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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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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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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49. Snake meets snake


술이 가득 들어 있는 더플백과 함께 뱀의 아가리로 뛰어들어 뱀을 취하게 한 시현의 활약 덕택에 일루얀카를 퇴치하는 데 성공한 후,

뱀의 배 속에서 살아 돌아온 시현과 아테나가 눈물의 재회를 연출하던 중 또 다시 땅이 흔들리자 일행의 시선이 모두 땅에 널브러진 일루얀카의 시신을 향했다.


그러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일루얀카가 서서히 꿈틀거리며 다시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전 세계 어느 신화를 살펴보더라도 뱀의 형상을 한 것들은 다들 불사 혹은 부활의 특성을 지닌 경우가 많지.

아마도 저승의 영역인 땅 속에 구멍을 파고 들락거리는 모습이나 허물을 벗어 죽은 몸을 버리고 새 몸을 얻는 모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네”


푸코 교수가 짧게 설명을 하며 그의 애검, 아조트 검을 꺼내 꿈틀거리며 부활의 낌새를 보이는 뱀을 찔렀다.


“그렇기에 이런 불사의 존재들은 죽일 수 없고, 격퇴하더라도 결국은 봉인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네. 그런 의미에서 이 ‘아조트 검’은 신화 속 존재들을 봉인하기 위한 최고의 무기라 할 수 있지”


연금술에서 말하는 최고의 촉매. 현자의 돌을 장착하고 있는 푸코 교수의 검이 일루얀카의 살을 꿰뚫자, 부활하려던 일루얀카는 결국 생기를 모두 흡수당하며 쪼그라들어 사라졌다.

그러자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테나가 푸코 교수에게 의문을 표했다.


“방금 전 상대하고 있던 카파블랑카라는 놈 또한 자네와 같은 검을 들고 있더군. 그 검 또한 자네의 검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겐가?”

“잘 보셨습니다. 카파블랑카는 한 때 저의 수제자로서 제 모든 연금술 지식을 흡수한 천재였습니다. 저의 평생을 바친 성과인 이 아조트 검마저 제 힘으로 만들어 낼 정도였죠.

그러나 어느 날 변절한 그는 장미십자회 본부를 단신으로 박살내고 일루미나티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수많은 신의 권능을 집어삼켰을 그의 힘이 지금은 어느 정도에까지 도달했을 지 저로서는 짐작도 가지 않는군요”


푸코 교수의 그런 말에 아테나가 분개하며 밀어붙였다.


“그런 말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자네가 만들어 낸 그 검은 누가 휘두르냐에 따라 세상을 어지럽히는 신화 속 존재들을 제압하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존재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물건일세.

그런 흉악한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을 그런 위험인물에게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전수했단 말인가?”

“뭐라 말씀드릴 말이 없군요. 그 당시의 저는 불로불사의 위업을 이룩할 지식을 갈구하는, 그저 한 명의 학자였을 뿐입니다.

그 때는 카파블랑카도 그저 스승을 따라잡기 위해 학문에 열중하는 젊은이였지요.

저 또한 그런 카파블랑카를 단순한 수제자가 아닌 아들과 같은 존재로 여기고 애지중지했습니다.

그 어린 소년이 이렇게 잔인한 성정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지요.

저도 지금은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마다 그 날의 꿈을 꾸곤 합니다.

그 아이를 가르치던 날들로 되돌아가 잘못된 모든 일들을 바로잡는 그런 꿈을 말입니다”


푸코 교수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죄를 고백하자 그의 충실한 제자, 마리오는 자신의 스승을 변호하고자 나섰다.


“저··· 아테나 님, 푸코 교수님께서도 카파블랑카가 이러한 사건들을 일으킬 악인이라고 생각해서 가르쳤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장미십자회 본부가 습격당했던 날에도 가장 먼저 나서서 카파블랑카를 막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시기도 하셨고, 그 날 이후로 장미십자회의 모든 요직에서 물러나 속죄하는 삶을 살고 계시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시고, 이미 벌어진 사건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스승을 변호하기 위해 애쓰는 마리오의 애처로운 모습에 아테나 또한 더 이상 푸코 교수를 추궁할 수는 없었는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쳇, 그래 그렇다면 저 댐을 어떻게 처리할 지 이야기해보게나.

