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 해방전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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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좌표
작품등록일 :
2024.07.3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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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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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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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DUMMY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 회의실 4월 15일 16시 00분>



박원지가 유사시 한국군 전쟁 지휘 본부가 세워지는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로 국군정보사령관 이주병(63)을 소환한 이유가 있었다. B1 벙커는 공공연하게 미군의 감청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이곳에서 나누는 대화는 모두 미국과 합의된 판단이라는 걸 이주병이 사전에 인지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어이 이주병이.. 내 말 이해하지?”


박원지의 느긋한 미소에도 이주병은 불안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린다.


“선배님. 이게..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탄약창 근무자들 수십 명에다가 미국애들도 아는데.. 그냥 없던 일로 하긴 어렵습니다.”


“얌마! 조사는 우리가 하는데 니들이 뭐가 어려워!”


“남산타워에 있는 C4 증거물을 어쩌고요. 일련번호까지 싹 다 육군으로 찍혀 있는데요?”


“아이, 이 멍청한 양반아. 제조 공장에서 없어졌다고 하면 되잖아. 봉인이 안 뜯겨 있다며!”


“...”


“막말로 이거 너희 창고에서 나왔다고 치면, 임실 탄약창, 그놈 누구야!”


“35사 말입니까?”


“그래. 35사단 이만배. 그놈만 날아갈 것 같나?”


“...”


“사상자가 수천이야! 제일 먼저 정보사! 네 모가지부터 댕강하고, 다음이 육본 대가리, 그리고 정권까지 줄줄이 사탕이여.. 모두 다 뒤지는거라고 이 띨띨한 인간아!”


“... 그럼 범인은 어떻하고요?”


“아따.. 이 새끼. 드릅게 말귀 못알아 쳐먹네.. 너 임마. 누구 때문에 그 자리 왔어?”


“당연히 선배님이시죠...”


“내가 너 잘못되라고 꼬라지 부린 적 있나?”


“없습니다.”


“대한민국 육군이 창고관리 하나 못해서 자국민 수천 명이 죽었다는 걸 세상이 알아봐! 그건 국가가 아니야! 쓰레기지. 너나, 나나 존재할 가치도 없는 역적이 된다고!”


이주병은 버럭! 윽박지르는 박원지에게 딱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애써서 승진한 사령관의 자리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이 들통나는 순간, 김인재 정권은 무너지고, 수년 동안 비생산적인 정치적 공방이 계속될 것이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한국군에는 조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유사시 북한, 중국, 러시아 일부의 주요 군사기지 2,000곳을 ‘현무-6’로 동시에 타격하는 일명, ‘자유의 울림’ 작전이다.


국방연구소가 개발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6는 사거리가 5,000km이고, 탄두 중량만 10톤 이상으로서 단 한발로 북한의 지하 핵시설이나, 중국의 인민 해방군 동구 전구 미사일 기지를 초토화할 수 있는 저위력 핵탄두급 전략무기였다.


‘자유의 울림’은 국제사회의 눈치 때문에 핵을 보유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이 생존을 위해서 선택할 최후의 수단인 셈인데, 진행과정에서 국회의 눈치를 봐야하는 문제가 있었다.


현무-6의 가격은 1기당 200억씩, 작전을 위해서 2,000기를 보유하려면 총 40조가 들어가는 거대한 사업이었고, 국회는 매년 국방비 절감을 주장하며 사업을 축소하려 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 군이 관리하던 탄약창에서 폭발물이 탈취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자유의 울림’ 작전은 자초 될 게 자명했다.


이주병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미국에서는 뭐라고 하든가요?”


“야.. 내가 누구야. 나 박원지야. 양키들하고 이바구 안하고 너 불러서 오미트 하자고 했을 것 같냐?”


“...”


“대한 화약 공장에서 도난당한 걸로 하고 끝내자고.”


“알겠습니다.”


