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 딸이 집착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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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섬
작품등록일 :
2024.07.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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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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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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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이름

DUMMY



어린 소녀의 외침탓에 나이트울프무리의 시선이 소년에게로 향해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전투의 조짐에 소년이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낸 순간이었다.


녀석들이 소년을 무시하고 가던길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과연.. 오늘의 사냥감은 저걸로 충분하다는 건가’


나이트 울프는 생각보다 똑똑한 몬스터다.

하루 사냥감의 할당량을 채우거나 자신들 보다 강해보이는 상대에게는 덤벼들지 않는 특성이 있는 것이다.

녀석들의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오늘의 사냥감은 저 하얀 소녀 하나면 충분한 듯 보였다.


“그럼.. 나는 예정대로 헤르네스로 가볼까?”


“그러지 말고 나 좀 도와줘!!”


하얀 소녀의 외침에도 소년의 발걸음에는 고민이 없었다.

그저 소녀의 옷깃을 물고 있는 나이트울프무리들의 반대방향으로 유유히 사라져갈 뿐.

그 여유로운 뒷모습에 대고 소녀가 외쳤다.


“당신이 그러고도 영웅이야!? 당신은 영웅자격 박탈이야!!”


한 순간 소녀의 그 외침에 소년이 등을 돌렸다.


‘나보고 영웅이라고?’


명백히 이상했다.

소년이 부활한 용사임을 아는 이는 자신과 여신 라이라밖에 없을 터.

그런데 일개 요정에 불과해 보이는 저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정체를 아는 것 일까?


고민은 필요 없었다.

궁금하면 바로 확인하면 되는 거니까.


“너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애는 양보해줘야겠다.”


그 말과 동시에 소년이 나이트 울프무리들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크르르-!”


그러자 녀석들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돋움닫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그 선택은 추천하지 않는데. 너희는 충분히 현명하잖아?”


소년의 주위로부터 푸른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두 눈을 부릅뜨고 녀석들의 선두에 선 우두머리를 노려보기 시작하는 소년.


순수한 살기였다.

우둔한 몬스터의 머리조차도 이해할 수 있는 압도적인 살기.

그리고 그 살기속에 담겨진 끝을 알 수없는 방대한 힘.

나이트 울프의 우두머리가 그 뜻을, 생물로써의 차이를 이해한 순간이었다.


물고 있던 하얀 소녀를 내려두고 소년의 반대방향으로 사라져가는 녀석들

멀어져가는 늑대들의 뒷모습을 보며 소년이 말했다.


“미안한 짓을 해버렸군.”


기껏 잡은 먹이를 빼앗긴 꼴이 되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 이다.

부디 녀석들이 다른 먹잇감을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소녀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소년.


맑은 오후의 햇빛을 맞아 빛나는 반투명한 은색의 단발, 소년과 같은 푸른 눈.

하얀색 원피스에 등으로부터 새파란 요정의 날개 같은 것이 돋아나있는 전체적으로 귀여운 인상의 어린 여자아이가 흙이 묻은 옷을 훌훌 털어내며 일어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빨리 구해줄 것이지.. 용사라는 게 뭐 저래.. 중얼중얼”


그러면서 무엇이 불만인지 소년쪽을 째려보는 소녀.

그 직후였다.

소녀의 몸이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곧 소년의 눈높이에 자신의 눈을 맞춰왔다.


“어쨌든 첫 인사내! 조금 더 일찍 구해주지 않은 건 괘씸하지만 반가워 영웅씨!”


소녀의 인사에 소년이 황당해하며 답했다.


“굳이 구해줄 필요도 없었잖아.너 요정인거 맞지?”


소녀의 등에 돋아난 날개를 가리키며 지적해오는 소년.


요정.

오래된 숲이나 버려진 폐가,유적지같은 곳에서 가끔식 나타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로 등에 날개가 돋아나있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 특징인 종족이다.


사람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지만 어째선지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과는 동떨어진 사상을 가진 녀석들이 대부분이기에 사람들과 엮이는 일은 보통 없고 정확한 생태 조차도 알 수 없는 신비에 둘러싸인 생물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요정이라는 생물은 나이트울프 따위에게 쉽사리 당할 생물은 아니라는 것 이다.

소년이 하얀 소녀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만약 정말로 물려가는 것이 평범한 어린 아이였다면 딸바보의 DNA가 발동한 소년이 순식간에 녀석들을 짓밟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던 때였다.

소녀가 허리를 펴내며 소년의 지적에 반발했다.


“그런 마력덩어리 짝퉁 따위들과 비교하면 섭섭하지!”

“그럼 뭔데?”

“이 몸은 바로 여신님이 당신에게 보낸 가이드! 즉 여신님의 사자, 천사님이야!”


가이드? 여신의 사자? 천사?


