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주작겜 빌런 독재자의 세계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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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주
그림/삽화
아카루
작품등록일 :
2024.08.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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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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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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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여긴 우리 구역이다 (1)

DUMMY

-타닥타닥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쉼없이 울렸다.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음이 그와 함께 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모인 것 같군.”

“죄송합니다, 길드장. 저희가 인맥이 그리 넓진 않아서···”

“아무래도 우리가 아는 기자라고 해봤자 결국 IT랑 게임부 쪽이니.”

“괜찮다.”


한우현은 멋쩍은 듯 눈치를 보는 차정훈과 김재승을 독려했다.


길드원들 중 그나마 기자들, 즉 언론계에 인맥이 있을 법한 유일한 이들.


공개적으로 한우현을 돕기에는 어려운 이준범에게 기자를 모아달라 할 수도 없기에.


그 둘에게 길드의 첫 소탕 작전을 중계할 준비를 하라 했다.


최대한 기자들을 불러 모으라 했지만, 겨우 서른 명 남짓.


그것도 사회부 기자는 열 명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외신은 겨우 폭스 뉴스와 CNN 둘 밖에 오지 않았다.


뭐, 이건 이해할 만 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지금 국가 기능 전체가 마비되기 직전일테니까.


겨우 이틀의 여유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하는 기자가 있는 언론사였던 폭스와 CNN이 오히려 대단한 것이었다.


“애초에, 너희가 인맥이 넓다 해도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는 오지 않았을 거다.”

“...예? 왜죠?”

“이건 굳이 따지자면 길드의 홍보에 가까우니까. 정부가 가만 있을 리가 없지.”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지금 얼마나 유명한데···”


차정훈이 믿기 힘들다는 듯이 말꼬리를 흐렸다.


그 말도 맞았다.


세계 최강의 무력단체, 길드.


그 때문에 기자들이 인터뷰 요청도 무수히 날아들어왔고, 실제로 파파라치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결과물들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초능력자들의 집단, 그러나 그 행보는 의문···

-초능력자 플레이어들의 과거는 범죄자?

-플레이어들의 난동에도 침묵하는 길드··· 존재 의의가 무색해···


대부분의 기사가 악의적인 공격과 비난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발악을 하는 것이지.”

“그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만··· 한국이, 그 정도로 언론 통제가 강한 나라라고요?”


김재승도 믿기 힘들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래. 그건 언론들의 정치적 진영이나, 논조와 관계없는 특징이다. 사실, 굳이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고.”

“아니, 근데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건데···”

“길드장이니까 그러려니 해.”


전 세계의 정보를 통제하고 수집하는 기관.


미 중앙 정보국.


그들과 함께 일하며, 한우현은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개념인지 새로이 알게 되었다.


언론이란 결국 사회 지배자들의 나팔수에 불과하다.


한국이 조금 더 심한 편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다른 나라라고 해서 그리 다른 편도 아니었다.


“언론이 우리 편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기존 질서를 통째로 뒤엎으며 나타난 근본 없는 단체에 우호적일 리가 없지.”


당연히, 한우현이 그냥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세계를 떠돌며 그녀와 나눈 대화들.


라일리가 미 중앙 정보국이 분석한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적 체제와 구조를.


너무나 자세하고도 열심히 그에게 설명해주었기에, 그 모든 것을 기억할 뿐이었으니까.


“...큭.”


괜한 생각을.


한우현은 갑작스레 솟아나는 감정을 통제했다.


“반갑습니다. 길드장 한우현입니다.”

“아, 예··· 연예부 이지철입니다.”

“이연서입니다. 전 사회부기는 한데, 제 기사를 데스크에서 통과시킬지는 몰라서.”

“괜찮습니다. 여기 와 주신 것만으로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 감정을 잊기 위해, 일일이 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들 모두 긴장한 채로 있다가, 그의 정중한 인사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어, 굉장히 친절하시군요...”

“친절해야지요. 저희의 얼굴을 만들어 주실 분들이니까요.”


웃음을 지은 한우현은 살짝 목소리를 낮춰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안 좋은 말들도 있지만은··· 원래 세상 사는 일에 오해가 있고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음, 음··· 그렇지요.”

