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 딸이 집착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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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섬
작품등록일 :
2024.07.28 22:03
최근연재일 :
2024.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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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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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폭풍전야

DUMMY

소문이란 전염병과 같아서 초동에 진압해내지 않으면 눈치챘을땐 이미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기기 마련이다.이번의 경우도 그랬다.

아카데미의 유명교사에게 장갑을 던진 멍청한 가면남의 소문은 하룻밤이 지날새에 헤르네스 전역을 뜨겁게 달구는 핫토픽이 되어 있었던 것 이다.


'헤나 베이커리'의 제빵사이자 카렌과 라라가 거주하는 하숙집의 주인 벤의 딸 헤나에게 그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나서야 소년은 깨달았다.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카렌. 나 슬슬 불안해 지려해. 정말 이길 수 있는 것 맞지?"

"젠장! 지금은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이겨도 문제 져도 문제라고!"


라라의 걱정스런 질문에 소년이 초조해하며 답했다.

그리고 당장에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길까?

안된다.


일개 교사에 불과한 녀석이 경력이 뭐가 그렇게 화려한지 저 녀석을 쓰러뜨리는 순간 연합은 물론 군단의 주목을 확 끌게 된다.

그러니 각하다.


그럼 일부러 질까?

그것다 안된다.

이미 패기롭게 맹세를 해버리고 말았다.

여기서 지게 된다면 소년의 본질적인 목표인 '연합에 들어가 연합의 정보를 활용하여 다가올 재앙에 대비한다'라는 목표를 이룰 수가 없게된다.

그러니 각하다.


그렇다면 도망칠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도망쳐봤자 도망자의 낙원만 찍히고 변할 건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역시 답은 이겨버리는 걸까?


소년이 필사적으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고있었음에도 야속하게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소년이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았다.


결투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11시.

지금이 9시니까 2시간이 남았군.

2시간.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적당한 시간이었다....사실 헛소리고 모르겠다.

이렇게 된 이상 답은 하나 뿐 이었다.

어차피 그렇게 할 예정이었으니 그렇게 한다.

그것 뿐 이다.


"카렌.. 결정했어?"


불안한 표정의 라라.

이를 달래기 위해 소년이 웃어냈다.


"응. 결정했어. 걱정하지마. 전부 계획대로니까."


그런 소년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그제서야 표정을 풀어내는 라라.


사실 불안한 건 소년도 매한가지였다.

일단 당장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과연 이 방법이 통할지 100%의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저지르고 보자'라는 생각과 함께 소년은 집문을 나섰다.


오늘 따라 날씨가 참 버겁다.



--------------



"카르디에고 선생님!!"


한 순간 자신을 부르는 꾀꼬리처럼 아름답고 청량한 목소리에 남자가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보여온 건 푸른 단발머리의 신임교사 진서윤이었다.

그에 남자가 상냥한 미소를 지어냈다.


"이름으로 불러도 된답니다. 무슨 일인 가요?"


남자의 질문에 여인이 손에 든 신문의 한 면을 가리켰다.

신문에 적혀있는 글귀는 이러했다.


'패기인가 무지인가? 평민출신의 아카데미 지망생. 마리우스 카르디에고에게 장갑을 던지다.'


"이 기사가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만?"


남자의 거리낌없는 대답에 여인이 황당해하며 물었다.


"말도 안돼요! 학생과..아니 학생도 아닌 응시생과 뜬금없이 결투라니.."

"진선생.."


그런 혼란스러워하는 여인에게 갑작스레 남자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연스레 여인의 고운 손을 낚아채는 남자.


"진선생. 걱정말아요. 저는 지지 않습니다."

"...예?"


예상치 못한 대답에 서윤의 말문이 막혔다.


"상대는 그저 조금 무예를 배웠을 뿐인 평민입니다. 카르디에고 가문의 적자인 저는 지지않아요."


남자의 그 이해할 수 없는 대답에 서윤이 질린 표정을 지어냈다.


'내가 지금 당신 걱정하는 것 처럼 보이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왔지만 간신히 참아낸 여인이 말했다.


"하지만 걱정돼요. 상대는 겨우 응시생..혹시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여인의 그 말에 남자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정말 상냥하시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또한 교정에 몸을 담고있는 사람. 진선생이 걱정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그저 무능한 평민이 주제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울 뿐인 일인걸요."


그런 말과 함께 여인을 향해 느끼한 미소를 날려오는 남자.

이에 서윤이 시선을 돌리며 표정을 구겨냈다.

...

이 남자에게는 고작 이틀새에 완전히 질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빌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이 남자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기를 말이다.



--------



한편 감히 카르디에고의 차남에게 결투를 신청한 가면남에 대한 소문에 관심을 가지는 건 아카데미의 학생이나 헤르네스의 거주민들 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가면남에 대한 소문은 헤르네스뿐만이 아니라 연합,모험가길드,사교계등에 걸쳐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사교계는 정체를 숨기고 있는 카렌이라는 이름의 가면남의 정체에 대한 주제로 뜨거웠다.

폐적당한 왕자라느니, 몰락귀족의 후계자라느니, 단순한 부랑자라느니 수 많은 의혹이 있었지만 하나만은 확실했다.

고작하룻 밤만에 아카데미와 헤르네스 전역을 시끌시끌하게 만든 가면남은 엄청난 바보거나 혹은...



----------



아카데미서도 극소수의 선택받은 이들만이 드나들 수 있다는 ‘베르사유 정원’

사람의 손을 탄 아름다운 꽃들이 사방으로 만개한 화사한 풍경속에서 그 어떤 꽃과 비교해도 그 아름다움이 꿀리지 않을 금발의 아름다운 소녀가 풍경속에 완전히 녹아든 체 테라스에 앉아 차를 마셔내고 있었다.

