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천재? 아니 음악의 신이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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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공
작품등록일 :
2024.08.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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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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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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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절만이에요

DUMMY

'기타!'


방과 후에 적혀 있는 기타를 보는 순간 눈이 돌아가는 줄 알았다.


'혼자서 하기엔 기타만 한 악기가 없지.'


8살 짜리가 접근할 수 있는 악기에는 한계가 있다.

리코더, 기타, 피아노 이 정도가 전분데 리코터는 불면서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물론 굳이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음악을 만들 수는 있다.

실제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은 작곡도 많이 했고.


'그래도 리코더 하나만 있는 건 좀 그렇지...'


두 번째 선택지인 피아노는 물론 훌륭한 악기인데다가 입이 비어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기타라는 선택지가 너무 좋았다.


'휴대성도 좋고 노래랑 같이 부르기에도 잘 어울리는 악기지.'


수많은 환생 속에서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직업은 바드였다.

순수 바드로만 살아간 적은 손에 꼽았으나 영주겸 바드나 용병겸 바드로 한 적이 많았다.


휴대성이 좋은 기타와 닮은 악기들을 들고 다니며 수많은 곡을 작곡하기도 했기 때문에 써 먹을 수 있는 곡도 많았다.


"하람아, 돌아가자. 원장님 기다리시겠다."

"응."


일단 가정통신문을 가방 안에 집어 넣고 밖으로 향했다.

첫날은 일찍 끝날 것을 고려해서 차를 주변에 데고 기다리고 계셨는데 덕분에 승우는 새로 사귄 친구들과 축구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고아원으로 돌아왔다.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어?"

"네!"

"아직 많이는 못 사귀었어요."


고아원으로 돌아가는 승합차 안은 상당히 떠들석했다.


'방과후, 허락해 주시려나.'


고아원 형 누나들을 보면 방과후 수업을 받는 경우가 꽤 있긴 했지만 이는 모두 학업과 연계된 분야였다.

고아원의 지원금 중 일부를 사용하다 보니 학업쪽이 아니면 원장님도 눈치가 보이는 모양.


이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근거가 필요했다.


* * *


"그래, 하람아. 무슨 일인데 원장선생님이랑 둘이서 보자고 했을까?"


원장님은 올해로 54살 되시는 여사님이시다.

다 무너져가는 소망 고아원을 인수해서 크게 리모델링 하셨는데 이 분의 은혜로 어린 시절을 무사히 넘긴 것과 다름 없었다.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인 줄 알았는데 오늘 컴퓨터실에서 살짝 검색해 보니 거의 본인 사비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부담가지지 않고 부탁해도 좋아. 원장선생님은 항상 너희 편이란다."


이 몸에 다시 환생한 지 반년 동안, 나는 착한 아이로 살아왔다.

투정 한 번 부린 적 없고 바르고 착실하게 살았고 아이들에게 동요를 불러 줌으로서 노래에 관심이 있다는 것도 일부 드러냈다.


'솔직히 이 정도 했으면 설득력은 있어.'


"방과후를 하나 듣고 싶어요."

"방과 후를?"


원장님이 당황했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네. 기타 방과후를 들어 보고 싶어요."

"확실히 하람이는 노래를 좋아했었지? 기타를 꼭 배우고 싶니?"


좋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조금만 설득하면 되겠어.'


"네!"

"그러면 배워야지."

"하지만 방과후는 비용이 들어가는 데요?"


내 말에 원장님이 크게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람이는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돼. 배우고 싶은 건 배워야지."


나는 원장님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너무 조숙하게 행동했나.'


아직 8살밖에 안된 아이가 돈 걱정을 하고 있으니 원장님 입장에선 깜짝 놀라 하는 게 당연했다.


"헤헤, 감사해요."


간만에 어린 척을 하고 인사를 하니 원장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 * *


방과 후는 입학한 다음 주부터 시작됐다.

걱정과는 다르게 고아라고 차별하는 사람도 없었고 평범하게 친구들을 사귀었다.


"다들 반갑다. 한 학기 동안 너희를 한테 기타를 가르칠 한현호라고 해. 잘 부탁한다."


기타 방과 후의 선생은 장발로 머리를 기른 남성이었다.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손에 보이는 굳은 살은 나로 하여금 충분한 믿음을 줬다.


"출석 부를게. 김하람."

"네!"

"나우림."

"네!"


기타는 2학년 단위로 끊어서 방과 후가 있었기에 한학년 선배도 있었다.

물론 내 눈에는 한 살 차이는 다 비슷해 보였지만 말이다.