“하긴, 단체를 운영하시려면 여러가지 어려운 일이 많으시겠죠.”

"추운데 오시느라 수고하셨으니, 따뜻한 밀크티라도 한 잔씩 하시죠."

"아, 감사드립니다."


그의 과할 정도의 친절한 태도에.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기자들의 반응도 점차 풀렸다.


“여기 이건, 제 명함입니다. 다들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명함이요? 예··· 그런데 이건?”

“어? 전화번호가 하나 더 있는데?”

“예.”


한우현이 밝게 웃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오늘, 플레이어 범죄에 대한 본격적인 체포 작전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예, 김재승 씨에게 그건 미리 들었습니다만···”

“다만, 저희의 활동을 취재해 주실 기자 분들께서 혹시나 위험에 빠지실 수도 있으시니···”


그가 그 웃음을 살짝, 내리깔았다.


“조금 더, 우선적으로 조치를 취하길 바라신다면. 공식 신고가 아닌 해당 번호로 연락을 주신다면, 빠르게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그 말에 기자들의 안색이 급변했다.


정부가 어떻게든 길드의 영향력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플레이어 범죄와 길드의 가입자 현황이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자들은 알 수 밖에 없었다.


전 세계의 사회 질서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으며, 그 첨병에 플레이어라는 이름의 정신병자 초능력자들이 있음을.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즉,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길드의 첫 활동에 대해 알리려 온 기자들.


애초에 상부의 지시에 어느 정도 반감이 있는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혹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길드에 호기심이 있는 이들.


“...예,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핫 라인··· 으로 이해해도 되겠지요?”

“하하, 핫 라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군요···”


그러니까, 플레이어에 의한 신변의 위협이 발생했을 때.


우선적으로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는 뇌물은.


충분히 뿌려 줄 가치가 있었다.


언론에도 기름칠이 필요하니까.


“흠··· 그러면, 발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분들도, 발표가 끝나고 작전이 개시되면 저희를 편한 방향으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대충 인사를 모두 나눈 한우현은 단상 위에 올랐다.


길드 사옥 1층에 어설프게 만들어 놓은 발표 단상이었다.


“오늘부로,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플레이어 범죄에 대한 소탕 작전을 시작한다.”


지도가 펼쳐졌다.


동시에 그의 앞에 도열한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첫 날, 그의 압도적인 위용을 체감했던.


길드 창립 멤버들.


일주일 간 간단한 지시와 훈련으로, 최소한의 플레이어 전투에 대한 기초를 쌓은 이들이었다.


-명심해라. 오직 방어 스킬만 쓰고, 놈들을 추적하되 절대로 공격하지 마라!

-기초적인 기술을 알려주지. 뇌 중앙에 신경을 집중한다 생각하고, 다른 놈들을 쳐다봐라. 그래, 송과체의 존재를 느끼는 거다.

-이 기술로, 너희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느끼고 추격할 수 있다. 물론, 도적 계열의 [은신]이나 마법사 계열의 [영체화] 스킬까지 감지하는 것은 어렵지만···

-중요한 건, 이 기술로 플레이어들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놈들에게 선택지를 강요하는 거다. 도주냐, 항복이냐···

-그리고, 함부로 공격 스킬을 써서 민간인과 부동산에 피해를 준다면··· 즉시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정리하지. 아주 쉽다. 너희들은 안전하게, 몰이 사냥의 몰이꾼 역할만 하면 된다.


물론, 그들에게 주도권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직 스킬의 제어를 전혀 할 수 없는 미숙한 플레이어들이었으니까.


이 놈들에게 진압을 맡기다가는 빌런 하나 잡으려고 건물 수십 채를 무너뜨리는 진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여론은 완전히 아사리판이 날 테고, 한우현의 세계 통제 계획에도 심대한 차질이 생긴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에도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왕이면, 편한 길로 가는 게 좋았다.


“작전은 간단하다. 권승환이 경기 북부에서부터 플레이어들을 통제해, 범죄 신고가 들어온 시점의 장소들을 습격한다. 그러면서 남쪽으로 내려온다.”


