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 딸이 집착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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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섬
작품등록일 :
2024.07.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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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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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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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실기시험(2)

DUMMY

마리우스 카르디에고는 귀족이었다.

귀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나라의, 왕의, 그리고 나아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자들을 일컫는 말 이다.


마리우스는 자신이 귀족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귀족에게는 힘이 있다.

돈이 있다.

권력이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이 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마리우스가 지겹도록 들어왔던 말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지금까지도 그의 마음에 남아 마리우스 카르디에고라는 사람을 이루는 구성요소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힘과 권력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중요시하는 그가 주어진 책임이라곤 없이 세계를 모르고 오직 앞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평민들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했다.

처음은 이해할 수 없는 무지였다.

태어날 적부터 힘과 지위에 따른 책임이 있었던 그에게 있어서 그것이 없는 인간이란 상상조차 가지 않는 족속이었다.

그리고 곧 알게 되었다.

그들은, 평민들에게는 신념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들은 어떠한 것도 짊어지지 않은 체 그저 분수에 넘치는 지위나 돈에 대한 욕심만이 가득한, 혈통도 국가도 세계도 그 어느 것도 짊어지지 않은.

오로지 눈앞의 내일만을 보고 살아가는 그런 단세포적인 생물들이었다.


그리고 지난 12년간의 세월간 군단과의 전쟁에서 그들은 활약했다.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하나 둘 정계와 사교계, 연합에 서민출신의 모험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나아가 그들중에 세계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책임자’의 자리에 오르는 이들도 있었다.


마음에 안 들었다.

자신의 혈통도, 역사도, 세계를 짊어진다는 것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 들이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이들사이에 섞인다는 것이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불만은 ‘극단적인 엘리트주의‘라는 형태로 마리우스 카르디에고를 갉아먹었다.

물론 마리우스는 일개 교사에 불과하기에 서민들이 득세하는 시대의 흐름을 막아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짊어진 것도 없는 이들이 기사가 되겠답시고 멋도 모르고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 쯤은 교사의 권한으로 어찌저찌 막아낼 수 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개미떼같은 서민들의 득세를 막아낼 수는 없을 것 이다.

하지만 당장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소소한 것 뿐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면 그것이라도 한다.

그것이 귀족인, 하늘의 선택을 받은 핏줄의 의무라고 마리우스는 생각했다.



...



‘19번 응시생. 카렌.. 서민이군.’


수상쩍은 가면을 쓴 소년을 보며 카르디에고는 생각했다.

한 번씩 있었다.

정계의 사정으로 신분을 숨기고 일반 서민인척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 응시하는 귀족출신의 자제들이.


카르디에고는 고민했다.

다른 서민들처럼 한 합에 탈락시켜버릴까.

아니면 서민인 척하는 귀족출신의 자제라는 가능성에 걸어 지도기를 할까.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하나, 둘, 셋.”


좋다.

결정했다.

정체를 숨긴다는 것은 걸리는 것이 있다는 것.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당당하지 못한 자가 기사가 짊어져야 할 ‘책임’을 알 리가 없다.

그런 생각과 함께 카르디에고가 전력으로 레이피어를 휘둘러낸 순간이었다.


채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카르디에고의 레이피어에 부딪혀 튕겨 나가는 빙검과 소년.


‘역시 이 녀석도 글렀군.’


그런 생각을 한 순간이었다.

남자의 공격과 동시에 소년이 그 튕겨져 나간 힘을 이용해 한 바퀴 회전하며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의 눈앞으로 다가오는 소년의 빙검.

그를 인지해낸 남자가 재빠른 찌르기로 소년의 공격을 막아낸 순간이었다.


“마.. 막았어!!”


뒷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응시생 하나가 소리쳤다.

뒤이어 다른 응시생들도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방금 그 움직임은 도대체 뭐야!? 한 순간이라서 제대로 못 봤어! 저 가면 대단한 녀석인가!?”

“바보야! 저 녀석도 귀족일 게 뻔하잖아!”

“바보는 너야! 처음의 그 공격은 누가 봐도 진심이었잖아!”


소년의 심상치않은 움직임에 웅성대기 시작하는 응시생들.

그를 무시하고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니 녀석. 어느 가문의 사람이냐. 보통 검술이 아니군.”


남자의 질문에 카렌이 코웃음치며 답했다.


“그런 거 없어. 왜? 평민이 이런 검술을 쓰니까 신경쓰여?”


그럴 만도 했다.


'비랑'

소년이 구사해낸 검법은 동방의 국가 사한의 명문가 ‘진’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비랑’이라는 이름의 특수한 검법이었다.

과거에도 그 아름다우면서도 특색이 있는 검술에 많은 무인들이 매료되고는 했다.

검술에 정통해 보이는 카르디에고가 관심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


“건방지긴.. 너에게는 분에 넘치는 검술이다.”

“자각은 하고 있어.”


실제로 이 ‘비랑’은 소년의 성향에는 맞지 않는 검술이다.

