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 해방전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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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좌표
작품등록일 :
2024.07.3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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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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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 : 주사파 본진으로

DUMMY

< 평택. 한수련의 아파트. 7월 15일 22시 00분 >


배승호는 한수련과 만난 첫날 그녀가 사는 집까지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뭐든지 성급하게 속도를 내다보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맥주를 잔뜩 마시고 나오는 길에 팔짱까지 끼고 집으로 끌고 가는 한수련을 거부하긴 어려웠다.


이유야 어쩌건, 노가다 ‘이상규’(배승호)에겐 건설노조 사무처장 한수련이란 사상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갑’의 지위이기 때문이다.


평택 항에서 한수련이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았는데. 한수련은 국내최대규모의 삼중건설현장의 조합원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잠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말대로 집안에는 그 벽걸이 TV조차 보이지 않았고, 가죽이 헤어져서 속이 훤하게 드러난 낡은 소파와 테이블, 조립식 책장에다가 대충 올려놓은 술병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안방에서 하얀색 면 티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고 나온 한수련이 기가 막힌 술이 있다면서 부엌으로 사라지자, 소파에 앉아서 멀뚱거리던 배승호는 곁눈질로 집안에 설치된 몰래카메라의 위치를 찾았다.


우선, 거실 천장에 홈CCTV가 하나, 거실 쪽을 비추는 현관모니터에 둘, 부엌과 안방 사이, 스프링클러에 셋, 화장실에서 거실 쪽으로 향하는 콘센트에 넷, 그리고 한수련이 테이블에 내려놓고 간 핸드폰의 카메라까지 다섯 개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안방과 테라스에도 몇 개가 더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건, 이번 작전의 성패가 ‘연기’에 달려있음을 의미한다.


배승호는 오늘의 작전을 어떻게 마무리 할지 계산했다. 첫째, 12시즈음 술에 취해서 집으로 간다. 둘째, 술에 취해서 소파에 쓰러져 잠든 다. 셋째, 한수련이 쓰러질 때까지 술을 마시고 집을 떠난다. 그리고 넷째, 술에 취한 한수련이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마다하지(섹스를) 않고 대응한다.


곰곰이 생각하던 배승호가 네 번째 옵션까진 무리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간첩새끼들에게 실시간 포르노까지 보여주긴 그렇지... 술이나 진창 멕이고 나와야 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는 순간, 한수련이 쟁반에 술병과 안주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배승호의 옆에 앉았다.


“이상규(배승호) 동지. 이 술이 말이야. 량강도 혜산공장에서 만든 백두산 들쭉술이라는 건데.. 위대한 분께서 불로장생을 위해 마셨다는 그 술이야.”


“위대한 분이요?”



“민족해방의 력사를 써가는 분이지. 지금도 우리의 가슴속에는 그분의 영도력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이기야..”


배승호는 한수련의 입에서 어색한 북한식 말투가 툭툭 튀어 나올 때마다 그녀의 눈동자를 살폈다. 눈동자가 흐릿하고, 얼굴피부가 벌건 게 취기가 잔뜩 오른 모양새다. 그래도 방심할 순 없었다. 한수련이 자신을 이곳으로 끌고 온 목적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배승호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아무것도 모른 척 묻는다.


“위대한 분이 누군데요?”


한수련이 피식 웃으며 들쭉술 뚜껑을 따더니 두 개의 유리컵에 가득 채운다.


“이상규 동지.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거 아이야? 사내가 너무 순진한 척 해도 매력이 엄써!”


“... 김일성 주석님 말씀이십니까?”


“그럼.. 우리 민족의 가슴을 뛰게 하는 영웅.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이시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어버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 사령관이신.. 외세의 억압에서 인민을 해방시키는 력사! 우리의 주체이시지.”


“아.. 네..”


한수련이 방긋 웃으면서 들쭉술이 가득담긴 유리컵을 건네더니, 건배를 하고 한 번에 비워버린다. 그리고 배승호에게 마시라며 손가락을 까닥거린다.


“...”


“시원하게 마시라오. 그리고 내가 누나니까 사적장소에선 반말해도 되지? 이상규 동지도 편하게 하라구.”


“이미 하셨는데요.”


“알았으니까.. 마셔. 나 기다리는 거 싫어한다.”


꼴깍! 배승호가 숨을 참으며 들쭉술을 입안에다가 털어 넣는다. 최소한 200CC는 되어 보이는 유리잔이다. 들쭉술이 목구멍을 타고 위장으로 직행하자 뱃속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어후..”


“맛있지? 이거 5.24 조치(대북제제) 이후엔 구할 수가 없는데 이상규 동지라서 꺼내준거야. 나도 아껴 먹는거라구.”