'다행히 기타를 사진 않아도 되는 구나.'


방과 후 수업을 듣는 학생은 6명, 선생이 기타를 7개나 가지고 있을리는 없으니 아마 학교 소유 재산일 것이다.


"혹시 여기서 기타를 배워본 적이 있는 친구 있을까?"


나를 아는 사람이 없었으면 손을 들었을 것이다.

그래야 기타에 빠르게 적응해도 할 말이 있었으니까.

문제는 나와 같은 반이자 고아원 메이트인 이예슬양이 내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다는 것.


지금 질문에 손을 들었다가는 태어나자 마자 기타를 배운 뒤 버려진 아이가 되어 버릴 것이다.


"아무도 없구나. 그러면 천천히 배워보자."


선생님은 곧장 기타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기는 아니구나.'


기타가 아니라 우쿨렐레가 나오면 조금 실망할 뻔했다.

다만 아이들이 잡기에는 너무 큰 게 아닐까 조금 걱정되는 수준.

물론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배우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가볍게 시범을 보여줄게."


자리에 앉은 선생님께서 가볍게 기타줄을 튕기기 시작했다.


-딩기딩~


"오오!"


선생님의 손에서 펼쳐진 노래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노래였다.

지금 시기에 상당히 유명한 아이돌 곡의 전주였는데 아이들이 순식간에 빠져들만큼 잘 연주했다.


'실력이 상당한데?'


지구의 기타리스트가 판타지의 바드보다 실력이 떨어질 이유가 없으니 당연히 내가 봐왔던 바드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이었고 인터넷에서 몇 번 봤던 기타 연주 보다도 실력이 좋았다.


주파수로 이루어진 과학 현상인 주제에 가슴을 간지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해야 하나?


'디테일이 좋아.'


손짓 하나 하나,허투루 된 게 없다.

마음 편히 흘러오는 선율을 감상하고 있으니 어느새 연주가 끝났다.


"와아아..."

"선생님 대단해요!"


순식간에 쏟아지는 박수 갈채.

나는 왜 선생님이 연주로 수업을 시작했는 지 알 것 같았다.


'애들 흥미를 끌어내려면 직접 보여주는 게 최고지.'


아이들의 표정을 보아라 지금 당장이라도 기타를 치고 싶어서 안달이 난 표정 아닌가.


"너희도 연습하면 이 정도는 칠 수 있을 거야."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됐다.

아이의 몸에는 기타가 커서 자세가 어색하긴 했지만 하려면 못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둥


가볍게 기타 줄을 어루 만지니 공기가 울리는 선율이 흘렀다.


주변의 아이들도 띵가 띵가 기타줄을 만지는 중이었다.


'이상하다 보통 이 정도 되면 그만 하라고 말려야 하는데.'


각자 기타를 띵가 띵가 거리고 있으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겠어.

그런데 선생님은 1분이 넘게 아이들을 내버려 두었다.


"어때? 생각하는 소리가 안나오지?"

"네."


아이들이 적당히 기타를 만지작 거렸을 때 선생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기타를 연주하려면 기타랑 대화하는 법을 알아야 한단다."


아이들 눈 높이를 잘 맞춰주는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코드를 기타와의 대화법이라는 방식으로 설명했으니까.


곧 가장 기본적인 코드 부터 알려주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나는 들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일반적으로 쓰는 코드랑은 살짝 다른 코드를 쓰니까.'


기타라는 악기가 만들 수 있는 소리는 무한에 가깝다.

줄을 1mm만 어긋나게 잡아도 다른 소리가 나고 이를 튕기는 힘에 따라서도 수많은 변주가 일어나니 이들의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화음은 무한가지다.


그 무한가지의 조합 중, 나는 연주에 가장 알 맞은 소리를 찾아서 쓴다.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있으면 그런 헛짓거리를 할 수 있는 여유도 있다.


독학과 가까운 방식으로 기타를 알아 온 셈이었기에 정형화된 코드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이는 근래의 이야기지 처음 기타를 알아갈 때는 화음 위주로 알아갔기 때문에 코드를 못 쓰는 건 아니다.


"하람이라고 했었나? 처음 맞아? 되게 잘하는데?"

"하하하..."


억지로 못하는 척 하는 것도 일이었다.

선생님의 실력이 모자랐으면 대충 속여도 충분히 속아넘어갔을 텐데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못하는 척에도 최선을 다해야 했다.


"하람이 노래 엄청 잘해요!"


우리 예슬씨가 굳이 필요 없는 소리를 입밖으로 꺼내셨다.


