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소시민은 탑 공략이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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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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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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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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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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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002화

DUMMY

002.




“삐용!”

“백호?”

“삐용!!”


녀석은 긍정하듯 힘차게 울었다.

귀엽다.

귀엽긴 한데···.


“얘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손바닥 보다 조금 큰가? 아니 더 작나?

나는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녀석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드륵, 드륵, 드르릉!


“응?”


드르릉, 드르르르릉.


녀석의 조그마한 몸이, 전신을 써서 엄청난 기세로 진동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냐면 침대 위에 있는 내 몸이 같이 울릴 정도.


“어디 아픈 건가?”


드르르륵! 고로롱! 고로록 드릉드르릉.


엄청난 기세로 진동해대는 녀석을 손에 쥐어 보았다.


작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였다.

그 검은 공간에서 본 녀석의 크기는 미래에 성장한 모습일까.


지금은 그저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조그마한 고양이였다.


“삐용! 삐용! 삐용!!”


뭐가 그리 신나는지.

녀석은 내 손바닥 안에서 코를 연신 부비며 외쳤다.

그걸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마음이 살짝 들었다.


“저기요! 여기 애완 동물 금지인 거 몰라요?!”


옆방에서 히스테릭한 소리와 함께 벽을 치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삐요옹!! 삐요오오옹!!”


백호는 온몸의 털을 세우며 외쳤다.

기분이 나쁘다는 티를 내는 걸까.

대단히 하찮았다.


“조용히 해. 백호.”

“삐잉···.”


갑자기 옆방에서 소리쳐서 놀라긴 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녀석의 상태는 걱정할 필요 없을 거 같았다.

일단 팔팔해 보였으니까.


“그럼 어쩐다.”


각성을 했으면 탑에 들어가는 편이 알바나 뛰는 거 보다 훨씬 더 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이 고시원에, 이 동네에 더 있을 필요가 없다는 소리였다.


나는 백호를 품에 안고 고시원 밖으로 나왔다.


그렇다고 버스도 끊긴 이 시간에 본가로 갈 수는 없으니까.


“역시 해봐야겠지?”

“삐용!”


백호가 긍정적인 울음 소릴 냈다.

뭔 줄 알고 긍정하는 거야.


피식.


오랜만에 기분 좋은 실소가 나왔다.


“스킬 시전, 타워 입장.”


슉-


바람 빠지는 거 같은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오···.”


푸른색이 가득한 공간이 우릴 반겨주었다.


“여기가 타워 안인가?”


[환영합니다. 플레이어 주민혁님.]


굉장히 맑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알아?”

[물론이죠. 저희는 오래전부터 당신 같은 분을 기다려왔으니까요.]

“너희가 누군데?”

[실례했습니다. 제 이름은 베르. 이 탑의 관리자입니다.]

“주민혁, 25살 남자. 그런데 자기소개 때 얼굴도 안 보이는 건 탑의 매너야?”

[용서해주세요. 사정상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습니다.]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긴 했다.

자신을 베르라 밝힌 관리인의 목소리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목소리.

그런 목소리와 기대감 어린 말투로 나 같은 사람을 기다렸다고 하면 솔직히 설레기 마련이었다.

만약 이 탑에 입장한 게 내가 처음이었다면 그랬을 거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탑을 들어왔고, 이 멘트를 들었을까.

일정수 이상 플레이어가 되지 못한다는 말은 새로운 플레이어의 탄생 = 기존 플레이어의 사망이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탑의 관리자께서 내게 말을 건 목적은 뭐야?”


사람이 죽으면 망설임 없이 다음 사람을 플레이어로 선정해서 탑을 오르게 시키는 이 목소리가 나는 썩 좋게 보이지 않았다.


[우선은 인벤토리에 관한 설명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베르의 설명은 이랬다.

인벤토리는 개인용 아공간 창고 같은 것이나 거기에 넣을 수 있는 것은 ‘타워의 것’ 뿐이었다.

빼는 건 타워 밖에서도 가능했지만 넣는 건 오로지 타워의 것뿐.

그 점을 유의해서 잘 사용하라는 말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마석이니 몬스터 재료니 하는 걸 들고 나올 수 있었겠지.


