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 딸이 집착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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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섬
작품등록일 :
2024.07.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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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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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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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5:본론

DUMMY

연세측정불가(아마도 길거리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노인들보다도 한참은 많을)소녀 라이라의 주책은 그렇게 10분하고도 30초 정도 더 지속되었다.

닭똥같은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새빨갛게 달궈진 볼을 쓰다듬는 소년.


소년의 볼이 붉어진 데에는 볼을 잡아당겨졌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라이라라는 지극히 아름다운 절세의 미녀에게 한껏 안겨졌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나마 그녀와 비슷한 연령대인 카샤가 떠올랐던 덕분이었을까 다행히도 연애경력이 23년의 인생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젠은 아름다운 미소녀에게 안겨 음흉한 미소를 지어낸다거나 한눈에 반해버린다는 사춘기 소년이나 당할 법한 대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런 소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쉬운 표정으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휘저으며 안을 거리를 찾아다니는 라이라.

그 휘적거리는 팔이 소년의 눈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그 불길한 손짓에 소년이 흠칫하며 주제를 돌렸다.


“큼흠!! 그.. 그래서! 나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고 내 몸을 어린 시절로 되돌린 것 까지는 좋아. 그래서 그 다음은?”


벌겋게 달궈진 얼굴을 가다듬으며 질문해오는 소년에게 라이라가 장난스런 웃음으로 답했다.


“주제를 돌리는 게 능숙하시내요 젠.”

“시끄러! 지금 너 마음 읽고 있는 거 맞지!? 잔소리 그만하고 질문에나 답해!”


한 순간 당황한 탓에 나와버린 소년의 일갈.

이에 ‘그 정도는 마음을 안읽어도 알 수 있는데요...’

라고 홀로 궁시렁대며 소녀가 답했다.


“이미 몇 번 스치듯 들어서 알고계실거라 생각합니다만 당신이.. 마왕 젠이 죽고나서 아리아도 어느새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래? 체감상 바로 방금 죽었다 깨어난 느낌이었는데”

“이 곳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현세와는 모든 것이 동떨어진 세계니까요”


‘그럴수도 있나..’ 라는 생각과 함께 머리가 복잡해진 소년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딱히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기에 라이라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4년전 당신의 계획대로 군단이 긴 세월에 걸쳐 모아온 몬스터들의 대군과 대부분의 병력은 소멸되었습니다. 그 덕에 군단은 와해되고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전세계에 활개를 치는 일은 없어졌죠. 하지만...”

“군단장 녀석들은 아직 남아있겠지.”

“그렇습니다.”


젠의 확신에 소녀가 긍정하며 말을 이어갔다.


“물론 과거의 힘도 권력도 없는 그들이 현재의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기는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과거와 다르게 지금의 그들은 암암리에 활동하는 테러집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소녀의 설명에 소년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어쨌든 완전 궤멸은 아직도 멀었다는 건가? 내 예측상으로는 내가 죽고 3년 안에는 뿌리를 뽑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모든 사람이 당신같지는 않으니까요.”


여신의 칭찬인지 험담인지 구분이 안가는 말에 소년이 쓴 웃음을 지어냈다.


“그래서? 설마 잔당의 뿌리를 뽑겠다고 나를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현세로 보낸다는 건 아니겠지?”

“거기에 대해서는 말씀을 드렸을 텐데요?”

“알아. 뭔지는 모를 위기가 찾아온다는 거잖아? 그 말은 군단도 마왕도 아닌 무언가라는 거고? 나는 그 부분이 영 탐탁치않은 거야.”


젠의 의견은 옳았다.

이미 죽어버린 청년 젠의 몸을 소년의 모습으로 되돌린 다음 현세에 부활을 시키는 것.

섭리를 반하는 일에 섭리를 반하는 엎친데 덮친 격의 일 이다.

정체모를 불확실한 무언가에 대비한답시고 함부로 행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 아니다.


그 점이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지 팔짱을 끼고 불안한 표정을 짓고있는 소년.

그 때였다.

라이라가 소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젠. 물론 당신의 의견이 백번은 옳아요. 섭리에 반하는 일따위.. 사실은 여신인 제가 솔선수범해서 막아야 하는 일이었겠죠.”

“그런데?”


소년이 되물은 순간이었다.

소녀의 새하얗고 고운 손이 소년의 손을 감쌌다.

그러며 대답해왔다.


“하지만 섭리라는 것 또한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 섭리가 역으로 사람을 위협하게 된다면.. 그런 섭리가 없어지는 것 또한 섭리이겠죠.”

“너 그 말..”

“저는 이것을 한 인간을 통해서 배웠답니다.”


감싼 손은 풀지 않은 체 상냥한 미소를 지어오는 라이라.

그 행동에 한 순간 소년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러더니 곧 쓴 웃음을 지어냈다.


아주 어렸을 시절.