"그래? 가수가 꿈이니?"

"네, 그런데 TV에 나오는 그런 가수는 아니에요. 많은 사람한테 제 노래를 들려주고 싶을 뿐이거든요."


선생님의 눈빛이 달라졌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대학원생 예비를 바라보는 교수님의 시선이라고 해야 할까?


내 123번째 환생 때 병사로 입대한 나를 바라보는 기사의 눈빛과도 비슷했다.


결국 인재욕이라는 이야기.


'하긴 나이가 많지도 않아 보이는 데 저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선생님도 노래에 진심인 사람이겠지.'


어디 밴드의 기타리스트일 지도 몰랐다.


"기타도 그래서 배우는 거야?"

"그런 셈이죠."


"선생님! 손 가락이 안 닿아요!"


적당한 타이밍에 선생님의 관심을 끊어준 친구에게 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이렇게 하면 닿지?"

"오! 그런데 손가락이 아파요."


역시 아이의 손은 기타를 치기에 적합하지 않은 모양.


그렇게 2시간 정도 코드를 배우고 방과 후가 끝났다.


"하람아 잠시 선생님이랑 같이 이야기 좀 할까?"


나는 예슬이를 바라봤다.

둘이서 같이 고아원에 돌아가야 하니 그녀가 선생님을 막아 주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다.


"난 교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엄지를 척하고 치켜 세운 뒤 뒷문으로 나가는 예슬이.


'너도 참 눈치가 없구나.'


"혹시 노래 한 곡 불러 줄 수 있겠니?"

"저 빨리 집 가야 하는데요?"

"짧게라도 좋아."


큰일이다.

선생님의 눈이 진심이 됐다.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나를 저 자리에 세워놨어도 어릴 때 부터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기타 천재를 마주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했을테니까.


"선생님이 아는 사람 중에서 기획사쪽 일을 하는 분이 계신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노래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은 안돼.'


어느 정도 익명성이있는 유튜브도 쉬고 있는데 기획사는 무슨 기획사야.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실력을 키웠다가 나중에 빵! 하고 등장할 거에요."


그나마 어린 아이다운 이유를 대며 거절하니 아쉬운 표정을 짓는 선생님.


"그러면 선생님만 알고 있을테니까 한 번 들려줄 수 있을까?"


지금 안 부르면 앞으로도 계속 달라 붙을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시간이 없으니까, 딱 한 소절 만이에요."


* * *


"깜짝이야! 너 왜 그러고 있어?"

"어...형 왔어?"


연습실에 의자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한현호의 모습에 유서빈이 그의 등을 팍! 하고 내리 쳤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아니... 그냥 대한민국 음악계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뭔 소리야..."


"우리 보컬 새로 뽑을까?"

"네가 보컬인데 무슨 보컬을 새로 뽑아."

"그런 게 있어."


한현호는 다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세 시간 전 한 초등학교에서 들은 한 소절의 가사를 되내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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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고급 돈까스 24.08.29 60 2 11쪽
22 얼굴 공개 24.08.28 72 3 11쪽
21 예슬이는 노래를 못한다 24.08.27 82 3 11쪽
20 미션이 너무 어렵다 24.08.26 93 3 10쪽
19 방학이다! +4 24.08.25 110 2 11쪽
18 내 싸인을 왜 네가 받아가요? +1 24.08.24 110 3 11쪽
17 네가 걔구나? +1 24.08.24 122 3 11쪽
16 감정을 담는 법 +1 24.08.23 133 3 9쪽
15 예슬이는 천사다 +1 24.08.22 129 4 11쪽
14 얘도 천재였다 +1 24.08.20 131 3 11쪽
13 사별의 경험 24.08.19 138 3 11쪽
12 작곡가? 나쁘지 않은데? 24.08.18 146 3 11쪽
11 견학! 24.08.17 152 2 10쪽
10 핸드폰! 24.08.16 160 3 11쪽
9 누나가 아니라 아줌마 아니에요? 24.08.15 170 3 11쪽
8 인터넷이 터졌다 24.08.14 173 3 11쪽
7 튀어나올 송곳 24.08.13 186 3 12쪽
6 첫 공연 24.08.12 189 3 12쪽
5 그대여, 나에게 사랑을 24.08.11 209 3 13쪽
» 한 소절만이에요 +1 24.08.10 220 5 12쪽
3 방과후 기타 교실 24.08.09 237 3 11쪽
2 전사들의 노래 24.08.08 261 3 12쪽
1 음악의 신, 강림 +1 24.08.08 32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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