사실은 방금 카르디에고에게 보였던 검법 또한 온전한 ‘비랑’이 아닌 다소 소년의 방식으로 어레인지한 것 이기도 하다.

실은 소년이 선호하는 거친 타입의 검법을 구사할 수도 있었지만 남자의 관심을 끌어내기에는 ‘비랑’쪽이 더 적절했다.


“꽤나 실력이 있어 보이긴 한다만 기사나 모험가는 단순한 힘만으로는 되는 것이 아니다. 너는 그것을 알고 있나?”


“글쎄. 내가 아는 모험가란 힘이랑 배짱으로 먹고사는 녀석들이라서.”

“... 역시 너희들에게는 품격이 부족해!”


소년의 대답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갑작스레 소년을 향해 날카로운 레이피어를 찔러오는 남자.


“빠..빠르다!!”


그 재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에 주위사람들이 탄성을 내지른 순간이었다.

그런 카르디에고의 뛰어난 실력마저 덮어버릴 정도의 충격적인 광경이 관중의 눈앞에 펼쳐졌다.


“느려.”

“!!”


그 말과 동시에 남자의 레이피어를 피해 허리를 숙이는 소년.

이에 남자가 눈썹을 찌푸릴 틈도 없이, 소년이 하늘을 향해 빙검을 휘둘러냈다.


‘채엥-!!’


그 재빠른 검격에 카르디에고의 레이피어가, 17명의 응시생을 단 15분 만에 제압해냈던 레이피어가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땅으로 꽂혔다.


“카.. 카르디에고가..”

“시험관이 졌어!!”

“시험관인게 중요한 게 아냐! 그 마리우스 카르디에고가 저런 이상한 가면쓴 관종한테 졌다고!”


‘관종.. 나 그렇게 보이는 걸까.’


무심코 들려온 말에 카렌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

어쨌든 됐다.

자연스럽게 시험관 교사를 쓰러뜨림으로써 주위사람들과 교사의 주목을 끌었다.

나쁘지 않은 첫 시작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카르디에고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소년.

세상 넓은 줄 모르는 도련님이 충격을 받았을까 싶어 괜시리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남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땅에 꽂혀있던 레이피어를 쥐어내 허리춤의 칼집에 집어넣고 있었다.

아무래도 카르디에고는 앞뒤 꽉 막힌 귀족도련님 치고는 멘탈이 좋은 축에 속하는 듯했다.


“합격이다 19번.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 사실을 명심하도록. 가봐도 좋다.”


그 말만을 남긴 체 쿨하게 다음 순서의 응시생을 호명하는 카르디에고.

그런 남자의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에 소년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냈다.

하지만 더 할 수 있던 일는 없었고 원하는 결과도 얻어냈기에 소년은 조용히 시험장을 빠져나갔다.

뒷맛이 영 찜찜한 결과였다.



--------------------



“아깝다! 그런 싸가지 박살을 내버렸어야지!”


실기시험의 내용을 들은 라라의 대답이었다.


“물론 그럴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기준이 있어 보이기도 했고 태도를 빼면 평가자체는 타당했으니까. 꽤 유명한 녀석인 것 같았고.. 한 방에 이겨버리면 주목도가 과하게 쏠릴 위험이 있어.”


게다가 그런 이름 있는 집안의 유망한 도련님들과 척을 지면 좋을 일은 없다.


오히려 원한을 사 안좋은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너무나도 크다.

순전히 경험에서 나온 교훈이었다.


“그래도 카렌! 합격했다는 건 무사히 모험가가 돼서 돈을 왕창벌 수 있게 됐다는 거지!?”

“당장은 아니지만 말이야. 걱정하지마. 금방 활약해버려서 지명퀘스트?라는 걸 받아 돈벼락을 맞게 해줄 테니까.”

“와이!”


그렇게 두 사람이 사람들이 노나디는 복도 한가운데서 꿈에 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자축해내던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소년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왔다.


“걱정마라고. 헤나 베이커리의 빵뿐만이 아니라 헤르네스 빵집을 전부 거덜내.. 누구야?”

“카렌..카렌..”


이 금방이라도 힘이 빠질 것만 같은 여자아이의 목소리...

카렌이 알고있는 한 주변에 이런 목소리를 가진 소녀는 한 명 뿐이었다.

등을 돌려내자 곧 자신의 어깨를 귀여운 검지로 톡톡쳐내는 오렌지색의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내린 귀엽지만 덤덤한 인상의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첼시. 시험은 끝났어? 합격은?”

“헀어..”

“그렇구나. 축하해.”


갑작스런 호재에 축하의 말을 건낸 카렌.

그런데 어째선지 소녀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것보다.. 저기.. ”


그런 어둔 표정과 함께 손가락으로 시험장이 있는 숲속을 가리키는 소녀.

그에 소년이 의문부호를 띄운 순간이었다.


“아리엘이.. 대위기..”

“뭐라고?”

