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 딸이 집착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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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섬
작품등록일 :
2024.07.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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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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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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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9:오래된 맹세

DUMMY

주저앉은 체 전의를 완전히 잃어버린 파랑매를 향해 소년이 외쳤다.


“저게 도대체 뭔데!? 뭐 길래 그러는 거야!?”

“국토섬멸기동병기 '플랜트'.. 자이로 박사의 역작이야.”

“자이로 박사...?”


‘그 영감탱이.. 살아있었나?’


자이로.

뇌에 익은 이름이었다.

12년 전 소년이 카난이었던 시절부터 4년전 젠이 군단의 마왕이었던 시절까지 오랜 세월간 군단의 수뇌부로써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노령의 미치광이 과학자.


‘과연 못 본 사이 실력이 또 늘었군. 그 영감탱.’


다만 현재 그 빌어먹을 뱅글이 안경 영감의 생사여부따위는 중요치 않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플랜트라는 녀석은 불길한 붉은 렌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을 소년들쪽으로 비춰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어서 도망쳐야 할 거 아냐!?”


소년의 일갈에 여인이 답했다.


“소용없어.”

“어째서야!?”


여인의 힘없는 대답에 소년이 황당해하며 물었다.

이에 대답을 이어가는 파랑매.


“아까 전에 이 샤디브라는 나라의 상황이 어떤지 물었지?”

“응”

“이 샤디브는 나라 전체가 군단에게 완전히 먹혀버린.. 녀석들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나라야.”

“...”


대충 짐작하고 있던 내용이었다.

그야 그것이 녀석들의 방식이었고 지금이라고 해서 다르지도 않을 테니.


“4년전.. 패전 후 전력이 80%가까이 줄어들었던 군단이 이 나라를 손에 넣은 방법이 뭐일 것 같아?”


여인의 물음에 소년이 의문의 표시로 고개를 기울였다.


“녀석들은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투에 어떤 기계를 투입시켰어. 결과는 아까 말했던 대로고”

“설마..”


소년의 추측에 여인이 확신을 불어넣었다.


“그래. 이 녀석.. 플랜트가 한 번 시작한 전투를 멈추는 일은 없어. 목표한 적을 전부 섬멸하지 않는 이상에는”

“그래도 도망정도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소년의 되물음에 여인이 흘리는 땀을 닦아내며 답했다.


“녀석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플랜트는 단 한 대밖에 없었어. 왜 인줄 알아?”


소년의 침묵에 파랑매가 말을 이어갔다.


“단 한 대만으로 이 나라를 집어삼킬 수 있다고 판단한 거야. 결과는 보이는 대로고.. 도망쳐 봤자 저 녀석은 한 나라를 집어삼킨 기동력으로 추격해오겠지. 그러니까"


그 말과 동시였다.

파랑매가 품에서 수박만한 크기의 기계적인캡슐을 꺼내들더니 그 안에 품고 있던 기밀서류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도박을 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무슨 소리야?”


여인이 비장한 표정으로 답해왔다.


“이 기밀 서류는 반드시 연합에 도착해야만 해. 우리가 가져다주지 못한다면.. 건너편의 누군가가 전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그 말과 동시에 여인이 인류의 미래가 걸려있는 캡슐을 광할한 바다로 던져내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그럴 필요는 없어.”


소년의 말에 파랑매의 움직임이 멈췄다.

행동을 멈춘 파랑매가 슬며시 소년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플랜트를 바라보고 있는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서?”


여인의 질문에 소년이 말없이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라를 집어삼켰던 괴물.

‘플랜트’의 앞으로


“지금.. 뭐하는 거야?”

“뭐하긴? 끝까지 쫓아온다며? 그럼 막아야지.”


소년의 말을 한 순간 이해하지 못한 여인이 벙찐 표정을 짓다 다급히 외쳤다.


“너.. 바보야!?”


여인의 외침에 소년이 작게 미소 지었다.


‘너 바보야!?’


...

잊고 있었지만 귀에 익은 욕이었다.

꽤나 오래전

이제는 다 잊혀져간 까마득한 과거나 다름없던..

아마도 소년이 가장 빛나던 시절 빈번히 들었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건 아머드 슈트나 드론하고는 차원이 다른 괴물이야! 인간이 상대할 물건이 아니라고!!”


여인의 일갈에도 소년은 그저 작게 웃었다.


강력한 적에게 홀로 걸어나가는 소년.

그리고 그걸 말리는 누군가

꽤나 오랜만에 겪어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웃을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다.


소년이 입을 열었다.


“그 기밀 서류라는 게 없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했지?”


소년의 질문에 파랑매가 침묵으로 긍정했다.

이에 소년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너가 만들어줘. 인류의 미래라는 걸. 녀석은 내가 반드시 막아보일 테니까.”

"그럴 수는 없어!! 나보다도 어린 너가 저런 괴물을 상대로 목숨을 잃게 만들 수는...!”


나이..아직도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었나?


하긴 아마 자신이 파랑매였어도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키고 싶은 녀석들이 있어.”


소년의 그 한마디에 여인의 말이 멈췄다.


“세월이 조금 흐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중한 녀석들이야. 그 녀석들을 위해서라도..”


누군가를 떠올렸다.

누군가들을 떠올렸다.


한때 등을 맞대며 강력한 적으로부터 함께 싸워주었던 동료들,

싸움이 끝나고 소년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사람들,

사선을 넘나들던 자신을 늘 걱정해주고 기도해주던 사람들.


그리고

너무나도 사랑했고 소중했지만 아비가 못난 탓에 아픈 기억을 심어줄 수밖에 없었던 그 아이까지.