그러니까 마왕 젠이 어둠을 품기도 전의 순수했던 소년의 모습이었을 시절에 언젠가 한 번쯤 했던 말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나의 마음에도 있었던 말이었을 텐데..’


생각이 필요한지 소년은 답이 없었다.

그러나 그 침묵도 잠시.

곧 소년이 입을 열었다.


“알았어. 더 이상 거기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을게.”

“정말.. 저를 전적으로 믿겠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나요?”

“거기에 대해서는 미안! 더 이상은 토달지 않을게!”


합장과 함께 사과해오는 소년.

이에 소녀가 뾰로통한 표정을 풀어냈다.

그러더니 곧 다시 말을 이어오기 시작하는 라이라.


“어쨌거나 마침내.. 고민이 끝나신 것 같으니 이제는 말씀드릴 수 있겠내요.”


“뭐? 아직도 말할게 남았어?”


소년의 되물음에 라이라가 고개를 끄덕이며며 답했다.


“원래는 당신이 스스로 잘 판단해서 처리해주길 바랬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확실하게 말해두는 것이 이로울 거라는 판단 하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레 진지한 표정을 지어오는 라이라.

그녀의 심상치 않은 밑밥에 소년의 표정이 굳어졌다.


“12년전.. 마왕을 쓰러뜨리고 오랜 전쟁을 끝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4명의 영웅이 있었습니다.”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뭘..”


그렇다.

현세계의 상식이자 기본인 이야기.

마왕 키르케로부터 세계를 구한 4영웅의 이야기는 이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기본중의 기본인 역사적 사건이었다.


하물며 젠의 입장에선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이야기이다.

다른 게 아니라 젠 본인이 그 4영웅중의 한명이자 마왕을 직접 쓰러뜨린 용사 카난이었으니까.


“젠. 당신은 운명을 믿나요?”


소녀의 뜬금없는 질문에 소년이 고개를 기울이며 답했다.


“갑자기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야?”

“... 인간에게는 각자의 길이 정해져 있으며 인간은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믿느냐고 물었어요.”


갑작스레 던져진 무거운 질문에 소년이 침묵했다.

딱히 답할 거리가 없었기 떄문이었다.

그 침묵을 이해한 듯 곧 라이라가 말을 이어갔다.


“인류가 세상에 나타난 이래. 인류에 위기가 닥칠 때면 항상 그들을 구원하는 이들이 나타나고는 했습니다. 12년 전에는 당신을 포함한 4영웅. 4년 전에는 용사 카샤가 있었듯이 말이에요.”


갑작스레 언급된 딸의 이름에 소년이 흠칫하며 물었다.


“그래서?”

“그 역사들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라이라의 붕 뜬 설명에 답답함을 참지 못한 소년이 물었다.

그러자 라이라가 마침내 본론을 꺼냈다.


“다가올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할 새로운 영웅이 3명. 있습니다.”


소녀의 그 말에 한 순간 소년의 표정이 굳었다.

소년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다음에 나올 말들은 틀림없이 불길한 말들일 것이라고.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한 명은.. 조금 전에 보셨던 이계로부터 아리아를 구하러 온 영웅. 이현우입니다,”


라이라가 근처에 있던 거울조각 하나를 벌리며 말했다.

곧 거울조각 건너편에 좀 전에 보았던 소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갈색이 섞인 흑발과 수수해 보이는 얼굴.

누군가가 보면 ‘이렇게 약해보이는 녀석이 영웅이라고?’ 라고 할 법한 외견이다.

그런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또 하나의 거울 조각을 라이라가 벌려내며 말을 이어갔다.


“또 한명은 최근 연합의 에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청년. 마검사 호른 짐웨버입니다. 또 다시 마왕이 나타난다면 차세대 용사는 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정도로 맹활약중이랍니다.”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있는 녹색의 장발.

마찬가지로 그런 머리스타일과 흡사한 초록색의 눈빛.

자신정도는 아니지만 얼굴의 균형이 잘 잡혀있는 미청년이었다.


전체적으로 상냥해보이는 인상이지만 두 눈에는 누구도 무시못할 강인함과 용맹함이 보인다.

과연 영웅으로 꼽힐 만 하다는 인상의 남자다.


“그리고 마지막 한명은.. 당신이 가장 잘 아는 인물일겁니다.”


앞의 두 사람과는 다르게 유리조각을 불러오지 않는 소녀.

일종의 거쳐 가는 과정이라 생각해 작은 기대감을 품고있었기에 아쉬움을 느끼던 순간이었다.

한 사람의 얼굴이 소년의 머릿속을 스쳤다.


“혹시?”


소년의 짐작에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습니다. 당신의 수양딸.. 카샤 라이트브링어입니다.”


갑작스레 딸의 이름이 나오자 소년의 표정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곧 긴장의 기색이 역려한 얼굴로 소년이 물어왔다.


“저..그... 뒤에 성이 붙은 건 제쳐두고 카샤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찔리는 바가 있는지 존대를 붙혀서 소심한 태도로 질문해오는 소년.

