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 딸이 집착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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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섬
작품등록일 :
2024.07.28 22:03
최근연재일 :
2024.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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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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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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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2:평범한 고등학생

DUMMY



내 이름은 이현우 17살.

내 또래가 누구나 그렇듯 대한민국 서울시에서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왜 과거형이냐고?

죽었거든.

사인은 교통사고.


신도 참 매정하시지.

무단횡단 같은 건 생전 해본적도 없는 내가 교통사고로 죽을 줄이야.

평소에 오토바이나 타고 다니던 옆 반 김준성이라던가 이동훈같은 녀석들은 안잡아가고 날 잡아가다니...기억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자동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들이박았던 것 같다.

음주운전이었을까?

요즘 시대에 운전자는 분명 처벌을 받았겠지만 알 바 아니다.

이미 죽은 몸.

그런 현세에 대한 미련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

빌어먹을 여친 한 번 못 사귀어 보고 공부랑 게임만 하다가 이렇게 한 순간에 가버리다니.

현재를 소중히 여기라더니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깨닫게 되었다.

시발

좋아했다 정혜정!!!


...


그래서 죽어버린 내가 어떻게 이런 독백을 하고 있는 거냐고?

나도 모르겠다.


마치 소설속의 주인공같은 독백을 끝낸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주였다.

검은 공간에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들이 여기저기 떠 있는... 처음으로 겪어보는 신비로운 공간.

적어도 평범한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을 밝아온 현우의 입장에서 이 공간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우주라는 단어 말고는 없었다.



“...”



그리고 그런 우주공간 위에 홀로 떠있는 반투명의 거대한 유리발판.

현재 소년이 이 낯선 우주공간속에서 유일하게 몸을 의지하고 있는 안식처이기도 했다.


집 앞의 공터쯤 되어 보이는 적지도 크지도 않은 공간...

자는 데는 무리가 없겠지만 먹을 건 어디서 구해야하지?

이대로 여기서 평생 지내야 하는 걸까?

설마 내가 교통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5억년 버튼인지 뭔지를 눌러버린 건 아닐까?

아니면 설마 여기가 말로만 듣던 죽은 뒤에 간다는 무간 지옥?

내가 그렇게 큰 죄를 저질렀었나?


따위의 동요하는 마음을 애써 달래기 위한 의미없는 생각들을 마구잡이로 떠올려내던 순간이었다.


“여기는 우주도, 지옥도, 무언가의 대가로 소환되는 미지의 공간도 아닙니다.”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목소리의 정체.


순백의 여인.

순백의 여인이었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백인지 은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얀 은발, 우주가 담겨있는 듯한 깊디 깊은 자줏빛의 눈동자.

이보다 청순해 보일 수 있을까 싶은 백색의 판타지틱한 드레스.

나이는 고등학생인 현우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언가 자신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소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단정한 자세로 걸어오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분위기에는 품격이라고는 1도 모르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그 조차도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고상한,

세월의 품격이 담겨져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여인을 바라보고 있던 때였다.


“안녕하세요. 정식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라이라. 이 세계를 관리하는 여신입니다.”

“여..신?”


여신이라는 단어에 소년이 반응했다.


‘여신이라고? 그렇다는 건.. 설마?’


갑작스레 죽어버린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

미지의 공간과 여신.

이 두 키워드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백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소년이 입을 때냈다.


“저.. 저는 죽은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장소는 경계.. 여러분들의 말로 현세와 명계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장소입니다.”

“경계.. 제가 왜 그런 곳에..?”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라이라의 대답에 한 순간 소년의 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알고 있는 대로라고 하면.. 설마?”

“네. 현우님. 부디 저희의 세계를 구해주십시오.”


라는 부탁과 함께 고개를 숙여오는 라이라.

그 부탁을 이해해낸 직후였다.

소년의 두 주먹이 꽉 쥐어졌다.


“현우님.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명계로 향하던 당신의 영혼을 낚아채어 이 장소에 불러들인 이유는..”

“제가 위험에 빠진 세계를 구할 용사라서 그런 거죠?”


뻔한 전개라는 듯 말을 끊어내는 소년.

이에 여신이 긍정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당신이 살고 있던 원래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전이하여...”

“동료를 모으고 마왕같은 걸 무찔러서 세상을 구하라는 거잖아요!?”

“맞습니다.”


“이얏호-!!!”


함성과 함께 참아왔던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는 소년.

