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 딸이 집착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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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섬
작품등록일 :
2024.07.28 22:03
최근연재일 :
2024.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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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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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구사일생

DUMMY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했던 소음이 완전히 멎어버린 한밤의 항구 구석.


바닷물을 뒤집어쓴 소년이 바다로부터 항만의 딱딱한 돌바닥을 기어올라옴과 동시에 중얼거렸다.


“그 영감탱이...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죽여주겠어.”


라며 뱅뱅이 안경을 쓴 미친 노친내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가는 소년.


언제 그랬냐는 듯 주위를 가득 매우던 소음이 사라지고 고요한 바람과 파도소리만이 남은 칠흑 같은 바다 너머.

그를 응시하며 소년은 생각에 잠겼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한담...’


듣자하니 헤르네스까지 가기 위해서는 이 바다를 배로 건너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문제가 있다면 이 나라가 ‘군단’녀석들에게 먹혀버린 이상 정상적인 절차로 배를 타는 방법은 없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배를 운전하자니 방법을 모르고..’


저 멀리 근처에 정박해있던 버려진 배들을 보며 소년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나!”


라며 소년이 힘차게 외침과 동시에 발걸음을 때어냈다.

이래봬도 전직 용사였던 몸이다.

군단이 점령한 이 곳 샤디브를 탈출하여 헤르네스까지 향하는 여정.

꽤나 쉽지 않은 여정일 테지만 불가능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카난은 용사이기 이전엔 모험가였다.

이런 무모한 모험쯤은 한때 밥먹듯이 했던 일이었던 것이다.

비록 이 나라가 적진이고 사방이 군단투성이라고 할지라도 진서윤같은 사례가 또 없을 거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


‘그러고보니 진서윤인가..’


좀 전까지 함께 있었던 푸른단발의 여인 파랑매.

그녀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진서윤이라 밝혔었다.


‘진서윤...’


사실 서로를 처음 보았을 때 기시감을 받은 건 서윤뿐만이 아니였다.

소년쪽 또한 그녀와 완전히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 이다.

그 묘한 기시감의 정체를 알 수 없어 답답하던 차였는데...


‘그렇군.그 꼬맹이가...’


이름을 듣자마자였다.

소년에게는 그녀에 대한 확실한 기억이 있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서윤은 그녀의..


젠이 카샤를 만나 그녀의 아버지가 되기 전의 시간대.

소년이 카난이라는 이름으로 모험가로써 활동하고 있던 시절 소년과 함께 마왕을 쓰러뜨리는데 일조했던 ‘용사 파티’의 일원,

‘진서린’의 여동생이었으니까


자주는 아니었지만 분명 몇 번 마주쳤던 기억이 있었다.

우연치않게 도움을 준 이후로 ‘카난님 카난님.’ 하면서 따랐으니 말이다.


“그랬던 꼬맹이가 저렇게까지 자라다니..”


그럴만도 했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마왕을 쓰러뜨리기 전이었으니..


햇수로만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어린 아이에 불과했던 그녀가 한명의 아가씨로 성장해 있는 건 당연했던 것이다.


“좋은 여자로 자랐어. 응.”


진심이었다.

만남은 잠시였지만 정말로 훌륭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자랐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


‘정말로...’


그러고보니 컨테이너 박스 속에서 거리가 꽤나 가까웠다.

그 탓에 어른스럽게 자라난 그녀의 훌륭한 흉부가 자꾸만 소년의 시야에서 흔들려왔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에 소년이 저도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순간이었다.


끼릭..


끼릭..


한 순간 뒤편에서 들려오는 이음에 소년이 등을 돌렸다.

그러자 곧 소년에게로 다가오고있는 아머드슈트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정상적인 작동이 불가능한 듯 녀석의 상체는 이미 반쯤 갈려버려 아슬아슬하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처 처리 못한 녀석인가?”


아머드 슈트의 대군은 물론 그 플랜트라는 지렁이녀석도 처리한 소년이었다.

지금 와서 저런 너덜거리는 고철더미 한 대쯤이야 일도 아니다.