“어서.. 따라와..”


그렇게 첼시의 갑작스런 안내를 따라 라라와 함께 숲속을 달리는 소년.

그렇게 짧은 시간을 달리자 곧 인파가 몰려있는 시험장이 보여왔다.

아무래도 작은 소동이 일어난 듯 시험장 주변을 가득 채운 인파.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곧 말싸움을 하는 두 사람이 보여왔다.


한 쪽은 멋들어지게 정리한 콧수염이 인상적인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그리고 나머지 한 쪽은 소년에게 너무나도 익숙할 마녀 모자를 쓴 소녀.

아리엘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에서 불만가득한 표정으로 콧수염의 남자를 째려보는 응시생으로 보이는 소년 소녀들.

그런 그들의 험악한 표정이 무섭지도 않은지 남자가 능청을 부려왔다.


“그러니까 몇 번이고 말했을 텐데요. 더 이상 당신들의 평가에 할애할 시간은 없다고 말이에요.”


그에 아리엘이 따지듯 답했다.


“헛소리!! 귀족출신의 사람들을 합격시키려고 꾸며낸 술수잖아요! 당신도 교사라면 적어도 정당한 평가정도는 해주셔야죠!”


소녀의 당연한 정론에 남자가 콧수염을 매만지며 귀찬은 듯이 답했다.


“그러니까 몇 번이고 말했을 텐데요. 당신들의 실기능력 따위는 이미 서류상으로 판별이 끝났다고요.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까요? 이래서 서민이란..”

“그.. 그런 게 어딨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도끼눈을 뜨고 서로의 눈을 째려보는 두 사람.

이에 상황파악을 끝낸 카렌이 표정을 구겼다.


‘아아... 귀찮은 상황이 됐구만.’


안 봐도 뻔했다.

저 콧수염 녀석이 귀족집안의 도련님들에게만 실기시험을 치루게 하고 평민들은 전부 시험도 없이 조기탈락 시킨 것으로 보였다.

그 증거로 이미 시험을 치뤄낸 듯한 도련님과 아가씨들이 콧수염 남자의 뒤편에서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다른 응시생들을 비웃고 있었다.


참..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한치의 예상을 벗어나질 않는다.

아까 전의 카르 뭐시기 녀석 때도 느꼈던 거지만 세월이 지나도 아카데미는 아카데미, 귀족은 귀족이다.

오랜 인류의 역사동안 자연스레 생겨났던 혈통주의의 폐단은 모든 인류가 합심해서 싸웠던 마수전쟁이후에도 사리지지 않았던 것 이다.


“저기 카렌! 어떡해 이거!? 아리엘이 대위기야!”


불안한 듯 발을 동동굴러오는 라라.

이에 소년은 고민했다.


아리엘은 소년이 카렌으로써는 두 번째로 사귄 친구이다.

알고 지낸 기간은 며칠정도로 짧았지만 여러 대화를 나누고 약간의 도움을 받으면서 나름의 정이 들어있는 것 이다.

그리고 그런 정이 있는 친구의 위기를 무시하고 넘어갈 만큼 카렌은 냉혈한이 아니다.

그녀의 능력이 부족하여 시험에서 탈락하는 거라면 카렌도 어찌 할 수 없었을 것 이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른 문제다.


‘약간의 도움은 줘도 되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소년이 움직이려한 순간이었다.


“이게 무슨 일 이지?”


갑작스레 들려온 낮은 목소리에 전원의 시선이 쏠렸다.

그에 소년 또한 고개를 돌려내자 곧 익숙한 남자가 보여왔다.

실기시험에서 카렌을 담당했던 교사.

마리우스 카르디에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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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19:실기시험(1) 24.07.28 9 0 10쪽
18 EP18:카샤 그리고 현우 24.07.28 10 0 13쪽
17 EP17:의외의 얼굴 24.07.28 9 0 16쪽
16 EP16:그가 없는 봄 24.07.28 8 0 10쪽
15 EP15:헤르네스 입성 24.07.28 8 0 14쪽
14 EP14:아카데미 24.07.28 11 0 15쪽
13 EP13:정상이 아닌 두 사람 24.07.28 6 0 11쪽
12 EP12:이름 24.07.28 8 0 12쪽
11 EP11:구사일생 24.07.28 7 0 10쪽
10 EP10:결국 24.07.28 8 0 10쪽
9 EP09:오래된 맹세 24.07.28 8 0 10쪽
8 EP08:탈출 24.07.28 13 0 15쪽
7 EP07:수상한 첫 만남 24.07.28 13 0 14쪽
6 EP06:드디어 세계로 24.07.28 15 0 13쪽
5 EP05:본론 24.07.28 18 0 13쪽
4 EP04:너무 많이 아는 남자 24.07.28 21 0 13쪽
3 EP03:본모습 24.07.28 21 0 11쪽
2 EP02:평범한 고등학생 24.07.28 28 0 16쪽
1 EP01:죽음 24.07.28 5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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