그 외에도 자잘한 주의사항을 말했으나 이미 플레이어 유튜버들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더 궁금하신 건 없으신가요?]

“없어.”


있다.

그러나 조금 전에도 말했듯 나는 이 베르라는 존재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었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을 어디까지 신뢰해도 좋을지 알 수 없기에 정보는 자력으로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타워 1층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래.”

[부디, 주민혁 플레이어님께서 타워의 최정상에 올라 모두를 구원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저 말도 몇 명이나 들었을까.

생각할수록 소름이 끼치는 존재였다.


파앗-


“오···.”

“삐용! 삐용!!”


새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

상쾌한 공기가 나와 백호의 코를 간질였다.

손바닥에서 내려온 백호는 깡총깡총 뛰어다녔다.


“여기가 탑의 내부란 말이지···?”


탑의 출현 후 5년.

어지간한 정보는 플레이어 겸 방송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체험하니 느낌이 색달랐다.


1층은 소위 초보자 존에 가까운 곳.

그리고 이곳은 밤이 오지 않는 지역이라 들었다.


“그래 백호···아니 삐용아 너는 뭘 할 수 있니?”

“삐용!”


척!


녀석은 스핑크스 석상처럼 앉은 다음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쭉 내밀었다.

음,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이겠군.


“흠···.”


나는 턱을 괴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손바닥 만한 녀석에게 백호라는 이름은 너무 이질감이 심했다.

너무 거창하잖아.


“넌 이제부터 삐용이야.”

“우르륵?”


고개를 갸웃거리는 녀석.


“네 이름은 삐용이라고.”

“삐용!”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다.

폴짝거리며 내 주위를 뛰어다니는 걸 보면.


“일단 마을로 가볼까.”


최초로 플레이어들이 탑에 진입했을 때 작은 민가가 몇갠가 모여 촌락 정도의 규모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플레이어들과 원주민들이 힘을 합쳐 제법 거대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통칭 초보자 마을.

탑의 원주민들도 있었지만.

밖에서 처음 오는 플레이어들을 안내해주는, 또 다른 플레이어들이 상주하는 곳이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오신 분이죠? 한국인?”

“日本人ですか?”

“中國人?”

“Вы русский?”


네 명의 사람이 다가와 각자 자기네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다.

앞의 세명은 그렇다쳐도 내가 러시아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지 않나??

완전 100% 토종 한국인인데.


“한국 사람입니다.”

“아, 어서 오세요. 오랜만에 한국인이 오셨네.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검은 머리의 여성이 말했고 나머지 셋은 서로 눈치를 본 후 발걸음을 돌렸다.

이 사람들이 아까 말한 ‘밖에서 온 초보 플레이어들을 돕기 위해 마을에 있는 플레이어’ 보통 초보자 도우미라 불렀다.


“만나서 반가워요. 제 이름은 김수아. D급 각성자예요.”

“아, 네. 반갑습니다. 주민혁입니다. 등급은 모릅니다. 조금 전에 각성해서요.”

“아- 그러시구나. 괜찮아요. 여기 1층에서는 등급이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막말로 일반인이 와도 별 위험 없을 걸요.”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요.”

“편하게 수아라고 부르셔도 돼요.”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제 나이가 궁금한 거였어요?”

“아뇨. 편하게 부르라시길래.”


플러팅으로 오인한 건지, 김수아는 멋쩍은 표정으로 웃으며 뺨을 긁었다.


“23살이예요. 각성한지는 1년 정도 됐구요.”

“25살입니다.”

“그럼 오빠네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민혁 오빠.”


시원시원한 성격의 여성이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존댓말이 편하니까 그냥 존댓말 쓸게요. 아, 수아씨는 반말하셔도 됩니다.”

“그런 게 어딨어요? 말 놓을 거면 서로 말 놔야 편하지. 아무튼 그래서 궁금한 게 뭔데요?”

“탑이라는 게 전세계가 이어져 있는 공간인가요?”

“아뇨? 지금 우리가 있는 건 용산에 박힌 그 흉물 안이예요.”

“그런데 아까 다른 나라 사람들도 와서 자기네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 거 같길래.”

“아무래도 인근 국가들이라 종종 저쪽 사람들도 이 탑에 오더라구요. 이유까지는 몰라요.”


그렇구만.

