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천재? 아니 음악의 신이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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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공
작품등록일 :
2024.08.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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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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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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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나올 송곳

DUMMY

내가 연주할 곡은 어려운 곡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하게 알려진 노래, 대중가요보다는 고전곡에 가까웠다.


-띵디딩


바닷가에서의 즐거운 하루, 거기에 풋풋한 사랑 한 스푼. 조개로 만든 목걸이를 여자의 목에 걸어주며 즐거운 한 때를 노래하는 곡이었다.


좋은 노래에 더불어 기타로 치기도 쉬워서 입문용으로 많이 쓰는 노래였으나 막상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하기 시작하니 욕심이 들었다.


‘살짝 정도는 실력을 들어내도 괜찮겠지.’


기타줄을 세심하게 튕겨 노래에 공감감을 불어 넣었다.

마치 이곳이 해변이 치는 파도인 것처럼.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이 해변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는 화자가 될 수 있도록.

감정을 듬뿍 넣어 연주를 이어갔다.



* * *


“감사합니다.”


김하람이 연주를 끝 마치고 고개를 숙이자 박수갈채가 잇다랐다.


“연주 잘한다!”

“가수해라!”


끝 없는 함성과 갈채 속에서 유서빈은 실시간으로 문화 충격을 느끼는 중이었다.


‘말도 안돼... 저게 기타 배운지 한 달 밖에 안된 초등학생의 실력이라고?’


배운지 한 달만에 악보 없이 곡 하나를 완주하는 영재? 음악계에는 이런 신동들이 많았다.

하나의 흠 없이 완벽하게 곡을 연주할 수 있는 꽤 흔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김하람의 연주는 그런 아이들과는 격이 달랐다.


‘노래 하나 없이 연주에 감정을 담았어.’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손가락에 담기는 세심한 힘의 차이에 의해 다른 감정이 이끌어진다.


유서빈은 마치 그가 직접 해변가에 온 듯한 느낌을 느꼈다.

게다가 나름 닳고 닳은 연애를 이어 온 그에게도 왠지 모를 풋풋한 사랑을 전달했다.

기타를 배운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초등학생이 기타 하나만을 이용해 그런 감정을 전달한 것이다.


“현호야. 쟤가 저번에 말했던 걔나?”

“어...”


한현호의 표정 역시 멍했다.


‘기타까지 이렇게 잘 쳤었나?’


김하람의 기타 실력은 물론 배운 기간에 비하면 훌륭했다.

그러나 그와 함께 기타를 같이 배우고 있는 이예슬과 비교하면 그렇게 압도적일 정도는 아니었다.

평범한 천재정도로 생각했던 김하람이 한현호를 압도할만한 퍼포먼스를 내뿜었다.


‘지금 당장 데뷔해도 문제 없겠는데?’


한현호는 김하람이 들려줬던 한 소절의 노래를 아직 잊지 못했다.

어린 아이 특유의 풋풋함이 남아있지만 독특한 음색으로 그를 굴복시켰던 그 한 소절의 노래가 여전히 머리에 맴돌고 있었다.


‘대한민국 음악계의 미래는 밝구나.’


얼마 전 마신이 올린 <그대여, 나에게 사랑을>을 들은 한현호는 절망과 환희를 동시에 느꼈다.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는 실력에 절망감을, 그리고 대한민국에 이런 가수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환희를.


한현호는 김하람을 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그야 말로 압도적인 재능의 천재 뮤지션이 마침 자신의 제자로 나타났다.


‘제자한테 뒤치는 선생이 돼선 안돼겠지.’


살짝 식어가던 한현호의 혼이 다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 * *


월요일날 평범하게 학교에 등교한 나는 나를 바라보는 분위기 전체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지? 무슨 일 있나?’


다행히도 부정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였으나 한 가지 문제는 그 변화가 너무 과하다는 것.


어제 까지만 해도 나를 같은 반 학생 23 정도로 취급하던 애들이 동경 비슷한 게 담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나는 어제 아이들이 많이 보는 애니 메이션에서 나를 닮은 히어로라도 나온 줄 알았다.


“하람아! 저번주 연주 잘 봤어!”


나는 조회 시간 직전에 만악의 근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너 진짜 기타 잘 치더라.”


나를 보면서 눈을 반짝 반짝 빛내고 있는 남학생의 이름은 김우영.

우리 학년 최고의 인싸 되시겠다.


학교에 오자 마자 동네 방네 소문을 낸 모양인데 이 친구가 심하게 인싸인 덕분에 아침부터 동경어린 시선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살살 칠걸.’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영상 기록이 남은 것도 아니라 김우영 말고는 내 연주를 들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나 기타 별로 못 치는데, 네가 진짜 잘 치는 사람을 못 봐서 그래.”


나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우영 한 명의 증언으로 타오른 열기는 금세 가라앉을 테니까.