‘아아.. 라이라가 보낸 녀석이었나’


그러고 보니 요정은 본디 천사로부터 파생된 생명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굼뜨고 멍청한 영웅씨를 위해서 꼼꼼하고 현명한 내가 이 세상을 안내해주도록 하겠어! 영웅씨 4년동안 잠들어있으니 그 정도 도움은 필요하겠지?”


어깨를 펴내며 선심 쓰듯 말해오는 소녀.

이에 소년이 답했다.


“아니. 딱히 그런 거 필요 없는데. 나도 알 만큼은 다 알고있고”


손사래를 쳐오는 소년.

그 예상치 못한 반응에 소녀가 당황했다.


“에? 나 여신님의 사잔데? 영웅씨는 4년 동안 잠들어있었으니까 정보가..”

“필요 없어. 그런 건 직접 보고 느끼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차가운 뒷모습과 함께 소년이 등을 돌린 순간이었다.


“그렇지 않아! 틀림없이 도움이 될 거야! 그러니까 두고가지 말아줘 영웅씨!!”



소년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기 시작하는 소녀.

그 탓에 소녀의 새하얀 원피스가 더러운 바닥에 쓸려 흙투성이가 되고 있었지만 소녀는 딱히 개의치 않은 듯 보였다.


“시끄러워! 시끄러운 꼬맹이가 붙어 있어봤자 짐만 된다고 솔직하게 말할 순 없잖아!!”

“아니 지금 다 말했는데요!? 영웅씨 나 상처받아!?”

“어쩌라고!? 알아들었으면 순순히 원래 있던 경계인지 명계인지 하는 곳으로 냉큼 돌아가!”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는걸!! 여기서 버려지면 밥도 못먹고 혼자서 떠돌아 다녀야 돼! 박스의 사자가 되버리고 말아앗!!”

“붙어있으려는 이유가 그거였냐!? 천사치고는 너무 속물적이다만??”


그렇게 소녀가 울먹이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소년이 잡힌 다리를 흔들며 실랑이하기를 십여분.

소년이 제안을 꺼냈다.


“헉..헉.. 좋아. 그럼 기본적인 의식주는 내가 해결해줄 테니 그때까지만 함께하면 되는 거지?”

“그래! 좋아!”


소년이 꺼낸 제안을 해맑게 수락해오는 자칭 천사님.


‘이딴 게.. 천사?’


진심으로 라이라의 인사고과를 의심하며 소년이 가쁜 숨을 달랬다.

무언가 대화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랜트와 싸웠을 때보다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다.


어쨌든 그런 기운 빠지는 대화를 통해서 깨달은 것이 두 개 있다.

첫 번째로 저 천사라는 녀석은 바보다.

두 번째는 여신님이라고해서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 이다.

...


‘진짜로 쓸모없내.. 저 천사님.’


그런 실례되는 생각과 함께 소년이 벌컥벌컥 계곡물을 들이마시는 소녀에게 물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함께 지낼테니 통성명은 해야겠지? 이름이 뭐야?”

‘천사라고 했으니.. 조금 멋있으려나?’


천사라고하면 세간의 인식은 새하얗고 거대한 날개를 달고 현세로 내려와 사람에게 여신의 전언을 전하고 사라지는 신비에 둘러싸인 다른 차원의 존재정도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는 보통 멋들어진 이름이 붙어있고는 했다.

대표적인 천사인 미카엘이나 가브리엘처럼...



아마 눈앞의 소녀도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있던 때였다.

소녀가 답해왔다.


“아직 없어.”

“없다고?”


소년의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여오는 소녀.


“여신님.. 조금 매정한 거 아냐?”


이런 어린아이를 이름도 지어주지 않고 보내다니..

여신님 치고는 조금 애정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그런 여신님에 대한 뒷담화와 함께 소년이 제안해왔다.


"알았어. 그럼 지금부터 지어보자.“

“응! 예쁘게 지어줘!”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이 기쁜 것 인지 날개짓하며 요리조리 소년의 주위를 돌아다니는 소녀.

처음 대화를 나누면서도 생각한 거지만 천사보다는 어린아이에 가까운 녀석이다.

그렇다면 이름도 그에 맞게 짓는 것이 도리겠지.


“흠.. 로로 숲에서 만났고 라이라의 부하니까.. 라라어때?”


소년의 제안에 소녀가 표정을 구겼다.


“너무 대충 짓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귀엽고 어울리니까 상관없지않아?”

“그.. 그래?”


소년의 칭찬이 기쁜 듯 또 다시 날개를 파닥거리는 소녀.


대충 지은 것엔 불만을 가지더니 귀엽다니까 금방 좋아하고..

이 단순한 생명체는 대체 뭘까?


라는 의문과 함께 소년이 천사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있던 때였다.

소녀가 말해왔다.


“그럼 그 이름으로 할게! 잘 부탁해 카난!”


라는 새삼스러운 인사와 함께 해맑은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오는 라라.

그에 소년이 당황했다.