“비록 혼자 싸우게 될지라도.”




빙검을 생성해 쥐어내며 소년이 플랜트에게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적이 아무리 강하다고 할지라도...”




소년은 생각했다.


한때 절대로 쓰러뜨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인류의 재앙.

‘마왕’에게로 홀로 걸어가던 그때를.



“나는 세계를, 녀석들을 멸망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비록 내가 거기에 없을지라도





...

아주 오래된 맹세였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비록 내가 그 장소에 없게 되더라도, 그들의 뒤편에서 후회 않고 싸우겠다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


“그러니까 당신은 임무를 완수해줘 파랑매. 부탁할게”


나라를 집어삼킨 괴물을 앞에 두고 싱긋 웃어오는 소년.


그 미소로부터 파랑매는 알아 차렸다.

눈앞의 소년에게는 오랜 세월에 걸친 염원과 슬픔이 있다.

어쩌면 그는 자신 이상으로 무거운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제 서야 눈앞의 소년이 대강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파악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간은 없었다.

녀석이..플랜트가 전투의 준비를 끝마친 듯 렌즈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꽃잎으로부터 붉은 스파크를 뿜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파랑매가 입을 열었다.


“알겠어. 이 문서는 반드시 연합에 전하겠어.”


여인의 대답에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던 순간이었다.


“잠깐! 그러고보니 내 진짜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어!”

“진짜 이름?”


파랑매는 가명이었던 것 일까.

하긴 그런 이상한 이름이 진짜 이름일 리가 없었다.


“제 이름은 진서윤. 사한 창천의 우두머리. 진윤걸의 차녀이자 진서린의 여동생 진서윤입니다.”


그 이름을 들은 순간이었다.

마침내 소년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느꼈던 기시감의 정체를 잡아낼 수 있었다.

헤어질 때에 다다르고 나서야-


‘그래서였나..’


하지만 그녀의 정체에 놀라고 있을 틈은 없었다.

눈앞의 녀석이 금방이라도 이쪽을 덮쳐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부디 무운을.”

“그래 또 보자.”


짧은 인사를 마친 직후였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소년이 선상에서부터 녀석을 향해 뛰어올랐고 그 모습을 확인한 파랑매가 선실로 들어가 샤디브의 항만을 빠져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부르릉- 하고 곧 시끄러운 엔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키이잉”


녀석이 거대한 몸체로 보트의 진로를 막기 위해 움직인 순간이었다.


까앙-!!



하얀 물체가 플랜트의 렌즈부분으로 날아와 부딪혔다.

그로인해 발생한 거대한 충격에 녀석의 머리가 바닷길의 반대방향으로 쏠리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이었다.


부와아앙-!


곧 시끄러운 엔진이 가동하는 소리와 함께 보트가.. 이 장소를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밤바다를 가로질러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플랜트가 있는 항만으로부터 저 멀리 자욱한 밤안개 너머로 사라져가는 보트.

그를 쫓기 위해 녀석이 거대한 몸을 돌려낸 순간이었다.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플랜트의 눈.

거대한 기계꽃잎들의 중심에 위치한 붉은 렌즈부분이 정체불명의 한기에 의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 직후 지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렌즈로부터 뿜어져 나온 붉은 열선에 녹아내리는 얼음.


원인불명의 공격에 녀석이 거대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적을 탐색하던 순간이었다.


“어이!!”


자그마한 외침소리에 플랜트가 보트가 사라진 방향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바다를 얼려 만들어낸 빙판길 위로 하얀 머리의 소년이 보여왔다.

아무래도 처음 보트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공격해왔던 하얀 형체도, 방금 전의 얼음 마법도 전부 저 소년의 소행인 듯 했다.


“네 상대는 나야. 쓰러뜨리기 전 까지 여기는 벗어날 수 없을 거다.”


그 말과 동시에 빙검을 들어 올려 플랜트를 향해오는 소년.


이에 녀석이..

플랜트가 붉은 광채를 뿜어내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최우선 제거대상 변경. 대상 미제거시 임무속행 불가 추정. 말살모드 작동 아군의 전장이탈 권고"


그 경고와 동시였다.

녀석이 거대한 기계 꽃잎을 더욱더 크게 펼쳐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과 달리 더욱더 격렬하게 붉은 스파크나 광채들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녀석.

그 불길한 조짐들과 함께 녀석의 거대한 얼굴이 소년을 향해 덮쳐오기 시작했다.


이에 소년이 녀석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빙검을 고쳐잡으며 외쳤다.


“간다!! 이 존나 길다란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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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P15:헤르네스 입성 24.07.28 8 0 14쪽
14 EP14:아카데미 24.07.28 11 0 15쪽
13 EP13:정상이 아닌 두 사람 24.07.28 6 0 11쪽
12 EP12:이름 24.07.28 8 0 12쪽
11 EP11:구사일생 24.07.28 7 0 10쪽
10 EP10:결국 24.07.28 8 0 10쪽
» EP09:오래된 맹세 24.07.28 9 0 10쪽
8 EP08:탈출 24.07.28 13 0 15쪽
7 EP07:수상한 첫 만남 24.07.28 14 0 14쪽
6 EP06:드디어 세계로 24.07.28 16 0 13쪽
5 EP05:본론 24.07.28 18 0 13쪽
4 EP04:너무 많이 아는 남자 24.07.28 21 0 13쪽
3 EP03:본모습 24.07.28 21 0 11쪽
2 EP02:평범한 고등학생 24.07.28 28 0 16쪽
1 EP01:죽음 24.07.28 5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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