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에 미친 성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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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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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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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DUMMY

아니 얘는 기껏 자기 몸을 찾아준다니깐 왜 이래?


- 그... 만약 제가 다시 제 몸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빠처럼은 못할 거 아니예요.


'그게 무슨 소리야 대체.'


- 수녀 지망생일 때도 그렇게 답답했는데 성녀가 되면 오죽하겠어요? 지금 분위기 보니까 화장실 가는 것도 따라올 것 같던데. 지금 이 방에도 수녀 한분 계시고...!


그건 그래. 우리가 심상속에서 대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전과 편의를 위해 상시 대기 중인 인원이 있는 건 이해하긴 하지만 감시당하는 불편한 느낌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아니 그래도 이건 네 몸이잖아. 나도 내 원래의 몸과 세계로 돌아가야 하고... 게다가 널 기억하는 사람들은 어쩌고?'


내 물음에 델리시아는 단호 태도로 대답했다.


- 어차피 저는 제대로 된 친구도 부모도 없어요. 다들 제가 바깥 이야기를 들어오면 그때만 귀를 귀울였죠. 하지만 그뿐이었어요. 그 외엔 저와 같이 있으면 자기도 휘말려 벌칙을 받을까 봐 아는 척도 잘 안 했죠.


'그런...'


'그나마 대화를 나누는 것도 마틴 아저씨 뿐이었는데... 아저씨한텐 미안 하지만 역시 전 답답한 건 싫어요.'


거참. 어쨌든 델리시아도 얘도 아주 단호박이구나.


그래, 싫은 건 싫은 거지.


이런 자기주장 강한 대쪽 같은 성격, 나쁘지 않다.


- 전...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오빠가 저를 도와줘요. 제 몸으로 많은 걸 경험하게 해 줘요. 오빠는 엄청 강한 전사였잖아요. 어차피 저도 다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니까. 저도 오빠를 도울게요.


'...그래 일단은 알겠어. 어디 갖혀 있긴 싫다는 거지? 좋아. 기껏 되살아났는데 이런 시시한곳에 박혀 있을 순 없지.'


- 좋아요! 고마워요 오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그건 내가 할 말이란다.


어쨌든 델리시아도 깨어났고 사건의 전말들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으며 델리시아의 소망이나 바람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더 넓은 세계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는 것.


델리시아의 몸을 빌려 쓰는 세입자의 입장에서 집주인의 청을 거절할 순 없지.


나도 답답한 건 딱 질색이고 말이다.


대충 들어 보니 성녀가 하는 일이라곤 전국 순회공연을 돌며 환상의 기적쇼로 신도를 늘리고 민심을 휘어 잡는 그런 종류다.


게다가 어디 왕족이네 황족이네 귀족이네 하는 것들을 찾아가서 신의 힘으로 축복이며 기원을 걸어 주면서 후원도 땡기는.


한마디로...


'상상만 해도 귀찮다.'


사람들 앞에선 뭐 성녀의 기품이니 뭐니 하면서 내숭도 떨어야 할 거 아니야.


그런 건 진심 때려 죽여도 못한다.


물론 진짜 죽을 위기에 처하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델리시아도 날 도와 준다고 했는데 이것도 마음에 든다.


델리시아는 12살 꼬맹이 치고는 여러 잡지식을 많이 알고 있었고 특히 프레시아의 권능인 축복과 기원에 대해서도 해박했다.


이는 성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이라는데 잘됐다.


델리시아가 알려주거나 저번처럼 직접 권능을 사용한다면 굳이 내가 머리아프게 적성에도 안 맞는 그런 걸 할 필요는 없겠지.


정말 필요할 때 외엔 델리시아에게 맡겨도 될 것이다.


아 그리고 델리시아는 룰루를 너무 좋아했다.


- 이 촉감... 정말이지 너무 부드러운데... 말랑하고 탱탱해...! 게다가 시원하기까지...! 너무 좋아...!


