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하자마자 빌런군단으로 세계지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한혜주
그림/삽화
아카루
작품등록일 :
2024.08.04 14:55
최근연재일 :
2024.09.21 00:2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65,646
추천수 :
6,708
글자수 :
325,796

작성
24.09.21 00:20
조회
894
추천
70
글자
18쪽

마법소?녀 라니아

DUMMY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앞에서, 이세현은 과거를 회상했다.


정확히는, 일주일 전.


세상이 게임이 된 날을.


-...어?

-이게, 이게 뭐야.

-왜··· 왜 내가 여자? 무슨?


믿을 수 없는 현실.


미친 과학자가 실험이라도 한 것인가?


-나 혼자가 아니었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아니, 정상화 된 거야?

-변신! 미친, 진짜야!


아니었다.


게임이 되어버린 세상.


거기에 더해, 극도로 희귀한 성별 생성 오류 캐릭터.


그것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었을 뿐.


-씨발, 근데 찾아보니 성별 바뀐 건 나밖에 없는데··· 어쩌지?

-집에는 못 있겠어. 이대로면 인터넷에서 여자인 척 후원받으면서 인터넷 방송에다가 넷카마질 한 게 다 까발려질 거야···

-...좆 같은 게임사 새끼들.

-이 사탄의 혈육들이 주범이야!


반 평생을 게임에 바친 정신병자답게도.


마법소년··· 아니, 마법소녀 라니아는.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기보다는, 그 책임 소재를 누군가한테 돌려 분노를 표출하고자 했다.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그 대상은 명확했다.


그들이 인생을 바친 세상을 만든 저주받을 창조주.


게임사.


-어?

-넌?

-뭐야, 뭐 이리 많이 모였어?

-이거, 우리 같은 생각 한 거 같은데?

-신은 무슨, 게임을 정상화 하랬더니 세상을 정상화해?

-쩌러 레츠고! 게임사 정상화!

-정상화의 시간이다!

-이거 니들이 이런 거지!


당연히, 게임사한테 세상을 게임을 바꾼다는 신적인 권능이 있을 리는 없었다.


-과, 과징금 크악 씨이빨.... 헉, 헉, 제발··· 그만, 그만··· 제가 잘못했으니까.

-계속 춤 춰! 다음 노래를 틀어주지!

-아니, 그건 진짜 제가 춘 게 아니라 AI로.

-알 빠냐?

-춤만 추지 말고 노래도 불러!

-리드미컬하게 댄스해!


정신병자 플레이어들도 그 진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좆같았다.


힘을 표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갈등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곳.


게임사로 찾아가, 그들의 서버와 건물을 모조리 박살냈다.


-인장 주작은 뭐야 씨...바알... 흐악... 진짜로 제가 한 게 아닙니다...! 용사님들, 제발···

-어쩌라고? 춤이나 계속 추라니까?

-더는 못 하겠···

-그럼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

-잠깐···


그리고 디렉터와, 전 디렉터와, 전전 디렉터···


아무튼 게임사에 존재하는 모든 핵심 개발자들.


그들을 모조리 끔찍하게 고문해 죽였다.


별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럴 능력이 있었으니까.


-근데 이제 뭐함?

-...그러게?


그러나 게임사와 직원들을 모조리 물리적으로 가루로 만들어 버린 뒤.


판교에 모인 빌런 플레이어들은 고민에 빠졌다.


화려하게 힘을 과시한 것까지는 좋은데, 이제 뭘 하나?


-이대로 흩어지자고? 아쉽지 않아? 우린 세계 최강의 초능력자라고!

-굳이 그렇게까지 나대야 하나? 그리고 우리가 고렙이긴 한데, 더 전투력 높은 애들 수십 명은 있잖아.

-걔들도 합류시키면 돼지!

-걔들이 우리 말을 들을까?

-그럼 죽여!

-이긴다는 보장은 있고?


그 자리를 대표하는 최고 레벨 플레이어 둘은 약간 의견이 갈렸다.


캐릭터 네임 맑은눈의광인, 레벨 295 전자기인 담호영.


캐릭터 네임 라니아, 레벨 295 마법소녀 이세현.


대 놓고 막 나가 보자는 초강경파와, 막 나가는 건 좋은데 다른 플레이어들 동향을 보자는 강경파.


물론 둘 다 막가파이기는 했기에, 갈등을 빚지는 않았다.


-일단 오늘은 쉬자고.

-그래, 뭐 할려면 내일 또 판교로 오던가.

-여기가 우리 플레이어··· 아니지.

-빌런 플레이어들의 약속 장소로 삼자고.

-빌런? 허, 만화 좋아하나 봐.

