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 딸이 집착해온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성섬
작품등록일 :
2024.07.28 22:03
최근연재일 :
2024.08.05 06: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08
추천수 :
0
글자수 :
128,958

작성
24.07.28 22:10
조회
15
추천
0
글자
13쪽

EP06:드디어 세계로

DUMMY

“솔직히.. 그런 엄청난 부탁을 해올 줄은 몰랐어.”


그녀의 의뢰에 대한 솔직한 감상이었다.

여태 그녀가 해준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아리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정보들이다.

그런 정보들을 세세하게 알려준 것도 모자라 세계의 명운을 쥔 이들의 목숨줄을 쥐어주다니..

솔직히 말하면 몇 번 세계를 구해낸 경험이 있는 젠조차도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애초에 어째서 나였던 거야?”


처음부터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당신도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여신이라고 해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해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겠지.”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나 아까의 소년에게 그런 부탁을 할 리는 없었을 테니까.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난 뒤는.. 너무 늦을 겁니다. 이승의 일에 여신이 관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라는 거야?”

“그렇습니다. 인류에게 예기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들을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최적의 인물.. 적어도 영겁의 세월간 당신들을 지켜봐온 제가 판단하였을 때 당신보다 적합한 인물은 없을 겁니다.”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당신의 모든 것.”


소녀의 직답에 소년이 당황했다.

그와 동시에 다소 낯간지러운 칭찬이었던 탓이었을까 조금의 쑥쓰러움도 느꼈다.


그 순간이었다.

소년이 갑작스레 떠오른 말을 뱉어내듯 말해왔다.


“아. 그런데 카샤는 안 죽일거야.”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판단대로 하면 될 일입니다.”


그렇다.

아무리 여신님의 부탁이라고 해도 그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이미 젠은 아버지로써 충분한 죄인이다.

젠은 다음생애에서 조차 그녀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간만에 사랑하는 딸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려내던 순간이었다.

라이라가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 여신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젠. 슬슬 떠날 때가 되지 않았나요?”


소녀의 쫓아내려는 듯한 말투에 소년이 황당해하며 답했다.


“그건 내가 정하는 게 아니잖아? 어떻게 가면 되는데?”


소년의 질문에 여신이 바로 옆을 둥둥 떠다니던 유리조각 하나를 집어내더니 곧 사람 하나는 쉽게 통과할만한 포탈을 만들어냈다.

아까전의 현우인가 하던 소년을 보낼 때와 같은 방법이었다.


“여기로 뛰어들면 아리아까지 직행이랍니다.”

“켁.. 썩 내키게 생기지는 않내. 꾸물꾸물 불길하게 생겼어. 어디로 통하는 거야 이거?”


소년의 질문에 라이라가 곤란한 듯 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건.. 설명할 시간이 부족하내요. 죄송해요.”

“일단은 알았어. 그럼 이제 작별인 건가?”

“네 작별이에요.”


소녀의 대답에 소년이 떠날 채비를 하던 순간이었다.


...

그러고보니 꽤나 오랫동안 대화를 나눠서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라이라는 한 세계를 관장하는 여신이다.

원래라면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젠이 함부로 만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마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되는 거겠지.


자신이 아쉬움을 느낀다는 것에 내심 놀라워하며 발걸음을 때내지 못하던 때였다.

소녀가 장난스런 웃음으로 말해왔다.


"... 헤어지는게 아쉬우신가요?“

“그럴 리가!”


젠은 아까 전의 현우인가 뭔가 하는 녀석과 달리 금사빠가 아니다.

‘이런 고상한척하지만 사실은 변태적인 음흉함을 품고 있는 여신따위 또 보고 싶겠냐!‘

라는 생각과 함께 발걸음을 때낸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든 생각에 소년이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그걸 듣지 못했어.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나는 어떻게 돼? 여기로 돌아오나?”


엄밀히 말하면 소년은 죽은 자였다.

그것은 부활을 한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 틀림없는 사실.

잠깐의 편법을 통해 세계로 돌아온다고 해도 그것은 일시적일 뿐.

완전한 부활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그 사실을 소년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 또한 알았던 것 일까.

소녀가 솔직하게 답해왔다.


“알 수 없습니다. 다시 여기로 인도될지, 순리대로 명계로 향하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혼란의 시작이 될지는.. 저 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라이라의 솔직한 답변에 소년이 안심하며 답했다.


“무슨 뜻 인지 이해했어. 고마워. 솔직하게 말해줘서”


그렇게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포탈을 향해 발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라이라!”


갑작스레 이름이 불려진 라이라가 고개를 들어 소년을 바라보았다.


“당신. 전설같은 거로만 들었을 때는 재미없는 녀석 일줄 알았는데 말이야. 만나서 즐거웠어. 또 보자.”