양팔을 벌리는가 하면 어퍼컷을 날리더니 달리다가 점프를 해 착지하며 팔을 쭉 뻗어낸 다음 외쳤다.


“호우!!!”


“뭐.. 뭐하는 거죠..?”


마치 미친 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질문해오는 여신.

머쓱한지 소년이 뒷머리를 긁어내며 답했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 기뻐서 그만.”

“기쁘다고요?”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여신의 질문에 현우가 말했다.


“아니 그 여신님은 모를 수도 있는데 말이야. 우리 세계에는 이세계물이라는 게 있어서...”

“이세계물... 그렇게 쉽게만 흘러가준다면 무엇이 걱정일까요.”


소년의 말에 한숨을 쉬어내는 여신.

이에 소년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왜.. 그러시나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만 검도 마법도 없는 세계에서 살아왔던 당신이 당장에 이 세계에 떨어진들 무언가를 해내기라는 힘들겠죠. 그러니 당신에게 작은 도움을 드리고자합니다.”


작은 도움이란 말에 소년이 반응했다.


“작은 도움이라고 하면.. 혹시 능력을 주겠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어떤 속성에 어떤 무기, 어떤 마법을 사용할지 선택도 할 수 있고!?”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런 종류는 아니군요!? 그럼 어떤 능력을 주시는 건 가요!?”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모험을 하며 알아가는 재미라는 거군요!?”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밝은 표정으로 대답해오는 소년.

애써 참아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생전 처음으로 경험하는 기쁨에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혹시 마왕 같은 게 있는 건가요?”

“아니요 마왕은 이미 죽었습니다. 1대,2대 전부.”


예상한 대답과 다른 대답이 날아오자 소년이 고개를 기울였다.


“엥? 그럼 전 뭘 하러 가는 거죠?”

“그건..”


여신의 말이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작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더니 고민이 필요한 듯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그녀.

하지만 그도 찰나였다.

금방 생각이 끝난 듯 입을 때어내는 여신.


“당신이 떨어지는 세계의 이름은 아리아라고 합니다. 아리아의 사람들은 마왕의 몬스터군단과의 오랜 전쟁으로 고통받고 병들어 있었죠. 하지만 12년전 1대 용사 카난에 의해 전쟁은 종지부를 찍었고 4년전에 나타난 2대 용사카샤에 의해 되살아난 전쟁의 불씨까지 완전히 꺼트리는데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어라? 저 말고 다른 용사가 있는 건가요? 전쟁도 전부 끝났고? 그러면 제가 가는 의미가 있나요?”

“그렇게 생각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신이 말끝을 흐리기 시작했다.


“현재 1대 용사 카난은 사라졌으며 2대 용사 카샤 또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또 다시. 전쟁의 그림자가 아리아에 드리웠습니다.”

“또? 3대마왕 같은 게 나타나는 건가요?”


이에 여신이 고개를 휘저으며 말했다..


“그런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 이상... 어쩌면 인류가 도래한 이래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만 해두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거기에 대해서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여신님도 모를 정도로 위험한 일 이라는 거군요..”


여신의 대답에 내내 시끄러웠던 소년의 입이 다물어졌다.

아무래도 생각이 필요한 듯 보였다.

그 의중을 이해해서였을까.

여신이 걱정마라는 투로 이야기했다.


“물론 이 일은 순리대로라면 아리아의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아리아의 일.. 곤란하실 경우 거절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어떻게 돼나요?”

“당신들이 부르길 ‘명계’라고 불리는 곳으로 당신의 영혼은 인도되겠지요.”

“천국 같은 곳이군요...”


그렇게 또 다시 시작된 침묵도 찰나.

소년이 입을 열었다.


“사실 처음부터 거절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 믿었습니다.”


소년이 의기양양한 투로 이야기했다.


“학교에서 펜이나 잡고 게임이나 하던 재미없는 곳에서 살다 검과 마법의 세계로 간다고? 이런 기회를 걷어 찰 리가 없잖아요!”


소년의 의기양양한 대답에 여신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답했다.


“신중한 결정 감사드립니다. 그럼 곧바로 아리아로의 소환을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말하더니 왼 손을 들어내는 라이라.

그녀가 검지손가락을 들어 손짓을 해내자 곧 주위를 떠돌아다니던 별무리중 하나가 소년들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 어어!?”


한 순간 위험한 게 아닌가싶어 당황한 소년이었지만 곧 그 불안도 멈추었다.

다가오던 별의 정체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공중을 떠돌아다니던 별처럼 보이던 무언가는 별이 아니었다.