그렇지 않아도 엄청난 규모의 댐인데, 이런 폭우까지 쏟아지면서 물이 불어나 버렸다네.

방금 전 일루얀카와의 전투로 발생한 지진이 댐에 어느 정도나 피해를 주었는지 걱정이 되는구나”


푸코 교수와 아테나의 설전이 오고 간 뒤 일행들은 아타튀르크 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이동할 채비를 했다.

그러던 중 시현은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방금 전까지 사투를 벌였던 거대한 뱀, 일루얀카.

그 거대한 뱀을 푸코 교수의 아조트 검으로 흡수했던 그 자리에 자그마한 실뱀 한 마리가 꿈틀대며 남아 있는 것이었다.

시현이 그 것을 멍 하니 바라보자 아일라가 의아한 듯 말을 걸어왔다.


“시현씨, 뭐 걱정되는 거라도 있나요? 아까부터 계속 그 쪽만 바라보고 계시던데···”

“예? 저기 저거 안보이세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요?”


시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으나 다른 사람들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자그마한 실뱀은 시현의 눈에만 보이는 듯 했다.

시현은 조심스럽게 그 실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실뱀은 시현이 반응하지 못할만큼 재빠른 속도로 시현의 팔을 타고 올라왔다.

시현이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지르자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며 이상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아하하···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뭘 잘못 본 모양이네요···”


시현이 아무렇게나 얼버무리자 다른 일행들의 관심은 금새 다른 곳으로 향했다.


시현은 자신의 팔을 타고 올라온 실뱀을 찾으려 해 보았으나 어느새 실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아테나가 시현의 옆으로 다가와 옆구리를 콕 찌르며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말해왔다.


“방금 그 것. 내 눈에는 보였네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 하지 말게나. 이 후의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지”


제 할 말만 하고 곧장 앞서나가는 아테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현은 아타튀르크 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50. 세 번째 아들


앞장서는 아테나를 뒤따르는 일행들은 아타튀르크 댐의 한복판에 도달하자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음···”

“허어···”


다른 이들이 침묵을 유지하는 중에 푸코 교수와 마리오가 침음을 삼키는 소리만이 빗소리를 뚫고 들려올 뿐이었다.


그 동안 내린 폭우로 인해 물이 엄청나게 불어난 와중, 튀르키예가 자랑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댐, 아타튀르크 댐은 일루얀카의 폭주가 일으킨 지진으로 인해 군데군데 균열이 가 있었던 것이다.

아테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대로 뒀다가는 언제 댐이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군. 그렇지 않은가?”

“균열도 균열이지만 지금 불어난 강물이 엄청난 무게로 댐을 압박하고 있군요”


푸코 교수가 한숨을 내쉬며 현재 상황을 정리했다.


“지금이라도 수문을 개방해 댐에 가해지는 수압을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타튀르크 댐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거나 수문을 개방할 방법을 아는 이가 있나? 만일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되겠지만 내 생각엔 아마 없을 것 같은데?”


시현이 고민 끝에 내 놓은 해결책은 아테나의 반박에 곧바로 힘을 잃었다.

그러자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아일라가 쭈뼛거리며 손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저기··· 댐의 수위를 낮추는 것 만이라면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일라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하자 일행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

그러자 아일라는 따가운 시선에 움츠러들면서도 목소리를 냈다.


“제가 쓸 수 있는 권능은 서아프리카의 거미 신, 아난시의 여섯 아들들의 능력을 빌려오는 건데요··· 그 중 셋째 아들의 능력이 물과 관련된 권능이거든요···”

“오오 마침 이런 상황에 딱 맞는 권능이구나! 그렇다면 어서 이 댐의 수위를 낮춰 주지 않겠니?”


마리오가 반색하며 말하자 아일라는 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건이 있어요”

“조건?”