이에 소녀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어떻게 지낼 것도 없이 당신이 짐작하는 대로입니다. 어느새 18살이 된 그녀는 실의에 빠져 매일매일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습니다.“

“역시나인가.. 극복해주기를 바랬는데.”


소년의 자조에 소녀가 말을 덧붙혔다.


“당신을 쓰러뜨린 이후로 그녀의 활약은 저조해졌습니다. 아직까지는 용사대접을 받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은 아슬아슬한 상황이죠.”

“아.. 아슬아슬하다고?”


소년의 되물음에 소녀가 책망하듯 답했다.


“당연하죠. 그토록 믿고 따르던.. 아니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랑하는 아빠’를 자신의 손으로 찔러버렸으니.. 용사의 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쏘아붙히듯 책망해오는 여신님.

그 말들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소년의 가슴속에 꽂혀왔다.


“큭!! 커헉!!”


이 장소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완전한 합죽이가 되어버린 소년.

그래도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어느 정도는 무뎌졌기를 기대했건만 이래서는 곤란했다.

역시나 마지막에 그녀의 이름을 불렀던 탓에 미련을 남겨버린 것일까?




라며 지난날의 과오를 곱씹고 있던 때 였다.

소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지만 당신을 책망하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너무 상심하지는 말아요 젠.”

“큭.. 아니야. 너 때문은 아니니까.. 어쨌든 그래서? 운명이니 뭐니 거창한 말을 던져댔던 이유가 혹시 이걸 알려주려고?”


소년의 비아냥이 섞인 질문에 소녀가 ‘저 때문에 상심한 거 맞잖아요..’라고 딴지를 걸며 말을 이었다.


“본론은 지금부터에요. 젠. 이 일은 당신을 전적으로 믿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부탁이라는 걸 인지해주셨으면 해요.”


소녀의 밑밥이 가득 섞인 말에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고 해도.. 힘과 권력을 손에 넣었을 때 어떻게 될지는 신조차도 알 수 없어요.”

“뭐.. 그렇겠지”


갑작스레 또 다시 시작된 뜬구름잡는 소리에 소년이 질린 표정을 지은 순간이었다.


“이번 세기의 영웅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불안정할겁니다.”


여신의 다음 말에 소년의 표정이 굳어졌다.

짐작 가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류를 구할 영웅 3명이 정해져있다.’


그 사실을 알았던 순간부터 짐작했던 일 이었다.


여신의 말이 이어졌다.


“부디.. 그들이 엇나가지 않도록 당신이 잘 이끌어 주셨으면 합니다.”


소녀의 부탁에 소년이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어냈다.

그러더니 곧 소녀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하는 젠.

소녀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소년이 불만스런 표정과 함께 불만을 표시했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전부야? 말 돌리지 말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줘.”


겨우 영웅님들의 선생님역할을 맡기기 위해 자신에게 이런 정보를 푼 것은 아닐 것 이다.

짐작 가는 바가 있었기에, 그리고 확신이 있었기에 소년은 라이라에게 눈을 맞춰왔다.

진실을 요구해오는 눈빛.

그 행동에 마침내 소녀의 입이 열렸다.


“만약.. 영웅들 중의 누군가가 엇나가는 일이 생긴다면 세계의 미래에 큰 비틀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그들이 엇나가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이미 고민은 끝난듯 소녀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당신의 손으로 직접. 그들을 죽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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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P22:푸른 머리의 신임교사 24.08.05 4 0 13쪽
21 EP21:결투신청 24.07.29 9 0 14쪽
20 EP20:실기시험(2) 24.07.28 11 0 12쪽
19 EP19:실기시험(1) 24.07.28 9 0 10쪽
18 EP18:카샤 그리고 현우 24.07.28 9 0 13쪽
17 EP17:의외의 얼굴 24.07.28 9 0 16쪽
16 EP16:그가 없는 봄 24.07.28 8 0 10쪽
15 EP15:헤르네스 입성 24.07.28 8 0 14쪽
14 EP14:아카데미 24.07.28 10 0 15쪽
13 EP13:정상이 아닌 두 사람 24.07.28 6 0 11쪽
12 EP12:이름 24.07.28 8 0 12쪽
11 EP11:구사일생 24.07.28 6 0 10쪽
10 EP10:결국 24.07.28 7 0 10쪽
9 EP09:오래된 맹세 24.07.28 8 0 10쪽
8 EP08:탈출 24.07.28 12 0 15쪽
7 EP07:수상한 첫 만남 24.07.28 13 0 14쪽
6 EP06:드디어 세계로 24.07.28 15 0 13쪽
» EP05:본론 24.07.28 18 0 13쪽
4 EP04:너무 많이 아는 남자 24.07.28 20 0 13쪽
3 EP03:본모습 24.07.28 20 0 11쪽
2 EP02:평범한 고등학생 24.07.28 27 0 16쪽
1 EP01:죽음 24.07.28 5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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