작은 유리조각의 파편이었다.


“그건 뭐죠?”

“경계의 파편. 아리아로 통하는 입구라고 생각해주시면 편할 겁니다. 포탈..이라고 이해하면 쉬울까요?”


그 말과 동시에 유리조각에 양손을 집어넣는 라이라.

저 작은 유리조각에 손을 그것도 두 개나 어떻게 집어넣은 것 인지 생각하고 있던 때였다.

라이라가 유리조각에 집어넣었던 팔을 벌려내자 곧 사람 한 명은 거뜬히 지나가고도 남을 만큼 유리조각이 팽창했다.

그리고 그에 더불어 유리조각의 너머에 보이는 무언가 들의 정체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유리조각의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익숙한 도시였다.

생전 처음 보는 새가 날아다니고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사람이 중세시대풍의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이따금씩 로브에 고깔모자를 쓴 마법사로 보이는 사람들이나 검과 판금갑옷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그런 판타지영화나 게임 같은 곳에서나 봤었던 상상속의 대도시.

소년의 머리에 흥분의 기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 이거 나 본적 있어!! 진짜로 이렇게 생겼구나!!! 저.. 저건 엘픈가!? 엘프궁수가 실제로 있는 거였다니! 크윽..!! 살아있길 잘했어!”





무엇이 그렇게 감격스러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소년을 보며 라이라가 말했다.


“현우님.”

“예.. 옙!”


라이라의 목소리에 감동의 몸부림을 멈추는 소년.

추한 꼴을 보여버렸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던 순간이었다.


라이라의 손이 소년의 손을 감싸왔다.

한 순간 아름다운 여인의 적극적인 몸짓에 소년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부터 당신이 살아갈 세계는 당신의 생각보다 더욱 더 차갑고, 비정하고, 고통스러운 세계입니다.”

“네..! 넵!”

“때때로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선택한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떠한 시련이 찾아와도..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주세요.”

“알겠습니다! 여신님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일자로 만들어 이마위에 올리는 소년.

군인의 인사법이다.

이 세계가 아닌 원래의 그가 살아가고 있었던 세계의 인사법.


그 경직된 움직임과 마주친 순간이었다.

라이라가 소녀 같은 웃음을 지어냈다.


“푸훗... 그건 이 세계에서는 쓰지 않는 인사법이랍니다.”

“그... 그런가요? 하하..”


뒷머리를 긁으며 머쓱해하는 소년.

그와 동시에 한편으로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소년은 생각했다.


‘저렇게 웃을 수도 있구나.. 여신님...’


좀 전에 그녀가 지어냈던 싱그럽고 아름다운 미소가 소년의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그럼 이제 정말로 작별할 시간이내요.”

“아.. 네”


소년의 한층 내려간 텐션의 대답.

이에 라이라가 의문스러운 듯 물었다.


“왜 그러시는 거죠? 좀 전까지는 한껏 들떠계시지 않으셨나요?”

“그건 그렇지만.. 그 저기...”


대답이 곤란한 듯 뒷머리를 자꾸만 긁어내는 소년.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은 듯 소년이 대답해왔다.


“여신님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요.”


“...”


17년 모태솔로이자 평범한 고등학생 이현우.

혼신의 용기를 짜내어 해낸 고백.

그 반응은



...

감정이 실려있지 않은 무표정이었다.

차갑다.

라이라에게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 예상치 못한 라이라의 반응에 소년의 표정이 굳어버리고 마는 소년.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물들어 홍당무가 되어버린 건 덤이었다.


그런 그의 정신적 충격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이라는 여전한 무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당신에게는 아까 전에도 말했듯 특별한 능력을 하나 부여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당장에 당신이 그 능력을 활용하기는 힘들겠죠.”

“네..”

“그러니 힘을 길러주세요. 가장 먼저 아리아연합을 찾아가 교관에게 기본적인 가르침을 받는다면 금방 강해지실 수 있을 겁니다.”

“네..”

“혼자서 다가올 재앙에 맞서 싸우기는 힘들 겁니다. 믿음직하고 강인한 동료들을 모아주세요.”

“알겠습니다.”

“게임하는 기분도 접어두시고요.”

“네..”


소년의 다소 텐션이 꺾인 대답.

이에 소녀가 한숨을 쉬며 입을 때어냈다.


“현우님.”

“네.."

“...



이름을 불러놓고 아무런 말이 없었기에 소년이 고개를 들어 여신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소녀가 따스한 눈빛으로 말했다.