박원지는 이주병이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는 걸 확신했다. 어릴 때는 모르지만, 나이가 들어서 어느 정도 책임자의 위치가 되면 세상은 원칙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배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주병은 어떤 파고가 들이 닥쳐도 모나게 행동하지 않고 대세에 따르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말이야. 내 예상대로 북한 애들한테 연락이 왔다. 오늘 밤 베이징에서 보자네?”


“누가 나온답니까?”


“김영철, 리창호. 김정은이가 급하긴 한가 봐. 당장 보자고 난리야.”



<베이징. 킴펜스키 호텔. 펜트하우스. 4월 15일 22시 00분>


방안에서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원형 탁자에 박원지와 통일전선부장 김영철, 정찰총국장 리창호가 둘러앉아서 치즈를 안주 삼아 양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중이다. 두꺼비처럼 생긴 김영철이 취기가 오른 얼굴로 실실 웃으며 박원지의 잔을 채우더니.


“형님.. 그래도 우리 박원지 형님이 이래 이해를 해주시니 동생은 고마워서 어찌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어이구.. 형님이라니..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우리 조선노동당, 통전부 부장께서 그런 영광을 주시면 나도 어쩌란 말이요. 그건 예의가 아니지.”


“저번에 평양 오셨을 때, 제가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제 편히 대하십시오. 안 그럼 여기 리창호 동무도 불편해서 다리를 달달 떤단 말입니다. 안 그러오? 동무?”


“박원지 원장님이야 우리 공화국에서 존경하는 남쪽인사중 으뜸이십니다. 직접 뵈면 당연히 다리가 떨릴 수 밖에 없지요. 그러니 저한테도 말씀 편히 하시라요.”


박원지가 껄껄 웃는다.


“아이고 그럽시다. 오늘부터 우리 진짜 형님 동생 합시다. 자자, 건배”


짠! 도원결의하듯 끈끈한 눈길로 서로를 쳐다보며 술잔을 비우더니..


“다들 바쁘신 아우님들이니까. 본론을 빨리 이야기할게요. 어제.. 아니 오늘이지. 우리 남산타워 때려부순거.. 말입니다. 조용히 지나가기로 했으니까 위원장님께도 그리 보고를 드리세요.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지구가 멸망해도 8.15 서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다고 말씀 전해 주시랍니다.”


김영철의 눈빛이 반짝인다. 김정은이 김영철을 통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남한이 요구하는 8.15 서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아니다. 어제의 공격으로 합의된 경제원조 계획이 변동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게 오늘 박원지를 베이징까지 부른 이유였을 뿐이다.


“형님···. 서로 간의 선물도 이상 없다고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김영철의 질문을 듣자마자, 박원지가 불안하게 술잔을 만지작거리다가 홀짝 비운다.


“아우님들도 봤지만, 우리 인민이 수천 죽었어요. 게다가 누가 했는지 모른단 말이지...”


“...”


박원지가 사진 한 장을 꺼내서 보여준다. 관악산을 공격한 드론의 잔해에서 발견한 ‘조국 통일’ 글자다. 김영철이 당황한 표정으로 리창호와 눈빛을 교환한다.


“이거.. 관악산 송전탑 때린 드론이에요. 딱봐도 좀 그렇지?.”


김영철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형님. 진짜 우리 아입니다. 우리가 뭣 하러 그러겠습니까.”


리창호도 맞장구를 치면서 김영철을 돕는다.


“맞습니다. 우리 공화국이 지금 이럴 이유가 없지요. 이거 누가 날조한 겁니다!”


박원지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야 알지.. 왜 모르겠어. 근데 보통사람들 생각은 다르지 않겠나?”


“이런 두개골을 파열 낼 놈들. 어떤 종간나 새끼가 협작질을 하나? 형님. 혹시 미국 아새끼들이 장난친 거 아넵니까?”


“그건 전혀 아니고... 여하튼 미국도 조용이 덮자고 합디다.”


