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천재? 아니 음악의 신이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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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공
작품등록일 :
2024.08.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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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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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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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의 경험

DUMMY

작곡가.

내가 유사 가수로 살아 온 기간 만큼이나 오래 같이 해 온 직업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작곡가라는 인식이 없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국에선 작곡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사람을 싱어 송 라이터라고 부른다.

인식 자체가 가수와 작곡가가 분리되어 있다는 뜻.


내가 그런 인식이 가지지 못했던 건 가수라고 하면 당연히 자기가 작곡을 해야 하는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선배 바드나 세상에 떠도는 노래를 부르는 바드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바드는 스스로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자신이 실제로 있었던 일, 아니면 지방의 유명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노래로 엮으니 작곡도 하고 노래도 부를 수 밖에 없다.


다른 세계들도 비슷했다.

무림과 닮은 세계에서도 내가 노래를 만들어 불렀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세계에서도 내가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해서 가수와 작곡가가 분리되어 있는 세계에서도 나는 작곡가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의 첫 번째 삶인 지금과 달리 다른 세계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인기를 끌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없었기에 그냥 어릴 때부터 활동했기 때문이다.


‘작곡가라는 아이디어, 진짜 좋은데?’


어린 시절부터 실력이 뛰어난 가수로 활동하는 건 과한 인기를 끌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작곡가는 그렇지 않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면 업계인들의 관심은 끌게 되겠지만 대중의 관심은 회피할 수 있다.


‘끽해야 이 곡이 초딩이 쓴 곡이라고? 정도로 넘어가겠지.’


일시적인 이슈는 생길 수 있어도 제대로 된 팬층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도 생겨.’


작곡가의 수익이 많지 않다고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초등학생한테는 크다.


‘그리고 가상 악기를 사용하는 것에도 이상한 점이 없을 거고.’


몰래 내 노래를 만들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완전 좋은데?’


게다가 내 목소리는 아니어도 내가 만든 노래를 다른 사람이 듣는다는 장점도 있었다.


가수로 활동하는 것에 비해 리턴값은 살짝 내려갔지만 리스크는 크게 감소한, 상당히 좋은 선택지였다.


‘서아누나한테는 나중에 감사 인사를 해야겠네.’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기 시작했다.

몰래 노래만 만들고 오려고 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아예 직업으로 삼으려고 하니 긴장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자아자 파이팅.’


나는 속으로 자가 응원을 한 뒤 그대로 잠에 들었다.


* * *


“돌아올 때는 실장님이 태워다주신다고 했지?”

“네!”

“고맙다고 전해 드려.”


원장님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셔서 기획사에서 인사도 못하고 사라지셨다.


‘차라리 다행이지.’


시간이 넉넉하셨으면 아마 실장님이 나를 올려치는 칭찬을 한 시간 이상 하셨을 지도 몰랐다.


“꼬마야, 여기는 무슨 일이니?”


안내 데스크로 다가가니 직원이 나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주말에도 출근하다니... 고생이 많으시네.’


“신 실장님 소개로 왔어요.”

“신 실장님?”


남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알았다는 듯 입을 벌렸다.


“금방 모셔올게.”


잠시 뒤 실장님이 1층으로 내려오셨다.

주말에도 출근하는 불쌍한 인생이었지만 그래도 평일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주말 수당을 받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큰 차이점은 정장이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 계신다는 거였다.


“왔어?”

“네, 보시다 시피요.”

“바로 악기 만지러 갈래? 아니면 네 또래 애들이랑 좀 놀다 갈래?”

“제가 거기 끼면 방해죠.”

“이 누나는 네가 한 번 가줬으면 좋겠는데 너 보고 싶어 하는 애들도 많고.”


저 은근한 눈 웃음.


“지금 보컬 연습하고 있죠?”


내 질문에 실장님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어떻게 알았어?”

“너무 뻔하잖아요. 저번보다 훨씬 적극적이셔서 원하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제 노래를 듣고 싶어하시는 게 너무 뻔하고요.”


“너 진짜 뭐니? 왜 이렇게 영특해?”

“제가 좀 똑똑하죠.”

“그래서, 진짜로 안 갈거야?”

“안 갈거에요.”


“서아가 싫어할텐데.”


실장님의 협박에 잠시 생각을 해봤다.


‘서아누나 은근히 뒷끝있는 성격 같던데.’


저번에 잠들어서 잘 자라는 문자 없이 잠들었더니 그거 가지고 다음날 내내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안 왔으면 모를까 왔는데 자기 얼굴도 안 보고 간다?

한 대 맞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알았어요. 구경만 할게요.”


실장님이 빠르게 뒤로 돌았다.

아마 표정을 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인 것 같은데 저 정도로 티나게 움직이면 포커페이스가 아니다.


‘분명히 무슨 수작을 부렸겠지.’


그리고 그 수작은 금방 드러났다.


“노래 안 부를 거야?”


차가운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서아와 뒤에서 바람을 잡고 있는 다른 연습생들.

실장님이 내 뒤에 계서서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분명히 사냥에 성공한 듯한 표정을 짓고 계실거다.


‘나도 다 생각이 있지.’


“대신 서아누나가 먼저 불러줘. 그거 듣고 따라 부를게.”

“알았어.”


서아누나가 곧장 마이크 앞으로 다가가 섰다.


잠시 반주가 나오고 곧 바로 노래를 시작했다.


‘진짜 재능 미쳤다.’


“I love you~”


서아누나는 자신만의 확고한 음색이 있으면서도 딴딴하고 시원한 발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 힘으로 초반부를 강력하게 이끌어가면서도 중반부의 감성적인 파트로의 변화도 자연스러웠다.