“또 보죠.”


그 따스함이 담긴 말과 동시에 라이라가 미소지어왔다.

한 순간 지어낸 여신으로써가 아닌 한명의 소녀로써의 미소.

이에 소년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힘찬 대답과 함께 경계의 파편으로 뛰어드는 소년.

이제 그의 발목을 잡던 것은 전부 사라졌다.

소년은 이제 앞만을 보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세계에서의 소년의 이야기.

미래로 향하는 이야기.

스토멜리오나 사가의 시작이었다.






....


“이게 무슨 짓 이지?”


경계의 중심.

좀 전까지 현우라고 불리던 소년이 서있었던 장소.

그리고 현재는 여신이라고 불리는 소녀 라이라만이 홀로 서 있던 공간의 구석자리.

그림자가 드리워진 구석의 자그만 공간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어둡고 차가운, 감정이 실리지 않은 저음의 목소리.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라고 말하며 라이라가 손짓한 순간이었다.


그림자가 걷어지더니 곧 검은 실루엣이 드러났다.

검은 제복에 검은색의 화려한 망토.

망토에 그려져있는 ‘군단’의 표식은 그의 소속을 증명해내고 있었다.

수수께끼의 검은 실루엣이 되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물었다.”


그림자가 완전히 걷어지자 곧 검은 실루엣의 얼굴이 드러났다.

입고 있던 군단의 제복보다도 검은 칠흑의 흑발.

깊디깊은 심연과도 같은 어둠만이 담겨있는 듯한 푸른 눈.

날렵한 이목구비와 날카로운 눈매.

남자의 얼굴은 분명 미형이었다.

하지만 감정이 들어있지 않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다움으로 인한 탄성과 동시에 소름을 끼치게 만드는 그의 분위기는 생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으리라.


“...”


2번의 질문이 있었다.

그럼에도 여인은 답이 없다.

그저 슬픈 눈으로 남자를 바라볼 뿐 이었다.

이에 남자가 검지를 들어 라이라를 향하게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물었다.




“세번째 질문이다. 이런 걸 보이는 목적이 무엇이지?”


검지.


누군가는 그런 행동 따위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 남자의 검지에는 여러모로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실제로 저 남자의 손가락 하나에 나라규모의 몬스터군대가 소멸하였으니까.


마침내 소녀가 입을 열어냈다.


“목적이 무엇이라고 물으셨나요?”


그를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인류의 배신자

군단의 두령

흑황제

2번째 마왕


하지만 그가 그렇게 불리기 전의 시간대.

그가 마왕의 자리를 찬탈하고 세계에 악명을 떨치기 전의 평범한 농사꾼이자 사냥꾼.

누군가의 스승이자 검사.

혹은 누군가의 아버지였던 시절부터.

그는 이렇게 불리고는 했다.


“젠”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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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P23:폭풍전야 24.08.05 6 0 10쪽
22 EP22:푸른 머리의 신임교사 24.08.05 5 0 13쪽
21 EP21:결투신청 24.07.29 9 0 14쪽
20 EP20:실기시험(2) 24.07.28 11 0 12쪽
19 EP19:실기시험(1) 24.07.28 9 0 10쪽
18 EP18:카샤 그리고 현우 24.07.28 10 0 13쪽
17 EP17:의외의 얼굴 24.07.28 9 0 16쪽
16 EP16:그가 없는 봄 24.07.28 8 0 10쪽
15 EP15:헤르네스 입성 24.07.28 8 0 14쪽
14 EP14:아카데미 24.07.28 11 0 15쪽
13 EP13:정상이 아닌 두 사람 24.07.28 6 0 11쪽
12 EP12:이름 24.07.28 8 0 12쪽
11 EP11:구사일생 24.07.28 6 0 10쪽
10 EP10:결국 24.07.28 7 0 10쪽
9 EP09:오래된 맹세 24.07.28 8 0 10쪽
8 EP08:탈출 24.07.28 12 0 15쪽
7 EP07:수상한 첫 만남 24.07.28 13 0 14쪽
6 EP06:드디어 세계로 24.07.28 15 0 13쪽
5 EP05:본론 24.07.28 18 0 13쪽
4 EP04:너무 많이 아는 남자 24.07.28 20 0 13쪽
3 EP03:본모습 24.07.28 20 0 11쪽
» EP02:평범한 고등학생 24.07.28 28 0 16쪽
1 EP01:죽음 24.07.28 5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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