“아니야 너 진짜 잘 쳐.”

“못 친다니까.”


이게 다 선생님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무대를 만들어 준 것 뿐이고 나 혼자 신나서 실력 발휘를 했을 뿐이지만 아무튼 모든 잘못은 선생님이 한 거다.


다행히 금방 조회시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나는 금세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동안은 또 자중해야 겠네.’


그대여 나에게 사랑을의 조회수도 어느새 250만을 찍었다.

생각보다 인기몰이를 크게 하는 중인데다가 두 노래 사이의 갭이 너무 커서 그런지 인터넷 기사까지 나올 정도로 과하게 관심을 끌고 있는 중이었다.


‘유튜브로도 노래를 못내 현실에서도 못 불러.’


다 내가 잘나서 일어난 일이지만 왠지 조금 서글퍼졌다.


“자 4+3는...”


수업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이런 기초 수학 따위가 나를 어렵게 할 수는 없다.


“하람이는 집중력이 좋구나.”


속으로 딴 생각을 하면서도 수업에 집중하는 척은 기가 막히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혼나는 일도 없었다.


‘점심 시간이다 점심.’


버티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점심 시간이 찾아왔다.


‘오늘 점심은 돈까스!’


둠칫 둠칫 하면서 급식실로 가려는 데 누군가가 뒷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리반 학생이었으면 굳이 언급하지도 않았을 것.


‘1학년 치곤 키가많이 크네.’


고로 1학년이 아니었다.


“여기 김하람이라는 애 있냐?”


순식간에 나에게로 향하는 시선.


‘얘들아. 이럴 때는 너희가 나를 숨겨 줘야지.’


아직 어려서 눈치들이 없는 모양.


“저는 아닌데요.”


“맞는 것 같은데?”

“재수 없을 정도로 잘 생겼어...”


지들끼리 쑥덕 거리는 데 내 귀에는 다 들렸다.


‘뭐지? 저 양반들도 기타 쳐달라고 찾아왔나.’


“네가 그렇게 기타를 잘친다면서?”

“잘 못치는데요.”

“거짓말 하지마.”

“진짜 잘 못치는데요.”


세 명의 형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친절하게 먹을 것을 주면서 연주를 부탁할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것들이 벌서부터 협박을 배웠어?’


나는 재빨리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현재 시간은 12시 20분.

늦게 가면 돈까스를 못 먹을지도 몰랐다.


“야! 너 어디 도망가?”


빠르게 도망친 나는 곧 인적이 없는 장소로 향했다.


“쟤 왜 저렇게 빨라?”

“그래도 멍청하네. 이런 구석으로 오다니.”


역시 애들이라 그런지 대사가 유치했다.


“저한테 원하는 게 뭐에요?”

“너 그런데 형한테 말 버릇이 그게 뭐냐?”


이미 기타 연주를 듣겠다는 기존의 목적은 사라진 모양이었다.


‘보는 사람 없지?’


내 예민한 감각이 주변의 모든 아이들이 돈까스를 먹기 위해 급식실로 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왜요? 때리게요?”

“이게!”


가장 덩치가 큰 학생이 네 머리 쪽으로 주먹을 날렸다.


‘느려.’


고작 8살 짜리의 몸이긴 하지만 내 몸의 모든 스텟은 최대로 맞춰져 있다.

거기에 환생으로 만들어진 전투 센스가 있으니 아무리 나이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눈 앞의 덩치의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콱!


가볍게 주먹을 피하고 손바닥으로 턱을 쳐 올리니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상처는 안 남기는 게 좋겠지?’


1학년이 3학년 세 명을 때려 눕혔다는 걸 누가 믿겠냐만은 외상이 심하게 남으면 괜한 송사에 휘말릴 지도 몰랐다.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남학생에 달려가 발꿈치로 관자놀이를 후려치니 그대로 쓰러졌다.


“어어...”

“어디가? 일루와.”


마지막으로 도망치는 애 한 명 까지 뒷목을 쳐서 기절시키니 계단아래에 쓰러진 세 명의 기절체가 완성됐다.


‘앞으로는 까불 상대를 잘 파악하고 까부렴.’


하필 덤벼도 환생자한테 덤비니까 이런 꼴이 나는 거 아니겠니.


나는 룰루랄라 급식실로 이동해서 막 튀긴 돈까스를 받아 먹었다.


‘야호!’


뜨끈뜨끈한 돈까스를 먹고 교실로 돌아오니 예슬이가 쭈뼛 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왜?무슨 일 있어?”

“그게...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오라고 하셨어.”


‘교무실? 설마 그 놈들 남자 답지않게 다 꼰질러 버렸나?’


나는 불쌍한 얼굴을 장착하고 교무실로 향했다


-똑똑


조십스럽게 교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한테 맞은 세 명의 학생들이 우리반 담임 선생님 앞에서 서 있는 게 보였다.