한수련이 다시 배승호의 잔을 채우는데 티셔츠 안쪽으로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 풍만한 가슴굴곡이 배승호의 눈에 들어온다. 못 본 척 고개를 돌렸지만 눈치를 챈 한수련이 배시시 웃는다.


“결혼은 못했다고 했고.. 연애는 언제가 마지막이야?‘


“이제 기억도 안나요.”


“그래도 사랑했던 사람은 있었을 것 아니야?”


배승호가 한참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연다.


“노래방장사 할 때 만난 보도요. 한 일 년 동거하다가 헤어졌죠.”


“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착한친군데.. 주사가 심했어요. 제가 자고 있으면 혼자 술 마시고 커피포트에 물을 얼굴에 붓곤 했죠. 다행히 끓이지는 않아서 큰일은 안났지만요.”


“나쁜 주사구만. 좋은 주사(주체사상을 의미함)도 많은데...”


“근데 그 친구 주사의 원인이 알고 보니 저 때문이더라고요. 같이 살면서 노래방에 못나가게 했거든요.”


“남자들이야 다 그렇지. 누가 지 여자를 노래방에 보내겠어?”


“그렇죠.. 근데요.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그 친구에게는 직업이었잖아요. 그렇게 벌어서 부모님 용돈도 주고, 아픈 언니도 챙기고.. 그게 저와 함께 살면서 다 흐트러진 거죠. 게다가 제가 밤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와서 잠을 자니까. 낮에도 혼자, 밤에도 혼자.”


“죽을 것 같은 외로움..”


“맞아요. 막말로 결혼도 아닌 동거잖아요. 헤어지면 땡인 동거. 그러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 외로움. 그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혼자선 술이 아니면 버틸 수가 없으니까...”


“하루 종일 자기 기다리면서 술 먹고 취하는 거네. 근데 자기가 새벽에 퇴근하고 잠드니까 맨정신에는 어쩌지도 못하고 또 술 마시는 거고.”


“맞아요. 모두 제 책임이죠.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어요. 아무리 사랑해도 누군가의 인생을 망쳐놓은 인간이 되긴 싫으니까요.”


“...”


이야기를 듣던 한수련의 눈동자가 촉촉해진다. 말없이 잔을 비우고 허공을 쳐다본다.


“사무처장님은요? 연애 안하세요? 남자들 많이 따를 것 같은데...”


“나? 왜? 연애 안하는 것처럼 보여?”


“아.. 죄송합니다. 그냥 집이 휑해서..”


배승호가 멋쩍을 표정으로 술잔을 비우자... 한수련이 호기심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배승호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인다.


“죄송할 건 없어. 지금 하고 있잖아.”


“네?”


한수련의 검지와 집게손가락이 얇은 나일론 작업복 바지를 입은 배승호의 허벅지를 살살 훑어가자 페니스가 서서히 부풀어 오르며 텐트를 친다.

배승호가 놀란 척, 눈을 땡그랗게 뜨고 한수련을 쳐다보는데..


“허벅지에서 심장소리가 들리네?”


“아니.. 그게.”


한수련이 배승호의 손을 붙잡아서 자신의 가슴에다가 올렸다. 한손에 담지 못하는 넉넉한 가슴. 게다가 오십대의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탱탱한 탄력이 느껴진다.


그리고 두근두근.. 미친 듯이 뛰는 한수련의 심장소리가 가슴을 쥐고 있는 배승호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울렸다.


“자기도 들려?”


“네..”


“나 지금 연애중이거든.”


“이해가 안 되는데요?”


한수련의 손길이 과감해진다. 검지로 배승호가 친 텐트의 꼭대기를 ‘톡톡’ 건들자, 발끈! 배승호의 페니스가 심장소리에 맞춰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이 친구는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거야...”


한수련이 배승호의 눈동자를 지긋이 쳐다본다. 자신의 가슴에다가 손을 올린 채, 바지춤에서는 페니스가 벌떡거리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귀엽다. 보통의 사내라면 벌써 티셔츠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브래지어 후크를 풀어댔을 것이다.


그러나 배승호는 달랐다. 바지춤에서 솟아오른 페니스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지만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했다. 끝까지 상대의 자존감을 지켜주려는 사내의 의지 같아 보였다.


“그래서 싫어? 나는 싫다는 사내 붙잡고 징징대는 스타일은 아닌 데에...”


“싫은 건 아니고.. 요.”


“그럼?”


“초면이지만 저도 사무처장님 만나 뵙고 괜찮은 분이라 느꼈거든요. 길고, 어두운 터널을 혼자 걷다가 만난 불빛 같은 인연. 저는 그런 느낌이라 서요. 근데 술이잖아요. 술. 술은 심장을 뛰게 하는 마약이니까. 그러다 아침이 오고, 술이 깨고 심장이 차가워지면... 불빛이 꺼지고 다시 터널에 혼자 남을 것 같아요.”