그런 생각과 함께 빙검을 생성해낸 순간이었다.


찌릿-


“큭..!!”


소년이 마력을 응집시켜 빙검을 생성해내려한 순간 이었다.


사방에서 바늘로 찔러오는 듯한 통증이 머리에서부터 밀러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설마!!”


짐작가는 구석이 있었다.

그야 자주는 아니었지만 한 번 경험해본 적이 있는 통증이었다.


“크윽..! 마나 오버로드!!”


마나오버로드.

마법을 무리하게 난사하여 체내의 마력이 완전히 바닥났을 때 무리해서 마법을 사용하면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이었다.

짐작가는 구석은 그것 하나 뿐.

하지만 이상하다.


‘마나 오버로드라고!? 말도 안돼! 고작 이 정도 싸움으로 내 마력이 바닥을 보일 리가 없을 텐데!’


그런 억울한 마음에 온몸을 비틀며 바닥을 쳐낸 순간이었다.

계속해서 밀려오는 두통에 소년이 양손으로 머릿카락을 쥐어 잡았다.


평소였다면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 이다.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만큼 고통스럽긴 하지만 마나 오버로드란 마력이 바닥났을 때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3분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마력에 의해 금방 잦아드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는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었다.

소년이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 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순간에도 녀석이...

아머드 슈트가 너덜거리는 몸을 이끌고 소년에게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녀석의 손에 들려있는 레이저검을 보며 소년은 생각했다.

설령 용사라고 해도 무방비 상태로 레이저검에 베이면 죽는다.

그 사실을 인지해낸 순간이었다.


“웃기지마..! 그 길다란 자식도 문제없이 해치웠는데 이런 고철자식한테 죽어버리면 그 녀석을.. 라이라를 볼 낯이 없잖아!!”


자신을 전적으로 믿고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던 한 소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소년은 주먹을 꽉 쥐어냈다.

하지만 그런 반응도 무색하게 곧 소년의 의식은 끊어졌다.






----------






끼룩-



끼룩-


철썩이는 파돗소리와 함께 눈을떠내자 처음 보인 건 새였다.


새...

노란 부리에 새하얀 몸.

그에 반해 검게 물든 날개까지.

야옹야옹하고 울지 않는 것을 보면 이건 그냥 갈매기다.

잠결에 그런 헛생각을 하고 있던 때였다.


소년의 두 눈이 번뜩 뜨였다.


“여기는!!”


그와 동시에 몸을 일으키는 소년.

그러자 시야에 들어온 건 밝은 햇살이 비춰오는 바닷가의 모래사장이었다.


“모래.. 사장..?”


아무래도 잔챙이 로봇에게 당해서 다시 라이라를 만나러 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런 안도감과 함께 걸어서 모래사장을 빠져나오는 소년.

우선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자초지종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행색으로 보아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근처에 사람이 없기도 했거니와 만약 자신을 구한 사람이 있다면 이런 모래사장에 버려두고 가지는 않았을 것 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근처에 있던 표지판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로로 해변’


표지판에 적혀있는 글귀.

이를 보고 소년이 반응했다.


‘역시..’


역시나였다.

깨어나서 주위를 둘러보자마자 소년이 느꼈던 건 한 번쯤 와봤던 장소라는 익숙함.

즉 기시감이었다.


그리고 그 묘한 직감은 들어맞았다.

이 로로해변은 샤디브와는 한참은 떨어진.

헤르네스가 있는 글로리아 대륙에 위치한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곳에서 누워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살았군”


뒷머리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는 소년.

그와 동시에 소년의 머리에 얹혀있던 미역줄기 하나가 소년의 발치로 떨어져 내렸다.


‘설마 바다에 빠져 여기까지 떠밀려 온 건가..’


스스로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설마’라고 혼잣말하며 소년은숲을 향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걸로 됐어. 글로리아대륙에 내가 모르는 지리는 없으니까.’



실제로 그랬다.