소년의 상냥하고 솔직한 마음이 담긴 인사.

그에 라이라가 미소로 답해왔다.


거기에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소년이 포탈로 뛰어들었고 곧 열려있던 포탈이 굳게 닫혀 사라져갔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정적만이 남은 경계.

그 조용한 공간의 중심 속에서 라이라는 쓸쓸한 뒷모습으로 굳게 닫힌 포탈을 바라보고 있었다.


젠.

혹은 카난.

그는 영겁의 세월을 살아오며 보아온 인간들중 가장 신기한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부터 여태 걸어왔던 가시밭길 이상으로 험난한 길을 걸어가려 한다.

그를 갈등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오래토록 적대해왔던 과거의 적 일수도 있고 한때 함께 등을 맞대며 싸워왔던 동료일수도 있다.


아니면 모든 것을 바쳐 지키겠다 맹세했던 소중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 수없이 놓여있는 시련과 갈등들을 과연 여신인 자신조차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카난.

당신이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는 건 왜일까요.

그의 기적 같은 발자취를 목격해온 덕분일까요?


가슴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을 매만지며 소녀가 자리를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변은 조용히 일어났다.

소녀가 서있던 유리발판의 구석으로부터 검은 그림자하나가 서서히 아주 조금씩 그녀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에 소녀가 당황의 기색조차 없이 말했다.


“소용없습니다. 그는 이미 경계를 떠났으니까요.”


소녀의 강직한 대답.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에 사방으로 요동치기 시작하는 검은 그림자.

그러더니 곧 분노한듯 소녀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은 짐승만했던 검은 그림자가 어느샌가 거대한 유리발판 전체를 덮을 만큼 거대해 지더니 어느새 소녀의 사방이 검은 그림자로 물들었다.

명백히 위험하고 불길한 조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부 상정해두었던 일인 듯 소녀의 얼굴에는 조금의 이변도 없었다.


그러더니 곧 편안한 웃음을 지어내는 라이라.

소년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만나서 즐거웠어.’


즐거웠다?


그것은 여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찰나의 시간이었다.

그녀가 그간 보내온 영겁의 시간들과 비교했을 때 우주의 티끌만큼이나 보잘 것 없는 찰나의 시간.

그럼에도 길고 길었던 영겁의 세월속에서 한 사람과 보냈던 짧디 짧았던 보잘 것 없는 시간만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때였다.

시선을 내리니 곧 소녀의 가슴팍까지 삼켜버린 검은 그림자가 보여 왔다.

이에 덜덜 떨리기 시작한 입술을 소녀가 힘겹게 움직여냈다.

마치 누군가에게 하는 마지막 말 인 것처럼


“만나서 기뻤어요 카난. 아아..”


다시 만날 수 있겠죠?


그 말이 닿는 일은 없었다.

소녀의 애절한 마지막 말은 그녀가 마음속에 그리던 남자에게도, 그녀가 사랑했던 세계에 조차도 닿지 못하고 곧 검은 그림자에 휩쓸려 사라져갔다.


그렇게 곧 고요한 정적과 쓸쓸한 침묵만이 경계의 중심에홀로 남았다





....



[아리아력 1039년 1월]


시컴은 어둠이 세상에 드리우는 한밤의 항구.

쥐새끼 한 마리조차 찾을 수 없는 컨테이너 박스들 사이를 검은 형체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형체의 정체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검은 모자에 검은 제복.

온 몸을 검은 색으로 덧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여인의 보드랗고 새하얀 피부와 청아한 푸른 단발은 어둠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만큼 그 존재가 부각되고 있었다.


“좋았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여인이 외모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혼잣말하며 건너편의 컨테이너로 뛰어들었다.

그러더니 긴장의 기색이 역려한 얼굴로 무언가에 쫓기는 듯 다급히 사방을 살펴내는 여인.

곧 확인을 끝낸 여인이 다시 한 번 건너편의 컨테이너로 뛰어들어 몸을 숨겼다.

그 순간이었다.


터벅-


하는 소리와 동시였다.

여인이 숨을 죽이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곧 건너편에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아머드 슈트가 보였다.


아머드 슈트.


한 미치광이 과학자가 개발한 인공지능 이족보행 로봇으로 인간과 100%흡사함을 넘어 그 이상의 움직임과 기동성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전투형 로봇이다.


물론 단순한 생각밖에 못하는 로봇에 불과한 녀석이었기에 여인의 입장에서 녀석을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문제는 녀석이 양산기라는 점 이었다.

혹여라도 일이 잘못 되서 녀석을 제압하는 동안 큰 소리가 발생하면 근처에 있던 녀석의 동료 아머드 슈트들이 이곳을 포위해올 것은 자명했다.

그러니 일단 여기서는 숨는 것이 상책인 것 이다.


터벅 터벅..