-근데 적절하긴 하네.


하지만 전원이 하나의 의견에는 합의할 수 있었다.


일단 하루 정도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행동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우리는 길드다!

-길드에 가입되지 않은 채 행하는 모든 개인 행동을 금한다!


여자가 되었기에, 도저히 아버지한테 그 모습을 보일 수 없어.


피시방을 변신 전의 모습을 떠돌아다니던 이세현은 경악했다.


-길드? 아니,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

-하루? 하루 만에?

-쟤 알아. 정신병만 5개는 앓는 우울증 환자라던데?

-...저 길드장이 그런 폐인이라고?

-우리가 잘못 안 건가···?


그 뿐만 아니라, 판교 게임사 건물들을 죄다 붕괴시킨 빌런들도 흩어져 돌아가는 길에 뉴스를 보다가 경악했다.


-차정훈이랑 김재승이 한국 지부장이라고?

-...우리가 아무리 세도, 방송 수익을 죄다 현질해서 캐릭터 스펙에 쏟아부은 애들을 이길 거 같진 않은데.

-나유나? 홍세희? 그 미친 혐짤 분탕충이랑 자해공갈 스토커?

-랭커들 수백 명이 벌써 길드에 들어갔다고?

-상황이 뭔가 이상해.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길드? 어떻게 이렇게 빨리?


그들이 긴밀하게 서로 소통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 자기 캐릭터 스펙과 범죄 행각을 자랑해대며.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상황을 알아보려 한 것이었을 뿐.


사회성 하나는 끔찍하게도 없는 이들이었지만, 자기들이 얻은 힘이 너무나도 강하고.


자기 못지 않게 강한 다른 플레이어들 또한, 정신병자들이라는 것 정도는 이해하고 있기에.


발휘할 수 있었던 자제력이었다.


-길드가 대통령, 여당, 야당한테 뭔가 엄청난 권한을 얻어냈다는데.

-길드장이 계획을 발표했어. 범죄를 저지른 플레이어들은 죄다 체포한다고.

-뭐? 길드 가입자가 벌써 전체 플레이어의 10%?

-...말도 안 돼.

-이대로 저 새끼 밑에 죄다 기어들어가야 한다고?

-싫어!

-싫으면 뭐 어쩌게? 지금 대안이 있나?

-나 방금 한우현이랑 직접 싸우고 항복했다. 니들도 그냥 항복해라.

-이제야 우리 세상이 왔는데 군대 생활이나 하라고?

-싸워 보면 그 소리 안 나올 거다. 우리가 죄다 만렙 찍어도 못 이겨.

-씨발, 현실은 게임이랑 달라! 능력치 아무리 높아봐야 방심하면 한 방이라고!

-길드장은 게임 스킬 안 써. 대신 이상한 염동력 같은 걸로 휙휙 날아다니는데, 대항 자체가 안 돼.

-뭔 헛소리야? 게임 스킬을 안 쓰면 어떻게 싸운다는 거야?

-난 경고했다. 진짜로 니들 위해서 하는 말이야.


“하, 진짜로···?”

“난 못 믿어.”


빌런 플레이어들의 반응도 둘로 나뉘었다.


대세가 완전히 넘어갔으니 일단은 저 길드란 곳으로 들어간다는 의견.


죽어도 사회생활은 못하겠고, 중졸따리 앰생 우울증 환자를 윗 사람 취급은 더더욱이 못 하겠다는 의견.


라니아는 중립이었다.


정확히는, 그 자신의 특수성을 믿었기에 택할 수 있었던 중립.


-변신만 해제하면··· 일반인 취급이야. 상태창도 안 뜨고.

-다른 마법소녀나 마법소년도 이런 건가?

-...씨발, 마법소녀 랭커가 별로 없어서 모르겠네.


그래서, 다른 빌런 동료들이 죄다 제압당하는 순간에도.


침묵했다.


끝까지 반항할 정도로 깜냥이 세지는 않았다.


그러나 길드는 들어가기 싫었다.


자기 세상이 온 것마냥, 다른 플레이어들을 죄다 억압하다니.


한우현, 네가 뭐라고? 뭐가 특별하다고?


그냥 인생을 갈아 넣어서 만렙을 찍었을 뿐인 랭커일 뿐인데.


심지어 내가 [성기사] 특집 영상 만들고 싶다고 인터넷 방송으로 한 마디 한 거 가지고.


성기사 랭커로서 인터뷰 해 줄 테니 만나달라고 몇 달을 덧글을 도배해 대며 징징대던 여미새가?


거기에 더해 정신병만 10개는 앓고 있는 사람이 대장 노릇을 한다고?