‘말도 예쁘게 하네’


사실, 한수련은 배승호를 집까지 끌고 오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배승호와 대화를 나눌수록 그가 주체사상의 내력을 뒷받침할 경험과 자세가 눈에 보이자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노동운동 판에서 수십 년간 잔뼈가 굵은 한수련이다.


조곤조곤한 말투에서 흘러나오는 강인한 신념. 감정의 동요를 이끌어내는 보통의 언어가 아무나 지니지 못하는, 특별한 능력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승호는 더 깊숙하고, 본질에 가까운 임무에 걸 맞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도망가려던 배승호를 집까지 끌고 와서 영혼의 근저까지 들여다보려고 했다. 그런데 배승호의 눈동자에서 오히려 자신이 감추고 있던 것들이 거울처럼 반사되는 걸 느끼자 이미 결정은 끝났다고 판단했고, 평소에 성경처럼 주절대던 김남주의 시가 떠올랐다.


‘함께 하자 우리 이길을.. 해방의 길, 통일을 길...‘


‘그래 이상규(배승호) 동지는 우리와 함께 가야한다.’


한수련의 떨리는 두 손으로 배승호의 얼굴을 감쌌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배승호를 바라봤다.


“그 터널.. 동지도 힘들었구나..?”


배승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함께 가면 불이 꺼지지 않을 거야..”


“...”


한수련이 배승호의 입술을 덮치며 서서히 배승호의 노조조끼와 작업복 상의와 바지까지 벗기더니, 자신도 티셔츠와 반바지를 벗고 소파에 배승호를 눕혔다. 그리고 여름용 사각 드로즈 팬티 안에서 단단하게 서 있는 페니스를 잠시 쳐다보다 상체로 시선을 돌렸다.


‘王’자가 새겨진 단단한 아랫배부터 각진 가슴근육이 보인다. 아침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호리호리한 체격이 아닌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을 몰랐다. 게다가 원래 직업이 작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조곤조곤한 말투에선 오래전 학생 때 어린 동기 남학생의 아우라였는데 벗겨놓고 보니 완벽히 다른 ‘남자’로 느껴졌다.


그때, 누운채로 쳐다보는 배승호의 시선이 느껴진다. 속옷차림의 자신을 건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살짝 상한다.


스윽... 팬티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배승호의 페니스를 만지작거리자 불덩이 같은 열기가 손바닥에 전달된다. 소파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서 배승호의 팬티를 벗겨내자 휴지심보다 두 배나 굵고, 20cm는 되어 보이는 페니스가 하늘로 솟구쳐 있다. 다시 배승호의 눈치를 살핀다.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없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다.


한수련은 168cm, 몸무게 50kg로서 나이가 들어도 살이 찌거나, 피부가 늘어지지 않는 타고난 몸매였다. 언뜻 보면 30대 후반이라고 믿을 정도였는데, 어린 대학생부터, 칠순이 지난 할배까지. 지나가던 사내들이 자신의 풍만한 가슴과 길쭉한 각선미를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어디까지 참나보자’


한수련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배승호의 페니스에 혓바닥을 가져다 대더니 살살 귀두 주변을 핱다가 입안에 넣고 쪽쪽 빨기 시작한다.


“음...”


그제야 배승호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억지로 참고 있다가 내뱉는 신호. 한수련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배승호와 시선을 교환하며 천천히 브래지어와 팬티를 내리고 올라타서 페니스 촉촉해진 질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


한수련이 정신이 혼미해지며 탄성을 질렀다. 단지 배승호의 페니스가 굵고, 단단해서만이 아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 강력한 남자의 신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남자를 품는 건 너무 오랜만이었다. 앞뒤로 정신없이 엉덩이를 흔들며 페니스에 감정을 전달하기 시작한다.


‘안아줘.. 키스해주란 말이야. 제발..’


그때, 배승호의 오른 손가락이 ‘까닥까닥’ 허공에서 움직이는 게 보인다.


‘이리와’


한수련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배승호가 자신에게 보낸 신호가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오래된 연인처럼 그대로 엎어지면서 배승호를 껴 안는다. 그러자 배승호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펌프질을 시작한다.


“아악!”


배승호가 엉덩이를 들썩일 때마다 한수련은 비명을 질렀고, 배승호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배승호가 두 손으로 한수련의 엉덩이를 쥐고 입술에 혓바닥을 밀어 넣자... 한수련의 커다란 눈동자에서 기쁨의 눈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입술에서 귓불까지 키스를 이어가던 배승호가 곁눈질로 천장을 살핀다. 스프링클러에서 반짝이는 몰래카메라 렌즈가 눈에 들어온다. 분명히 누군가 실시간으로 보고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 9부 능선.. 마지막 1부에 종지부를 찍는 건 한수련이 아니다. 지금 지켜보고 있는 놈이겠지... 그래.. 누가 등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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