[ 응! 나도, 좋아! ]


신성의 빛으로 델리시아의 영혼을 치유할 때 함께 있던 룰루도 무슨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는지 탁구공 만하던 룰루의 몸집이 테니스공 수준으로 커졌다.


갑자기 중급정령이 된 건 아니고 신성이 가미된 영적인 경험으로 조금 성장한 게 아닐까 싶다.


성장한 룰루는 정신파를 좀 더 구체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여러 능력이 강화되고 새로운 능력도 얻게 되었다.


그 새로운 능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는데 365일 내내 룰루를 쓰다듬어 주고 싶을 정도.


새로은 능력은 조금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고...


또한 나는 정령과의 '계약'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때 룰루를 불러내고 이름을 지어 주는 과정을 끝으로 그냥 영혼으로 묶인 특별한 사이가 되며 계약이 끝난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계약이란 영적인 동반자가 되는 것 외에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영혼의 격을 상승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영혼의 격이라... 그 외에도 알듯 말듯한 뭔가가 떠오르는듯했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것 같았다.


룰루가 조금 더 성장하게 되면 그때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룰루가 성장하게 된 건 정말 기쁜 일이다.


게다가 나를 비롯한 델리시아와도 정신파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델리시아는 정말 날듯이 기뻐했다.


어떻게 보면 유일한 대화와 소통의 상대였던 나 이외의 친구가 생긴 것이다.


썩 보기 좋은 광경이다.


그나저나 이놈들은 성녀의 요청을 언제까지 무시하는 거냐?


이거 단식투쟁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원.


그나마 룰루가 있어 다행이다. 밥 대신 물이라도 마실수 있으니까.


한창 성장기인 델리시아가 밥을 굶는 건 꺼려지지만 어쩔 수 없다.


'계획'을 위해서라면 검을 반드시 돌려받아야 한다.


그렇게 몰래몰래 룰루를 통해 물을 마시며 버티길 이틀, 결국 대주교는 항복했다.


혹시나 이 검들이 던전의 영향으로 어떤 문제가 없는지 검사를 해 보고 돌려 준다고.


이렇듯 인간관계란 매달리는 쪽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행인 건 델리시아가 주인임을 인정하는 표식마법 외에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한다.


솔직히 르와가 무슨 수작을 부려놓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그리고 전 제사장 르와와의 관계를 물어 봤는데 그냥 '던전에서 만났더니 엄청 잘해주며 선물까지 주던데요?' 라고만 말했다.


틀린 말 하나도 없는 100%의 팩트다.


선물은 라스가 주긴 했지만 르와의 허락이 없었으면 받지 못했을 거니까 르와가 준 게 맞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르와에 대해 아냐고 물어 봤더니 표정이 굳어 버리는 게 대주교쯤 되는 인물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인물인가 보다.


순진한 척 엄청 강한 거 같다고, 르와가 세상에서 제일 강한 거 아니냐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다만 르와만큼 강한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는 답은 얻을 수 있었다.


이 정도만 해도 만족한다.


만약 르와 같은 수준의 강자들이 즐비한 세계였다면 던전이고 나발이고 교단에 박혀 검이나 휘둘렀을 거다.


나는 만용과 용기를 구분할 줄 안다.


르와는 고마운 존재지만 왠지 모르게 꺼림칙하다.


르와만한 존재가 쪼렙 사냥터에 있던 건 너무 이질적인 광경이니까.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어쨌든 검을 받은 나는 다음으로 내 나머지 짐들도 돌려받을 수 있냐 물었다.


당연히 구닥다리 같은 모포나 육포, 건량 이런 잡동사니들 때문에 물어본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월슨과 포션, 백지 성유물, 그리고 진입석이었다.


나는 내 짐들을 회수해 갈 때 절대 내 짐에 하나라도 멋대로 손대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놓았었다.


다행히 내 요청은 먹혀들었던 것 같다.


나는 진입석과 백지 성유물, 월슨, 은화, 포션등을 요청했고 진입석을 제외한 나머지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진입석은 너무 위험한 물건이라 안 된다고 사정사정 하는 통에 일단 저 나머지 잡동사니에 가까운 짐들과 함께 그대로 잘 보관 해 달라고 했다.