그렇게 숨을 죽이고 있자 곧 여인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녀석들.

멀어져가는 녀석들을 보며 여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순간이었다.


“삐빗”


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을 날아다니던 드론한 기가 소녀를 향해 고개를 틀었다.


“헙..!”


한 순간 당황한 소녀가 재빨리 몸을 숨기자 녀석도 잠시 방황하더니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휴.. 설마 숨소리에도 반응할 줄이야.“


고작 한숨 따위로 잡힐 수는 없었다.

이 곳을 빠져나가지 못하면 연합이, 아니 세계가 위험에 빠진다.

한숨 따위로 녀석들에게 잡혀서는 안 되는 것 이다.


‘이제는 숨소리도 조심해서 내야겠어.‘


라는 다짐과 함께 몸을 옮기기 위해 발걸음을 때어낸 순간이었다.


“삐빗!”


하는 소리와 함께 아까와는 다른 드론 한 기가 여인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역할을 하는 푸른빛이 새어나오는 외눈을 여인에게로 향해오는 녀석.

숨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녀석이 하부에서 개틀링건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어딜!!”


그 순간이었다.

개틀링건에서 미처 총탄이 발사되기도 전에 여인이 녀석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더니 어느샌가 녀석의 앞까지 다가와 개틀링건의 총구를 잡아당기는 여인.


삐걱-!


소리와 함께 여인이 개틀링건의 총구를 ㄱ자로 꺾어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인이 양손으로 드론의 몸체부분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삐..삐빅..”


마지막 단말마와 함께 고철더미가 되어버리는 녀석.

여인이 이미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고철더미를 조심스레 내려놓은 순간이었다.

고철더미의 옆에 놓여진 검은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눈치를 채보니 어느새 여인이 쓰고 있던 검은 모자가 벗겨져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제서야 머리의 허전함 눈치챈 듯 재빨리 모자를 주워 허겁지겁 써내는 여인.


눈에 띄게 아름다운 푸른 단발과 푸른 눈 덕에 ‘파랑매’라고 까지 불리는 그녀였지만 역시 첩보활동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여인은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조금이다.

저 컨테이너만 넘으면 미리 준비해놓은 보트가 보인다.

그 보트를 타는 데만 성공하면 이 지옥같은 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인류는 구원받을 수 있고 나의 임무는 끝난다.


그런 생각과 함께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재촉하던 순간이었다.


콰앙-!


하고.

여인의 바로 뒤편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굉음소리.


이에 여인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버리고 말았다.

일단은 굉음의 정체를 확인하기위해 뒤편을 향해 고개를 돌려내는 여인.


고개를 돌리자 무언가가 떨어진 것인지 굉음의 근원지에서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어떠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얼떨떨해하면서도 여인은 생각했다.


현재 굉음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굉음을 들은 아머드 슈트들이 곧 이 곳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것 이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린다.


그 예정된 미래를 피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이었다.

무언가가 소녀의 눈에 채여 재빨리 굉음의 근원지로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곧 자욱했던 흙먼지가 걷어지기 시작하더니 떨어진 물건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급한 여인의 앞길을 막아낸 정체는 소년.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백발의 소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사인 딸이 집착해온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EP23:폭풍전야 24.08.05 7 0 10쪽
22 EP22:푸른 머리의 신임교사 24.08.05 5 0 13쪽
21 EP21:결투신청 24.07.29 10 0 14쪽
20 EP20:실기시험(2) 24.07.28 12 0 12쪽
19 EP19:실기시험(1) 24.07.28 9 0 10쪽
18 EP18:카샤 그리고 현우 24.07.28 10 0 13쪽
17 EP17:의외의 얼굴 24.07.28 9 0 16쪽
16 EP16:그가 없는 봄 24.07.28 8 0 10쪽
15 EP15:헤르네스 입성 24.07.28 8 0 14쪽
14 EP14:아카데미 24.07.28 11 0 15쪽
13 EP13:정상이 아닌 두 사람 24.07.28 6 0 11쪽
12 EP12:이름 24.07.28 8 0 12쪽
11 EP11:구사일생 24.07.28 7 0 10쪽
10 EP10:결국 24.07.28 8 0 10쪽
9 EP09:오래된 맹세 24.07.28 8 0 10쪽
8 EP08:탈출 24.07.28 13 0 15쪽
7 EP07:수상한 첫 만남 24.07.28 14 0 14쪽
» EP06:드디어 세계로 24.07.28 16 0 13쪽
5 EP05:본론 24.07.28 18 0 13쪽
4 EP04:너무 많이 아는 남자 24.07.28 21 0 13쪽
3 EP03:본모습 24.07.28 21 0 11쪽
2 EP02:평범한 고등학생 24.07.28 28 0 16쪽
1 EP01:죽음 24.07.28 5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