그 세부적인 내용을 세우는 데에는 권승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의외로, 직업 군인이라는 이들이 평소에 할 일이 많지 않았기에.


플레이어로 각성한 이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권승환 혼자서는 군사 작전을 세세히 짤 능력이 되지 않았지만, 그를 통해 합류한 여러 부사관과 장교들은 큰 도움이 되었다.


하긴, 나라에서 얼마나 군인들을 하찮게 대우하는가? 심지어 사병이 아닌 장교의 경우 더욱 쓰레기로 취급하니.


이제와서 정부가 군인 출신 플레이어들에게 조건을 외쳐 봤자, 공허한 메아리로 들렸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을 빠르게 정리한 한우현은 다시 말을 이었다.


"작전의 기본 지휘권은 각 진압팀장들에게 일임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즉시 나와 권승환에게 조언을 구해라."


그리고 화면을 쳐다봤다.


“홍세희는 경기 동남부부터, 서북쪽으로 똑같이 진행한다.”


“나유나 역시 경기 서남부부터, 동북쪽으로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나, 차정훈, 김재승은 다시 세 팀으로 나뉘어 서울 전체를 순찰한다. 그러면서 경기도 진압 팀이 합류하기 전까지 서울 전역의 플레이어들을 진압한다.”


“홍세희, 나유나, 권승환의 경기도 청소가 끝나면 모든 길드 집행부는 최종적으로 남산으로 모여 합류한다.”


거기까지 말한 한우현은 다시 카메라로 눈을 돌렸다.


“모두, 확인했나?”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예, 길드장...”

“알겠어.”

“확인했다.”


그 말에 부응하듯, 커다란 모니터에 다섯의 얼굴이 나타났다.


먼저 작전 시작 지점에 대기하고 있던 홍세희, 나유나, 권승환, 차정훈, 김재승이었다.


군인 출신 플레이어들에 의하면, 아무리 길드 측의 조직력이 우위에 있다고 해도.


한 번에 한반도 전체를 쓸어 담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그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하고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경기도와 서울부터 압도적인 위용으로 진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도 적합한 선택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직접적인 무력화와 제압은 집행부 플레이어들만이 시행한다. 그리고 최종 집행은 진압팀장이 무조건 직접 한다.”


차정훈, 김재승, 홍세희, 나유나, 권승환.


모두 정말로 포스 운용의 재능이 뛰어난 이들이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훈련에도 불구하고, 모든 스킬들의 위력 조절과 무영창 발동 그리고 포스를 이용한 기초적인 육체 강화까지 성공해 냈으니.


역시, 그들을 길드 임원으로 임명한 것은 틀린 선택이 아니었다.


그리고 임원들만은 못했지만, 길드 창립 멤버들.


최초의 1000명. 그들도 포스 운용력이 결코 뒤떨어지는 자들은 아니었다.


직업 별로 하나씩 있는 [제압기] 스킬의 위력 조절, 그리고 최대한도의 [방어 스킬]만 연습시켰다고는 해도.


모두가 플레이어의 송과체만 무력화시키는 수준의 위력 조절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들도 고루 나누어 진압팀의 수를 충분히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고 위험 인물."


한우현의 손짓에 따라, 두 캐릭터가 화면에 나타났다.


분홍빛 머리칼에 계란 후라이 모양 장식을 뒷머리에 붙인 여자.


온 몸에 사이버네틱한 회로와 타투가 새겨져 있는 사이보그 같은 남자.


"캐릭터 네임 라니아, 직업은 마법소녀. 캐릭터 네임 맑은눈의광인, 직업은 전자기인. 마주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마주한다면 즉시 나에게 보고하도록."


확률은 반반이다. 이 둘이 경기도 내부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의 정도는 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회귀 전, 한국 최악의 빌런 단체의 전 수장들.


한우현이 유일하게 끝까지 그 신상에 대해서 알아내지 못했으며, 아직까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 두 미치광이.


“그럼, 작전을 시작하지.”


-콱


서울의 지리적 중심지.


남산 정상의 지도에 방패를 박은 한우현은 마지막 말을 전했다.