던전에서의 추억이 서린 물건들이니 절대 손대선 안 된다고 덧붙이며.


그들은 내가 포기한줄 알고 안도했지만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성장한 룰루가 뭘 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다음은 월슨을 심어 줄 고급 화분도 요청했다.


- 어! 이 감자! 알 것 같은데!


[ 감자? ]


델리시아도 기억하고 있구나?


이 감자는 던전에서 날 도와 준 특별한 감자 월슨이며 나를 대하는 것처럼 신경 써달라 했으니 잘 키워줄 것이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쇼핑하고 싶다고 땡깡을 부렸다.


그렇다. 나에겐 무려 은화 17개가 있다.


이세계의 경제 관념은 잘 몰라도 어지간한 것들은 살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솔직히 궁금하다.


광장에서 교단까지 오는 과정 중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종족들을 마주쳤지만 그건 이 도시의 일부도 되지 못한다.


이세계에 왔으면 응당 이세계의 문화를 구경해야지 않겠는가?


해외여행을 나가서 호텔에만 있다 돌아오면 그것만큼 무의미한 여행이 없을 것이다.


애인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렇게 나는 대주교를 졸라 허락을 받아 내고 기사단장과 전사장의 호위를 받으며 힘차게 교단 밖으로 나갔다.


다만 나갈 땐 나를 포함한 4인의 성기사와 성전사들 모두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갔다.


너무 눈에 띄는 건 사절이니까. 이 부분은 대주교랑 통하더라.


대주교가 돈을 준다는 건 거절했다. 그건 좀 그래.


괜히 할아버지 코묻은 돈 빼앗는 기분이다.


그렇게 교단을 나왔는데 다들 평범한 옷을 입어도 한가락 하는 아저씨들이 굳은 표정으로 사주 경계를 하니 이목을 안끌 수가 없더라.


마틴도 일행에 껴있었는데 복잡미묘하고 착잡한 표정을 짓는걸 애써 무시하느라 혼났다.


그렇게 나는 호위를 받으며 반나절 동안 시장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아주 낯익은 물건을 발견했는데...


"어서 오십쇼! 손님, 어떤 비누를 찾으십니까?"


아니 뭐임? 중세에 비누가 왜 있는 거지? 비누는 나도 만들줄 모르는데...?


내가 눈만 껌뻑이고 있자 상점 주인은 눈치껏 영업을 시작했다.


"어디 보자... 금발이 아름다운 아가씨껜 이 '향수비누'를 추천 드립니다! 이 비누로 말할 것 같으면 귀족분들도 종종 찾을 정도의 명품 비누로서......"


나는 홀린 듯 분홍빛의 비누를 집어 들었다.


중세인들은 잘 씻지도 않고 그러는 거 아니었나?


비누라는 게, 생각보다 일찍 발명된 건가?


판타지 세계라서? 대체 뭐지?


룰루만 있어도 충분히 깨끗해 질 수 있지만 현대인으로서 비누는 참을 수 없다.


나는 은화 1개를 지불하고 고급비누 3개를 구매했다.


충동 구매 아니냐고? 맞다.


그래도 살 수밖에 없었다. 무려 비누란 말이다.


하지만 델리시아는 날 이해하지 못한 듯 경악했다.


- 무, 무슨 비누에 은화를 써요! 완전 사기당했어...!!!


'괜찮아. 이건 보통 비누가 아니니까.'


- 보통 비누가 아니라구요? 뭔데요? 엄청 특별한 비누라도 돼요?


'이건... 무려 '향기나는' 비누야.'


- 엑... 진짜 사기당한 거 아니죠?


[ 비누? 먹는 거야? 뭐야? ]


- 응, 룰루야. 비누가 뭐냐면... 몸을 더 깨끗하게 씻을 수 있게 해주는 거야. 나중에 한 번 해 보자. 응. 부탁해.


'사기당한 건 아니니까 걱정 하지마. 사기당했으면 아저씨들이 가만 있지 않았을 걸?'