“그.. 그 이름으로는 부르지는 말아줄래?”


손사래를 치며 말려오는 소년에게 라라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왜?”

“그게 흔한 이름도 아니고 그렇게 불리면 내 정체가 들킬 수도 있잖아.”

“그럼 젠은?”

“그건 더 안돼지!!”


카난이나 젠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년의 백발에 푸른 눈이라는 조합이 흔한 외형도 아닐 뿐더러 카난이라는 이름이 흔한 이름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런 이름을 본인이 사용하고 다닌다면..

아마 정체가 탄로나는 건 시간문제일 터이다.


‘그렇다고 젠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꺼림칙하고..’


진서윤때도 느꼈지만 역시나 최선은 새로운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뭐가 좋을까..”


소년의 혼잣말에 라라가 반응해왔다.


“뭐가?”

“내 새로운 이름...”


감이 안잡히는듯 소년이 고개를 기울이며 한참을 고민해내던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떠오른 아이디어에 소년이 의견을 피력해왔다.


“카이젠 어때?”


소년의 아이디어에 라라가 표정을 구기며 대답했다.


“영웅씨랑 안 어울리는거 같은데”

“카인은?”

“그런 멋들어진 이름은 안어울려.”

“카이?”

“유치해! 왜 전부 앞글자에 '카'가 붙는 거야!?”

"멋지니까!"

"어쨋든 유치해!"


라라의 계속되는 태클에 소년이 반발했다.


“그럼 너가 지어주던가!”


소년의 제안에 라라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해왔다.


“음.. 그럼 카렌은 어때? 동방대륙에서는 가련하다는 뜻을 가진 이름인데”


라라의 제안에 소년이 고민했다.


“그건 여자이름 아니야? 남자이름으로 가련하다는 건 조금..”


바보천사가 생각해낸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센스였지만 무언가 걸렸다.

다소 여성스럽게 느껴지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울리니까 상관없잖아? 당장 외형만 봤을 때는”

“윽..”


의외로 날카로운 소녀의 지적에 카렌이 입을 꾹 닫아냈다.

그러더니 곧 ‘하긴..상관없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걸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임시로 사용할 이름 따위에 시간을 끌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이러고 있는 순간에도 라이라가 말했던 세계의 재앙은 다가오고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아무래도 좋은 닉네임따위 대충 정해버리면 되는 것 이다.


그렇게 소년이 입을 때냈다.


“그럼 그걸로 할까? 모처럼 너가 지어준 이름이기도 하고”

“헤헤 어때? 맘에 들지? 내 센스 괜찮지 않아?”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기뻤는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오는 라라.


"그렇게 좋냐?"


라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그 모습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마왕이 되기 전의 8년간 자신과 함께해왔던 소녀.

카샤와 라라가


자신을 향해 해맑게 미소 지어오는 라라의 모습이 마치 우울해하다가도 자신을 보면 늘상 웃음꽃을 피어오던 그녀, 카샤와 똑닮아 있었기에 한순간 소년의 표정이 굳은 순간이었다.


“왜 그래?”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어오는 라라.

그 질문에 정신이 번뜩인 소년이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잘 부탁할게 라라.”

“응! 카렌!”


그런 새삼스러운 인사와 함께 서로 손을 내밀어오는 두 사람.

그렇게 서로의 손이 겹쳐지고 곧 라라의 따스한 온기가 손길을 통해 전해져왔다.

그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소년은 생각했다.


‘카샤.. 다시 만난다면.. 그때처럼 웃으며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없는 생각과 함께 소년은 라라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상냥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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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19:실기시험(1) 24.07.28 10 0 10쪽
18 EP18:카샤 그리고 현우 24.07.28 10 0 13쪽
17 EP17:의외의 얼굴 24.07.28 10 0 16쪽
16 EP16:그가 없는 봄 24.07.28 9 0 10쪽
15 EP15:헤르네스 입성 24.07.28 9 0 14쪽
14 EP14:아카데미 24.07.28 11 0 15쪽
13 EP13:정상이 아닌 두 사람 24.07.28 7 0 11쪽
» EP12:이름 24.07.28 9 0 12쪽
11 EP11:구사일생 24.07.28 7 0 10쪽
10 EP10:결국 24.07.28 8 0 10쪽
9 EP09:오래된 맹세 24.07.28 9 0 10쪽
8 EP08:탈출 24.07.28 13 0 15쪽
7 EP07:수상한 첫 만남 24.07.28 14 0 14쪽
6 EP06:드디어 세계로 24.07.28 16 0 13쪽
5 EP05:본론 24.07.28 18 0 13쪽
4 EP04:너무 많이 아는 남자 24.07.28 21 0 13쪽
3 EP03:본모습 24.07.28 21 0 11쪽
2 EP02:평범한 고등학생 24.07.28 28 0 16쪽
1 EP01:죽음 24.07.28 5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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