“명심해라. 너희들 수준으로 제압되지 않는 놈들을 구태여 무리해서 잡으려 하지 마라. 그것들은 모조리 남산으로 밀어넣어라.”


작전명.


여긴 우리 구역이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만 된다면.


서울과 경기도 일대는 사실상 길드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된다.


* * *


"니 애미한테나 가입하라고 해!"


명동 인근의 시내 한 복판.


화려한 머리색의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온 몸에 무지갯빛 실타래가 휘감겨, 기괴하게 몸을 비틀고 쓰러진 채.


[풍수사]의 [제압기], [무지개 넝쿨]이었다.


“씨발, 니가 뭔데 강요하냐고!”

“아이고, 불만이 참 많네. 질서 좀 지키라니까? 나도 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좆 까! 스레딕에서 혐짤이나 달리던 앰생 미친년이···”

"뭐야 씨발?"


그 말에 발끈한 나유나가 순간 지팡이를 힘껏 휘둘렀다.


-콰직


"아, 아아악! 내, 내 팔!"

"아."


순간 뻘쭘한 표정을 지은 나유나가 주위의 눈치를 봤다.


"...아니지. 어차피 길드장도 여기 없잖아? 히히..."


그리고 히죽 웃었다.


“···자, 잠깐. 왜 웃는 건데.”

"무상의 행복은 없어요~"


-으드득

-으드득


뼈와 근육이 부서지고 뒤틀리는 끔찍한 소리가 났다.


"...미친."

"이야, 학대파가 따로 없네."

"근데 저래도 되는 거냐?"

"뭐, 어차피 우리 지휘자가 나유난데... 알아서 하겠지."

"하긴 [치유] 스킬 쓰면 어차피 낫고..."


이미 나유나가 청와대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모든 길드원들이 잘 알고 있었기에.


좀 눈살을 찌푸리는 이는 있었지만, 경악한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범죄자, 빌런 플레이어들.


진압하는 데 어느 정도의 과격함을 필요하다고도 다들 생각했으니까.


"나의 마음을! 도려내는! 분충은! 용서하지..."


끔찍하게 육편과 혈편이 튀는 가운데, 결국 희미한 목소리가 비틀려나왔다.


"그, 그만... 그마안... 항복, 가입... 할 테니까 제발..."

"에이, 재미없게. 그러게 왜 괜히 나대?"


툴툴대던 나유나는 활짝 웃으며 피투성이 손을 내밀었다.


"환영해, 신입! 오늘부터 내가 네 상사야!"


그러고선 뒤돌았다.


"자, 너희는 어쩔래?"

"...가입하겠습니다."

"...사지절단 짤 올려대는 게 컨셉이 아니었다니."

"가입, 할게요! 씨발, 지팡이 좀 내려!"

"뭐야, 쉽네. 안 그래?"


그 말에 나유나와 함께하던 길드원들이 피식 웃었다.


나유나가 손 발이 맞는 이들과 팀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청와대 테러범들이 높은 비중으로 모였던.


소속은 길드이나 그 성격이나 손속은 빌런에 가까운 이들이었다.


"다음으로 가 볼까?"

"그 전에 길드장한테 보고부터 해야죠, 부장님."

"후후, 그렇지. 이 방위부장이 보고를 한다 이거야!"


실실대던 나유나가 카메라를 활성화했다.


-그래, 나유나. 위치가 어디쯤이지?

"어, 지금 의왕이랑 과천 쪽 거의 끝났어! 얘들도 바로 길드 사옥으로 보내면 돼지?"

-좋아. 생각보다 잘 하는데? 네가 가장 빠르다, 나유나.

"이 쯤이야 기본이지."

-...너무 우쭐거리지는 말아라.

-이익! 칭찬 좀 해 주면 뭐가 덧나?!

"끊는다."


-촤악


한 번 핀잔을 주고서는 한우현은 대검에 묻은 피를 한 번 털었다.


그 앞에는 심장이 움푹 파인 채 눈에 빛이 꺼진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히, 히익···”

“진짜 죽였다고?”

“엄살 피우지 마라. 플레이어는 [부활] 스킬로 다시 살아날 수 있으니까.”

“그게 무슨 미친 소리···”

“조용히 해라.”