물론 그것만이 이세현이 길드에 반감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니었다.


길드에 들어가면, 그 정체가 드러날 수 밖에 없었으니까.


절대로, 절대로 이렇게 변하기 전.


현실에서의 신상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숨어 살 예정이긴 하지만··· 한 방 정도는 괜찮겠지.”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마음대로 세상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


그를 강제로 억압하는 길드에게, 복수까지는 아니어도.


뒤통수 한 대 정도는 때려주고 싶었다.


심지어 그 계획이, 이세현의 생각에는 그 자신에게 딱히 위험하지도 않았다.


그 누구도 변신 전에는 감지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기습이니까.


그래서 찾아왔는데···


“...”

“평생을 숨어서 살 게냐? 너도 그런 삶을 원하지는 않지 않느냐···”


이세현, 그의 기억 속에서 아버지는 로봇 같은 인간이었다.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용돈만 놓고 가는.


물론 객관적으로, 이세현이 한심한 생활을 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눈빛.


이루 말 할 수 없는 부정의 감정이 가득 담긴 그 눈빛은 너무나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아버지와 마주하지 않기 위해.


지금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마디만 걸어 볼 작정이었는데.


말투가 비슷했는지.


자식은 알아 볼 수 밖에 없었는지.


너무나 다른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들켰다.


“...나도 몰라. 모르겠어.”

“그 모습 때문에 그러냐? 괜찮아. 이미 온갖 기괴한 모습으로 변한 인간들이 수두룩한데···”

“...미안.”


이세현은 마침내 마음을 굳혔다.


아버지가 길드에서 나온 모습을 보아하니, 그를 위해서 협조하기라도 한 모양이다.


아무리 불효자라지만, 거기까지 알아냈음에도 길드에 테러를 하기에는 꺼려졌다.


그냥, 사라지리라.


그리고 정체불명의 플레이어로 살리라.


코디네이팅은 고정이 아니니까, 바꾸면 그만이다.


계란 머리도 치우고···


“그건 안 되지.”

“...한우현.”


하지만 그가 막 몸을 돌리는 찰나.


담담한 목소리가 그의 바로 뒤에서 흘러나왔다.


“마법소녀 라니아. 지금 들어온다면, 즉시 나 다음가는 길드 임원으로 널 임명해 주지.”

“...”

“그리고 지금까지 저지른 모든 범죄 행위도, 합법적으로 사면해 줄 수 있고.”

“...”


한우현은 지금이 정말로 중요한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다.


회귀 전, 라니아는 극도의 공격성과 광기에 절여져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처음부터 그 정도 수준의 정신병자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확실히 사회 부적응자기는 하지만... 대화가 안 통하는 수준은 아니다.


회귀 전과는 다르다.


“싫다면?”

“그렇게까지 거부하는 이유가 뭐지? 길드에서 너는 충분히 대우 받을 텐데.”

“너야말로, 나한테 왜 이리 집착하는 거야? 아, 혹시 그 때 안 만나줘서 그래?"

"무슨 헛소리지? 만나?"

"기억 못 하나? 뭐, 됐어. 너, 나랑 담호영한테 특별히 현상 수배까지 걸었다며. 우리가 강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특별하진 않은데.”

"단지 능력자를 우대하는 것일 뿐이다."

"니네랑 끝까지 싸우겠단 소리가 아냐. 조용히 지낼게. 하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고 싶진 않아."

"네 재능이 아깝지 않나?"


반항적이고, 그를 적대하지만.


온 세상을 증오하는 그 감정의 파도는 없다.


-난 고아나 다름 없어.


그 이유를 이제서야 알 것 같다.


그의 아버지. 이준범.


회귀 전에는 아주 안 좋은 최후를 맞이했던 것이다.


그냥 안 좋은 수준이 아니라, 그것이 이세현을 완전히 미쳐 버리게 할 정도로.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다. 보다 쉬운 설득의 길이.


“재능은 무슨, 너도 내 방송 많이 봤으면서.”

“방송은 봤지만, 그런 것 따위 이제 상관하지 않는다.”

“뭘?”

“네가 남자였다는 게, 이제와서 뭐 그리 중요할까?”

“이, 씹 새끼가?”


그녀의 눈에 분홍빛 별과 하트가 비눗방울처럼 피어올랐다.


-[변신!]


아차.


한우현은 실수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원래 의도는 어차피 별로 밖에서 생활하지도 않았고, 이준범도 아들 얘기를 그다지 밖에 하고 다니지 않았으니.


처음부터 딸이었던 것 마냥 처리해 주겠다는 의도였는데.


그게 저 정도의 역린이었다고?