의외로 이런 사실들은 밖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오빠는 클래스가 뭐예요? 검사? 전사?”

“소환사라던데요.”

“엥?! 아닐 건데??”


수아는 굉장히 확신에 찬 태도로 내 클래스를 부정했다.

나는 조금 부끄럽지만 백호, 아니 삐용이를 내밀며 말했다.


“상태창에서는 소환사라 적혀있어요. 봐요. 내 첫 소환수 백, 아니 삐용이.”

“그럴 리가 없···. 어머! 귀여워!! 아가 안녕? 너 너무 귀엽다!! 오빠! 얘 여자애예요 남자애예요?”

“···그거까진 모르는데.”

“꺄!! 진짜 너무 귀엽다. 만져봐도 돼요?”

“얘가 괜찮아 하면 그래도 돼요.”


손바닥 위의 백호를 내밀자 백호, 아니 삐용이는 그녀의 시선을 즐기듯 고개를 치켜 들며 척! 하고 가슴을 내밀었다.

이 녀석 대놓고 관심을 좋아하는 구만.

고양이가 아닌 거 아닐까?


“어머, 어머어머. 털 너무 부드럽다아. 손이 녹는 거 같아.”

“아무튼 이제 믿으시나요? 제가 소환사라는 걸요.”

“네? 아, 맞다. 그 얘기하고 있었죠. 근데 일단 조금만 더 만지면 안될까요. 털이 너무 부드러워요.”


수아는 거의 울기 직전의 목소리로 애원했다.

삐용이가 싫어하는 내색을 보이면 안 된다고 하려고 했는데, 이 녀석 자기가 예쁨 받는 걸 완벽하게 즐기고 있었다.

한동안 냅두기로 하고 아예 삐용이를 수아 손에 건네줬다.


‘그나저나···.’


이 사람은 뭘 보고 확신한 거지?

내가 아는 한 다른 사람의 상태창은 볼 수 없다.

그런데 수아는 내가 소환사라 말 하자마자 확신에 차서 아닐 거라고 말했다.


뭐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 거지...?


잠시 고민해봤지만 답을 알 수 없어서, 있다 정신이 돌아오면 수아 본인에게 묻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은 한창 삐용이 털에 환장한 상태 같아서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 그러고보니 그거 확인해 봐야겠네. 상태창.”


[상태창]

플레이어 : 주민혁

클래스 : 소환사

레벨 : 1

HP : 75/75

사용 가능 스킬 : 소환(1), 상점 이용(하급), 타워 입장, 인벤토리, 북.


[소환수]

이름 : ____(이름을 지어주세요!)

종족 : 신수.

레벨 : ??

HP : ??


인벤토리는 아까 확인했고, 내 전용 스킬이라는 북을 확인해볼 차례였다.


“시전, 북(Book).”


펼친 손 위로 두꺼운 책이 튀어나왔다.

이렇게나 두꺼운 책인데 무게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삐용이를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자 무지개 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삐용이의 카드가 있었다.


검은색 공간에서 봤던 2미터가 넘는 카드와 똑같이 생겼다.

크기는 일반적인 포커용 카드 보다 살짝 큰 정도.


‘이게 트리고가 말했던 소환수 카드인가.’


비록 종류는 다르지만 오랜만에 만지는 카드의 감촉에 기분이 묘해졌다.


“공격력 1, 체력 물음표? 음 뭐, 기대는 안 했어.”


하단에는 백호라는 이름이 있었고 그 아래는 카드 게임에서 소위 플레이버 텍스트라 불리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서방의 수호자, 만수의 왕. 황제를 지키는 가장 용맹한 전사.-


여자애 손에서 예쁨 받고 있는 존재에게 붙기엔 너무 거창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좋겠지.


“그런데, 왜 코스트가 안 보이지?”


소환사 랭커인 트리고의 영상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탑 내부에서는 당연히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플레이어 겸 유튜버들도 영상을 녹화한 후 밖에서 업로드하는 게 일반적이라했다.

내 기억이 틀린 게 아니라면 카드 왼쪽 위가 소환 코스트라 했는데, 왼쪽 위에는 아무런 숫자도 문구도 적혀 있지 않았다.


탑의 각성자 이전에 알바생, 그 이전에 나는 TCG 플레이어였다.