내가 이세계 금전 감각이 없긴 해도 눈치까지 없진 않다.


아마 내게 바가지를 씌우려 했다면 그날이 가게 문 닫는 날이 됐을 거다.


그리고 그건 가게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척 봐도 용역깡패처럼 눈을 부라리는 아저씨들이 분노하지 않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그냥 비누가 겁나 비싼 거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타고난 협상꾼들 네 명을 등에 업고 합리적인 쇼핑을 이어갔다.


불 붙이는데 사용하는 점화석부터 후드케이프, 모포, 배낭, 물주머니, 건량과 육포, 붕대 등을 새로 구매했다.


약탈자들걸 다시 쓰기엔 많이 찝찝하잖나.


그리고 남은 돈 전부를 4중 모래시계를 구매하는데 사용했다.


모래시계 4개가 정사각형 모양으로 합쳐진 특이한 형태의 모래시계 였는데 각각 3/6/12/24시간으로 나눠진다고.


던전에서 발견된 아티팩트에 가까운 물건이라는데 보자마자 은화 8개를 털었다.


크기는 높이 15cm, 너비 10cm 즈음 되는 크게 부담스럽진 않은 사이즈였다.


내구성도 썩 괜찮은 물건이라고 했고 실제로 떨어트리거나 딱밤을 날려도 멀쩡하더라.


만약 깨졌으면 아저씨들을 출동시켰을 것이다.


그 밖에도 온갖 기묘신기한 물건들도 많이 구경했고 던전에서 봤던 하이고블린을 포함한 여러 아인종도 볼 수 있었다.


아저씨들에게 물어보니 키는 인간만한데 옆으로 퍼진 근육질들은 오크, 도마뱀 인간인 리자드맨, 각종 늑대, 사자, 토끼, 호랑이 수인 등 수많은 아인종들이 부대끼고 있었다.


그중 후드와 마스크로 얼굴과 전신을 가리고 다녀서 구분이 잘 안 가는 놈들은 보통 숲 엘프라고 하는데 엘프는 프레시아의 축복교단을 제외한 나머지 종교단체들과 관계가 썩 좋지 못해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깐프는 여기서도 깐프구나. 깐깐한 엘프들 같으니.


그래도 축복교단을 배척하지는 않는다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나는 아직도 르와가 '열등한 인간들을 거름으로 만들어 숲에 뿌리겠어요.' 하며 학살마법을 펼칠까 두렵다.


물론 최악의 상상일 뿐이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만약 다른 엘프들과 적대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땐 르와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라스에게 받은 검을 보여줄거다.


그러면 괜한 오해로 싸움이 생기진 않을 것이다.


그밖에 슬라임과 도마뱀이 합쳐진 듯한 기묘한 종족도 마주쳤는데 '텍톤'이라는 아주 특이한 종족이라고 한다.


신체를 자유롭게 변형시키고 강화시켜 싸우는 강인한 전투종족이라고.


장비값 안 들거 같아서 그건 조금 부러웠다.


그렇게 반나절에 걸친 원 없는 쇼핑을 통해 '계획'에 필요한 물건들 대부분을 구매했다.


그것들은 누가 봐도 여행용품 혹은 던전행을 앞둔 모험가의 준비품 같은 것들이었는데 다행히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는듯했다.


그냥 던전에서의 경험이 인상 깊어서 소꿉놀이처럼 그런 기분을 내는거라 생각하나?


교단에 돌아온 나는 마지막으로 '옷과 신발'을 요청했다.


별건 아니고 그냥 평범한 거로 달라고 했다.


하지만 대주교는 신경 써서 가장 마음에 들어할 만한 거로 골라왔다며 내게 화려한 수녀복과 고급 구두 같은 걸 내밀었다.


무슨 어디 판타지속 성녀가 입을 법한, 흰색과 금색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옷과 신발이었는데 이걸 보니 축복교단의 테마컬러는 확실히 흰색과 금색인 거 같았다.