글로리아대륙은 한때 소년의 주 활동지이기도 했고 소년이 소속되어있는 아리아연합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지리까지 바뀌지는 않았을 테니 소년의 생각대로라면 이대로 하루정도만 걸어가면 헤르네스마을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런 계획과 함께 소년이 울창한 나무들로 가득한 숲속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곧 쏴아아- 하는 물소리가 들려오자 그 소리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소년.

곧 맑고 청량한 물길이 흐르는 계곡이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예상이 들어맞아 쾌재를 부르며 물가로 달려드는 소년.


사실은 어젯밤 워낙 굉장한 일들을 겪었던 탓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소년은 아리아로 내려오고 나서부터 음식은커녕 물 한 방울 조차도 마시지를 못했었다.

그 탓이었을까.


철푸덕-!


마치 짐승마냥 물속으로 얼굴을 쳐 박고 정신없이 흡입해내기 시작하는 소년.

곧 만족한 듯 소년이 물속에 잠겨있던 얼굴을 들어냈다.


“푸하-!”


매마른 사막에 비가내린 듯 소년의 고갈되었던 목의 수분이 채워짐에 만족하며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걷어냈다.

그렇게 밝은 햇살을 맞으며 위험했던 상황을 훌륭하게 탈출해낸 것에 자축하는 소년.


그때였다.


꼬르륵


배에서부터 들려오는 이음.

뱃속에서부터 두들겨오는듯 한 허기진 소리에 소년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목마름을 해결하니 이번엔 배고픔인가..”


하나를 만족시키니 또 나머지 하나를 만족시켜야 한다니..

인간은 참 까다로운 생물이라는, 그런 심오한 고찰과 함께 소년이 주위를 살펴내던 순간이었다.


저 멀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들려오는 여러 발소리들

발걸음의 패턴으로 보아 사람의 발소리는 아니다.


‘다리가 4개야 이 근방이라면... 나이트울프 무리인가. 피하는게 좋겠어.’


나이트울프정도야 초보 모험가들도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사냥할 수 있을 정도의 몬스터이지만 조금 전 ‘그런 일’이 있고난 직후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런 생각과 함께 소년이 자리를 피하려던 순간이었다.

걸어가는 나이트울프들의 선두에 선 녀석.

그 우두머리 나이트 울프의 입에 물려있는 하얀 형체가 소년의 시선을 끌었다.


그에 다시 한 번 시선을 돌려 하얀 형체의 정체를 확인하는 소년.

그러자 확인할 수 있는 하얀 형체의 정체는 소녀.

정확히는 소녀의 모습과 함께 등에 반투명한 파란색 날개가 돋아 있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그렇게 하얀 형체의 정확한 정체를 소년이 확인한 직후의 일이었다.




“그럼. 슬슬가볼까?”



“아니! 거기서는 구해주는 게 관례잖아!!”



자연스레 넘어가려는 소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오는 하얀 소녀.



성가신 하루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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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19:실기시험(1) 24.07.28 9 0 10쪽
18 EP18:카샤 그리고 현우 24.07.28 10 0 13쪽
17 EP17:의외의 얼굴 24.07.28 9 0 16쪽
16 EP16:그가 없는 봄 24.07.28 8 0 10쪽
15 EP15:헤르네스 입성 24.07.28 8 0 14쪽
14 EP14:아카데미 24.07.28 11 0 15쪽
13 EP13:정상이 아닌 두 사람 24.07.28 6 0 11쪽
12 EP12:이름 24.07.28 8 0 12쪽
» EP11:구사일생 24.07.28 7 0 10쪽
10 EP10:결국 24.07.28 8 0 10쪽
9 EP09:오래된 맹세 24.07.28 8 0 10쪽
8 EP08:탈출 24.07.28 13 0 15쪽
7 EP07:수상한 첫 만남 24.07.28 13 0 14쪽
6 EP06:드디어 세계로 24.07.28 15 0 13쪽
5 EP05:본론 24.07.28 18 0 13쪽
4 EP04:너무 많이 아는 남자 24.07.28 21 0 13쪽
3 EP03:본모습 24.07.28 21 0 11쪽
2 EP02:평범한 고등학생 24.07.28 28 0 16쪽
1 EP01:죽음 24.07.28 5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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