 망할 도련님의 미래는 처참할 것 이라는 것.


마리우스가 종말을 향한 카운트를 전부 세낸 순간이었다.

소년이 기분나쁜 웃음을 지어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사인 딸이 집착해온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EP23:폭풍전야 24.08.05 9 0 10쪽
22 EP22:푸른 머리의 신임교사 24.08.05 5 0 13쪽
21 EP21:결투신청 24.07.29 11 0 14쪽
20 EP20:실기시험(2) 24.07.28 13 0 12쪽
» EP19:실기시험(1) 24.07.28 11 0 10쪽
18 EP18:카샤 그리고 현우 24.07.28 11 0 13쪽
17 EP17:의외의 얼굴 24.07.28 12 0 16쪽
16 EP16:그가 없는 봄 24.07.28 12 0 10쪽
15 EP15:헤르네스 입성 24.07.28 10 0 14쪽
14 EP14:아카데미 24.07.28 12 0 15쪽
13 EP13:정상이 아닌 두 사람 24.07.28 7 0 11쪽
12 EP12:이름 24.07.28 10 0 12쪽
11 EP11:구사일생 24.07.28 8 0 10쪽
10 EP10:결국 24.07.28 9 0 10쪽
9 EP09:오래된 맹세 24.07.28 10 0 10쪽
8 EP08:탈출 24.07.28 14 0 15쪽
7 EP07:수상한 첫 만남 24.07.28 15 0 14쪽
6 EP06:드디어 세계로 24.07.28 17 0 13쪽
5 EP05:본론 24.07.28 19 0 13쪽
4 EP04:너무 많이 아는 남자 24.07.28 24 0 13쪽
3 EP03:본모습 24.07.28 22 0 11쪽
2 EP02:평범한 고등학생 24.07.28 29 0 16쪽
1 EP01:죽음 24.07.28 54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