-[내 다섯 손가락에 환호성, 열광해!]

-[나와 계약해 줘!]

-[돔 공연 축하해]

-[화려한 조명이 날 감싸네]


마법사와 도적의 하이브리드 직업.


[마법소녀]의 전투 태세류 스킬이 순식간에 모조리 부여되었다. 그 어떤 스킬명 영창도 없이.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뛰어난 포스 제어 재능을 가졌다는 증거.


뒤이어 화려한 분홍빛 트윈테일이 길게 빛나며 튀어나왔다.


그 복장이 유치찬란하게 빛나며, 순식간에 화려한 여아용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마지막으로 머리 위에 계란 후라이 모양 장식까지.


변신을 마친 이세현이 양 손에 마법봉을 든 채로 읊조렸다.


“다시 말 해 봐. 아니, 말 하지 마. 말하면 죽여버린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내 말은.”


한우현은 표정을 굳혔다.


지금은 안 된다.


송과체가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다.


어떠한 스킬도 쓸 수 없다.


몸 자체에 흐르는 포스를 이용한 본능적인 방어 정도야 가능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방어일 뿐.


“뭐야, 무슨 일이야?”

“...라니아...? 그렇게 찾아도... 안 나왔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라니아?”


그리고, 마법소녀는 그 직업의 이름에 걸맞게.


변신 모션이 아주 화려하다.


어느 정도냐면, 회식을 즐기고 있던 길드원들 중 특히 감각이 뛰어난 간부들의 경우.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화려한 빛과 효과음을 느끼고 곧바로 올 수 있었을 정도로.


“너 뭐야? 어디 잘 숨어 있다가 나왔네?”


가장 먼저 거들먹대며 나선 것은 나유나였다.


“...청와대 테러리스트.”


이세현이 길드원들 모두가 아는 별명을 내뱉었다.


“...뭐어? 이 악녀가?”


그리고 당연히, 나유나도 만만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기에.


지팡이 끝에서 무지갯빛 기운을 끌어올리며 응수했다.


“길드장한테 개같이 얻어터지고 납작 엎드렸다더니 진짜였네. 병신 년.”

“응, 훈육이 필요해 보이는데? 곧 라니아는 너희에게 고마워했어, 말 나오게 해 줄게. 야 권승환, 애들 다 불러.”

“안 그래도 이미 불렀다.”

“굳. 팔다리부터 으깨 놔야···”

"길드 사옥 앞에서 싸워보자고? 난 잃을 거 없는데, 진짜 해 봐?"


일촉즉발의 상황.


한우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법소녀]는 회피와 대규모 폭격에 특화된 직업이다.


게다가 현실을 의지대로 왜곡하는 [현실 재조정 해석] 스킬은 그 근간을 마법소녀 직업군의 [주변을 비 현실적으로 예쁘고 아름답게 왜곡하고 무효화하는 현상]에 두어 만들어진 스킬이다.


전자기인과 함께 자체의 잠재력이 가장 높은 직업들 중 하나.


무엇보다 라니아는 [마법소녀] 랭커들 중에서도 그 포스 재능이 가장 뛰어난 자.


즉, 한우현이 아니라면 다른 길드 임원들도 그녀를 결국 제압할 순 있더라도.


싸움 도중, 그녀가 도심과 길드 건물, 저레벨 길드원들에게 뿌리는 무차별 마법 난사를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잠깐, 싸우러···”


-쿵


그 긴장감을, 하나의 소리가 끼어들며 풀었다.


한 남자가 무릎을 꿇는 소리.


“세현아.”

“...”

“단 한 순간도, 네가 태어난 이후로··· 네가 부끄러웠던 적이 없다.”

“...”

“언제나 걱정했을 뿐이었지.”

“...”

“지금도 마찬가지야. 네가 잘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길드에 들어온 것이고...”

“...”

“하지만, 네 말을 듣고 나니까... 여전히 내가 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는 걸 알았다.

"..."

"하지만, 그것이 정녕 네 선택이라면...”

"...?"

"존중... 해야겠지."

"뭐...?"


그 말만은 예상치 못했던 듯. 이세현의 눈동자가 당황으로 얼룩지며 커졌다.


"길드장. 보내 주십시오."

"그건."


절대 안 된다. 전 세계 최강의 마법소녀 랭커. 라니아와 엘리자 나바로는 그의 계획에 필수적인 존재다.


하지만 엘리자 나바로는 필리핀 일대를 통제하는 것만도 바쁜데다가, 언어부터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


라니아가 없다면 오리지날 스킬의 심화 연구가 크게 어려워진다.