소환 코스트의 중요성은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코스트를 얼마나 확보하고 그 코스트에 따른 카드를 내는 게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전략의 기초였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코스트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내 마력은 몇이지?’


[상태창]

플레이어 : 주민혁

클래스 : 소환사

레벨 : 1

HP : 75/75

사용 가능 스킬 : 소환(1), 상점 이용(하급), 타워 입장, 인벤토리, 북.


눈 씻고 찾아봐도 MP나 마력이라 써 있는 문구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백, 아니. 삐용이는 소환되어 있어.’


소환은 성공했는데 코스트를 지불한 기억은 없었다.

이를 토대로 유추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세가지였다.


하나, 아직 레벨이 낮아 MP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레벨 업을 하면 향후 스탯을 더 알 수 있을 가능성.


둘, 상점에서 뽑기로 얻은 소환수는 코스트와 별개로 소환할 수 있다.

소환사의 소환수와 별개 취급이라면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셋···은 어쩌면 나만···.


아니, 아무리 추측이라지만 이건 너무 편의적인 상상인가.

좀 중2병 같기도 하고, 세번째 추측에 대해 재고하던 순간이었다.


“꺄아아악!!!”


바로 앞에서 들려온 수아의 비명 소리.

그리고 그녀와 나를 동시에 덮은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다.


“미, 미노, 미노타우르스?! 시, 십삼층 몬스터가 어, 어떻게 1층에??”


거대한 근육질의 소 인간.

미노타우르스가 붉은 안광을 빛내며 내 몸보다 큰 도끼를 들고 서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진짜 살의.


시선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쿵!

쿵! 쿵!


땅이 흔들리는 충격에 고개를 돌려보니 미노타우르스 무리가 어느새 우리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푸흥! 푸르르르!!


녀석들은 흥분한 건지 거친 콧김에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내뿜었다.


녀석들에겐 그저 먹이감을 발견한 기쁨의 콧김일지 몰라도 녀석들의 그림자에 갇혀 창창하던 햇살 한줌도 받지 못하게 된 나와 수아는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네 힘으로는 못 잡아?”


수아에게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주저 앉아 덜덜 떨고만 있었다.

슬쩍 보이는 옆 얼굴을 보니 그녀는 거의 실신 직전인 거 같았다.


플레이어들의 말에 따르면 1개 층을 오를 때 마다 체감상 몬스터의 전력은 두 배씩 늘어나는 거 같다고 했다.


전투에 자신이 없어 초보자 도우미를 하는 그녀에게 13층 몬스터라는 건 바람결에 냄새만 맡아도 도망쳐야 하는 적이었다.


버근가?

아니면 내가 관리자를 경계하니까 빨리 뒤지라고 이런 짓을 한 걸까?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수록 반대로 내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쿵! 쿵! 쿵!!


거대한 미노타우르스들이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지금 안 사실인데, 몬스터들도 표정이 있었다.

그리고 이 소새끼들은 비릿한 웃음기를 머금으며 일부러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가지고 놀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 소새끼들이···!”


분노가 한계를 넘으니 공포감이 옅어졌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은 수아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등에 있는 검을 뽑아 손에 고쳐 쥐었다.


“이래 뒤지나 저래 뒤지나.”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건 사양이었다.


“으으, 으아아아아!!!”


기합치고는 공포감이 깃든 외침과 함께 정면에 보이는 미노타우르스에게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나를 바라보는 소새끼의 얼굴은 아까보다 한층 비릿한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녀석의 도끼가 천천히 내 머리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내 움직임은 그것보다 훨씬 느렸다.


그리고 주마등이 뭔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찰나의 순간 스쳐가는 내 기억의 편린들.


아빠, 엄마, 동생, 친구들.

게임을 하며 얻은 기쁨, 인정, 환호.

죽음을 직감하자 흘러나오는 눈물을 삼켰다.


피하지 못할 바엔 저새끼 눈깔이라도 쑤시고 뒤지겠다.


그 순간.


“삐요오오오옹!!!!”


삐용이의 외침과 함께,


콰앙!

콰콰콰콰앙!!!!!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내려쳤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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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45화 24.09.14 582 19 12쪽
44 044화 24.09.13 617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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