그것도 굉장히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나이 많다고 저학년 괴롭히는 게 고학년으로서 할 짓이야?”


‘많이 화나셨나보네.’


분위기가 상당히심상치 않았다.


조심스럽게 선생님의 옆으로 다가가니 곧 사근사근한 평소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하람이 왔니?”

“네, 무슨 일이에요?”

“이 형들이 우리 하람이를 괴롭혔다는 데, 사실이니?”


정의감이 투철한 같은 반 친구가 이놈들을 담임 선생님께 신고한 모양이었다.


‘이미 충분히 손봐줬는데.’


한 번 씩 기절 시킨 정도면 저 나잇대에는 충분한 벌이라고 생각한다.


“네... 저보고 기타 치라면서 막 주먹으로 때리려고 했어요. 그래서 도망갔어요.”

“거짓말 하지마! 네가 우리 기절시켰잖아!”


꼬맹아 상식적으롯 생각을 해보렴.

너라면 그걸 믿겠니?


세 명의 남학생들은 오히려 더 혼난 뒤 교내 봉사 처벌을 받게 되었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6학년 형 누나들이 제대로 밟아주긴 했다는 데 나랑은 큰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 * *


“야, 한현호 오랜만에 본다?”

“오랜만은 무슨 오랜만이에요. 저번 공연 몰래 찾아왔다면서.”


한현호가 불판에 고기를 울리자 –치이익 하는 맛갈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의 앞에 앉아있는 여성의 이름은 신서현, MW엔터테이먼트의 고위직 간부로 앉아있는 여성이자 한현호와 오래 알아온 지인이었다.


“그건 만난 게 아니지. 나만 너를 본 거잖아.”

“그래서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새로 앨범 준비하는 것도 없는데.”


“네 제자라는 애 있잖아. 저번 공연 마지막에 나온 애. 걔 데뷔시킬 생각 없냐?”

“데뷔요?”


한현호가 어이 없다는 듯 반문했다.


“어. 음악에 대한 소질도 엄청나고 무엇보다 마스크가! 완전 대박이야.”

“안돼요.”

“소개만 해줘. 설득은 내가 할게.”

“제가 이미 설득해봤어요. 그런데 아직은 아니래요.”


이미 실력이 충분한데도 더 실력을 쌓아서 터뜨리겠다니.

한현호는 제자의 원대한 꿈을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


“네가 이상한 헛바람 넣은 거 아니야?”

“그런 적 없어요. 마음 없는 애한테 괜한 관심 가지지 말고 술이나 마셔요.”

“진짜 소개 안해줄거야?”


그녀가 몇 번을 요구해도 한현호는 김하람을 팔아 넘길 생각이 없었다.


“주머니 속에 송곳은 언젠간 튀어나오는 법이라면서요? 기다리고 있으면 알아서 튀어나올 거에요.”


“주머니에서 튀어나오면 다른 기획사들도 다 알게 될거 아니야. 나만 알고 있을 때 선점하고 싶다고.”


신서현은 그야 말로 김하람에게 완전히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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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9회차가 수정되었습니다(업로드 실수) 24.08.25 59 0 -
23 고급 돈까스 24.08.29 60 2 11쪽
22 얼굴 공개 24.08.28 72 3 11쪽
21 예슬이는 노래를 못한다 24.08.27 82 3 11쪽
20 미션이 너무 어렵다 24.08.26 93 3 10쪽
19 방학이다! +4 24.08.25 110 2 11쪽
18 내 싸인을 왜 네가 받아가요? +1 24.08.24 110 3 11쪽
17 네가 걔구나? +1 24.08.24 122 3 11쪽
16 감정을 담는 법 +1 24.08.23 133 3 9쪽
15 예슬이는 천사다 +1 24.08.22 129 4 11쪽
14 얘도 천재였다 +1 24.08.20 131 3 11쪽
13 사별의 경험 24.08.19 137 3 11쪽
12 작곡가? 나쁘지 않은데? 24.08.18 146 3 11쪽
11 견학! 24.08.17 151 2 10쪽
10 핸드폰! 24.08.16 160 3 11쪽
9 누나가 아니라 아줌마 아니에요? 24.08.15 170 3 11쪽
8 인터넷이 터졌다 24.08.14 173 3 11쪽
» 튀어나올 송곳 24.08.13 186 3 12쪽
6 첫 공연 24.08.12 189 3 12쪽
5 그대여, 나에게 사랑을 24.08.11 209 3 13쪽
4 한 소절만이에요 +1 24.08.10 219 5 12쪽
3 방과후 기타 교실 24.08.09 237 3 11쪽
2 전사들의 노래 24.08.08 261 3 12쪽
1 음악의 신, 강림 +1 24.08.08 32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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