심지어 언제 어디서 분탕을 칠지도 모르는, 사회 부적응자를? 담호영 하나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이세현까지 풀어주라고?


하지만, 이준범의 눈빛이 너무나도 완강했다. 마치 거절한다면, 절대로 앞으로 협조해 주지 않겠다는 듯한 의지.


한우현은 이를 악물었다.


이미, 이준범에게 너무나 많은 걸 보여줬다. 양주은과 임수호도 그가 보증하지 않았다면 그에게 합류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 자체의 도움도 너무 컸다.


제길. 하필 전투 불능인 순간에.


"무슨 미친 소리...에요? 쟤가 얼마나 중요한지... 길드장이 얼마나 강조... 했는데에..."

"좆 까. 내가 못 보내. 길드장은 가만 있어."

"한우현, 곧 김재승이랑 차정훈도 온다. 그럼..."

"...가라."

"..."


감정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이준범의 부탁이 아니었더라도.


마법소녀는 회피기가 너무 많다. 그 회피기가 심지어 대부분이 회피와 동시에 마법을 흩뿌려 광역 폭격을 가하는 효과까지 있는 것들.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맞았다.


"...젠장."

"어쩔 수 없지."

"명령이라면..."


나유나, 권승환, 홍세희가 무기를 천천히 내렸다.


한참 동안, 침묵이 일었다.


"자식을 위한 마지막 부탁이라는데, 어쩔 수 없지."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부탁을 들어줬지만, 이준범은 전혀 기뻐 보이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이세현을 보낸다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기에.


"...씨발."


그리고.


-[변신 해제!]


빛이 일며, 그녀의 모습이 다시금 평범한 소녀로 돌아갔다.


"진짜, 아빠, 진심인 거지...?"


이세현이 힘 없이 중얼거렸다.


작가의말

회귀 전의 한우현은 여성(으로 추정되는 랭커)들에게 덧글을 달며 그들이 반응하는 것을 즐기는 고상한 취미가 있었습니다!

뭐이악은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느낀 명대사 중 하나입니다! 정말로 심금을 울리지 않나요?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좋아요와 선작, 덧글을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하자마자 빌런군단으로 세계지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쌀먹주작겜"의 제목에 변경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13 24.09.19 370 0 -
공지 정의로운 청년들과 스승님을 기리는 곳. 24.09.18 273 0 -
공지 월드 오브 이그드라실 설정집 (2024. 09. 20 Update) +8 24.09.15 795 0 -
공지 공식 외주 일러스트 모음집 (2024. 09. 08 Update) +1 24.08.27 983 0 -
공지 주 7일 밤 12시 20분에 연재됩니다. +1 24.08.04 1,556 0 -
» 마법소?녀 라니아 NEW +18 12시간 전 895 70 18쪽
52 뒤풀이 +21 24.09.20 2,120 98 16쪽
51 그래, 당장 꺼져 +32 24.09.19 2,116 102 26쪽
50 여긴 우리 구역이다 (4) +32 24.09.18 2,195 147 18쪽
49 여긴 우리 구역이다 (3) +17 24.09.17 2,183 137 15쪽
48 여긴 우리 구역이다 (2) +14 24.09.16 2,170 138 17쪽
47 여긴 우리 구역이다 (1) +10 24.09.15 2,112 117 19쪽
46 모든 영역 이상현상 조사국 (2) +14 24.09.14 2,143 134 18쪽
45 모든 영역 이상현상 조사국 (1) +15 24.09.13 2,143 113 17쪽
44 미래를 거머쥐어라 (2) +13 24.09.12 2,098 106 14쪽
43 미래를 거머쥐어라 (1) +11 24.09.11 2,166 110 16쪽
42 질서 악 (3) +4 24.09.10 2,201 110 14쪽
41 질서 악 (2) +11 24.09.09 2,220 116 13쪽
40 질서 악 (1) +15 24.09.08 2,274 121 13쪽
39 세상은 게임이 아니다 (2) +8 24.09.07 2,305 116 12쪽
38 세상은 게임이 아니다 (1) +12 24.09.06 2,325 123 13쪽
37 다시 만난 가족 (2) +10 24.09.05 2,314 113 13쪽
36 다시 만난 가족 (1) +9 24.09.04 2,386 117 13쪽
35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6) +10 24.09.03 2,431 136 13쪽
34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5) +9 24.09.02 2,417 118 12쪽
33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4) +18 24.09.01 2,473 126 13쪽
32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3) +7 24.08.31 2,476 120 13쪽
31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2) +7 24.08.30 2,487 119 14쪽
30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1) +8 24.08.29 2,582 119 13쪽
29 황금의 씨앗 (3) +13 24.08.29 2,597 118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