소녀에게 딱히 예쁜 풍경속에서 차를 마신다는 고풍스러운 취미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생각이 많아질때면 생각을 멈추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이 방법이었기에 하는 단순한 루틴 중 하나였다.


그렇게 평소의 무심한 표정으로 찻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댄 순간이었다.


“카샤!”


갑작스레 들려온 자신의 이름에 고개를 돌리자 곧 금발의 양갈래머리를 둥글게 말아 내린 롤빵머리의 소녀가 보여왔다.


아이네 루시아 엘레노오르.


글로리아 대륙에 위치한 헤르네스 대도시의 이웃나라 루디온왕국의 왕녀였다.

현재로써는 카샤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었다.


“카샤! 오늘은 어떻게 지낼 예정인가요?”

“딱히.. 임무도 없고... 아무것도...”


그렇게 말해오는 카샤의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찻잔을 입에 가져다대며 바라보는 저 너머에는 도대체 무엇이 비치고 있는 걸까.

사람은 내일을 향한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존재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내일이 없었다.

그녀는 아직도 여전히 4년전의 그날에 머물러있는 것 일까.


그런 우울한 생각에 어두워지려는 표정을 억지로 펴내며 소녀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샤! 혹시 카렌이라는 이름의 가면남에 대한 소문은 들으셨나요?”

“가면남..?”



---------



“곤란하군요...”


하늘색 장발에 동양미를 가득 머금은 얼굴의 고풍스러운 미인.

진서린이 곤란한 표정으로 읊조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헤르네스 아카데미의 고문으로써 부임한 첫 날부터 들어온 보고의 내용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리우스 카르디에고와 입학응시생의 결투’


...

부임 1일차에 맡기에는 너무나도 무겁고 까다로운..

그리고 요상한 안건이었다.


‘선생이..? 카르디에고 가문의 차남이라는 자가 학생도 아니고 응시생을 상대로?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죠 이 학교는..?’


그런 생각과 함께 느껴져오는 한시적인 두통에 여인이 이마를 잡았다.

하지만 그런 행동도 잠시.

곧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상황을 살폈다.


‘아니야.. 오히려 현 아카데미의 현황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서린은 연합의 추천으로 임시적으로 아카데미운영의 고문을 맡아 이 곳에 부임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명분.

진짜 명분은 현 아카데미에서 벌어지고있는 귀족파와 서민파의 싸움에 대한 현황을 연합에 알리고 그 사이를 중재해내는 것 이었다.


‘이 보고가 사실이라면.. 원래라면 말려야 할 일이지만 현황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생각과 함께 보고서에 올라온 가면을 쓴 소년의 사진을 보며 서린은 생각했다.


‘카렌..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최선을 다하시길.. 이기기는 힘들겠지만요.’


그런 생각과 함께 보고서를 내려놓던 순간이었다.

무언가를 놓친듯한 느낌이 들어 다시 한 번 보고서에 실린 카렌이라는 소년의 사진을 바라보는 여인.


‘이 옷과 머리.. 낯이 익은데..’


사진에서도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정확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입고있는 푸른 배색이 들어간 점퍼와 눈을 연상시키는 새하얀 머리는 묘하게 낯이 익었다.


‘그러고보니.. 그 때 은행에서 요정과 함께 있었던 그 아이가 이런 차림새였죠.’


기억을 더듬어 마침내 낯이 익었던 이유를 찾아낸 여인.

하지만 이상했다.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얼굴을 정확히 확인한다면 그 기시감의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은행에서는 소년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었고 사진상으로는 얼굴의 대부분을 덮고있는 가면탓에 정확한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뭘까.

자신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답답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의미없는 일이라는 것에 생각이 닿았다.

이 가면남의 정체가 폐적된 왕자이든 범죄자의 자식이든 서린이 당장에 해야할 일들이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들고있던 보고서를 내려놓고 다른 업무를 이어나가기 시작하는 서린.

유감스럽게도 이 결투 소동에 여력을 쏫기에는 여인이 처리해나가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았다.


자신은 언제쯤 은퇴할 수 있을까.

라고 25세의 젊은 여인.

서린은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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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23:폭풍전야 24.08.05 7 0 10쪽
22 EP22:푸른 머리의 신임교사 24.08.05 5 0 13쪽
21 EP21:결투신청 24.07.29 9 0 14쪽
20 EP20:실기시험(2) 24.07.28 11 0 12쪽
19 EP19:실기시험(1) 24.07.28 9 0 10쪽
18 EP18:카샤 그리고 현우 24.07.28 10 0 13쪽
17 EP17:의외의 얼굴 24.07.28 9 0 16쪽
16 EP16:그가 없는 봄 24.07.28 8 0 10쪽
15 EP15:헤르네스 입성 24.07.28 8 0 14쪽
14 EP14:아카데미 24.07.28 11 0 15쪽
13 EP13:정상이 아닌 두 사람 24.07.28 6 0 11쪽
12 EP12:이름 24.07.28 8 0 12쪽
11 EP11:구사일생 24.07.28 6 0 10쪽
10 EP10:결국 24.07.28 7 0 10쪽
9 EP09:오래된 맹세 24.07.28 8 0 10쪽
8 EP08:탈출 24.07.28 12 0 15쪽
7 EP07:수상한 첫 만남 24.07.28 13 0 14쪽
6 EP06:드디어 세계로 24.07.28 15 0 13쪽
5 EP05:본론 24.07.28 18 0 13쪽
4 EP04:너무 많이 아는 남자 24.07.28 20 0 13쪽
3 EP03:본모습 24.07.28 20 0 11쪽
2 EP02:평범한 고등학생 24.07.28 28 0 16쪽
1 EP01:죽음 24.07.28 5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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