서아의 목소리에 약간의 허스키한 감이 있는데 중반부에는 그 허스키함을 잘 살리고 초반과 후반에는 허스키함을 아예 없애 버리니 이건 천재라는 말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재능과 노력과 흥미가 겹치면 이렇게 되는 건가?’


“어때?”

“누나 노래 진짜 잘 부른다.”


내 칭찬에 어깨가 뿜뿜하고 올라가는 서아 누나.


‘고마워, 덕분에 기준이 생겼어.’


주변의 반응을 보면 서아누나의 실력은 동년배 대비 최상일 것이 뻔했다.


‘그러니까 서아 누나보다만 못 부르면 되는 거 아니야.’


일부러 노래를 못 부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꾸 흥이 올라서 본 실력을 내어 버리려고 하니까.

이를 강제로 억제하고 불러야 하니 잘 부르는 것 보다도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막 부르려면 막 부를 수 있긴 하지.’


근데 그렇게 부르면 일부러 못 부르는 티가 너무 나지 않는가.


“여기에 입 대고 부르면 되는 거에요?”

“어. 한 번 불러봐.”


이미 실장님이 헛 바람을 불어 놓은 건지 나에게 향하는 눈빛이 뜨거웠다.



‘가볍게 한 번 불러볼까?’


* * *


신서현은 김하람을 처음 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얘는 분명 뜬다.’


어린 아이임에도 압도적인 마스크가, 그리고 가지고 있는 본연의 기운이 성공을 확실하게 했다.

기타도 기가 막히게 잘 치긴 했지만 그녀가 원하는 류의 재능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돌이 기타도 잘 치면 좋지.’


공연이 끝나자 마자 김하람을 데리고 온 한현호에게 달려갔다.

그 아이가 누구냐고.


끈질긴 추격 끝에 신서현은 김하람이 음악전 소질을 타고났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노래실력이 진짜 끝장난다고 했지?’


한 소절만 듣고도 보컬을 갈아야 한다느니 하는 정보를 들었기에 신서현은 김하람의 노래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별의 별 방법으로 다 꼬셔보고 유도도 해보고 자존심도 건드려 보고, 별의 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김하람은 넘어오지 않았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애가 왜 기획사에 안들어오려고 할까.’


어느 정도 이해되는 감은 있었다.

저 어린 나이에 한현호와 동급이거나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기획사의 보컬 트레이닝을 못 믿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I love you~”


김하람의 노래가 시작된 순간 신서현은 두 가지 의미로 당황했다.

상당히 잘 불러서, 그리고 생각보다는 못한 것 같아서.


‘서아랑 동급이거나 살짝 아래인 정도야.’


혼자 배워서 저 정도면 물론 대단한 재능인 것 같은데 한현호가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었다.


‘설마 실력을 숨기고 있나?’


아니면 한현호가 자신에게 과장을 한 걸까?


잠시 뒤 신서현은 왜 한현호가 김하람을 극찬한 지 알 수 있었다.


‘목소리가... 여러개야?’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닫른 방식으로 노래를 불러 보려고 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음색을 바꾸기는 힘들었다.

애써 바꿔보려고 해도 기존의 음색을 잃을 뿐 새로운 음색을 가지는 건 쉽지 않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음색만큼 뛰어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김하람은 음색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있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전반, 중반, 후반의 분위기가 다 다른 노래였다.

목소리에 허스키함을 섞어 살려내는 서아만 봐도 대단했는데 김하람은 아예 다른 음색 세 개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목소리가 아예 다르게 느껴져서 다른 사람처럼 들리는 것도 아니었다.


‘이거 완전 괴물 아니야?’


음색이 여러개라는 것도 훌륭한 장점이었지만 가장 압도적인 것은 역시 목소리에 풍부하게 담겨져 있는 감정이었다.


도대체 이 어린 꼬맹이가 첫 사랑의 추억과 가슴 시린 사별의 경험을 녹여낸 노래를 완벽한 감정으로 부를 수 있는 지 모르겠다.


“별 하늘 넘어에선~”

“흐윽...”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치닫기 시작하자 울기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대체 뭐지?’


괴물인가?

신인가?


저 어린 아이가 가슴 아픈 사별의 경험해 본 적이 있을 리가 없을텐데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감정을...


‘아.’


신서현의 머릿속에 깨달음이 스쳐지나갔다.


‘있을 수도 있겠구나.’


연인이 아니라면... 사별의 경험은 있을 수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가슴이 먹먹해 지기 시작했다.


저 어린 아이가 어떻게 저런 슬픈 감정을 담아내며 노래를 할 수 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을 흘러내렸다.


“후우... 다 불렀어요. 이제 됐죠?”


그리고 얼마나 많이 가슴 아파 했길래 노래가 끝나자 마자 저리 해맑게 웃을 수 있는 걸까.


신서현은 정말 완벽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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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얘도 천재였다 +1 24.08.20 131 3 11쪽
» 사별의 경험 24.08.19 138 3 11쪽
12 작곡가? 나쁘지 않은데? 24.08.18 146 3 11쪽
11 견학! 24.08.17 152 2 10쪽
10 핸드폰! 24.08.16 160 3 11쪽
9 누나가 아니라 아줌마 아니에요? 24.08.15 170 3 11쪽
8 인터넷이 터졌다 24.08.14 173 3 11쪽
7 튀어나올 송곳 24.08.13 186 3 12쪽
6 첫 공연 24.08.12 189 3 12쪽
5 그대여, 나에게 사랑을 24.08.11 209 3 13쪽
4 한 소절만이에요 +1 24.08.10 219 5 12쪽
3 방과후 기타 교실 24.08.09 237 3 11쪽
2 전사들의 노래 24.08.08 261 3 12쪽
1 음악의 신, 강림 +1 24.08.08 32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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