“기럼, 미국도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덮자고 합의했단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이런 거로 꼬투리 잡아서 전쟁이라도 할 거야? 그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상대의 의도를 확인한 김영철이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기럼 시원하게 물어보겠습니다. 100조 중에서 얼마나 빠집니까? 우리 친애하고, 존경하는 최고 지도자 동지께서는 이번 8.15 서울 정상회담을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위대한! 사변적 사태로 규정하시고! 정말 기대가 많으십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형님!”


박원지가 예상했다는 듯, 느긋하게 웃는다.


“그러게, 말이에요. 돈 가지고 치사하게 이러는 게 나도 가오가 상하긴 한데.. 우리는 북쪽하고 체제가 다르잖아. 국민들이 내부도 관리 못 하면서 세금 팡팡 쓴다고 난리친다니까.. 그랙서 말인데 시원하게 50조로 반까이 합시다.”


순간, 김영철과 리창호의 얼굴이 쟂빛으로 변한다.


“아이구. 형님! 그러시면 형님이 최고지도자 동지에게 보고하시라우! 저희는 못 합니다.”


“맞습니다. 당장 고사포로 벌집이 될게 뻔한데 어찌 보고합니까!”


“내말 끝까지 들어봐요. 우리도 내부를 달래야 하니까 뭔가는 있어야 하잖아요?”


“뭐를 원하시는지 질질 끌지 말고 시원하게 말씀 해주시라요. 종전 선언이라도 해달란 말입니까?”


“역시 통전부장이시네. 맞아요. 종전선언으로 다 끝냅시다. 사실 문구 하나 넣는게 뭐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지 않소.”


“...”


심각하게 듣던 리창호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더니..


“그럼 이렇게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여기서 왈가불가할 일도 아니고, 최고 지도자 동지께서 결정하실 문제니까.. 보고드린 다음에 내용을 정리해서 만나지요.”


박원지의 입가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김인재 정부가 들어서고 수년간 ‘종전 선언’을 협상테이블에 올렸지만, 북한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중국이 휴전협정의 당사자란 이유였다. 그런데 이제 테이블에 ‘종전협상’이 오르게 된 것이다.


고작 남산타워에서 희생된 국민 몇 사람으로 ‘휴전’을 ‘종전’으로 바꾼다니.. 박원지는 지금이 남북 분단 체제를 불가역적인 평화 체제로 전환할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여겼다.


-


박원지와 김영철, 리창호가 묵고 있는 펜트하우스의 옆방에서 대화를 감청중인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 핸드폰으로 문자를 전송한다.


“亲兄弟明算账”(친형제끼리도 계산은 분명하게 한다)



<국정원 보국탑. 4월 15일 22시 10분>



‘겨레의 모든 시련을 기꺼이 앞장서 막으리라. 음지에서 애국의 일념으로 말없이 실천하는..’


음지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려다가 산화한 요원들을 기리기 위한 보국탑. 배승호는 쭈그리고 앉아서 탑에 새겨진 이름 없는 별 들들 멍하게 바라봤다.


박원지는 바로 전에 통화에서 분명하게 지시를 내렸다.


“C4는 대한화약 공장에서 훔친 거로 하고, 범행은 8.15 서울 정상회담을 방해하려는 세력 정도로 언론에다가 좌표 찍어주기로 했으니까. 다시 연락할 때까지 하던 일 하면서 지내라고. 무슨 말인지 알지?”


“... 남산타워에 출입하던 우리 직원(화이트 요원)도 사망했습니다.”


“영광스럽게 죽을 거면 이 일을 선택하면 안 되지. 안타깝지만 이게 우리 일 아닌가? 아무튼 그렇게 알고 다시 연락합세.”


배승호는 먼저 떠난 블랙 요원 선배들처럼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가족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객사해서 들개의 먹이로 뜯기다가 썩어버린다고 해도 괜찮다고 여겼다. 단 한 번도 영광스러운 죽음 따윈 생각한 적이 없었다.


배승호가 위험한 작전에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했다. 자신의 희생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곱씹어봐도 박원지의 지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국민이 무참히 살해 당했는데... 범인을 잡을 수가 없다.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면서 보국탑의 별들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선배님들. 저 배승호. 놈들을 잡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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