다만 디자인이 너무 부담이라 말하자 이 옷과 신발은 착용자가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변형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자가 수복이나 내구성 강화, 탈취등 여러 실용적인 마법이 부여된 마법 아이템이라고.


난 즉시 조금 평범하지만 활동하기 편한 수녀복과 가죽 부츠 느낌으로 변형시켰다.


활동하기 편하면서 눈에 띄지도 않고 가볍고 튼튼한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궁금한걸 물어 봤다.


그때 내가 신성의 빛을 이끌어낸 성유물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혹시 신성의 힘을 모조리 뽑아써서 고철이 돼 버린 건 아닌지?


다행히 대주교는 그렇진 않다고 했다.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듣기로 성유물들과의 공명은 성유물에 남아 있던 잔류 신성력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성유물을 통해 신의 권능을 행사할 때마다 잔류 신성력이 조금씩 남는것뿐이라고.


신의 권능을 행사하지 않아도 성유물은 그 자체로 신의 권능 일부를 지닌 성물이기에 신의 힘이 조금씩 베어나오며 잔류 신성력이 뿜어져 나온다고 했다.


결국 잔류 신성력을 다 쓴다고 해도 딱히 문제는 안 생긴다고.


성유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하나가 귀중한 것들인데 싸그리 못 쓰게 만들어 버렸다면 아무리 성녀라도 평생을 교단에 봉사하며 갚아야 했을 거다.


그렇게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도 확인되고 '계획'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나는 넓은 화장실에서 여행가방을 메고 룰루를 불렀다.


'룰루야 그걸 꺼내줘.'


룰루는 영체화 상태를 해제했고 곧이어 자기 몸에서 진입석을 꺼냈다.


놀랍게도 룰루가 성장하며 새로 얻게 된 능력은 일종의 아공간 능력이었다.


이건 물의 정령의 능력이라기 보단 정령 그 자체의 능력인듯했다.


잘은 몰라도 영체화와 실체화라는 능력 자체도 뭔가 공간에 관련된 능력이지 않나.


어쨌든 당장은 많은 것을 담을수는 없지만 룰루 크기만 한 것들이면 무리 없이 수납 가능하다.


손바닥 반 정도 크기의 진입석? 충분하다.


나는 내 물건들을 돌려받고 진입석이 그대로 있는걸 확인한 뒤 돌아가며 룰루에게 진입석의 회수를 부탁했다.


룰루는 영체화 상태로 보관함을 통과해 실체화 하여 진입석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다시 영체화 상태로 돌아왔다.


룰루 덕에 훨씬 쉽게 진입석을 손에 넣은 것이다.


룰루가 아니었다면 탈출 계획은 한참이나 늦어졌겠지.


자 그럼 이제...


탈주 성녀가 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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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보물상자 24.09.16 7 0 14쪽
37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24.09.13 12 0 15쪽
36 보물 사냥 24.09.12 11 0 15쪽
35 폐허도시 24.09.10 13 0 17쪽
34 맑은 눈의 무투가 24.09.09 13 0 15쪽
33 물컹 끈적 미끌 24.09.07 14 0 15쪽
32 던전이여 우리가 왔다 24.09.06 15 0 16쪽
31 자신있어 24.09.05 17 0 15쪽
30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3) 24.09.04 15 0 15쪽
29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2) 24.09.03 15 0 15쪽
28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1) 24.09.02 17 0 17쪽
27 델리시아의 꿈 24.08.30 22 0 15쪽
26 일어나세요 24.08.29 26 0 17쪽
25 더티 파이트 24.08.28 25 0 18쪽
24 호의 24.08.27 24 0 17쪽
23 경력 있는 신입 24.08.26 23 0 16쪽
22 휴식 24.08.23 25 0 18쪽
21 탐험가 24.08.22 25 0 17쪽
20 짐승들 24.08.21 25 0 14쪽
19 예측불가 24.08.20 27 0 17쪽
18 야속한 운명 24.08.19 27 1 18쪽
17 루나 24.08.16 31 0 19쪽
16 삼위일체 24.08.15 2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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