그의 뒤에 무릎을 꿇고 도열한 이들이 공포에 절은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마지막 기회다.”


한우현의 눈이 스산하게 빛났다.


“우리와 함께하거나, 아니면 이 놈과 함께하거나. 선택해라.”

“...”

“...”

“...가, 가입··· 하겠습니다···”

“좋다. 환영한다, 친구.”


가장 먼저, 가입을 외친 이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물론, 지은 죄에 대한 처벌은 받아야겠지만··· 걱정 마라. 빠른 반성에 대한 정상 참작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경기도 일대를 조여드는 포위망.


플레이어임을 너무나도 강력히 티내는, 송과체에서 나오는 포스의 파동.


그 때문에 결코 숨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


[은신]도, [영체화]도. 계속해서 쓸 수는 없으니까.


물론 [차원 관문]이나 [축지법] 같은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이라면 그를 무시하고 도망칠 수 있다.


그러나 한우현은 바보가 아니기에, 2차 포위망도 구성해 놓았다.


전투 훈련에 익숙해지지 못한 고 레벨 플레이어 길드원들.


-너희들은 딱 하나만 한다. 이 감각을 기억해라. [차원 관문]이 열릴 때 일어나는 포스의 왜곡과 이음...

-이걸 느끼면, 너희들의 포스를 우악스럽게 쑤셔넣어라.

-그리하면 공간 이동 계열 스킬들은 무조건 취소된다.

-싸울 필요 없다. 천천히 뒤따라오면서, 모든 [차원 관문] 계열 스킬을 봉쇄해라.


스킬의 파해 자체는 어려운 테크닉이었지만, 하나만 반복해서 연습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를 통해 모든 도주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였다.


더군다나 아무리 짧은 훈련 시간이라고 해도, 그 포위망의 운용자들은 만만한 이들이 아니었다.


회귀 전, 한국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었던 포스 운용 재능을 가진 빌런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미치광이 빌런이 아니다.


“길드는 모든 플레이어들을 환영한다. 비록 가입 과정에서,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해도 말이다.”


그 이상의 존재.


대한민국, 그리고 전 세계를 지배하고 통제할 단체의 일원이니까.


"자, 여기 캐릭터 네임 적으시고."

"캐릭터 네임 [10만주령학살] 가입..."

"캐릭터 네임 [에이눈나사랑해], 가입합니다..."

"...? 그 에이타령하면서 뻘글 도배하던...?"

"네, 그 용술사 맞는데요..."

"반갑네! 내가 맨날 '야, 타락귀' 콘 달아줬잖아!"

"어, 그게 당신...?"


구체적인 절차를 넘긴 한우현은 다시 지도를 확인했다.


-호릅


그러면서 작전 중 목을 축이기 위해 담아온 보온병에 담긴 철관음 차를 홀짝였다. 그가 직접 백화점 지하에서 그나마 먹어 줄 만한 걸 골라서 우린 것이었다.


"흠."


아무래도 우리자마자 마시는 것이 아니다 보니 향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밖에서 잠깐 마음을 진정시키는 정도로는 나쁘지 않았다.


-꿀꺽


“그럼, 다음 지역으로 가지. 친구들이 서울로 거의 다 와 가니까 말이야.”


그리고 GPS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서서히, 서울 전역으로 모든 빌런 플레이어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좋아요와 선작, 덧글을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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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상은 게임이 아니다 (1) +11 24.09.06 1,790 105 13쪽
37 다시 만난 가족 (2) +9 24.09.05 1,778 98 13쪽
36 다시 만난 가족 (1) +9 24.09.04 1,834 104 13쪽
35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6) +10 24.09.03 1,871 122 13쪽
34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5) +9 24.09.02 1,869 105 12쪽
33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4) +18 24.09.01 1,926 113 13쪽
32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3) +7 24.08.31 1,922 106 13쪽
31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2) +7 24.08.30 1,938 107 14쪽
30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1) +8 24.08.29 2,008 106 13쪽
29 황금의 씨앗 (3) +12 24.08.29 2,021 10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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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절대 갑 (3) +8 24.08.26 2,105 10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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