“시현 씨만이라도 고개를 돌리고 있어주시면 제가 댐의 수위를 낮춰볼게요!”


자신이 권능을 사용하는 것을 보지 말아달라는 아일라의 수줍은 요청에 시현은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일라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서아프리카의 토착 민족, 아샨티 족의 설화에 따르면 아난시의 여섯 아들들은 각자 하나씩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요.

첫째는 뛰어난 시야로 멀리서 다가오는 위협을 재빨리 포착하는 능력을.

둘째는 아무리 먼 곳이라도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능력을.

셋째는 강물을 순식간에 다 마셔버려 강바닥이 드러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넷째는 먹이감을 잘 손질해서 요리하는 능력을.

다섯째는 백발백중의 돌팔매 실력을.

막내, 여섯째는 어떤 충격이라도 막아낼 수 있는 거미줄을 짤 수 있는 능력을.


그 중 셋째의 능력을 사용한다면 아무리 많은 물이라도 다 마셔버릴 수 있어요”


시현은 동화를 읽어 주는 듯 한 아일라의 설명을 들으며 그녀의 목소리가 좋다는 감상을 느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댐에 막혀 넘실거리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 등 뒤에서 마치 폭포 소리와 같은 커다란 물소리가 들리더니 시현이 바라보고 있던 댐의 수위가 점차 낮아지는 것이 보였다.

시현은 그런 아일라의 엄청난 능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대 저수량이 500억 톤에 달하는 아타튀르크 댐이 넘쳐흐르기 직전까지 불어나 있던 물이 아일라 단신의 능력으로 조금씩이나마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 댐의 수위가 평상시 유지되는 정도까지 낮아지자 등 뒤에서 아일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정도면 되었을까요? 시현 씨, 이제 돌아보셔도 돼요”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시현이 뒤를 돌아보자 아테나는 아일라의 등을 두드리며 잘 했다고 칭찬하고 있었으며 푸코 교수와 마리오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구명보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댐의 수위를 낮추고 붕괴를 막아낸 아일라를 감탄하며 바라보고 있자 아일라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시현에게 물었다.


“혹시 보신 건 아니···죠?”

“난 아무것도 못봤어요. 그런데 왜 저는 못 보게 했던건가요?”


시현이 여태껏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자 아테나가 다가와 시현의 옆구리를 세게 꼬집으며 말했다.


“숙녀가 보여주기 싫어하는 것을 캐묻는 것은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인게냐! 내 영웅님은 섬세함이라는 것이 한참 모자라구나!”


시현은 영문도 모른 채로 아테나에게 혼이 났다.

그렇게 한바탕 시현을 괴롭히던 아테나가 아일라를 걱정하며 물었다.


“그나저나 아일라 자네는 괜찮은 것이더냐? 깨끗하게 정수된 식수도 아닌 폭우로 불어난 강물을 그렇게나 많이 먹었는데 말이다”

“아하하··· 제 입으로 들어온 물이긴 하지만 신의 권능을 사용한 것인 만큼 제 뱃속으로 직접 들어오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키는 것 같아요.

그 만큼의 물을 진짜로 먹었다면 제 몸이 무사하지 못했겠죠 후훗”


그런 아일라의 설명을 들은 시현의 머리속에서는 아일라가 권능을 사용해 강물을 마시는 모습이 그려졌다.


푸코 교수와 마리오가 들고 있는 구명보트 위에 올라탄 아일라가 엎드린 자세로 넘실거리는 물에 입을 대고 그 엄청난 양의 물을 흡입하는 모습을 상상하자 어째서 아일라가 그런 모습을 시현에게 보이기를 꺼렸는지 이해가 되었다.

좋은 말로도 점잖은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는, 오히려 약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시현이 말없이 있자 아테나가 다시 한번 시현의 옆구리를 꼬집으며 화를 냈다.


“어허! 상상하지 말거라! 저 아이가 숨기고 싶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거늘!!!”


일루얀카와의 싸움이 일단락된 후 다시 느낄 수 있게 된 여유로움에 다들 긴장이 풀려 시현을 괴롭히는 아테나를 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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